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연재를 시작해서 처음으로 완결을 낸 소설입니다.
이것도 꽤 됬어요..;;;
whimper
(1)
"흐흑..흑... 씨... 미워 진짜.. 흑.."
"현아.."
"흐흑.. 너.. 뭐야.. 이재원.. 너 뭔데.. 흐흑.. 니가... 니가.. 그런 말...안해도 나...흑.. 나
승호형한테.. 안된다는거.. 다.. 아는데... 왜.. 그런말을 해서..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어..왜..흑..왜..."
"그래.. 미안해 현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그만 울어.."
일부러 그랬어..일부러..
너.. 그 사실 알면 그거 알게되면
니가 희준형 포기할까 해서..
니가 날 좀더 봐줄까 해서..
그래서 그랬어..
"흐흑.. 씨.. 나쁜놈.. 정말 나빴어..흑..흐흑...."
오전강의가 있는 칠현은 천천히 학교로 향했다.
높기만 한 하늘에 가끔가다 보이는 새하얀 구름도,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벛꽃잎도
서러울정도로 아름답기만 핟..
"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학교로 향하는 이 길.. 주체할 수 없을만큼 기쁘기만 했는데..
형을 본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했는데.. 지금은 왜 이리도 힘겹기만 한건지..
첫 강의가 끝나고 재원을 만나러 간다.
10:37
형이 교문을 막 들어설 시간..
10:45
형이 우리와 마주칠 시간...
"Hey! Boys~"
"희준형.."
"어.. 현아.. 재원이두 안녕..둘다 간만이다.."
"형..우리 어제두 만났잖아요.."
"하핫.. 그랬나??"
"행복에 겨워서 우린 잊고 사시나요??"
형한테 감사해요.. 그냥 감사해요..
근데 형.. 형이 미워요..
우리 현이..
울게한 형이.. 미워요..
"형.. 승호형이랑 사귄다면서요?"
칠현은 마치 그들을 비꼬는 듯이 말했다.
"어? 언제 거기가지 소문이 났냐? 솔직히 알려야 하나 알리지 말아야 하나 고민 많.."
"축하드려요.."
듣기 싫어요.. 하지 마요.. 행복하단 소리로 들린단 말야..
"야.. 축하는 무슨.. 이 맘넓은 문희준님이 속좁고 성격 더러운 안승호를 따~스~한 맘으로
보듬어 주는 거지 뭐.. 안그러냐? 하핫.."
웃지마요.. 웃지마.. 나.. 괴로워요..
"어엇.. 이 외계생물 봐라.."
웃지 말란말이야.. 눈물이 나올것 같아서...
"뭐시?? 이 원쉐이가.."
눈물이...
"하핫.. 야.. 우리 수업있어서 들어가야겠다.. 먼저 간다.."
"예..희준형..써클실에서 뵈요.."
"그래.."
그들은 그게 마치 애정표현인듯 투닥거리며.. 웃으며 그렇게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툭'
그리고 칠현에 볼에 슬픔이 한줄기..
"원아.."
"응?"
"..."
"울어? 우는거야 너?"
"....."
"왜.. 울어?"
아닐꺼라는..
아니어야 한다는 마지막 욕심..
"아니야.. 아니야.."
제발.. 희준형 때문이라고 하지마..
내가 안보이니 현아?
내가..
"...... 잊어야 되는데.. 이제 나.. 잊어야 되는데.. 그게 안돼.. 보고싶어.. 너무 복고싶어..
좀 전에 봤어도 헤어지면 너무 그립구.. 보고 있어도 너무 보고싶고.. 보고싶고..보..고싶.고..
흑.. 흐흑.. 미...ㅊ..겠어... 흑.. 보고싶어서.. 흐흑.. 미칠..것.. 같아.."
"현아.. 그만해.. 제발.. 제발.. 현아.."
그만해.. 그만해 현아..
그런 니 모습 보면..
내가 미칠것 같단 말이야..
울고 있는 니 모습 볼때마다..
나는 지쳐.. 지쳐가..
"희준아.."
"응? 왜?"
"현이.. 어디 안좋아보이지 않아?"
"글세.. 그랬나? 모르겠는데.."
"넌 무슨 애 이렇게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어?"
너만 몰라 문희준..
다 아는데.. 나도..재원이도 다 아는데..
너만 몰라..
"모르는거야? 내 앞에 안.승.호.가 있는한 난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수가 없는거..
이미 내 머리하구 내 가슴은 온통 안승호기 지배하구 있으니까.."
"/////넌 그렇게 낮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두 않게 하냐?"
"나니까~"
희준은 요즘 한때 유행했던 유행어를 모션까지 그대로 취해가며 흉내내어본다.
더 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쿡..쿡.. 뭐냐 문희준.. 그거 딥따리 유치했어.."
"음.. 그래? 그럼 딴 걸 알아볼까?"
"됐다.. 야.. 쓸데없이 진지해지기는.."
근데 희준아..
나.. 다 알고있는데..
다 알아서.. 현이한테 너무 미안한데..
그런데.. 지금이 너무 좋아..
너무.. 행복해..
착한 현이.. 나 많이 미워할텐데..
그래두 난 지금이 행복해..
"안돼 안돼.. 울 승호가 유치하다는데.. 모가 좋을까? 움.."
"아니야 아니야.. 울 준이가 한느데 모가 유치해..*^^*"
"진짜루?"
"그럼.."
미안해..
미안해 현아..
"핫.. 기분조아.. 오늘 내가 쏜다.. 가자.."
"쿡.. 수업은 들어야지.. 이 돼지.."
"그래 그래.. 승호가 돼지라면 난 돼지야.. 승호의 꽃돼지..^^"
"그래.. 내 애완돈.."
"쿡쿡.."
"^^"
행복해.. 행복해 승호야..
이게 행복이 맞는거지? 근데 나 잘 모르겠어..
왜 니가 친구일 때와 다르지 않는거지?
너무 오래 친구로 남아있어서 그런걸까?
행복이 맞는거지?
(2)
"우혁아.."
"예. 아버지.."
"왜 대학을 다니지 않겠다는 거냐.."
"일하고 싶습니다.. 이미 제 실력은 인정 받은걸로 알고있는데요."
"그래..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꼭 명심해라.. 나중에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게 좋아..
좀 더 늙기전에 결정해라. 지금이라도 입학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일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방울의 망설임도 묻어나지 않았다.
"그래.. 오늘 프랑스 바이어들과 미팅이 있다. 12시 30분까지 '젠켄'에서.. 성공시키고 오너라.
그럼 올라가보고."
"예..쉬십시요.."
우혁의 국은 의지. 욕심이.. 그의 아버지 장수경 회장은 흐뭇하다.
언젠가는 우혁이 우호를 더 좋이 일으켜 최고가 되기를..
'점심 어디서 먹을까?'
'니가 사줄꺼지?'
'당근!'
'구럼 우리 마니또로 가자'
'아니야 오늘은 젠켄가자 큰맘 먹었다'
'시러 거긴 맛도 없으면서 비싸기만 해'
'올..벌써부터 아줌마기질이..'
'아줌마는 무슨^^'
'웃는 이유는?'
'행복해서'
'나두 행복해..사ㄹ'
"문희준 학생.."
"옛 교수님"
희준은 핸드폰을 뒤로 숨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수업을 들을텐가? 문자를 날릴텐가?"
"당연히 수업을 들어야죠 교수님.."
"그럼 핸드폰은 잠시 꺼주는게 좋을듯 싶네만.."
"교수님.. 저.. 이 한마디 날리지 아니하면 평~생 가슴속에 아물지 않는 생채기가 되어
피를 쏟아내며 살아야 합니다.. 부디 불쌍한 이 소녀(?) 교수님의 자비를 베푸시어
단 한마디만..."
희준은 울먹이기까지 하며 능글스럽게 연기를 해댄다.'
"쿡.."
"풋.."
벌써부터 주면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터진다.
"그래.. 그 한마디가 뭔가? 들어보고 결정하지.."
"언제 들어도 거룩한 세글자 사.랑.해."
"올 문희준~"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온다. 그 함성소리에 희준은 슬며시 뒤를 돌아 브이를 그려본다.
"문희준 학생. 언제들어도 거룩한 세글자 사랑해 날리고 수업하지..
그리고 학생들.. 잠시 꺼두어도 좋다네.."
"감솸다 교수님.. 사랑해요 교수님.."
"난 울 마누라만 안다네.. 날 어떻게 해볼생각 말라고 학생 하핫.."
"울 교수님 눈치도 빠르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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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희준형 수업 끝날시간..
12:07
희준형이 여길 지나갈 시간..
"현이 또 여깄네.."
"네.."
"엇.. 승호 끝났겠다. 나 간다.."
"네.."
또 기다려 버렸다. 바보같이..
평소대로라면 지금 난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또 한번 형을 봤다는 것 자체에 들떠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왜 지금은 슬픔이..
눈물이..
"여깄을줄 알았어 안칠현.. 밥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재원은 칠현의 눈물을 못본채 해버린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희준아 우리 다음 수업 몇시에 있지?"
"2시"
"웅.. 지금 차타고 마니또 가면 15분걸리고 밥먹는데 45분, 그럼 한시간 남네. 우리 놀다가자"
"어디서?"
"어디가 좋을까? 대학로 갈까? 아니다 아니다 많이 가봤으니까.. 그럼 명동갈까?"
"승호야.. 운전하는데 집중이 안돼.. 조용히.."
"치.. 말하는 것도 뭐래.. 어 희준아.."
"왜?"
"어? 어..아!!!"
'쿵'
승호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던게 문제였다.
미처 골목에서 나오는 차를 못본것이다.
반대편 차의 주인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승호야 괜찮아? 안다쳤지?"
"어.. 괜..찮은것 같애.."
"다행이다 잠깐만.."
희준이 차에서 내린다. 승호도 따라 내렸다.
"심하게 박은것 같진 않네요.. 차 수리하고 연락주세요. 그럼.."
우혁은 서둘러 명함을 꺼내 건네주고는 차에 올라타고 그 자릴 벅어난다.
"우호사장 장우혁.. 대단한 사람이네.. 말투도 싸가지 없고 말야.."
없었다.. 감정이 없었다 그 사람.. 장.. 우..혁...
눈속에 자리잡은건 슬픔도 아닌..기쁨도 아닌.. 텅 빈.. 공허함..
장.. 우.. 혁..
공허함.. 차가운 블루빛.. 차가운..
"..ㅎ..야.."
"......"
"승호야?"
"어? 어.."
"무슨 생각해.."
무슨.. 생각이었지?
"어.. 나.. 명함좀.."
"이거? 왜?"
왜? 왜지? 내가 왜..
"디..디자인좀 보려구.."
"하이튼 누가 산디과 아니랄까봐.. 여기.."
"어..어.. 고마워."
"고맙긴. 밥먹으러 가자.. 갑시다.."
장우혁.. 장..우혁..
뭐지? 뭔데.. 이런 느낌이..
그냥...그냥.. 그저..
바꾸고 싶어.. 저 눈을...
죽어있는 저 눈을..
내가.. 바꿔주고 싶어..
내가.. 그러고 싶어..
(3)
“그런데..그 때 교수님한테 딱 걸려버린거야.. 순간 뜨끔하는데..
안승호.. 내 얘기 듣고 있어?“
“어? 어.. 미안..”
“아까부터 왜 그래.. 걱정있어?”
“어.. 아니..”
“헛.. 알겠어..”
“무..뭘?”
“교통사고 후유증이구나..그치?”
희준은 승호를 가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분명해..교통사고 후유증이야.. 머릿속이 비는 느낌이 들지? 막 바나나
생각만 나고.. 나무를 타고싶지 않니? 꼬리뼈 만져봐.. 자랐을지 몰라..
이제 넌 조금씩 원숭이로 퇴화되고 있는 것이야..“
희준의 말보다는 너무 진지한 듯한 표정이 가관이다.
안좋아 보이는 승호를 달래주려 노력하는게 눈에 보인다.
“쿡쿡.. 나 괜찮아..”
그래.. 머릿속이 텅 비는 듯한 느낌이야..
왠지는 모르겠어..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분명 아무생각도 들지 않는데..
무언가 머릿속에 꽉 차있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헉.. 안승호.. 정말 이상해.. 수업 들어가지 말까? 집에서 쉴래?”
“아니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Thank you. Please remember me to your boss. (감사합니다.
회장님께 안부 전해주십쇼)"
"I will. See you later (그러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역시 장우혁이었다.
그답게 아무런 무리 없이 일을 해결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의 머릿속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지?
기억이 나질 않아..
겨우 한 시간 정도였는데..
겨우 한 시간 정도만 지났을 뿐인데..
그 얼굴이 생각이 나질 않아..
누구.. 였지?
장우혁이야..
난.. 장우혁이야.. 잡념따윈 버리자..
쓸데없는 생각따윈 버려버리자.
일만 할거야..
아무것도 필요없어..
장우혁은.. 일만 있으면 돼..
우호만.. 있으면..돼...
“회장님..사장님 오셨습니다.”
비서의 목소리다.
치마는 너무 짧은 듯 해보였고 화장도 진해보였다.
원래 그렇게 가녀린 목소리인지 아니면 그런 목소리를 내는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혁의 눈에 들기위해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다.
“들여보내.”
“들어가 보세요.”
우혁을 향하여 눈웃음을 치는 그녀를 우혁은 무시해버린다.
우혁의 무시에 귀까지 빨개지는 그녀의 모습이 우스울 뿐이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방금 프랑스쪽에서 연락이 왔다.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결했더구나. 아주 맘에 들어하는 눈치야. 앞으로도 이 일을
네가 계속 추진하도록 해라.“
“예..알겠습니다.”
“원아..”
“응?”
“나.. 휴학할까?”
“뭐? 왜?”
“...그냥.. 그냥 휴학할까?”
“희준형 때문이라면 그러지 마..”
“....”
어쩌라구 나더러...
이러지 않으면 잊을 수가 없는데..
매일 봐야 하는데..
잊혀지질 않는단 말야..
“휴학한다고 모든게 해결 되는건 아니잖아..”
“....”
그래..
모든게 해결 되지는 않겠지..
아니.. 더 힘들거야..
형을 볼 수가 없잖아..
근데..
학교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형을 기다려..
