2008년 6월18일 모임기록
여섯명이 모임. 노복연, 배훈, 이연숙, 장주식, 위희숙, 이윤국--도착순서.
정현이네식구와 은결이네식구 일곱은 저녁으로 멀띠분식에서 9인분을 먹다. 칼국수2인분, 떡볶이 2인분, 만두 2인분, 라면 1인분, 김밥 2인분. 이걸 김밥 3개 남기고 다 먹었음. 정호가 밥을 안 먹고 돌아다니다가 엄마(이연숙샘)에게 등때기를 후려 맞다. 정호는 울면서 칼국수를 먹었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라말에서 내는 ‘작은책’ 이야기를 하다.
출판사에서 아이들 시와 ‘시로마음나누기’를 5:5의 비율로 싣기를 바란다고 하여, 일차 원고에서 빠졌던 두 분-배훈, 위희숙-이 원고를 쓰기로 함. 아울러 실천기록 가운데, 시공부에 도움이 되는 원고 한편을 찾아서 정리하여 싣기로 함. 이 원고는 노복연선생이 맡기로 하였습니다.(이 대목에서 박수!!)
김윤우샘과 촛불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오가다. 김샘은 ‘비가와도 촛불은 켜집니다.’하고 문자를 낭만적으로 날리다. 촛불의 진로가 고민된다고 여러 우려의 말이 나오는 가운데, 촛불이 뭘 태울지 모른다, 촛불은 쓰러지면 불이 붙는다고 희망적인 말도 나왔다. 그런데, ‘촛불은 쓰러지면 다 꺼진다’고 배훈부부가 수군거리다.
이연숙 : 세종초에서 독서멘토링을 하는데, 독후활동의 좋은 제안을 좀 부탁드린다. 책은 <나는 황금알을 낳을거야>(이하, <황금알>)이다.
노복연 : 닭그림을 그려보면 어떤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과 견주어서 하면 좋을 것이다. 수탉과 암탉.
위희숙 : 커다란 알 속에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쓰면 좋겠다. 황당한 꿈이라도.
배훈 : 그것 좋다. 남이 보면 황당알, 내가 보면 황금알이다. 군중 닭이 보기엔 황당했지만, 결국 꼬마닭의 행동은 황금을 낳지 않았는가?
노복연 : <황금알>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고학년용이다. 철학이 있다.
이연숙 : 맞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하, <마당>)보다 이야깃거리가 더 많다. <마당>은 토론보다는 읽고 느끼는 책으로 좋다. ‘초록머리’와 잎싹의 관계는 인간사, 특히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절절하게 묘사했다고 본다. 나는 잎싹처럼 하기가 어렵다. 이 책에는 가슴을 치는 낭만적이고 감감적인 문구가 많다.
위희숙 : 맞다. 밑줄을 치고 싶은 부분이 많더라.
이연숙 : 잎싹이 마지막에 족제비에게 먹히는 순간, ‘왜 나는 날아보려 하지 않았을까.’하는 부분의 의미가 좀 어렵다.
배훈 : 그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소망의 단순한 발언일 것이다.
노복연 : <마당>을 읽은 어른 독자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답답하다’는 반응. 하나는 ‘대단한 희생이다’라는 것.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생태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내가 여섯시간을 들여서 이 책을 읽어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족제비가 닭을 잡아 먹는 것 같은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시골 분교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황금알>은 똑같은 일상을 새롭게 생각하는 것 혹은 누리는 것이라고 보인다. 똑 같은 녹차라도 장소와 시간대와 사람에 따라 맛이 영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배훈 : <마당>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폐계인 잎싹이 살아온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잎싹은 알 낳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 그 경험 뿐이었다. 폐계가 된 뒤에야 마당으로 나오고, 마당밖으로도 나가게 되었으므로, 당연히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삶이 갑자기 비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복연 : <마당>은 생명이 없는 것에서 생명이 있는 것으로의 변화다.
이연숙 : <마당>은 페미니즘적인 모습도 보인다. 엄마로서 자신의 희생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소망하는 것 말이다.
이윤국 : 헌신과 희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마당>은 주인공이 살아갈 이유를 계속 찾는다고 봤다. 권정생의 강아지똥이 생각나더라. 헌신이 삶의 이유일 수 있는가?
노복연 : <마당>은 독자의 성에 따라 읽기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남자가 엄마의 희생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잎싹이 엄마로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들은 답답함을 느길텐데, 남자들은 그것을 잘 모를 것이다. 언젠가 티비에서 ‘폐계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들판에 나온 폐계들은 살아남기 위해 나무에 날아오르더라. 그런데 폐계들의 모습이 생기에 넘쳤다. 자유로운 공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엄마들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그 폐계들처럼 생기넘치게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젊을때부터 자식에 대한 희생을 접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할는지?
배훈 : ‘새끼들 없었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말씀하는 어른이 있다. 이 분에게는 자식이 삶의 힘이요, 이유였다.
이윤국 : 맞다. 잎싹의 헌신성이 큰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장주식 : 옛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것과 ‘자식은 태어나서 삼년 동안 평생할 효도를 다 한다.’ 라는 말이 있다. 전자는 자식이 웬수요, 내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자식이 삶의 기쁨이라는 뜻이다. 자식은 인생에 갈등 그 자체이다. 전후자를 통털어 보면 결국 일방적인 희생은 없다고 본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
이연숙 : 부모와 자식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라면 <마당>을 갖고 하는 토론으로 별 재미가 없다. <마당>이 토론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듯 하다.
