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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仙臺2(금선대2)-金正喜(김정희)
萬木森沉古逕苔 韓無畏後幾人來 만목삼침고경태 한무외후기인래
山中知有餘丹在 直攝神光鶴背廻 산중지유여단재 직섭신광학배회
온갖 나무 우거져라 이끼 쩔은 묵은 길에 / 萬木森沉古逕苔
한 무외 지나간 뒤 몇 사람이 찾아왔노 / 韓無畏後幾人來
알괘라 이 산 속에 금단이 남아 있어 / 山中知有餘丹在
신광을 곧장 끼고 학 등에서 돌아오니 / 直攝神光鶴背廻
●金仙臺3(금선대3)-金正喜(김정희)
一筇一屐禮金仙 的的誰傳弘正禪 일공일극예금선 적적수전홍정선
試放毗盧峯頂眼 空山雨雪摠眞詮 시방비로봉정안 공산우설총진전
나막신 막대 하나 금선에 예배하니 / 一筇一屐禮金仙
홍정 선사 도력을 뉘 분명히 전한다지 / 的的誰傳弘正禪
비로봉 꼭대기서 눈 한번 내쳐보소 / 試放毗盧峯頂眼
공산의 비와 눈이 무두가 진전인 걸 / 空山雨雪摠眞詮
●題泛?圖(제범사도)-金正喜(김정희) 범사도의 화제를 붙이다
秋靜天門兩扇開 千年又見一槎來 추정천문양선개 천년우견일사래
女牛莫敎無端犯 此老新從五嶽回 여우막교무단범 차로신종오악회
고요한 가을 하늘 두 짝 문이 열렸는데 / 秋靜天門兩扇開
뗏목 하나 떠오는 걸 천년에 또 보겠구려 / 千年又見一槎來
견우 직녀 무단히 범접했다 생각 마소 / 女牛莫敎無端犯
이 늙은이 새로 저 오악에서 돌아왔네 / 此老新從五嶽回
●玉筍峯(옥순봉)-金正喜(김정희)
照映空江月一丸 如聞萬籟起蒼寒 조영공강월일환 여문만뢰기창한
人間艸木元閒漫 不學芙蓉與牧丹 인간초목원한만 불학부용여목단
둥그른 저 달 한 덩이 빈 강에 비쳐오니 / 照映空江月一丸
창량(蒼涼)한 그 가운데 만뢰가 들리는 듯 / 如聞萬籟起蒼寒
인간의 초목들은 본래가 수다라서 / 人間艸木元閒漫
부용이랑 모란 따윈 배우지 않았구려 / 不學芙蓉與牧丹
●隱仙臺(은선대)-金正喜(김정희)
黃葉空山打角巾 長歌何處采芝人 황엽공산타각건 장가하처채지인
鞭鸞駕鶴還多事 旣是神仙又隱淪 편란가학환다사 기시신선우은윤
빈 산의 누른 나뭇잎 각건을 두들기며 떨어지고 긴 노래 들리는데 어느 곳에 지초 캐는 사람 이 있는가
난새 몰고 학을 타는 것도 도리어 귀찮은 일 이미 신선이 되었는데 또 숨어살기조차 하는구나
●詠雨1(영우1)-金正喜(김정희) 비를 노래함
入雨山光翠合圍 桃花風送帆風歸 입우산광취합위 도화풍송범풍귀
春鴻程路無遮礙 纔見南來又北飛 춘홍정로무차애 재견남래우북비
빗속에 든 산빛이 푸르러 에웠는데 / 入雨山光翠合圍
도화 바람 돛바람을 보내어 돌아가네 / 桃花風送帆風歸
봄 기러기 노정은 걸릴 게 전혀 없어 / 春鴻程路無遮礙
남으로 오자마자 북으로 또 나는구만 / 纔見南來又北飛
●詠雨2(영우2)-金正喜(김정희)
時雨山川破久慳 東風力斡曉雲還 시우산천파구간 동풍력알효운환
一絲一點皆膏澤 草木心情恰解顔 일사일점개고택 초목심정흡해안
철 비 만나 산천이 오랜 침묵 깨뜨리니 / 時雨山川破久慳
샛바람이 새벽구름 힘껏 몰고 돌아오네 / 東風力斡曉雲還
한 오라기 한 방울도 모두가 고택이라 / 一絲一點皆膏澤
풀과 나무 심정도 일제히 우쭐우쭐 / 草木心情恰解顔
●詠雨3(영우3)-金正喜(김정희)
春雨冥濛夕掩關 一犁田水想潺湲 춘우명몽석엄관 일리전수상잔원
任他笑吠黎家路 坡老當年戴笠還 임타소폐여가로 파노당년대립환
봄비는 아득아득 사립 닫힌 저녘 나절 / 春雨冥濛夕掩關
한 쟁기의 논 물은 아마 좔좔 흐르겠군 / 一犁田水想潺湲
웃건 짖건 내 맡겨라 여가의 마을길에 / 任他笑吠黎家路
당년의 동파 노인 삿갓 쓰고 돌아오네 / 坡老當年戴笠還
●喚風亭(환풍정)-金正喜(김정희)
喚風亭接望洋臺 俯見紅毛帆影來 환풍정접망양대 부견홍모범영래
眼界商量容一吸 兩丸出入掌中杯 안계상량용일흡 양환출입장중배
환풍정 올라보니 망양대와 맞닿고 굽어 보니
붉은 돛단배 그림자 떠오네
눈 앞의 물을 보니 단번에 마실 것 같은데
손 가운데 술잔에 해와 달이 떠고 진다네
●秋日晩興1(추일만흥1)-金正喜(김정희) 가을철 늦은 흥취
稻黃蟹紫過京裏 秋興無端鴈□邊 도황해자과경리 추흥무단안□변
最是漁亭垂釣處 任放沙禽自在眠 최시어정수조처 임방사금자재면
누런 벼와 자색 개 나는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기러기 날아가는 물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도다.