시계를 보면서 형이 올 시간을 확인하고..
형이 지나가는 그 자리에 항상 머물러 있어..
형을 보기위해서..
그래서 형을 잊지 못할거야..
“네가 선택한거잖아.. 내가 말렸을 때 그만둬야 했어..”
“....”
그래.. 그래야 했어..
그만 둬야 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는걸..
그래서 형을 따라갔어.
형과 같은 학교에 들어오고 같은 과를 선택하고..
하루에도 두 세 개의 강의가 겹쳐..
그래서 매일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난..
형을 볼 때마다 너무 아파서.. 너무.. 아파서..
“평생 안볼거 아니잖아.. 언젠간 다시 봐야 할거야..
그냥 보면서 잊어.. 보면서..“
“....”
..보면서.. 잊어?
보면서... 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어쨋든 휴학은 안돼.. 휴학은 하지마.. 할 수 있을거야 현아..”
미안해..
미안해 현아..
하지만 너.. 잊을 수 없잖아..
다.. 알아.. 다 아니까.. 애써 잊으려 하지마..
나.. 바라보기만 할테니까.. 억지로 그러지 마..
01:48
희준형이 강의실에 들어올 시간..
“현아.. 일찍왔네?”
“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던 희준이 아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항상 웃는 모습이었는데..
“저..형..”
“응?”
“무슨.. 걱정있어요?”
“그래보여?”
“예..”
“어.. 잘봤네.. 승호가 좀 아픈 것 같아서..”
“아..”
형은 항상 승호형 이네요..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제가.. 그렇게 부족한가요?
승호형보다 많이 모자란거에요?
왜 전 봐주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제가 포기하도록 내버려 둘 거에요?
저 좀 봐주세요..
(4) 번외-1 첫만남
“백석고등학교 제 31회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임 선생인 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강당 내
이곳 저곳에 울려퍼진다.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
에서도 하상 해오던 기본적인 것이라 그런지 1학년 신입생들은
지루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칠현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설레임인지 아니면 그냥 좋은 일이 생길듯한
예감인지..
“다음은 백석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모두
교장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우리 백석 고등학교에 입학한.....”
항상 길고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다.
서서히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왠일인지 선생들은 삭생들을 조용히 시킬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아니.. 생각이 완전 다른 곳으로 가있는 것 같다.
“김선생... 연락해봤어?”
“예.. 집에서 나갔다던데요..아침일찍..”
“하.. 그래? 근데 왜 이렇게 안오지?”
입학식 아침.. 3학년 전교 회장의 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전교 회장이 아프다는 연락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선 축사를 해줄 대표가 필요했고, 급한대로
연락이 되는 2학년 부회장을 대표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도착해 있어야 할 2학년 대표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하여 약 30년 동안 우리 백석고등학교는 서울 안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끼익’
그리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당내의 시선이 모두 입구로
향했다.
“헤헷.. 늦어서 죄송합니다..샘~”
입구에서 들리는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는 왼쪽에 서있던 한 학생의 것이었다.
두발자유인 학교도 아닌데 그 학생의 머리는-남자임에도 불구하고-단발정도
되어보이는 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은 것이었다.
“문희준!!! 이렇게 늦게 오면 어쩌자는 거야!!”
“에이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이 녀석 느려터진거..”
선생님이 많이 화나보이는데도 희준은 태평스럽기만 했다.
“너만 오면 될 것을 왜 승호까지 데려오냔 말이다!!”
“아.. 선생님...”
또 다시 희준이 무엇이라 대꾸하려는 것을 승호가 막는다.
“선생님.. 입학식 진행중 아니었습니까?”
“아.. 이런.. 계속 하시죠. 교장선생님..”
다시 교장선생의 지루한 연설이 시작되었고 희준과 승호는
천천히 자리로 걸어간다.
아까부터 희준만을 바라보던 칠현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한다.
희준을 바라보며 한 순간 머릿속이 텅 비는 듯한 느낌이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희준의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다시 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에,
왠지 희준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에, 칠현의 얼굴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붉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교장의 훈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칠현의 눈은 희준만을 향해 있었다.
희준의 얼굴을 가리는 많은 머리들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승호와 소곤소곤 대화하며 미소짓는 그의 모습에 같이 미소짓기도 한다.
“다음은 학생 대표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학생대표 앞으로..”
어느새 교장의 말이 끝났다.
학생대표를 부르는 주임의 말에 앉아있던 희준이 앞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칠현은 희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듯한 기분에 다시 한 번 얼굴이
달아올랐고, 그의 미소에 주체할 수 없을만큼 심장이 뛰었다.
그는 벌써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칠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 덧 희준의 축사가 끝나고 입학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졌다.
이제 조금씩 진정되어가고 있는 칠현의 귀에 떠들고 있는 옆 반
여학생들의 말이 들려왔다.
“아까 그 선배.. 디게 유명하잖아..”
“어.. 정말?”
“그렇다니깐.. 이 학교에서 젤루 인기가 많대.. 나두 저 선배 보려고
이 학교 지원한거야.. 멋있지 않냐?“
“어.. 멋있긴 하더라.. 근데..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더 자세히 알려줄까? 이름 문희준.. 생일 3월 14일..크..화이트 데이에
생일이라.. 멋있지 않냐? 2학년 3반 48번..주소는..“
“됐다 됐어.. 내 스타일은 아니야..”
“기집애.. 좋으면서 빼기는..”
2학년.. 3반..
칠현은 그다지 당돌한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조금씩 아쉬움이 드는 그다..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전화번호라던가.. 주소 같은거..
이미 희준에 흠뻑 젖어버린 칠현이었다..
(5)
잠들어 있는 칠현의 얼굴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그 햇살이 너무 밝아 칠현의 정신은 이미 깨어있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눈은 뜨지 않고 있다.
꿈을 꿨어..
희준형이랑 둘이서 다정하게 앉아 있는 꿈.
형이 내 손을 잡아줬고, 사랑한다 말해줬어..
그래서 난 눈을 뜨기가 싫어..
눈 뜨면.. 악몽이잖아..
악몽은 싫어..
햇살이 너무 따가웠던 것인가.
칠현의 눈에선 눈물이 한줄기 흘러나오고 싶었다..
보고싶은데...
“....ㅇ..”
보고 싶어.. 너무..
“..........야”
그. 모습.. 다시.. 한번만...
“..ㅅ..ㅎ..야..”
왠진 모르겠지만... 보고 싶어..
“승.. 야..”
찾아가면.. 안..돼겠지?
“안승호..”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할까?
“안승호!!! 야!!”
“어..어?”
희준은 승호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댄다.
허공을 향하던 승호의 시선이 희준을 향한다..
“너.. 왜그래? 며칠전부터..어디 아파?”
“어?..어.. 아냐.. 괜찮아..”
승호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정말 괜찮은 거지? 걱정 안해도 되지?”
“어.. 걱정마.. 정말 괜찮아..”
“그럼 다행이구..”
괜찮다는 승호의 말에 정말 걱정을 떨쳐버린건지
희준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다.
승호의 표정도 밝아진다..
바보같이...
무슨 생각을 했던거야 안승호..
넌.. 희준이 있잖아...
왜 그 사람을 생각해..
안승호는 희준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데..
“참.. 승호야..”
“응?”
“우리 방학하면 애들이랑 다같이 여행이나 갈까?”
“응? 누구누구?”
“현이랑 너랑 나랑 재원이랑..”
애들이랑 다 같이.. 라고 말하긴 했지만 막상 나열해보니
얼마 안된다고 생각해 혼자 멋쩍은 웃음을 흘려본다.
“한이는? 한이는 안데려가?”
“한이? 남자들 노는데 여자는 끼는게 아니야..”
“헐.. 언제부터 한이가 여자였냐?ㅡ.ㅡ;;”
“아.. 한이 남자였지..”
희준과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그들이라
금방 친해질 수있었다.
거의 매일 동아리실-말이 동아리실이지 거의 연습실 수준이다-에서
보고 여자답지 않게 털털한 성격-전공이 기계공학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을 가진 한이라서 여자친구들보다는 남자친구들이 많았고
여자들의 우상이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친해진 그들이지만 희준이 승호나 재원만큼이나
좋아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여자아이의 이름을 ‘강 한’아리 지은 그녀의 부모의 사상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름과 성격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러고 보니까 요즘 한이 못본 것 같네.. 왜 못봤지?”
“빙신새끼..너 요즘 동아리실 안가잖아..”
“아하!! 그런데 감히 지아비 앞에서 아녀자가 함부로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다니.. 지아비 쑈크먹었어..“
“쿡쿡..삽질하네..”
결국 희준은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 승호를 웃게 만들고야 말았다.
“그럼.. 오늘 동아리실 가서 몸이나 풀까?”
“ㅋㅋ..그럴까?”
“현아.. 여기서 뭐하고 있어?”
“응.. 왔어? 그냥.. 바람 좀 쐬고.. 그러고 있어..”
“응..”
“이제 조금씩 더워지네.. 금방 여름오겠다..”
“응..”
칠현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 노력하는 모습이 왠지
재원의 눈엔 더 처량해보일 뿐이다.
소박맞은 아낙네의 모습이랄까?
“현아.. 동아리실 갈꺼지?”
“글세.. 가봤자 뭐.. 춤도 못추는데.. 괜히 들어간거 같아..”
“..요즘.. 희준형 안오더라..”
재원은 무슨 어려운 말을 꺼내듯 조용히 얘기한다..
“....연애가 재밌나보지 뭐..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태연한 듯 말했지만 역시 목소리에서 떨림이 묻어나오는건
숨길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있다간 눈물을 흘려버릴 것 같은 칠현의 모습에
재원은 말을 괜히 꺼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칠현의 눈물만은 보고싶지 않았다..
“..어.. 목마르지..음료수 뽑아올게.. 기다려..”
칠현은 마무 대꾸도 없었건만 재원은 사라져 버렸다..
“.....”
아무 말 없는 칠현의 눈에서 칠현 자신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눈물만 흘러 내리고 있었다....
다신.. 생각 안하려고 했는데...
미워하려고 했는데..
5년째 형만 바라보고 있잖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내 맘 몰라주는 형...
싫어할 때도 됐는데..
사랑이 증오로 변할 쯤도 됐는데..
근데...
제 사랑은 깊어만 가요..
이거.. 너무하잖아요..
희준형..
나 어쩌며 좋아요..
미워할 수가 없어요..
미워할 수가 없어서...
더 사랑해버린.. 나를
어쩌면 좋아요...
(6)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재원은 연습실 문을 열어제끼며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연습실안은 연습중이었는지 ‘H.O.T.'의 ’outside castle'이 한창
흘러나오고 있었고 재원의 인사는 졸지에 그들의 연습을
방해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한 번 춤을 추기 시작하면 왠만해서는 도중에 끊지 않는
선배들이었기에 재원은 춤추는 선배에 앉아있는 선배까지 대충봐도
약 50개는 되어보이는 눈들의 째림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안녕하세요...”
뒤에서 슬슬 눈치만 보던 칠현이 슬며시 인사했다.
그러자 한 선배가 광분하기 시작했다.. 미친 소처럼..ㅡㅡ;;
“야임마!!! 동아리에 들었으면 춤은 못추더라도 저새끼들 사이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눈 똘망똘망 상하좌우로 찢고 구경이라도
해야 할 거아냐!! 동아리실이 무슨 교태전이냐? 니가 왕이야?
왜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들어? 선배들이 니 첩으로 보이냐?“
한이였다.. 희준 못지않은 말솜씨에 가만히 구경하던 후배고 동기고간에
죄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이는 받아줄 마음이 없어보였다.
엄청 빠른 속도로 즉석에서 저 정도의 말을 하다니..수다맨 저리가라 였다..
만약에 희준이화 한이 둘이 싸움이 붙어서 말로 싸우게 된다면 평생가도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 듯 싶다-주먹으로 싸우면 한이가 이길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정말 화난 듯한 한이 무서운 칠현이었다.
“이놈아.. 사람이 말을 하면 받아쳐줘야 나도 말 할맛이 날거아냐..
죄송합니다라니.. 니가 그러니까 희..읍..“
그렇게 화난 것 같진 않다..
순간의 실수였다. 사람도 많은데다가 희준이 얘기를 꺼내면 칠현이
울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이를 노려보는 재원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들어가 앉아..임마.. 야 다시 시작하자..재원이 너 끼고..대타 넌 빠지고..”
한이와 희준이 입학하던 해, 그 둘의 끈질긴 요청에 새로 생긴 댄스동아리였다.
대표마저 가장 확실하고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가위바위보로 정해
한이가 되고 말았다..
처음 교수들은 어느정도 하다가 포기하겠지 생각했지만 벌써 2년이상
댄스동아리는 아무 문제없이 잘 나아가고 있었다..
‘나나 이세상에서 사랑없이 날 잊어버린나..나나 그토록 한없이..’
“Good morning everyone~"
재원보다 더 컸던 희준의 목소리로 인해 다시한번 노래가 끊기고 만다.
“a.f.ter.noon.이.다.. 안.타.깝.게.도 문? 우.리.몇.일.만.이.지?”
칠현때까지야 그럭저럭 넘어갔다지만 목소리를 깔며 한자 한자 끊고 있는
한의 모습은 정말 화난 듯 무서워 보였다..
희준도 생각이 있다면 순순히 들어가 주는게 좋을 듯 했다..
하지만 그다지 생각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이봐 친구.. 친구가 연예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거지 뭐..하하..”
“연예 좋아하네.. 안칠현 저 새끼야 춤도 잘 안추니까 그렇다고 치자구
그런데 축제도 얼마 안남았는데 니가 빠지면 어쩌자는 거야!!
2년만에 우리 동아리 문 닫게 할 생각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니가 있는데 설마 문까지 닫겠냐?”
한이는 정말 화가나서 하는 소리였지만 희준은 아닌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
“나는 안힘드냐? 말도 안듣는 놈들 때문에 나는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너는 웃음이 나와?“
옆에서 승호가 희준의 허리를 쿡쿡 찌르며 그만 하라는 눈치를 주고 있다.
“죄송합니다..선배..”
앉아서 구경하던 무리들 사이에서 칠현이 빠져나오며 말했다..
순간 동아리안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니가 왜 미안해 임마..”