노복연 : <마당>은 닭장에 남아 있는 닭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연숙 : 참 그렇다. <황금알>에선 닭이 모두 나온다.
장주식 : 전체가 다 함께 한발짝 상승했다. 꼬마닭이 일부러 끌고 나가지 않았지만 모두가 다 이끌려 나온다. 다른 닭들은 꼬마닭의 행위를 비웃는다. 그러나 닭장에 구멍이 뚫리자 서로 앞을 다퉈 나간다. 군중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본다.
이윤국 : 전태일이 생각난다. 그런데 여기서 황금알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황금알일까?
위희숙 : 마지막에 낳은 알이 분명히 갈색알인데, 우리 도경이는 “엄마 황금알 낳았잖아.” 하고 말했다. 내가 갈색알이잖니. 하고 말하니가 도경이는 “황금알이 되는 중이야.”하고 말했다.
장주식 : 대단하다. 이야기 속에서 도경이는 꼬마닭이 낳을 알은 황금알 뿐이라고 이미, 생각한듯하다.
이윤국 : 나는 묘한 공통점을 봤다. 마당과 황금알 두 책이 모두, 첫머리 그림에서 아프리카 흑인노예선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두어 사람 : 그뿐이 아니라, 서사의 흐름이 거의 흡사하다. <황금알> 1년 먼저 번역출간 되었는데, 혹시 흐름을 따온 것인지? 물론 세부적인 것은 많이 다르다.
이연숙 : 나는 잎싹이 불쌍했다. 평생 희생해 봐야 소용이 없다. 초록머리가 날아가버릴때 말이다.
노복연 : 여자독자가 느끼는 답답함이 바로 그 지점이다.
위희숙 : 잎싹은 마당을 나왔으므로, 감동적이다. 진취적인 모습이다. 나는 아직 닭장에 있다.
노복연 : 위선생도 좀 있으면 마당을 나오겠군.
이연숙 : 나는 마당 밖을 늘 기웃거린다.
배훈 : 나도 그래.
* 이들 부부는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무덤덤한 얼굴이었음.
장주식 : 과연 <마당>에서 ‘마당’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당은 늙은 개가 지켜주는 안전지대, 안일함, 제도속에 갇힌 공간, 수동적인 곳,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 따위의 의견이 제출되었다.
--<마당>에서의 마당은 또 잎싹의 위치가 소수자, 비정규직, 다문화가정의 모습으로도 비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윤국 : 잎싹의 삶은 하찮은 존재인데, 그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여러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의미있는 삶으로 승화되어 갔다.
이연숙 : 잎싹이 마당의 주인이었다면 마당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장주식 : 마당 밖의 세상은 무엇일까?
이연숙 : 유토피아.
장주식 : 마당은 우리 전통에 따르면 참 ‘좋은 공간’이다. 곡식을 늘어 말리고, 아이들이 뛰어 놀고, 여름밤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는 따위의 삶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 책 <마당> 에서는 뿌리치고 나가야 할 부정적인 공간으로 그려졌다.
노복연 : <마당>과 <황금알>을 읽고 아이들과 같이 먹을거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아까 윤국샘이 아프리카흑인노예선이야기도 했는데 정말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다가 폐계가 된 닭을 우리가 먹을 때 과연 그 해독이 없을지? ‘기억’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다음 모임에 읽을 책>
일본 동화작가, 미야자와겐지의 책들.
1.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민영옮김 / 우리교육
2. <은하철도의 밤>, 박경희 옮김 / 작은 책방 (또는 양장본 은하철도의밤, 이선희옮김/바다출판사)
<다다음 모임에 읽을책>
1.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구두룬 맵스 글/ 시공주니어
2008년6월18일모임기록(밭한뙈기).hwp
첫댓글 우리 동학년 신규 선생님 고향이 부산인데 저보고 선생님 하는 경기도 말이 참 고급스럽다고 하던데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고급스럽게 바꾸어놓으셨군요.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다음 모임에 정리하는 사람이 많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그 동안 공부하느라고 머리도 많이 무겁고, 감자도 많이 익었다는데. 뭐 없을까요?
또또 시작이다*^^*
다다음 모임에 함께 읽을 책으로 토미 드 파올라의 오른발, 왼발과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를 함께 추천합니다. 책 세 권의 공통점은 할아버지가 나온다는 점. 읽다보면 또 다른 뭔가가 있지않을까 해서 추천합니다.
'우리할아버지'는 애니로 보는 것이 더 좋은듯. '나는 너랑'의 글감은 뭐예요? 과연 내가 있는 마당은 지금 어떤 상황이고, 내가 내다보는 마당 밖은 어떤 세상일까? 한참 더 고민하게 됩니다. 요즘 퀼트를 합니다. 한 땀 한 땀 세월은 꿰매지는데, 생각은 잘 꿰매지질 않네요 ㅋㅋㅋ.
어, 멀띠분식 괞찮아보이네요. 그나저나 그곳에서 정호는 등때기가 없는것 같았겠습니다. ㅎㅎ 제목을 마당을 낳아 황금알을 품은 잎싹으로 하면 되겠네요! ㅎㅎ
'나는 너랑'의 글감은 가족, 친구 등.
이 모임 하던 날 촛불집회에서 김윤우샘 봤어요. 모임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김윤우 샘한테 '오늘 모임 아니죠?''아마 아닐걸요."이런 대화를 하면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서 죄송하구요~ 내용을 읽어보니 얘기 재미있게 나누신 것 같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쉬워요. 다음 모임에는 안 빠지고 가겠습니다!
ㅎㅎ, 촛불집회에 불성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