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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나라 홋카이도에 다녀왔다.(2016. 1.18 ~ 1.22)
1월 18일(월) 새벽2시 남편과 나는 야반도주하는 사람들처럼 소리죽여 여행용가방 두 개를 테라칸에 싣고 대절한 버스를 만나기 위해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집안 식구들과는 어젯밤 미리 다녀오마고 인사를 나눈터라 아침엔 고양이 걸음으로 집을 빠져나왔다.
전용도로로 올라서자 안개가 슬금슬금 시야를 가리더니 개정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아예 길을 덮어버려서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다니는 차도 없고 안개는 갈수록 짙어져서 진행을 방해하는데 불과 5m 앞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운전을 하는 남편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눈에 너무 힘을 주어서인지 전주에 도착할 쯤엔 눈이 몹시 피곤하고 아프다고 하였다.
날씨 좋고 밝은 날 같으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 반쯤 걸려서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해 기다리는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3시 35분 인천을 향해 출발 ~
*삿뽀로 치토세 (千世)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받는데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조금 짜증이 나려했다. 외국인 입국심사대가 두 곳 밖에 없어서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긴 일본 본토가 아니니까 규모가 작았겠지만.
첫날밤을 묵을 숙소가 있는 곳 노보리베츠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니 이제야 눈의 나라 홋카이도여행이 실감났다.
가는 도중에 둘레가 약 42km 수심이 360m나 되고 일본에서 가장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는 시코츠호수에 잠시 내려서 호수를 내려다 보았다. 하도 넓어서 바다를 보는 듯 했다. 3만여년전 분화활동으로 생긴 칼데라호이며 일본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호수라 했다. 투명도가 18m되는 영양분이 없는 호수로 겨울에도 결빙하는 일이 없어 부동호로 알려져있다 한다.
노보리베츠그랜드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지옥계곡을 관광하였다. 눈바람이 불고 조금 추웠다. 차에서 내리자 강한 유황냄새가 나고 발은 눈에 푹푹 빠지고 미끄럽기도 했다.
금방 어둑어둑해져서 우리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포기했지만 좀 젊은 사람 서 너명은 계곡 아래까지 내려갔다 오는 이도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황회색바위에서 가스가 계속 올라오고 있고 유황냄새가 심하게 났다. 이곳에서 1분에 3000리터의 온천수가 솟아오른다고 한다.
노보리베츠에만 호텔이 옹기종기 10여개가 모여있다고 했다. 우리가 들어간 그랜드호텔은 방이 일본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다미방이었는데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고 짐을 놓고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오니 어느새 이브자리가 깔끔하게 펼쳐져 있었다.
조금 쉬다가 호텔에 딸린 온천탕에 내려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신새벽부터 일어나 긴 하루를 보낸 피로가 싹 풀리는듯 했다. 노천탕까지 있어서 들락날락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새벽 5시부터 온천탕을 개장한다 하니 내일 아침에도 아침 식사전에 내려가서 온천욕을 하기로 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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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째날은 하코다데구에 있는 홋카이도 남부 최고의 경승지인 오우누마 국정공원으로 이동하였다. 오우누마공원은 분화활동으로 생겨난 곳으로 주위24km가 호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호수 안에는 크고 작은 섬이 있고 섬과 섬사이는 예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공원 곳곳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제설차가 쉼없이 눈을 치워서 길이 나 있었지만 눈이 보통 무릎높이 이상으로 양옆에 쌓여 있는데 먼지 하나 없는 순백의 눈위에 드러누워도 푹 가라앉지 않고 쇼파에 누운 듯 했다.
공원안 3층 규모의 식당에서 샤브샤브 비슷한 점심을 먹고 다시마박물관, 구 하코다데구 공회당,유럽형 건축물로 꾸며져 이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하찌만 언덕길을 걸어보았다. 하찌만 언덕길은 바다까지 연이어 있어서 항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좋은 곳으로 텔레비젼이나 잡지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하코다데 야경을 감상하기위해 125인승의 대형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다. 산의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전망대에 오르니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꽃밭을 이룬 하코다데 항구의 밤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내려와서 약 4시간정도 이동을 해서 오오누마 프린스 호텔에 도착했다. 산속으로 깊숙히 들어가서 부근에 별다른 큰 건물이 없는 듯 했다. 이 호텔은 숙박비가 꽤 비싼 아주 고급호텔이어서 보통 패키지관광으로 오는 손님들은 잘 안오는 곳이라 했다. 시설도 아주 좋고 호텔 주변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쌓여있는데 산에는 자작나무와 삼나무들이 뻬곡히 들어차서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주변 경치도 호텔시설도 온천탕도 아주아주 맘에 들었다. 침실에서 바라보는 창밖풍경도 식당에서 바라보는 창밖풍경도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그대로 한폭의 기가 막힌 그림이었다. 어느곳을 향해 앉아도 풍경이 그림이 되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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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남부에서 북쪽 삿뽀로로 다시 올라가는 날이다. 가는 길에 북해도 최대규모의 칼데라호수인 도야 호수를 차창으로 조망했다. 2000년에도 분화한 유수산의 새로운 분화구에서는 지금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쇼와신잔(昭和新山)에서는 잠시 내려서 인증사진도 찍으며 머물렀다. 그리 높지 않은 산중턱에서 화산가스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어서 혹여라도 화산이 폭발하면 어쩌지? 하는 작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곳은 1943년 보리밭이 갑자기 융기하여 300m정도의 산이 된 이후에 화산활동이 시작되어 현재 443m로 성장중인 기생 활화산으로서 산이 붉게 타고 있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가 있었다.