한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저 때문에 화나신 거잖아요.. 제가 희준형보다 나중에 들어왔으면 이렇게
까지는 화 안나셨을거 아니에요..그래서 제가 죄송해요..“
승호는 말할 것도 없었고 재원과 한이까지 놀라고 있었다.
얼마나 희준을 사랑하면 저런 말도 안돼는 이유를 들어가며
희준을 감싸고 있을까..
“너 지금 그게 말이 되는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지금 장난해?”
“아니에요..제가 잘못한 거에요..희준형에게 뭐라고하지 마요..”
“너!!”
칠현이 저런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한이지만 그런 칠현의
모습에 오히려 더 화가 나고 있다..
“강한!! 왜 현이한테 화를내.. 늦은건 나잖아.. 괜히 쓸데없는 애한테 화풀이
하지 말고 나한테 화를 내란 말이야!!“
어느 순간 웃고만 있던 희준의 표정이 바뀌어버렸다..
칠현 때문에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칠현이 나선 후 부터였었다.
한이는 벙찐 상태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희준의 옆에서 승호가 불안한 듯한 눈빛으로 희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준아...
왜 그래..
왜 현이를 감싸주는건데..
옆에 내가 있는데...
왜 그렇게 현이를 감싸주고 있어..왜..
희준아...희.....준...아...
결국 한이는 그 둘에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잖아..승혼지 칠현인지 제대로 하란말이야..
누구든지.. 도와줄테니까..
칠현이라면 승호라도 떼어내줄게..
확실하게 해..
“휴...들어가.. 연습하자..음악틀어..”
한이는 수그러들었지만 희준의 표정은 풀어질줄을 몰랐다.
무슨 생각인지 미간을 좁히고 칠현을 노려보고있었다.
물론 칠현도 그걸 못느끼는건 아니었지만 돌아볼수는 없었다..
걱정이 됬다..눈치빠른 희준이 이번일로 자신의 감정을 알아버리지는
않은건지..
그럼 아마 평생 희준을 못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춤추는 대열에 끼어 연습을 하는 재원의 표정도 한껏 일그러지긴
마찬가지였다..
한이도, 재원도, 승호도, 희준도..
밝은표정은 되지 못했다..
(7)
바보같은 놈...
가만히나 있을것이지..
왜 나서서 욕만 먹어..
바보같은 놈...
같은 노래가 게속 반복될 때마다 희준은 깊이 춤 속으로 빠져버렸다.
결국 좀 전까지 칠현을 노려보던 자신을 잊고 말았다.
칠현도 마찬가지였다.
희준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어느 순간부터 고개를 돌려 춤추는
희준을 바라보았다.
10명 남짓한 멤버가 춤을 추고 있는데도 칠현의 눈에는 희준의 모습만
보였다.
희준과 노래가 하나인 듯..
그 둘은 동화되어 버렸다.
저..
이제 떠나려구요..
형 옆에 있으면 형을 잊지 못하니까..
저 승호형 너무 좋아하는데..
미워하게 될까봐..
이제는 떠나려구요....
떠나기 전에 형.. 모습...
눈에 꼭꼭 담아둬야죠..
돌아올게요..
형을 아예 잊어버릴 순 없으니까..
형을 사랑하지 않을 때..
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돌아올게요..
그러니까...
형.. 행복한 모습..
많이 보여줘요..
행복한 모습만 보여줘요..
“하아.. 하아... 쉬었다 해요.. 선배..”
같은 춤을 여러번 반복하다가 지쳤는지 재원이 외친다..
“하아.. 그래.. 쉬었다 하자 한아..”
희준도 동의한다.
“그..그래.. 하아.. 쉬자.. 칠현아..”
한이가 바닥에 쓰러지듯 누우며 칠현을 부른다.
“예? 예..선배..”
“음료수좀 사와라..하아.. 돈은.. 저기 서랍에... 있을거야..”
1학년짜리 후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 항상 칠현에게만
심부름을 시킨다..
칠현이 말 잘듣고 착해서 인지도 모른다.
재원같았으면 벌써 후배에게 넘겼을 것을 칠현은 어느새
서랍을 열어 안을 뒤지고 있다.
“하... 임마.. 왜 현이를 시켜...”
“..뭐가..임마..”
희준이 한을 살짝 노려보며 말한다..
“현이는... 약해서 저런거 하면 안돼.. 거기다가 2학년이잖아..
심부름은 우리 힘센 승호가 해야지.. 승호야 갔다와라..“
한이는 희준의 말에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다.
희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칠현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은 희준에게 묻고싶었다..
칠현인지..승혼지..
왜.. 승호와 사귀는지...
“임마.. 2학년인 현이는 안되고 3학년인 난 되냐? 웃긴놈이네..”
승호가 천천히 일어서며 칠현에게 다가간다.
칠현의 손에서 돈을 빼들고 소리친다..
“주문받는다.. 통일 안하면 내 맘대로 사올거야.. 참고로 남은 돈은
책임 못진다..“
“2%~”
“2%레몬~”
“포카리~”
“네버스탑~”
“사이다~”
“이온음료마셔 이새끼야!!”
단체로 소리질러대는 통에 동아리실 안은 말도 아니다.
소리질러대는 친구들과 후배들을 뒤로하고 승호는 유유히
동아리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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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죠...
근데 아마도 앞으로 이 설의 길이는 일정하지가 못할것
같네요...아마도...
점점 뻔한 스토리가 되어가죠?
장편을 쓰려 했지만 어찌 단편작가가 장편을 쓰겠습니까..
게을러서말이죠..
그래서 빨리 끝내려고 하다보니까 예상하던 스토리에서
완전히 벗어났네요..
그리고 톤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럼 자까는 이만...
(8)번외-2 두번째 만남
“칠현아..”
“응..”
“안칠현..”
“왜..”
“너 왜그래.. 어디 아픈사람처럼..”
“아무것도 아냐 민우야...”
칠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친해진 친구였다.
칠현과 민우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여느 남학생들과는 달리 운동장에 나가 뛰어노는 것 보단
교실에 앉아 얘기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수다떠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착한 성격에 남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것..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것까지 둘의 성격은 너무 비슷했다.
한가지.. 민우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는 것 말고는..
그래서 더 잘 통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서로의 생각을 금방 알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2학년 3반... 바로 윗층이라던데...”
“어..어?”
순간 칠현은 뜨끔했다.
사실 입학식 이후로 한번도 희준을 보지 못했다.
반이라도 아니 찾아가보고 싶었지만 막상 찾아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입학식날 딱 한번 본 희준을 무작정 찾아가서 아는 척하는 것이
쉬운일 많은 아니다.
그나마 지금은 민우에게라도 털어놓을 수 있으니 다행일 뿐이다.
“그 선배.. 인기 많다며.. 얼른 친해져야 하는 거 아니야?
니가 친해지기도 전에 누구랑 사겨버리면 어쩔거야.. 가보자 한 번..
우선 친해져야 고백을 하던 말던 할거아니야..“
“....”
민우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칠현도 뛰어난 얼굴이니 한 번 보면 친해지고 싶어할 것이다.
잘생긴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건 당연한 심리 아닌가..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끼리 논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칠현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자길 이상한 사람 취급할까봐 걱정도 하고 있고
아예 무시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다.
“내가 도와줄게..가보자..가능성 충분하다구..응?”
“...가서.. 뭐라고 그래..”
“그냥.. 입학식때 봤는데 친해지고 싶다고..”
“친해질 수 있을까?”
“가능하다니깐.. 얼른 가보자 얼른..”
민우가 칠현의 팔을 붙잡고 무작정 올라간다.
칠현도 싫지는 않은지 저항없이 끌려간다...
“누구 불러줄까?”
2학년 선배가 칠현과 민우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저..”
“문희준 선배님이요..”
민우가 당당하게 말한다.
“쿡.. 야 문희준 면회다..”
민우의 말을 듣고 웃는 선배가 이상하긴 했지만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면회?”
승호와 장난을 치고 있던 희준이 뒷문으로 나온다..
“이야..남자애들까지..인기 많다 너.. 잘해봐 이쁘잖아..큭큭”
선배가 웃은 이유였나보다..
다행히 칠현은 못들은 것 같았지만 충분히 기분나쁜 말이었다.
“누구? 처음보는데..”
“아아..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이민우라고 하구요..
이 친구는 안.칠.현.이라구 해요..“
“///안녕하세요..”
“어어..”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칠현을 대신해 민우가
먼저 인사를 한다.
그 당당한 1학년에 희준은 좀 당황한다.
“말해 칠현아..”
“어어? 어.. 저기..”
칠현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망설이고 있다.
“빨리..”
민우가 재촉한다..
“///아아.. 저기... 입..학식때..선배.. 봤거든요... 근데..
친..해지고..싶어서요/////“
이 말을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뚫어지게 칠현을 쳐다보는 희준과 재촉하는 민우 때문에
얼굴은 달아오를만큼 달아올랐고 괜히 말까지 더듬어댔다.
지금도 칠현을 쳐다보는 희준의 시선이 민망할정도다.
“어.. 친해지는 건 좋은데..칠현이라고 했나? 얼굴을 봐야 친해지지..”
희준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고개들어..안칠현..”
민우도 거든다.
“아..응...”
칠현은 빨간 물감으로 칠해놓기라도 한듯한 얼굴을 살며시 든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다.
희준의 반응이 두려웠다.
혹시라도 얼굴을 보고 친해지기 싫다면..
“하하.. 너 무지 이쁘게 생겼다..남자 맞어? 이렇게 이쁘게 생긴 남자애
처음봐..하하.. 현이라고 불러도 되지? 너도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예..”
다시 숙여져있는 칠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보인다.
“승호야..나 동생생겼어.. 나와봐..”
희준이 교실안을 향해 외치자 승호가 나온다..
“왠 동생? 얘들? 반가워 난 안승호..나두 니들 형해도 되지?”
“그럼요..”
민우가 대답한다..
승호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칠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아아.. 나 얘 알것같아.. 저번에 입학식날 희준이 뚫어지게 쳐다보던..
어..3반 맞지?“
“///예? 예...”
정말 기억력이 좋은 승호였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칠현을 발견해서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니..
“아.. 니가 걔였어? 쿡쿡.. 난 또.. 그래도 기분은 좋네.. 이렇게 이쁜애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니까..“
칠현은 희준의 웃음에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보낸 시선이 그렇게 노골적일지는 몰랐으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은 칠현이었다.. 어쨌든 희준과 친해질 수는 있었으니..
(9)
“하아..”
왠지 모르게 심장이 떨려온다.
하나 하나 번호를 누르는 승호의 손길이 신중하다.
“후우.. 흠..흠..”
이미 수화기 속에선 ‘따르르릉’하는 식상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우호 사장실입니다.-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 특유한 비서만의 억양을 가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저.. 저기.. 사장님좀..”
-실례지만 누구시죠?-
당황한 승호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이라 생각했는지
목소리가 쌀쌀맞다.
“아.. 저.. 안승호라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장에게 이야기 하는 모양이다.
-그런 분 모르시겠다고 하는데요?-
“예..예?
잔뜩 긴장한 상태라 쉽게 더듬고 당황한다.
-모르시겠다구요..-
“아.. 저.. 교통사고..라고 하시면..”
역시 핑계거리는 그 것 밖에는 없었는지 교통사고 얘기를 들춰낸다.
-예?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자신의 사장이 교통사고라니 어떤 비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혁이라면...
‘달칵’
짧은 기계음이 들려온다.
-장우혁입니다.-
“아..아.. 안녕하세요?”
잊혀지지 않던 그 목소리라서 그런지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난다.
-저번에 보니 차도 사람도 별 문제 없어 보이던데.. 무슨일이시죠?-
승호를 자신에게 빌붙어 돈이나 뜯어내려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저번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다.
승호의 눈 앞에 또 다시 그의 차가운 눈이 보여진다.
“아니. 저.. 그 일 때문이 아니라요..”
아직은 모른다..
그렇게 자신감 넘쳐나던 안승호가 장우혁이란 한 사람앞에서
이렇게 무너지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야.. 너 뭐하는 짓이야?”
“어? 원아.. 왔어?”
“묻잖아.. 뭐하는 거냐고..”
“짐싸잖아..”
집 안에 온 갖 물건을 다 꺼내놓고 바닥에 앉아 뒤적거리고 있다.
“어디가? 왜 짐을싸? 너...”
“어.. 여행갔다 오려구... 좋잖아 여행..”
웃고있었다.. 분명히 웃고있었다.
“왜? 왜 가는건데.. 내가 그냥 있으라고 그랬잖아..어디가지 말고
그냥 보라고 했잖아..“
“미안 원아.. 다 정리되면 돌아올 테니까 선배들... 희준형 한테는..
여행 갔다고 해줘.. 그냥 여행이라고.. 어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고..“
이젠 울고 있다.. 아니.. 웃고 있다..
입은 너무 환하게 웃는데.. 눈은 너무 슬프게 울고 있다.
‘~♬’
갑작스게 흘러나오는 음악하나가 칠현의 눈물을 멈추게 한다.
“여보세요..”
-어. 현이? 어디야? 집이야?-
“예..예..형.. 왠일이세요?”
-왠일이라니.. 섭하다..-
콧소리까지 섞어가며 내는 목소리가 웃음을 지어낸다.
-아니 그냥.. 승호도 없고.. 놀자구..-
“승호형이랑 약속 없어요?”
-약속? 응.. 한시간 있다가 있어..-
“그럼.. 승호형이랑 노세요..”
한시간이라면 얼마 없는 시간이었다.
같이 있다보면 결국은 둘이 만나는 모습을 봐야했고,
아직 잊지 못했기 때문에 그 모습은 싫었다.
잊을때까지만 피하려 한다..
-아이 싫어~ 놀자.. 놀자아~ 혹시 내가 귀찮은거얌? 그런거야? 그렇구나?-
“아.. 아니에요..”
장난인 희준의 말에도 당황해버린다..
“그럼.. 제가 지금 형 집으로 갈게요.. 있다 뵈요..”
-정말> 그럼 재원이 연락되면 델꾸와..있다봐..-
지금쯤 전화기를 놓고 치울 것도 없는 방을 치운다고 뛰어다닐
희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이제 희준을 좋아하는... 사랑하는 안칠현으로 마지막 희준과의
만남을 하러 자리에서 일어선다.
“누구? 희준형?”
“어..”
“같이가..”
뭔가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래..차라리 여행을 떠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 혼자갈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
“날씨 좋지?”
“예..”
“우리 뭐할까?”
칠현의 대답은 무응답이었다.
채 50분도 안남은 이 시간동안 할건 없었다..
만화책을 보거나 수다를 떠는 정도?
하지만 희준이 그런 걸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너.. 어디 가고싶은데 없어? 건전한데로..”
“... 놀이동산이요.. 가본지 오래되서..”
“흐음..”
고민하는 표정이 귀엽다.
칠현이 웃어버린다..
“..가자는 뜻이 아니었어요.. 그냥 가고싶다는 거지..”
“..아냐.. 가자.. 신나게 놀고오자고..”
“승호형은요..”
“냅둬.. 죽어라 빌면 살려주겠지 뭐.. 레츠고!!”
이제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
한번이라도 승호형 위에 서봤으니 이젠 미련없이 잊을 수 있겠다..
(10)
“자.. 그럼 우리 뭐부터 탈까? 너 무서운 것도 잘 타?”
“예..”
“음.. 그럼.. 바이킹부터 탈까? 저깄네...”
“예...”
막상 와보고 싶다던 칠현보다 희준이 더 신나보인다.
이미 희준과 승호의 약속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희준은 걱정 따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칠현이 걱정이었다.
만약 바깥에서 만나기로 했다면 승호는 희준이 올때까지
계속 기다릴지도 모른다.
아무리 6월 초여름이라고 해도 많이 더울텐데..
“하아.. 재밌지? 이제 뭐 타지? 탈게 너무 많아도 걱정이네..”
“...”
“뭐 타고 싶은 거 없어? 오고 싶다며....”
“뭐.. 별루..”
“뭐야.. 너 놀러와서까지 너무 재미없는거 아냐? 그럼 내가 섭하지..”
“쿡쿡.. 선배 가고 싶은 데로 가요..”
표정이 예술이다..
정말 이렇게 학생으로만 썩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인물이다..
코미디언? 가수? 그래.. 가수 했으면 정말 인기 많았을텐데..
“어어.. 너 후회한다.. 정말 내 맘대로 다닐 거야...”
“그러세요..”
“좋아쓰...따라와...”
“약속 되셨습니까?”
“예? 아.. 사장..님 께서.. 오라고..”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안 승호요..”
우혁이 회사로 오라기에 무작정 오긴 했지만
너무 떨리고 있었다..
어쩌지??
뭐라 그래야 할까?
그냥.. 보고싶어서요...
하하.. 무슨 사랑고백 하는 것 같잖아..
뭐라고.. 그러지??
하아..
뭐라고...
“들어오시랍니다..”
“..예? 아.. 고맙습니다..”
‘똑똑’
“들어와..”
“안녕하세요...”
역시 큰 회사라 그런지 문여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앉으시죠..”
“아.. 예//”
사장실을 둘러보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누가 디자인했는지 필요한건 모두 갖춰져 있으면서 넓어보이는
정말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단조로우면서도 화려한...
“이제 용건을 말해보시죠? 제가 그 쪽을 여기로 찾아오라고 한 건
간단하게 끝내자는 겁니다.. 돈을 원하면 바로 드릴 수 있게요..
원하는게 뭐죠?“
“원하는 건 없어요...”
“그럼 뭡니까?”
“그저.. 갑..자기.. 그 쪽이.. 생각.. 났을 뿐이에요////”
“.....”
우혁이 말이 없다..
승호가 생각해도 정말 황당한 말이었다..
보고싶다보다 더 고백적이지 않은가..
“/////”
전혀 변하지 않을 듯 했던 우혁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달은 것인가?
“흠흠.. 뭐.. 원한다면 내 옆에서 일하게 해줄수도 있죠//”
우혁도 역시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속인다는 건 힘 든 일이었다..
정말 솔직해지자면..
교통사고 이후 승호가 계속 생각났던 것도 사실이고,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 승호의 얼굴을 기억하려 애썼던 것도 사실이다.
승호에게 전화 왔을 때 잠깐 입가에 미소가 올랐었고,
찾아오게 한 것도 승호가 보고 싶어서였다..
중학교 때부터 스물 둘이 된 지금까지 가까스로 숨겨왔던 감정이
8년만에 처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아.. 이것만 타고 좀 쉬자.. 자이로드롭..”
“선배.. 이거 정말 무서운데..”
“어어? 너 지금 결정권 없다.. 따라와..”
“이야.. 눈물 날 뻔했어.. 정말 짜릿하다..”
“ㅇ..예..”
“어?? 너 입술..”
희준의 엄지손가락이 칠현의 아랫입술을 쓰다듬는다.
“피나겠어.. 얼마나 세게 깨물고 있었던거야.. 안아파?”
“/////고..괜찮아요..”
“정말 괜찮지? 약발라야 되는거 아니야?”
“정말 괜찮아요.. 그냥.. 좀만 쉬어요..”
“안돼.. 부을 것 같아..너무 빨갛다.. 약사올까?”
“아니에요.. 괜찮은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걱정이 심하다.
좀만 더 있다간 병원이라도 갈 것같은 분위기다..
“그럼.. 음료수좀 사다주세요.. 음료수면 금방 나을 것 같은데..”
“어?? 아랐어.. 좀만 기다려.. 금방 갔다올테니까..”
희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뛰어간다.
지기가 아픈 듯한 얼굴이다..
칠현도 벤치에 앉았다..
희준의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을 만진 것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이.. 거기.. 혼자왔어?”
(11)
"어이.. 거기.. 혼자왔어?"
“ㅇ..예? 아..니요..”
큰일이다. 희준은 보이지도 않고..
소리를 질러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요즘 사람들이 소리지른다고
도와줄 사람들도 아니고...
“ㅋㅋ..그럼 파트너는 어디갔어?? 우리도 같이 놀까??”
“저.. 그게..”
이미 칠현은 울상이다.
눈에는 한 가득 눈물이 고여 아래로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다.
“킥킥.. 왜 울려고 그래..우리가 무서워?”
“아.. 아니요...그게..”
이미 붉어져 버린 그 입술을 또 다시 깨물어버린다.
“현아..”
칠현의 눈에 한 손에 음료수를 들고 칠현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희준의 모습이 보인다.
안심이 됐는지 눈물이 흘러버린다.
“..선배...”
“어라?? 니 파트너야? 남자네...여잔줄알았는데...”
“댁들 뭡니까?”
희준의 목소리에 칠현은 든든해진다..
꼭 싸울것만 같은 분위기다.
희준형..
다치면 안돼는데...
“현아 이리와..”
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희준의 뒤로 간다.
“이봐 친구.. 같이 좀 놀자구..”
“장난하십니까?”
“치사하게 왜 그래.. 이런 거물 찾기가 얼마나 힘든데.. 내가 또 고생해야 겠어?”
“말이 심하십니다..”
희준이 등 뒤로 칠현의 손을 잡는다.
“심한게 아니지.. 세상 살아가는 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그럼 다른 거물을 찾아 보시지요?”
“아까 말했드....”
“현아!! 뛰어!!”
희준이 칠현의 손을 잡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다.
상황파악이 안되던 칠현도 금새 따라 달린다.
뒤에서 따라오는지 따라오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놀이공원의 출구를 지나서까지 계속 달렸다.
“헉.. 하아..”
“하아.. 하아..”
“헉.. 힘들지... 하아.. 이 선배가.. 너무.. 모범생이라.. 하아..”
“하아..괜..하아.. 찮아요.. 하아..”
“..미안하잖아.. 하아.. 너 달리기도.. 잘 못하는데.. ”
순간 칠현은 깜짝 놀랐다.
가끔씩 희준은 놀랄 만큼 칠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칠현은 희준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것이 아닌지
오해를 하기도 했다.
“아.. 음료수..다행이다..이온음료 사왔거든..”
“아..”
“여기.. 마셔..”
“고마워요..”
“고맙긴.. 어.. 너 근데 입술 또 깨물었어? 찢어졌어..피나잖아..”
“괜찮아요..”
“하여튼.. 말은 지지리도 안들어요.. 음.. 본전은 뽑았으니까..
어디갈까? 노래방갈까? 나 노래하고 싶은데..“
“..예..”
그러고 보니 희준이 노래하는 건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은근히 기대된다.
“자.. 무슨 노래 부를까.. 나 먼저 할까?”
“예..”
“음... 기대해라.. 곧 나의 끝내주는 노래 실력이 드러날테니..켜켜..”
“예..”
곧 희준이 노래를 선곡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기계에선 'for 연가‘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칠현의 얼굴은 부푼 기대로 잔뜩 상기되어있다.
“미안해.. 네게 상처 줬던 것..착하기만 하던.. 너의 하얀 두 볼 위에서
눈물 흘리게 한 것,, “
노래의 시작과 함께 정말 훌륭한 희준의 음색이 드러난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노래 실력이다.
칠현은 멍하니 희준을 쳐다보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어느새 희준이 자신을 쳐다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만 단 한 번만.. 날 안아주세요.. 그댈 이유로...
다신 울지 않을게요.. “
어느덧 노래는 절정을 지나고 있었고 희준의 얼굴은 조금은 진지했던
모습에서 장난기어린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자.. 다음은 방금 동남아 순회를 마치고 돌아온 명 가수 안칠현군..와~”
마이크를 대고 사회자가 가수를 소개하듯 칠현을 소개한다.
칠현은 살짝 웃으며 마이크를 잡는다.
“기대하세요..”
“쿡쿡.. 뭐.. 너 노래 잘하는 건 전 세계가 다 알고있는 사실인데..”
이번에 나오는 노래는 ‘늘 지금처럼’이다.
희준은 자리에 앉아 미소지으며 칠현을 바라보고 있다.
희준의 시선에 칠현은 한층 더 긴장이 된다.
“작고 예쁜 그대.. 눈빛이 내게로 다가온 순간..세상의 모든건..
멈춰져 버렸죠.. 조심스럽게 난.. 그대 앞에 다가 서고 있어요..
아직은 어린 당신이 걱정스러워요..“
노래가 시작되자 희준이 칠현의 노래를 음미하듯 살짝 눈을 감는다.
한없이 아름다운 목소리다.
만약 가수를 했다면 이미 한국 최고의 가수가 되어있을 그런 목소리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모두 멈춰진 시간의 끝에서.. 둘만의..
세상이 펼쳐질 때.. 이제껏 숨겨온 당신께 드릴 수 없던 한마디..
사라....“
“왜그래..”
채 1절도 끝내지 않고 정지버튼을 눌러버린다.
"아.. 아니에요..선배 불러요..“
왠지 자신이 희준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나려 했다.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희준앞에서 겨우 이런 일고 울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희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며 칠 후면 나..
희준선배 옆에 없을거에요..
물론 희준선배도 날 잊겠죠..
그래도 아예 잊지는 마요..
나.. 돌아올 거니까..
(12)
“요즘에 현이 학교 안 오는 것 같더라..”
아무도 없는 텅 빈 연습실..
30분 쯤 후면 하나 둘 씩 몰려들 것이다.
“빙같은 놈.. 그걸 이제 알았냐?”
“맨날 보던 현이가 없으니까.. 허전한게.. 현이한테 잘해줘야겠더라..”
한이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묘한 알 수 없는 표정을 희준에게 보낸다.
“맨날 보던 승호는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승호? 그러고 보니까 승호 놀이동산 이후로 한 번도 못봤네...
빌어야 되는데... 삐져서 안나오나?“
“놀이동산? 빌어?”
“아.. 저번에 승호랑 약속 잡아놓고 현이랑 놀이동산 갔었거든...”
‘덜컥’
문이 열리고 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희준과 한 아무도 재원에게 시선을 주진 않는다.
“승호 안나온지가 벌써 일주일째다. 그런데도 못느꼈다고?”
“음.. 현이도 안나온지 일주일째야.. ”
한은 ‘픽’하고 실소를 터뜨린다.
“현이.. 여행갔어요..”
여행이란 말에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던 희준이 벌떡 일어난다.
“여행? 혼자서?”
“예..”
“쿠쿠쿠...”
옆에서 한이 알겠다는 듯이 섬뜩한 웃음을 흘린다.
“왜?”
“몰라요..”
조금씩 희준의 낯빛이 변해간다.
칠현 혼자서 조용히 여행을 갔다는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여행? 왜 갔을까? 무슨 안 좋은 일 있나? 몸도 약하면서..”
“이놈아 일주일째 안 보이는 니 애인 어디갔을까나 생각해..”
“그 놈이 갈데가 어딨어.. 언젠가 나타나겠지..”
한의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서린다.
니가 모른다면 내가 알려줄게 문희준..
누군지..
승호인지 칠현인지..
난 이제 알 것 같거든...
연습실 안은 이미 습기와 열기로 흠뻑 젖어있었다.
쓸데없는 인원은 아예 못나오게 해버리고 축제에 나갈 인원만
연습실 안에서 연습 중이었다.
“저기.. 사람 좀 찾으러 왔는데요..”
순간 모두들의 동작이 멈추고 음악만 흘러나오는 가운데 싸늘한
두개의 눈동자가 입구를 향했다.
“여기 칠현이 없어요? 여기라고 들었는데..”
칠현을 찾는 소리에 희준과 재원의 시선도 입구를 향한다.
“이민우!!”
“이민우!!”
희준과 재원의 입에서 같은 말이 흘러나온다.
“뭐야 아는 놈이야?”
“재..원아.. 희준형..”
민우의 표정에 당황함이 보인다.
“야.. 졸업하고 처음이네.. 학교 어디 다녀? 여긴 어떻게 왔어?”
반가운 마음에 희준의 질문이 이어진다.
“아.. 씹.. 야 휴식..”
“미국 갔었어요..”
“미국? 왜?”
“..잊을 사람이 좀 있어서요..”
뜻밖에 대답에 둘 다 놀란 눈치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고백할 베짱이 있는 놈인데
잊기 위해 다녀왔다니..
“근데 왜 왔어? 잊었어?”
“아니요.. 못 잊어서 고백하려구요.. 그보다 현이는요?”
좀 밝았던 희준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진다.
재원 역시..