오도리공원과 삿포로 구 도청사를 둘러보고 대게를 무한리필해주는 식당에 들러 배꼽이 이사 갈 정도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셋 째날 넷 째날은 삿포로 아트호텔에서 묵게 되니 아침에 짐을 꾸리지 않아도 되어서 한결 마음이 느긋했다.
프린스 호텔에 비하면 한참이나 떨어지는 호텔이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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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박물관에 들른다니 남자들 뿐 아니라 여자들도 잔뜩 기대하는 눈치들이었다.
술을 잘 못하는 나도 그 유명하다는 아사이맥주를 직접 만드는 공장에서 시음해본다하니 반 컵 정도 마신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깊은 맛이 나는 것 같아 꽤 맛이 좋았다.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한 오타루로 이동하며 한참 전에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여주인공이 설산을 향해 외치던 말 "오겡끼데스까? ~" 그리고는 나혼자 "네, 나는 잘 있어요." 대답을 하고 웃었다.
키타이치 가라스 마을에 들어갔다. 약 10만 종류의 유리제품이 진열되고 판매되는 곳으로 오리지널 제품을 비롯한 전세게유리 공예품이 가득 전시되고 판매되고 있었다.
윙베이 오타루 - 거리전체가 너무나 달달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나조차 공연히 조금은 들떠서 이곳저곳을 기웃대었다. 쵸콜릿가게 앞에서 손님을 부르며 시식을 권하는 곳에서는 염치좋게 쵸콜렛을 맛보며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오르골의 음악소리에 끌려 마치 마술에 걸린 어린 여자아이처럼 수많은 유리제품과 모두가 갖고 싶은 오르골을 만지고 열어보고 값을 따져보았다. 마침내 집에서 너무 애쓰고 있을 우리 딸과 새로 얻은 며느리를 위해 그리고 팔십을 훨씬 넘긴 노인이지만 천상 여자인 시어머님을 위해 뚜껑에 금빛 장미가 부조로 올려진 예쁜 보석함 세개를 샀다. 뚜껑을 열면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나는 예쁜 보석함- 내것은 사지 않았다.
그리고 이태리에 갔을 때 살까말까 망설이다 사지 못해서 아쉬웠던 가면을, 세라믹으로 만들어서 벽에 걸어두는 것으로 거금을 주고 하나 사고 말았다.
<15분마다 뿌뿌 ~소리를 내며 증기를 뿜어내는 오타루의 명물 증기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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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마지막 날- 새벽에 창밖을 보니 앞이 안보이게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안뜨면 어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홋카이도에 온 다음날에도 기상이 안좋아서 인천발 비행기는 물론 일본 국내선도 결항되었다는데 에구 비행기가 못뜨면 큰일인데 모두가 걱정들을 했다.
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내내 차창밖으로 스쳐지나는 풍경은 눈, 눈, 눈..... 쏟아지는 눈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시계탑이 어떻구 보이는 것이 무엇이라는 가이드의 설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치토세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눈발은 약해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무사히 뜰 수있었다. 비록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지연이 되긴 했지만.
전주로 가서 5일동안 눈 속에 묻혀있던 차를 발굴해서 군산으로 돌아오는데 여기도 눈천지였다. 옥정리 우리집은 홋카이도의 연장선이었다. 아니 규모는 작지만 더 아름답고 포근한 설국이었다.이곳에 아침 저녁으로 몸을 담그던 온천수만 있다면 부러울게 없는데 ~ (전재복)
첫댓글 저도 영화 러브레터를 비디오로 빌려 봤었는데
설경이 매우 아름다웠다는 기억을 지울 수 가 없었는데
직접 다녀 오셨으니 감회가 ?
부럽습니다. 하얀 눈은 우리들의 마음도 정화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