“나도 그 것 땜에 미치겠다. 여행간다고 말없이 사라져버려서..”
민우의 시선이 재원을 향한다.
“아직도야?”
“어..희준형이랑 승호형이랑 사귀잖아..”
“뭐? 미쳤어?”
“민우야... 미..미쳤다니..”
“.. 이럴수가.. 저 가요.. 담에 보죠..”
민우가 희준과 재원을 번갈아보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연습실을 나간다.
“누구야? 쟤도 알아?”
“고등학교 동창이요.. 모르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을 걸요?”
“헐..”
(13)
“오 너희의 모든 걸 나는 갖고 싶었어. 한없이 기도했지만.”
너무 들어 이제는 귀에 박혀버린 노래를 재원이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뭐 워낙 좋은 노래이기도 하지만...
“하... 안칠현 언제 올거냐... 보고 싶다.. 아니.. 그냥 오지 말아라..”
자신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제 주변 사람들 모두 눈치채버린
희준의 마음이 칠현이 오면 희준마저 눈치채 버릴까봐 걱정이다.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재원의 집이 보인다.
하.. 빨리 씻고 발뻗고 누워 자야지..
“누..구세요?”
재원의 목소리에 쭈그려 앉아있던 대문앞의 사람이 고개를 든다.
“어.. 민우야.. 여긴 왠일이야?”
“넌 친구가 찾아왔는데 ‘왠일이야‘가 뭐냐?”
“하하.. 그런가? 들어가자..”
아마도 칠현 때문에 왔으리라..
민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정말 뻔한거였다.
“여기 커피... 현이 때문에 왔어?”
“응.. 근데 너.. 그것보다 내가 여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니 성격에 주소하나 못 알아내겠냐?”
“내가 그런 이미지였나? 음.. 현이는?”
대답하기가 망설여졌다.
둘러댈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필요도 없지만..
대답을 듣고 광분할 민우가 두려워서다.
“음.. 여행갔다고...”
“알어.. 왜 갔는데?”
“음... 잊는다고...”
“뭐?”
역시...
“희준형하고 승호형 사이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잊겠다고...”
“....음....”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무슨 일인가가 있는 듯했다.
아까 그 사람 일인가?
민우가 잊겠다고 떠났다면 엄청난 사람일텐데..
어떤 사람이지?
“..고백한다는 사람은?”
아무래도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질문이다.
“...사실... 그 것 땜에 왔어..”
“왜? 힘들어? 내가 도와줄까?”
“아니... 그게...”
민우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왜?”
“...저기...”
“말해봐..”
“...고백.. 할려구...”
“그래... 해야지...”
“지금...”
“뭐?”
“지금.. 한다구..”
“같이 가줄까?”
“..아니...”
민우의 얼굴이 점점 숙여진다.
“너...한테... 한다구..”
“뭐?”
“너한테.. 고백하려고.. 온거라구..”
재원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친다.
지금 민우가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나.. 너 좋아했어... 지금도...”
“..저..기 민우야.. 저기... 나는...”
“알어... 현이.. 좋아하는 거..”
“..민우야..”
민우가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울..고 있..나?
“현이가 희준형 좋아한게 5년이잖아... 니가 현이를 좋아한것도 5년이잖아..
내가 너를 좋아한 것도 5년이란 말이야..“
“민우야.. 아무리 그래도..”
“나.. 갈게.. 나중에 보자... 미안해...”
민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문쪽으로 향한다.
재원의 눈에 눈물을 닦고 있는 민우가 보인다.
‘따르릉’
-여보세요?-
침대에 누워있었나 보다..
바로 전화를 받는거 보니..
“...희준아.. 나..”
-어? 안승호? 너 온거야? 어디갔었어?-
나 없어진건 알고 있었던 거야?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우리 좀 만나자..”
-지금? 늦었어...-
현이가 보자고 했다면 바로 나올 거잖아..
“할 얘기가 있어.. 만나자..”
-어.. 그래.. 어디서?-
“옌켄... 나 지금 거기야..”
-어.. 갈게..-
옌켄을 막 들어서고 있는 희준이 보인다.
“희준아.. 여기..”
“어.. 무슨일이야? 이 시간에 다 보자고 하고..”
“그냥... 현이는 잘 있어?”
“나도 현이 땜에 미치겠다.. 너 없어지던 날 사라져서 안나오고 있어..
재원이 말로는 여행 갔다 그러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아무말 없이
여행갈 놈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겠구나..
또 한이나 재원이가 알려줘서 알았겠지..
지 애인 없어진지..
“근데 할 말이 뭔데?”
“희준아...”
“응..”
“우리... 친..구 맞지?”
(14)
“우리... 친..구 맞지?”
“......”
“......”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야?”
승호가 슬며시 고개를 숙인다.
“안.승.호.”
“...”
“무슨 뜻이냐고 물었어..”
“닥달하지마.. 다.. 얘기 할게..”
“....”
민망하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희준에 시선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니가... 사랑인줄 알았어... 그래서 행복하다고 느꼈는데..
너와 떨어져있던 일주일간.. 너와 있었던 평생을 다 합쳐도 모자랄만큼..
행복했어... 진짜.. 사랑을 만났거든...“
“안승호!!”
“나 지금.. 헤어지자고 하는거야.. 그냥 친구로 돌아가자고..”
“나는.. 나는 어떡하라고.. 너 사랑하는 나는 어떡하라고..”
“.. 니 잘못이야.. 너만 그러지 않았다면 나 평생 널 사랑으로 믿고
살았을 수도 있어.. 니가 그래서 그래..“
“내가.. 뭘..”
“생각해봐.. 니가 뭘 어쨌는지..”
“....”
“....”
“.. 그날.. 못나갔어.. 미안...”
“괜찮아.. 나도 안나갔거든..”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희준은 그런 승호를 잡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채...
“에이.. 미친놈..”
안주로 내어놓은 오징어의 다리 하나를 뜯으며 한이 말한다.
“입닥쳐..”
“승호가 말 한번 잘했네.. 너도 이제 깨달을 때 되지 않았냐?”
“뭘 내가 뭘 깨달아야 하는 건데..”
희준은 이미 주량을 넘어선 듯 했다.
근데 전혀 취한 것 같진 않아보였다..
승호한테 차인게 충격이었나??
“하.. 보고 싶다..”
“누구?”
“..현이..”
“참나.. 승호랑 깨지고 왜 현이가 보고 싶어?”
“그러게나 말이다..”
한이 황당하다는 듯이 희준을 바라봤고 한이 바라보는 희준은
미친 듯이 큭큭거리며 웃고있었다.
“내가.. 알려줄까? 니가 뭘 깨달아야 하는지...”
“그래줄래? 그래주면 정말 고맙겠다..”
“킥킥.. 그래.. 내가 알려줄게..”
“왜 술도 안마신 니가 취한 것 같냐?”
“재밌잖아.. 킥킥..”
연습실 바닥에 천천히 눕는 한이 뭔갈 생각하는 듯 했다.
희준은 그런 한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이 알려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무언갈 깨달을 수 있을지..
“하아..”
한이 크게 한숨을 내쉬자 희준이 한을 쳐다본다.
“이거.. 승호한테 들은 얘긴데.. 니네 처음 사귀기로 했던날..
현이한테 말하기 꺼려했다며.. 결국은 알게 됐지만.. 왜 현이한테
말하길 꺼렸는데?“
“...글쎄.. 왜 그랬을까? 그냥 그랬어..”
“니들 가끔 데이트 한다고 만나면 현이한테 전화할때도 있었다며..
같이 놀자고.. 뭐 현이가 싫다고 빠져줬지만.. 승호랑 둘이서만 놀기가
쪽팔리진 않았을거 아냐.. 근데 현이는 왜 불렀어?“
“.. 사람 많으면 더 재밌잖아..”
“단지 그 이유로?”
“...아마도...”
희준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정말 답답하리만큼 둔하다. 5년간 주변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정작 주인공인 희준 혼자 알지 못하는 것이 한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너 왜 내가 현이한테 심부름 시키면 승호한테 넘겨?”
“현이.. 운동 신경이 둔해서.. 승호가 건강하잖아..”
“그거 좀 갖다 온다고 쓰러지기라도 하냐? 그런애가 왜 댄스동아리에 들어?”
한의 말에 결국 희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졌다.
“그 날 왜 승호 약속 깨고 현이랑 놀러갔는데?”
“어차피 승호도 안나왔어..”
“승호가 안나올지 니가 어떻게 알아?”
“.... 현이가 가고 싶다잖아..”
“승호랑 약속있었잖아..”
“!!!”
이제야 뭔가를 느낀 듯한 희준의 모습에 한이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아.. 아니야.. 설마.. 아니야.. 말이 안돼잖아... 승호..
승호 많이 좋아하는데.. 나 승호 사랑하는데...“
“아님 말구.. 승호나 나나 너한테 깨닫게 해주고 싶었던 건
그거니까..“
“아니야.. 강한 너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릴.. 하하.. 웃음이 다 나온다..”
말만 아니면 뭐해.. 니 행동이 맞다는데..
하여튼 문희준 바보라니까...
“집에가서 달력에 적어놔야겠다.. 칠현이 없어진지 7일 째.. 아니 12시 지났으니까
8일 째 날 문희준 안승호에게 차이다. 하나더 문희준 사실을 회피하려 들다..“
(15)
칠현이 없어진지 벌써 보름 째..
나타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칠현 때문에 애가 타는 재원이었다.
비록 얼마 전까지는 오지 말라고 하기도 했었지만..
그 날 우연히 희준과 한의 대화를 들은 재원이었다.
민우가 간 후 한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연습실에서 잘거라 했다.
민우 일로 기분도 꿀꿀해서 술이나 마실까 맥주를 사가지고 연습실로 갔다.
희준의 목소리를 듣고 맥주 좀 더 사올까 돌아서다가 승호의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리고 한이 희준에게 한 모든 얘기까지..
이미 오래 전부터 포기한다 말해왔지만 솔직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포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 이 놈 전화도 꺼놓고 어딨는 거야..”
그 날 이후로 희준마저 사라져 내장이 다 뒤틀리고 있다는 한이다.
칠현도 칠현이고 희준도 희준이다만 이제 축제는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게 문제였다.
유일한 댄스 동아리인 만큼 학생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희준이
빠진다면 엉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놈들.. 일주일 안에 찾아야 되는데.. 칠현이 이 자식이 나타나야
문이 나타나지.. 빌어먹을..“
“어떻게든 되겠죠.. 기다려봐요..”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까 그렇지..”
“우리 안무 다 맞췄잖아요.. 희준형은 사라졌다가도 축제날 다시 나타나서
춤추고 사라질 사람이잖아요..“
“으음.. 그거야 그렇지..”
얌전히 앉아있던 한이 잘 생각인지 벤치에 드러누워 버린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다양하다.
‘또 쟤야?’, ‘쟤 미쳤나봐’, ‘아.. 쟤가 강한이구나..’
캠퍼스 내에선 꽤 유명한 강 한 이었다.
“이재..”
“예?”
“너 정말 현이 어딨는지 몰라?”
“연락이 통 와야 말이죠..”
“으음.. 수업있다며 갔다 와.. 나 여기서 자고 있을테니까,,
수업 끝나면 깨워라..“
“아..아..예..”
“그 날 이후로 다신 안 불러낼 줄 알았어..”
“그래도 친군데 임마..”
“쿡쿡.. 깨달음은 얻으셨어?”
“흐음.. 글쎄.. 누군가가 친절하게 힌트를 주시더군.. 믿기지는 않지만..”
“믿어 임마.. 언제 한이가 틀린 말 한적 있냐?”
“쿡쿡.. 없었지..”
며칠 째 집안에 틀어박혀 고민을 했던 희준이 얻은 건
결국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승호는 친구라는 것..
승호보다 칠현을 더 좋아한다는 것..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학교 근처에 갔다가 민우랑 닮은 사람 봤어..”
“민우 맞을 거야..”
“어? 민우 왔어?”
이제 막 승호의 입 안으로 들어가려던 땅콩이 멈칫한다.
“어.. 무슨 고백하려 왔다던가?”
“허헐.. 드디어 맘을 정했나보네..”
“너.. 뭔가 아는 듯 한데?”
희준의 입꼬리와 함께 말 끝이 약간 올라간다.
“불어라.. 누구냐? 이민우 그렇게 만든 놈..”
“어? 너 몰랐어? 하긴.. 지가 좋아하는 놈도 모르면서 민우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 리가 없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불어.. 누구야?”
“재원이..”
희준의 눈이 승호의 딱 두 배 만큼 커지면서 승호를 쳐다본다.
“그렇게 보지마.. 무서워..”
“그.. 내가 아는 그 재원?”
“어..”
“헐헐.. 민우도 참..”
“학교는? 대출?”
“음.. 글쎄다.. 가기 싫어서..”
“너 현이 때문에 안 간거 아니었어?
“음.. 얼마 전까진..”
“오늘은?”
“음.. 학교 가려다가 현이가 보고싶길래.. 고등학교때 수련회 사진
보다가 잤어.. 깨서 너한테 전화한거야..“
승호가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희준을 쳐다본다.
-따르릉-
“여보세요?”
-나..-
“어.. 우혁아.. 왜?”
-어디야? 보고 싶어..-
“응.. 지금 갈게..”
-빨리와..-
“응.. 끊어..”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가방을 싸는 승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희준이 묻는다.
“누구?”
“킥킥.. my lover"
비장하게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는 승호를 보며
희준 띠껍게 한마디 한다.
“미이친..”
(16)for-다뮈
-따르르릉-
“예..한입니다.”
-나..희준이..-
희준의 풀린 듯한 목소리가 취한 것 같다.
“야!! 너 어디야?? 너도 어디로 튄거야?”
-큭큭.. 오늘은 연습 갈게..-
“오늘?”
-12시 지났다 임마..-
한이 시계로 힐끗 시선을 옮겼다.
한의 전자시계에선 지금 막 12시 23분이 지나고 있었다.
“진짜 어디야?”
-비이~-
“비? 레인?”
-어.. 승호랑 한잔 하던 중이었는데 지애인 전화 받고 갔어..-
“근데?”
-나와라 한잔 해야지..“
“안돼.. 지금 나가서 마시고 들어왔다간 엄마한테 맞아 죽어”
-할 얘기 있어..-
갑자기 진지해진 목소리에 한이 당황한다.
“으음... 지금 당장은 안돼고.. 엄마 눈치 보다가 창문으로 나가마..”
“아까 어디였어?”
쓰고 있던 은테 안경을 벗으며 우혁이 물었다.
“어.. 희준이하고 술마시고 있었어..”
“희준? 사겼다던 그애?”
“어.. 걔..”
“둘이서?”
“어.. 걔가 좀 고민이 있었나봐.. 날 부르더라구..”
우혁의 얼굴이 약간 굳어진다.
희준이 별로 맘에 들지는 않는 것 같다.
우혁의 굳어지는 얼굴을 보며 승호가 웃고만다.
“쿡쿡.. 자기가 어떤 후배를 좋아하는데.. 그게 믿겨지지가 않는데..”
이제야 조금 풀어지는 듯하다.
요즘 승호는 많이 다양해진 우혁의 표정 변화에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믿으라고 그랬어.. 사실 희준이.. 그 후배 엄청 좋아하거든..”
한참 우혁이 말이 없다.
“.. 너.. 맘에 안들어..”
“뭐가?”
“그 사람 얘기.. 내 앞에서 하지마..”
“왜?”
“니가 그 희준이란 사람 얘기할 때 어떻게 웃는지 알아?”
귀여워... 장우혁..
“많이 발전했어..장우혁.. 질투도 다하고..”
“..////..”
뿌듯하다고나 할까?
처음에 우혁옆에 며칠 있으면서 왠만해선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우혁을 보고 많이 당황했었다.
지금도 조금의 표정변화뿐이지 많이 변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날이 오겠지...
한참을 말없이 승호를 바라보던 우혁이 슬며시 양 팔을 벌린다.
거기에 승호가 다가가 안긴다.
“사랑해 안승호.. 알지?”
“으응..”
“나 불안하게 하지마.. 니가 가끔씩 그 친구 얘기하면서 웃을 때..
나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 니가 떠날까봐...“
“으응.. 미안.. 안그럴게.. 걱정하지마..”
“하아... 사랑해.. 사랑해 안승호..”
“으응.. 나두 사랑해.. 장우혁..”
“어이.. 문..”
입구를 들어서며 가게 안을 둘러보던 한이 희준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부른다.
“어.. 왔어?”
“어이구.. 창문으로 뛰었다가 잘못 착지해서 삭신이 다 쑤신다..
늙었나봐..“
“킥킥.. 그런다고 니가 안걸리냐?”
“어쨌든 나올때는 편하잖아.. 잔소리 안듣고..”
“편하기도 하겠다..”
한이 자리에 앉으며 잔 하나와 맥주 두병을 더 시킨다.
희준은 그런 한을 보며 그저 킥킥거리며 웃고 있을 뿐이다.
“안마신다며?”
“마시면 죽는다 그랬지 언제 안마신댔냐?”
“킥킥.. 하여튼..”
희준이 한의 잔에 맥주를 채운다.
좀 이상해 보이는 희준의 분위기에 넘칠 것 같은 잔을 보며
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승호는 왜 만났어?”
“오래 못봤잖아.. 친구간에 우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랄까?”
“으음.. 우정.. 우정..”
한이 중얼거린다.
희준은 그다지 신경쓰고 있지 않다.
“나 말이지.. 음.. 어느정도 인정하기로 했어..”
“어이구.. 의외로 빠르네..”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동안 현이를 챙기긴 엄청 챙겼더라구..”
“그걸 이제 알았냐?”
“또.. 승호보다는 현이가 더 좋고..”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표정에 한은 희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간끌지 말고 어서 얘기하라는 눈빛으로..
“나.. 현이 찾아보려고..”
“어떻게?”
“킥킥.. 어떻게 일까? 두고 보라구.. 꼭 찾아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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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해피벌쓰데이..켜켜..
이봐 내가 한 번 더 강조하지만
한번 쏘라구..
(17)(happy happy)
“아.. 안녕하세요.. 저.. 현이 학교 선배 문.희.준. 이라고 하는데요..”
“어라? 너 얼굴표정이 왜 그래? 뭐 씹은 놈처럼..”
“현이네 집에 전화를 했었거든..”
“근데?”
“현이네 부모님이 현이 있는 곳을 절대 안 알려줘..”
“현이가 입 바람 좀 넣어놨나 보지..”
한의 말에 희준이 한껏 미간을 좁힌다.
“어떻게 하면 알려주실까?”
정말 해보라는 데로 다 할 기세다.
“또 모르지.. 집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현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알려달라면 알려줄지도...“
“... 그..렇겠지?”
“야!! 문!!”
갑자기 희준이 달리기 시작한다.
희준의 모습 뒤로 한의 한마디만이 떠돈다.
“...장난.. 이었는데...”
“왜.. 불렀어?”
아직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민우 때문에
괜히 재원이 미안해진다.
아니.. 재원이 미안해 해야 하는 일이었나?
“그냥.. 미안해서..”
“니가.. 미안할거 없는 거잖아.. 나 혼자... 좋아한 거였는데..”
“우리.. 사귈까?”
“??!!”
민우의 입가에 모르게 걸리는 미소와 함께 궁금하다는 눈빛이다.
“....”
“동정이라면 그만 둬.. 나.. 그런거 안받으니까..”
“..나 이제.. 현이 포기했어.. 희준형이 현이 찾고있거든..”
“꿩 대신 닭이라는 거야?”
“아니.. 니가 날.. 동정해달라는 거야...”
“...”
결국 민우는 말을 잇지 못한다.
“..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많이 노력해볼게.. 빨리 현이 잊고..
너만 볼 수 있도록 할게.. 우리.. 사귀자..“
“...ㅈ...ㅇ..”
민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학생..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현이 어딨는지 알려 주실 때까지요..”
칠현의 집 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희준의 모습에
칠현의 어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학생..”
“어머님.. 제발요..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현이 있는 곳 좀 알려주세요..”
“대체 왜 그러는데..”
“어머님.. 아시면 놀라실 거에요..”
칠현의 어머니 입에서 한숨만 나온다.
“학생.. 이유를 말해봐.. 이유를 들어보고 알려줄게..”
“...어머님..”
“그래.. 말해봐..”
“...현이를... 사랑.. 합니다..”
칠현의 어머니가 잠시 놀란 빛이었다.
하지만 금방 페이스를 되찾는다.
“이봐.. 학생..”
“문희준입니다.”
“그래.. 희준아.. 현이가 왜 여행을 갔는지는 아는거야?”
“..그건.. 잘..”
“.. 그래.. 현이 시골에 갔어.. 저기 땅 끝에 있는..”
“어..어머님.. 감사합니다..”
“주소 적어줄테니까 한 번 찾아가봐.. 그리고.. 현이가 그 곳에 왜 갔는지..
꼭 알았으면 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칠현의 어머니마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가 희준이라는 건 이번에 안 듯 싶다.
희준에 얼굴에 웃음이 핀다.
이제 거의 다 해결 된 건가?
“선배.. 저 왔어요..”
“어 이재.. 옆에는 저번 그..”
“안녕하세요.. 이민우에요..”
“어어..”
“선배.. 축하해줄 일 생겼어요..”
“어.. 뭐?”
“민우랑 저.. 사귀기로 했어요..”
한이 황당하다는 듯이 재원을 쳐다본다.
‘퍽’
그리고 뒷통수를 날린다.
“이놈이 오전 연습 빠지고 뭐하나 했더니 연애질이었냐?”
“선배..”
“방금 희준이 한테 전화왔는데.. 현이 있는 곳 찾았데.. 축하해줘라..
이제는 현이한테 미련 가질 일도 없잖냐.. 애인도 있고..“
“그래요.. 축하할 일이네요..”
재원이 씁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금방 민우를 보며 웃음 짓는다.
이제는 재원이도 행복해야지..
그래.. 끝나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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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행복합니다..
안강군이 컴백하고 문군이 1위했어요..
정말 행복해요..
(18)[당신들이 있어 이 세상이 행복합니다.]
“우리 축제.. 이제 한달도 안남은거 알지?”
“선배.. 우리 순서 언젠데요?”
“킥킥.. 당연히 라스트 아니겠냐..”
모두들 두주 정도 남은 축제를 앞두고 잔뜩 기대하고
긴장한 모양이었다.
아직 몇몇 보이지 않는 멤버를 기다리느라 연습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구석에서 각자의 약한 부분을 연습하고 있는 멤버들도
보였다.
“선배.. 불만있어요..”
“뭐..”
“선배.. 왜 재원선배나 희준선배는 매번 연습 빠져요?”
1학년 새내기였다. 1학년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춤만 췄는지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이라 멤버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한 놈은 연애사업 하시느라 바쁘다 시고.. 또 한 놈은 사랑 찾아 떠나셨단다.”
“그 선배들이랑은 제대로 연습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두 놈은 메인이야.. 연습 안 해도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 끄고 너나 열심히
연습해라..“
아직 그들의 실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 둘에게 참 이나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그 불만이 언젠가 존경으로 변하겠지만..
“음.. 여긴가?”
마구잡이로 시멘트를 발라놓은 담장에는 분명 ‘신흥리 19번지‘라고
있었다. 희준에 손에 든 그 종이에도 같은 주소가 적혀있는 것을 보니
이 집이 맞긴 한 것 같았다.
-끼익-
기분 나쁜 문소리가 들리고 넓은 마당이 보였다.
“저기.. 계세요?”
희준의 물음이 이어졌지만 듣지 못했는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실례합니다. 누구 안 계세요?”
희준이 조금 더 목소리를 높여본다.
“누구세요?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나가셨는데..”
현관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칠현의 모습이 보인다.
“현..아..”
“..선..배..”
칠현이 나오다 말고 희준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하하.. 내가 제대로 찾아왔나봐..”
“선배.. 여긴 어떻게...”
“어머님께서 알려주셨어..”
“..아..”
참 오랜시간동안 그리웠던 희준이었지만,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칠현은 참아냈다.
여기서 울어버린다면 다신 못 잊으니까..
“나.. 여기 계속 있어야 돼?”
“아..아. 선배..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깨끗하게 꾸며진 거실이 보였다.
“왜.. 오셨어요?”
“어.. 너 데려가려구..”
“절.. 왜요?”
이미 단단히 결심한 듯 한 희준이 칠현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선..배..”
“나.. 이거.. 많이 고민해서.. 내린 결론인데..”
“.....”
“나.. 아무래도.. 너 사랑하는 것 같아..”
당황한 듯 한 칠현의 모습이다.
“재원이에요?”
“뭐?”
“아님.. 강한선배구나.. 그렇죠?”
“으응..”
“선배.. 이러지 않아도 돼요.. 나 이제는 아니니까..”
“아니.. 맞아.. 나 너 사랑하는 거 맞아..”
아무래도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칠현이 희준을 밀어내는 모습이 너무 아파보인다.
아직 그걸 모르는 둔해빠진 희준이 문제지만...
“가자.. 올라가자..”
“안갈래요..”
“가자.. 나 너 때문에 연습 하나도 못하고 있어.. 이대로 축제날
춤 못춰.. 니가 올라가야 나도 갈거야..“
“....”
“재원이 알지?”
“아니..”
“저번에 말했잖아.. 희준이가 사랑하는 칠현이를 좋아하는 놈...”
“아..”
“근데 그 놈을 좋아하던 칠현이 친구놈이 있었거든..”
“응..”
“얼마 전부터 둘이 사귄데..”
우혁이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있는 승호를 가만히 쳐다본다.
“왜? 왜 그렇게 봐?”
“매번 느끼는 건데.. 너 말 참 많다..”
“....그래서? 싫어?”
“아니.. 그래서 더 좋아.. 쿡..”
우혁이 어깨에 얹혀있는 승호의 작은 머리를 끌어다가 품에 안는다.
그 안에서 승호는 뭐가 좋은지 킥킥거리며 웃어댈 뿐이다.
“우혁아..”
“어..”
“헤헤.. 좋다.. 우리 우혁이..”
“그래.. 좋다.. 우리 승호..”
“사랑하는 거 알지?”
“어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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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핫.. 오늘이 H.O.T. 6주년 이라지요..
행복한 헬리랍니다.
학교에서 친구가요 벽보를 몰래 떼어다가 절 줬답니다.
뭐.. 목숨을 걸었다던가요?
TV에서 나오는 강타라는 이름이 왜 그렇게도 생소하던지요..
노래 제목밑에 ‘강타’라고 써있는 그 이름이 너무나 어색하더라구요..
그 자리에는 ‘H.O.T.'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이젠 따로 있어도 함께 사랑할거니까요..
(19)번외-3 민우
“자아.. 내가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오늘은 번호 불러주고
자리 정해주겠다.“
남자였다. 그는 스스로를 체육 담당이라 밝히고는 교실을 한번 둘러본다.
“번호는 가나다 순이다. 남자가 앞번호, 여자가 뒷번호다. 흐음. 1번 강세경.. 누구냐?”
그는 일일이 번호와 이름을 불러주고는 얼굴을 확인했다. 민우도 그를 따라 반 친구들의 이
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11번 안칠현..”
“네..”
“남자가 그렇게 생겨서 쓰나.. 2학년 올라가기전에 운동좀 해야지..”
무척이나 이쁘게 생긴 애였다. 고개를 돌리던 칠현과 민우의 눈이 마주치고
민우를 향해 웃어보이는 칠현이 그들 우정의 시작이었다.
“..13번 이민우..”
“예?”
“어이구..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놀라?”
칠현의 웃는 모습에 잠시 놀라 정신을 놓고 있었다.
“14번 이재원”
“예..”
아무 생각 없이 목소리를 향해 고개가 돌려졌다.
. ... .. . .. . .. .. .. . ..
일순간 사고회로가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어이구.. 이민우 이재원.. 둘이 짝할건데 이렇게 키 차이가 나서..”
짝..?
짝?
“..짝이요??”
민우의 목소리가 컸다.
“그래 임마.. 왜? 재원이가 너무 커서 싫냐? 니들말로 니가 너무 작아서 쪽팔려?”
“아..아니요..전.. 표준이라구요..”
“키드키득..”
주변 친구들이 웃고 있다. 힐끔 뒤를 바라보니 재원역시 웃고 있었다.
“헐헐.. 싫어도 소용없다. 누가 뭐래도 니들은 짝이야..”
어느 샌가 번호 발표가 끝나고 자리배정까지 끝나버렸다.
번호대로 앉은 자리에 역시나 민우와 재원은 짝이었다.
“나랑 짝하기 싫었어?”
“..아니야..”
선생님의 알아들을 수 없는 인생얘기가 시작되고
재원이 물어왔다.
“솔직히 말해도 돼.. 싫었어?”
“아니라니까..”
“정말?”
“..너랑 친해지고 싶었다구!!!”
선생님의 말이 끊기며..
학생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이며..
고등학교 첫날.. 이민우 유명해지다.. 흥분 잘하는 걸로..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민우는 재원과 칠현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칠현의 비밀얘기 또한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다 민우가 흥분한 덕이었지만..
“민우야.. 우리 땡땡이 깔까?”
“땡땡이? 칠현이는 싫다고 할텐데..”
“그럼 우리끼리라도 까자고.. 나 수업듣기 싫어..”
“그러던가..”
수업을 피해 그들이 숨어온 곳은 출입금지가 되어있는 옥상이었다.
“킥킥.. 민우야.. 이 옥상 왜 출입금지인지 알아?”
“왜?”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뛰어내리고 싶다더라..”
“미친.. 저게 아름답냐? 텔레토비동산이 따로 없네..”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저 보이지도 않는 꽃들에.. 다 죽어가는 나무들에..
현이도 데려올 걸 그랬나?”
민우는 알 수 있었다.
항상 현이를 쫒는 재원의 눈을..
“....”
또 하나 민우가 알 수 있었던 건 재원의 한마디에 무진장 서운해지는 자신과
항상 재원을 쫒고 있는 자신의 눈 이었다.
(20)
“현이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버릇이 되어 여전히 희준이 지나가는 길 벤치에 앉아있던 칠현에게
희준이 다가온다.
“연습실 갈꺼지?”
“예..”
“그럼 가자 빨리.. 축제도 얼마 안 남아서 연습 많이 해야 돼..”
“예..”
“우리 왔다...”
연습실 문이 떨어져 나갈정도로 통쾌하게 열어젖히며 희준이 외친다.
“야.. 칠현아 고맙다.. 니 덕에 문희준이 연습을 안빠지는구나.. 드디어 우리 동아리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 같다..“
“야.. 그럼 이 동아리는 나 문희준이 있어야만 돌아가는 거구나~”
희준의 말에 한의 표정이 바뀐다..
“아니.. 칠현이가 없어서 제대로 안 굴러갔다고.. 켜켜..”
그리고 웃는다.. 가소롭다는 듯이..
“..다들.. 춤 잘추네..”
학교는 안다니는 건지 아예 아침부터 연습실에 눌러붙어있던 민우가
칠현에게 말을 건넨다.
“괜히 댄스동아리냐?
“아.. 하긴..”
“언제부터.. 재원이 좋아했어?”
“음.. 고등학생이 되던 첫날...”
“너두.. 5년이구나..”
“그래도 난.. 이루어졌잖아..”
잠시 칠현의 눈에 슬픔의 빛이 감돈다.
“나.. 잊었잖아.. 잊었잖아..”
“현아.. 내가 정말 많이 생각해봤는데...”
“뭘?”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해도 말이지..”
“으응..”
“재원이 춤 너무 잘추는 것 같아..”
“어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은 듯 했지만..
“아 맞다.. 너 얼마전에 승호형 봤다고 했지?”
“어어.. 저번에 형이 불러내길래..”
민우만 불러냈다는 말에 조금은 서운한 것 같다.
“근데... 정말 재원이랑 닮았더라..”
“누가?”
“.. 교통사고..”
“교통사고?”
칠현이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으응.. 너 모르는구나.. 승호형이 자기 애인을 그렇게 소개했는데..”
“왜?”
“예전에 희준형이랑 사귈때 밥먹으로 가던 길에 그 사람이랑 교통사고가 났데..”
“교통사고??!! 많이 다쳤었어?”
칠현의 목소리가 커진다. 다행이도 음악소리에 묻혀 한은 못들은 것 같았지만..
“승호형.. 아님.. 승호형 애인?? 것도 아님 희준형??”
“아..아니.. 아니야..”
누구보다 먼저 걱정이 되는 희준이었기에 그냥 얼버무리고 만다.
“5분 휴식”
5분 휴식이라는 이 말에 멤버들이 바닥에 뻗기 시작한다.
“젠장할.. 너 니가 연습하면서 얼마나 미친짓을 했는지 아냐?”
“무슨?”
“돌은새끼.. 왜 거울보면서 웃어대는데.. 현이가 니 시선을 외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더라..“
연습내내 희준은 거울을 바라보면 마주치는 칠현의 시선을 향해
미소를 날려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야 잘 못느끼겠지만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미친놈 같아 보이는지..
“현이가 내 진심을 안받아주잖냐.. 끊임없이 나의 사랑을 보내야지..”
“지랄.. 둔해빠진 새끼.. 너 축제날까지 숙제다.. 왜 현이가 여행을 갔을까?”
한참 희준이 말이없다.
“... 현이 어머님도.. 그런 말씀 하시던데..”
“그래.. 모르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뭘?”
“글세.. 숙제라니까.. 다들 연습하자..”
“뭐? 벌써요?
연습 시작이란 말에 재원이 오버하기 시작한다.
“아직 민우얼굴도 다 안봤고..”
“문처럼 거울로 봐..”
“지금 시작하면 또 30~40분은 춰야 하고..”
“30~40분 지나면 5분 휴식 주잖냐..”
“미친놈처럼 거울보면서 웃어대는 희준형은 어떻게 감당하라구요..."
"........"
참으로 할말 없는 한이었다.
(21)
“새끼들.. 수고했다..내일보자..”
아직 해가 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일주일 남짓한 축제 때문에
연습을 평소보다 두 시간은 더 연장했다.
구경하던 여러 머리들은 이미 나가버린지 오래고 한과 희준을
남겨둔 채 멤버7명과 함께 재원도 민우를 본다며 나가버렸다.
한은 덥다며 씻으러 가고 희준은 에어컨 앞에서 티셔츠를 벗어던진 채
땀을 말리던 중이었다.
“어? 아직 있었네? 오올 문희준.. 혼자 연습하고 있던거야?”
문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희준이 고개를 돌렸다.
“어.. 안승호.. 얼굴보기 힘들다..”
“켜켜.. 내가 좀 바빠서.. 근데 희준아.. 너무 야하다..ㅋㅋ”
“닥쳐.. 니가 내 몸 한 두번 보냐? 니 옆에 희멀건 분은
너의 lover?"
“처음뵙겠습니다. 장우혁이라고 합니다.”
잠시 희준이 이상한 눈빛으로 우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아.. 구면이네.. 교통사고..”
“아..예..”
잠시 어색해지고 그 틈을 타 짧은 커트머리를 감았는지
허리를 앞으로 숙인채 들어오고 있는 한이 보였다.
“무운.. 수건.. 무슨 화장실에 수건도 없어.. 하여간 구린..”
“넌 학교 화장실에서 머리도 감냐?”
가만히 지켜보던 승호가 한의 말허리를 자르며 한마디 던졌다.
“어엇.. 안승호.. 잘왔어..”
“??”
당연히 무지하게 큰 목소리와 엄청난 말빨로 잔소리를 해댈거라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는 한을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는
승호를 향해 한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말을 잇는다.
“너 기억나냐? 우리 처음 동아리 만들고 너 들어왔을 때.. 연습 하루
빠지는데 오만원씩 벌금 내기로 했잖냐.. 너랑 희준이 그동안 빠진거
다 합치면.. 와.. 오늘 뽀대나게 마셔보겠다.. 안승,, 내가 오늘을
기다려왔다.. 켜켜..“
“한아.. 내 이마에 땀방울들이 보이지 않니?”
“전.혀”
당황해하는 승호를 한방에 끝내고 희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커헉... 가난한 대학생에게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니네집이 생각 외로 좀 산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용돈이 넉넉하지 못해 오래전에 샀던 냉장고 핸드폰을 바꾸지도 못하고
있답니다.“
“니 폰이 며칠전에 새로나온 40화음 칼라라는 것도 알고 있다.”
“허억.. 그 폰을 사느라 용돈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지금 니 지갑안에 십만원짜리 수표가 몇장이 들어있는지도 알고 있다.”
“.... 잔인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그렇게 희준마저 넉다운 시킨 한은 그제서야 우혁을 발견했다.
“오올.. 쌔끈..”
“허억.. 내꺼야.. 넘보지 마..”
승호가 얼른 우혁을 뒤에 숨기며 방어태세를 갖춘다.
“아아.. 희준이 마저 버리게 만들었던 그..”
“우혁이야.. 인사해..”
“처음뵙겠습니다. 장우혁입니다.”
“으음.. 난 강한.. 승호랑 동갑 아니야? 말 놔도 괜찮지?”
“편할대로..”
“문.. 숙제는 했냐?”
“숙제? 숙제도 내주냐?”
아직 멀쩡한 다른 이들과는 달리 승호는 몇 잔 마시지도 못한 채
헤롱거리고 있었다.
“야.. 안승호 몇 잔이나 마셨다고 벌써 취했어.. 너답지 않게..”
“키키.. 비싼 술이라서 그런가보다..”
“문.. 대답을 피하고 있어..”
“솔직히 내가 알 수가 없잖아.. 현이 마음을..”
한이 잠시 희준에게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너만 빼고 다 안다 이놈아.. 칠현이 마음을..”
“그으럼.. 나도 아는데..”
“승호한테 들은 바로는 나도 알 것 같은데..”
희준이 우혁을 말없이 쳐다보다 한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야.. 현이를 모르는 우혁이도 칠현이 마음을 알겠다는데 사랑한다던
니놈이 현이 마음을 모르면 어쩌란 말이냐..“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아아..”
“닥쳐.. 개쉑..”
많이 취했는지 열심히 웃어대며 노래까지 불러대는 승호를
한이 째린다.
“답답해서 그러쥐이.. 답답해서어..”
승호가 그 작은 머리를 우혁의 가슴에 박은 채 계속 중얼거린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런거
혼자 알아내지 못한단 말이다..“
“헤헤.. 내가 알려주께.. 있잖아.. 칠현이가.. 너 잊을라구 여행간거야..
몰랐지? 몰랐지? 그지?“
우혁은 그런 승호가 귀엽다는 듯이 ‘픽’하고 웃으며 승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고 한은 이제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희준은 알아챌 듯 하면서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아아.. 안승호 너 잠들면 니 애인한테 술값 청구할거야..”
“맘대로 해.. 맘대로 해에.. 부부는 일심동체래.. 헤헤..”
“아!!!”
“헐.. 이제 알겠냐?”
하지만 희준은 열심히 뭔가를 생각하는 중이었고 우혁도 술잔에선
손을 뗀지 오래였다.
“에이씨.. 자작하는거 싫은데..”
혼자 꿍얼대며 한은 혼자 열심히 병을 비워내고 있었다.
(22)
“오늘 니들 중에 단 한 놈이라도 공연 안 봤다는 것이 걸릴 시에는
산 매장 당할 줄 알고 있어라..“
벌써 축제날은 다가왔다.
오전에는 여러 전시회가 있고 강당에서 하는 공연은 오후에 시작한다.
협박에 가까운 한의 말과 함께 동아리 원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현아.. 우리 전시회라도 보러갈래? 이러고 있으면 심심하잖아..”
희준이 연습실 한 켠에 앉아 있는 칠현에게 말을 건네본다.
“선배 혼자 가세요..”
“그건 안돼지.. 니가 안가면 나도 안갈란다..”
희준이 칠현의 맞은편 벽에 기대어 앉는다.
희준이 멍하니 칠현만 바라보고 있자 칠현도 가만히 고개를 들어본다.
잠시 눈이 마주쳐 버리고 칠현이 고개를 돌린다.
“현아..”
“...”
“현아..”
“..왜요..”
“그냥.. 사랑한다고.. 내 맘 알지?”
“몰라요..”
희준의 눈빛이 슬퍼 보인다.
왜 자꾸 피하기만 하는지..
“현아..”
“....”
“사랑해..”
“...”
“사랑해..”
“....”
“사랑해..”
계속되는 고백에 칠현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 가게? 같이 가자..”
“따라오지 마요.. 나 혼자갈거니까..”
“어디가는데.. 나도 갈래..”
“... 선배 왜 나한테 이래요.. 이제 저 선배 안 좋아 한다구요..”
“안믿어..”
“믿어요..”
“그게 사실이던 아니던 상관없어.. 내가 너 사랑하니까..”
결국 칠현은 밖으로 나가버린다.
혼자 남은 희준은 씁쓸한 미소만 남길 뿐이다.
“자.. 모두들 안녕하시죠?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신방과의 간판..
이지훈입니다.. 다들 저 아시죠?“
사회자의 소개와 관객들의 함성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하아.. 떨린다..”
“춤추는 게 떨리는 건 아니겠지? 니 성격에..”
“당연하지 임마..”
어느 덧 축제는 끝나가고 연영과의 단편 하나만 끝나면 그들의 순서였다.
“현이 있어?”
“어.. 민우랑 둘이 앉아있는데.. 오오 자리 좋다.. 바로 계단 옆이야..”
“그 자리가 왜 좋아?”
“우선 나갔다 들어왔다 하기 편하고.. 무대가 직빵으로 보이거든..”
“아아..”
“잘해라 임마..”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칠현이 왔다는 것이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오늘.. 정말 잘해야지..
“아아.. 멋진 단편극이었습니다.. 역시 미래의 연기자들은 뭔가 다르군요..
아.. 그럼 이번이 마지막 무대인가요? 아쉽네요.. 하지만.. 마지막인 만큼
아주 멋진 무대 준비했습니다. 모두들 아주 기대하고 계시는 군요..
댄스동아리 ‘club'입니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희준과 한이 무대위로 올라간다.
‘outside castle'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한이 몸을 움직인다.
노래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관객석에선 어떠한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연습할 때와는 분위기조차 달라 동아리 일원들도 감탄으로 바라보고 있다.
칠현역시 자신은 자각도 못한 채 희준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현아.. 우리 재원이 멋있지 않냐?”
민우가 말을 걸어왔지만 칠현은 그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칠현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희준만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만요..”
노래가 끝나고 박수를 받으며 그들이 내려가자
하나 둘씩 일어나려는 학생들에게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club'의 문희준 학생이 할 말이 있다는 군요..”
사회자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문희준입니다.. 다들 저희 공연 잘 보셨죠?”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받은 희준이 무대 중앙에 서자 모두들 기대한 듯한 눈치다.
“제가 여기 선 이유는... 공개적으로 사죄하기 위해서입니다.”
은근히 고백을 바랬던지 학생들의 야유가 이어진다.
“제가 5년 동안 어떤 한 후배에게 죄를 지었어요.. 제가 눈치가 없어서
그게 죄를 짓는 건지 모르고 있었죠.. 그 후배는 티도 안내고 있었거든요..“
칠현의 눈이 조금씩 커진다.
“그런데 제가 얼마 전 그 죄를 깨달아 버렸어요.. 아니.. 친구들이 알려줬어요..
그래서 벌써 두 주 전부터 사과하고 있는데 도무지 제 사과를 받아주려고 하지를 않네요..“
금방이라도 강당을 뛰쳐나가려는 듯한 칠현의 손을 민우가 꼭 붙잡고 있다.
“현아.. 내가 많이 미안하다.. 5년 동안 너한테 죄 지은거.. 내가 평생 갚으면 안될까?”
결국 칠현은 눈물을 쏟아낸다.
칠현의 우는 모습에 희준은 무대를 내려와 칠현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칠현은 민우의 손을 뿌리치고 강당을 벗어나고 있었다.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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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이 눈앞에...
다음이면 완결이 날 것 같네요..
뭐.. 번외를 쓸지도..
번외 써도 봐주실거죠?
(23)완결
“!!현아!!!”
뭐야..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면 날 더러 어쩌라구..
나 이젠 못 믿겠단 말이에요..
선배가 정말 날 좋아하는 건지..
“현아..하아...”
칠현이 눈물에 앞을 가려 얼마 뛰지 못해 금방 희준에게 팔을 잡히고 말았다.
“현아.. 왜 도망가..”
“....ㅎ..”
“형이 이렇게 사죄하잖아..”
“흡.. 흑..”
“얼굴 좀 보여줘봐.. 현아..”
희준이 칠현의 몸을 완전히 돌린 상태에서도 칠현은 우는 얼굴을 감추고 있다.
“현아.. 나 할 말이 있어.. 니 얼굴 보고 말하고 싶다. 얼굴 들어봐..”
“흐흡.. 흐..ㄱ..”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칠현에 희준이 칠현을 감싸 안는다.
“현아.. 사랑해.. 사랑해..”
“....흑.. 흡..”
“나 널 너무 사랑해서.. 니가 울면 내가 아프다.. 울지마..”
“흐흑.. 흐..”
“사랑해 현아.. 나 이렇게 늦게 니 맘.. 내 맘 깨달은거 너무 미안해서..
평생 이렇게 널 안고 갚아나가려고.. 현이 니가 나 싫다고 해도 이거
다 갚을 때까지는 널 안고 안 놔줄거야..“
이미 희준의 어깨는 칠현의 눈물로 흠뻑 젖어버렸지만 희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칠현의 흐느낌도 어느새 잦아들고 있었다.
“현아.. 날 받아줘.. 아프지 않게 할게.. 다신 혼자 두지 않을게..
남이 알려주기 전에 니 맘을 알려고 할게.. 그래서 가장 먼저 널 아는 사람이 될게..
니가 날 사랑하기 전에 먼저 널 사랑할게..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될게..
내가 벌을 받는 기간은 니가 정하는 거야.. 그럼 그 기간만큼 난 사죄를 할거구..
내 죄가 용서받는 날부터 널 사랑한 죄의 벌을 받을거야.. 죽어도.. 다시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나도 널 사랑한 죄의 벌을 받을거야.. 날 밀어내지 말고 제발 날 받아줘..“
“...죽고 다시 태어나도.. 선배는 저한테.. 지난 5년의 죄에 대해서만 벌을 받는거에요..
절 사랑한 건.. 죄로 인정하지 않을래요..“
“!! 고마워.. 고마워 현아.. 정말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정말 열심히 할게.. 고마워..”
“선배.. 잘 되겠죠?”
“그럼 임마.. 내가 장담하건데.. 칠현이는 평생 희준이 못 잊는다..”
“정말 희준형 춤 잘추는 거하구.. 우낀거하구.. 좀 카리스마 있는거하구..
좀 잘생긴 거빼면 볼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좋아하나 몰라.. 더 잘난 나를 두고..“
“헐헐.. 민우의 째림이 느껴진다.. 넌 니 애인을 옆에두고 그런 소리가 나오냐?”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죠.. 근데 생각해보니까 좀 이쁘고 착하고 노래 잘하는거 빼면 볼
거 없는 현이를 내가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 많이 이쁘고 많이 착하고 많이 귀엽고 가
끔은 도도하기까지 한데다가 애교도 부릴줄 아는 민우를 놔두고 말이에요..;;;“
“민우야.. 저거 보복이 두려워서 스스로 기는거다..”
“그런 것 같네요..”
나무 몇 그루가 그늘이 되어주고 있는 산책로 벤치에 세사람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어이구.. 공연도 끝나고.. 희준이랑 칠현이도 해결되고 하니까 허리 아프고 삭신이
다 쑤신게..“
“선배 늙으셨나보네..”
“아니.. 지긋지긋한 관절염이 재발하는 것 같다..”
한의 한마디에 두사람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을 바라본다.
“이봐 친구와 후배 둘... 여기서 뭐하시는가?”
“넌 학교 왔으면서 이제 얼굴을 드러내시냐?”
“키키.. 우혁이랑 여기저기 구경 좀 하다보니까..”
“형.. 공연 봤어요?”
“당연한거 아니냐? 잘하더라..”
한의 맞은편 벤치에 승호와 우혁이 앉는다.
“우리야 뭐.. 워낙 잘하니까..”
“재원이의 왕자병을 고칠 수 있는 인간에게 헐값에 팔아버리겠어..”
“그럼 제가 고쳐야죠.. 쿡쿡..”
“희준이랑 현이는?”
“어딘가에 잊겠지..”
“흐음.. 그래? 뛰어나갈 때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던데..”
“문희준이.. 그렇게 용기가 있을 줄 몰랐는데..”
“우혁이 니가 한이랑 희준이를 몰라서 그렇지... 쓸만한 건 춤 솜씨하고 얼굴하고
철판밖에는 없는 인간들이야 둘 다..“
“칭찬이냐? 고맙게 받아들이마..”
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침묵이 이어졌다.
재원은 민우와 속닥이느라 바빴고 승호도 우혁과 눈을 마주치고 노느라 정신없었다.
짝이 없는 한은 그저 눈을 감고 신세 한탄을 할 뿐이었다.
“현이 이제 안 우는 거지?”
“선배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정말 잘할게.. 앞으로..”
“그럼 저도 안 울게요..”
둘은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손을 잡고 캠퍼스를 벗어나고 있다.
“현아.. 우리 공연도 끝났고.. 이틀 후면 방학인데.. 오늘 여행이나 갈까?”
“오늘요? 어디로요?”
“음.. 강릉 바닷가 가까이에 할머니 댁이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만 사시거든..”
“으응.. 그럼 몇 시 쯤에요?”
“지금 당장..”
“안돼요.. 준비할 것도 많고..”
“아니 괜찮아.. 거기 내 옷도 많거든.. 그냥 이대로 가자..”
갑작스런 희준의 제안에 칠현은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여행이 가고 싶긴 했지만 무작정 이대로 떠나기엔 뭔가 허전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 혹시 먼 길 가는 데에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가자.. 한 일주일만 아무 방해도 받지 말고.. 가장 행복한 걸 맛보고 오는거야..”
“으음.. 그래요.. 그럼.. 대신 무슨 일이 있으면 선배가 책임지는 거에요.. 알았죠?”
“당연하지..”
칠현이 허락하기 이미 오래 전 희준은 차를 향해 걷고 있었고
차에 다다른 희준은 보조석 문을 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공주님.. 차에 오르시죠..”
“선배도 참..”
칠현이 차에 다 탈 때 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아주고는 운전석으로 뛰어가 앉는다.
차에 시동을 걸자 칠현은 창문을 반 쯤 내렸고 희준은 차를 출발시켰다.
“얼마 안 걸릴거야.. 좀 잘래?”
“아니요.. 그냥 이대로 갈래요.. 자면 이 행복한 기분이 사라질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런데 현아..”
“예?”
희준의 부름에 칠현은 희준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너 옛날에 우리 반에 찾아왔을 때.. 형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었잖아..
그런데 너 형이라고 부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말은 민우가 했어요..”
“어쨌든.. 형이라고 불러줘.. 선배라고 하니까 먼 느낌이 난다. 형이 더 가깝게 느껴져..”
“네.. 그럼 그럴게요.. 형.. 근데.. 선배가 버릇이 되서 잘 안고쳐지니까
형이 버릇이 될 때까지는 선배라고 불러도 봐줘요..“
“그래.. 그럴게..”
-------------------------------------------------------------------
자아.. 끝입니다..
핫핫.. 어색하게 끝났죠?
하지만 이 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헐헐..
내용을 늘릴려고 중간에 쓸데없는 내용을 넣었다죠..
안 읽으셔도 스토리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그냥 넘기세요..
에필로그 나갈 예정이에요..
어째서 제목이 흐느낌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거랍니다..
뭐.. 별 내용은 없어요.. 궁금하신 분들만 보세요..
그럼 헬리는 이만..
에필로그
“하아.. 날씨 조오타..”
“오늘이면 방학 했겠다.. 그죠?”
“우리 여기 있는 동안은 서울 신경쓰지 말자..”
“예..”
그렇게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강릉으로 내려와서는 벌써 3일이 흘렀다.
희준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칠현에게 매우 잘 해주셨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이 둘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날이다.
“현아.. 산에 올라가볼래? 좀만 가면 있는데..”
“음.. 높아요?”
“아니.. 별로 안 힘들거야.. 같이 가보자..”
희준이 말한 산은 집 뒤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왔다.
가까운 만큼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길은 이미 다 나있었다.
“형은 여기 많이 와봤어요?”
“아니.. 난 서울에서 태어나서 그냥 명절에나 가끔씩 와봤지..”
“어쩐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반가워 하시더라..”
중턱 쯤 올라와 이런 저런 풀꽃들로 가득한 평지에서 희준이 누워버린다.
“현아... 나 너무 행복해..”
“저두요.. 너무 행복해요..”
칠현이 희준의 옆에 누우며 대답한다.
“우리 평생 이렇게 사는 거야.. 행복하게.. 절대 떨어지지도 말고.. 싸우지고 말고..”
“아프게 하지도 말고..”
“그래.. 아프게 하지도 말고..”
“평생 사랑하면서..”
“응.. 평생 사랑하면서..”
“형.. 맘 변하기 없기..”
“널 두고 어떻게 맘이 변해..”
“쿡쿡.. 나도.. 형 두고 맘 못 변해요..”
하늘을 쳐다보던 희준이 옆에 있는 칠현에게로 몸을 돌린다.
“이리와봐 현아.. 한 번 안아보자..”
“그런 건 말 없이 해야죠..”
칠현이 투정을 부리듯 하면서 희준에게로 간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아무리 서로 껴안고 있어도 더워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시원해 보이고 행복해 보일 뿐이다.
“우리.. 땅도 한 번 안아주자..”
“왜요?”
“땅이 우릴 질투하잖아.. 너무 행복해 보이니까.. 달래줘야지..”
“땅이 질투를 해요?”
“어? 현이는 못느끼는거야? 땅이 흐느끼잖아.. 나는 다 느껴지는데..”
“에이..”
칠현이 희준을 장난스런 눈길로 흘긴다.
“들어봐.. 땅이 흐느끼는 소리.. 땅이 우리에게 뭐라고 하고 있는지..”
“뭐라고 하는데요?”
“.. 행복하래.. 아프지 말래.. 열심히 사랑하래..”
“그게 다에요?”
“쿡쿡.. 아니.. 나보고 다시는 현이 맘 아프게 하지 말라는데,,”
“쿡쿡.. 그런데 왜 땅이 흐느껴요? 행복하라는 건 웃으면서 해줘야 할 말이잖아요..”
희준이 몸을 일으켜 앉는다.
“왜냐면.. 땅은 흐느끼는 것 밖에 할 줄 모르거든.. 아주 밝게 웃는 걸 하늘이 빼앗아 버려
서.. 아주 슬프게 눈물 흘려 우는 것도 하늘이 빼앗아 버려서.. 또 찡그리고 화내는 것도 하
늘이 빼앗아 버려서.. 땅은 흐느끼는 것만 할 줄 알거든..”
“그럼 제가.. 다시 빼앗아 올까요? 밝게 웃는 걸 다시 땅에게 돌려주면.. 밝게 웃으면서 행
복하라고 말해줄거 아니에요..“
“그럼.. 현이가 해봐.. 난 구경하고 있을게..”
“잘봐요..”
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외친다.
“하늘님.. 하늘님이 웃는거 반만 땅한테 주시면 안될까요?”
칠현의 모습을 보고 희준이 웃는다.
“음.. 조건이요? 형이랑 저랑 정말 행복할게요.. 싸우지도 않을거구요.. 이걸 조건으로
하고 땅한테 웃는거 조금만 주세요.. 하늘님..“
“모자라시다구요? 그럼 현이 아프게 안할게요.. 항상 현이는 행복하게 해줄게요..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현이만 사랑할게요.. 이거면 되나요?“
“쿡쿡.. 고마워요..”
“하하하하하.. ”
“하하하..”
희준과 칠현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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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게 에필로그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완결인거죠..
으음.. 다른 연재를 계획중인데.. 봐주실거죠?
다음 소설은 순수의 절정이 되겠네요.. 제 생각대로 된다면 말이죠..
그럼 다음 소설에서 뵙겠습니다..
헬리는 이만..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H.O.T. 완결
≠동성/퍼옴≠
[하얀천사] whimper by.hellia님 /준타
스탭밟는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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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0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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