고기 잡는 누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모랫가 새는 저절로 졸고
●秋日晩興2(추일만흥2)-金正喜(김정희)
銀河當屋柳旗斜 喜事明朝占燭華 은하당옥유기사 희사명조점촉화
佳客來時多酒食 夜光生白吉祥家 가객래시다주식 야광생백길상가
은하수 지붕에 이르니 버들 깃대 빗겨서고 좋은 일 아침에 있다고 촛불이 아려주는구나.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아야지 상서롭고 길한 집엔 밤 빛도 희게 비치는구나
●秋日晩興3(추일만흥3)-金正喜(김정희)
碧花無數出堦頭 占斷山家第一秋 벽화무수출계두 점단산가제일추
榴後菊前容續玩 壯元紅是竝風流 류후국전용속완 장원홍시병풍류
이끼 꽃 수도 없이 댓돌머리 솟아 나니 / 碧花無數出堦頭
산 집의 제일 가을 짐작하고 남겠구만 / 占斷山家第一秋
석류 뒤 국화 앞에 구경거리 잇따르니 / 榴後菊前容續玩
장원홍 저게 바로 풍류를 아울렀네 / 壯元紅是竝風流
●上仙巖(상선암)-金正喜(김정희) 상선암
行行路轉峯廻處 一道淸泉天上來 행행로전봉회처 일도청천천상래
縱使有方能出世 異時歸海亦蓬萊 종사유방능출세 이시귀해역봉래
걷고 또 걸으니 길은 굽고 산봉우리 돌아드는 곳 한 가닥 맑은 샘물 천상에서 흘러오네
아무리 방법이 있어 세상에 나간다 하더라도 훗날 바다로 나간다면 또한 봉래이리라
●北壁(북벽)-金正喜 (김정희)
兩山斧劈一孤亭 步屧何曾到石屛 양산부벽일고정 보섭하증도석병
十載縱令趨紫陌 看人從此眼常靑 십재종령추자맥 간인종차안상청
짜개진 두 산 사이 외로운 정자 하나 어느제 발걸음이 돌병풍에 이르렀노
십 년을 제아무리 번화장에 달린대도 사람 보면 이제부터 눈이 항상 푸르리라
●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뜰에 난 풀
一一屐痕昨見經 蒙茸旋復被階庭 일일극흔작견경 몽용선복피계정
機鋒最有春風巧 纔抹紅過又點靑 기봉최유춘풍교 재말홍과우점청
하나 하나 신발 자국 어제 지난 나머진데 / 一一屐痕昨見經
덥수룩이 그새 자라 섬 뜰을 입혔구나 / 蒙茸旋復被階庭
기봉은 가장 이 봄바람이 교묘하여 / 機鋒最有春風巧
붉은 색 발라 놓고 또 푸른 색 점을 찍네 / 纔抹紅過又點靑
●村舍(촌사)-金正喜(김정희) 시골집
數朶鷄冠醬瓿東 南瓜蔓碧上牛宮 수타계관장부동 남과만벽상우궁
三家村裏徵花事 開到戎葵一丈紅 삼가촌리징화사 개도융규일장홍
장독대 저 동쪽에 맨드라미 두어 송이 / 數朶鷄冠醬瓿東
호박 넝쿨 새파랗다 소 외양을 타올랐네 / 南瓜蔓碧上牛宮
서너 집 마을 속에 꽃 일을 찾아보니 / 三家村裏徵花事
융규라 일장홍이 활짝 피어 있군그래 / 開到戎葵一丈紅
●鷄鳴(계명)-金正喜(김정희) 닭이 울다
年少鷄鳴方就枕 老年枕上待鷄鳴 년소계명방취침 전두삼십여년사
轉頭三十餘年事 不道銷磨只數聲 전두삼십여년사 불도소마지수성
젊어서는 닭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늙어지니 베개 위서 닭 울음을 기다리게 되네
삼십여 년 지난 일을 고개 돌려 생각해보니 없어졌다 말하지 않는 것은 오직 저 소리뿐이네
●二樂樓(이락루)-金正喜(김정희)
紅樓斜日拜三字 二百年中無此君 홍루사일배삼자 이백년중무차군
想見當時洗硯處 古香浮動一溪雲 상견당시세연처 고향부동일계운
붉은 누각에 지는 해가 세 글자에 절 하니 이백 년 동안에 이 분 밖에 아무도 없으리라.
당시에 벼루 씻던 그곳을 생각해보니 옛 향기 온 개울에 물안개 속에 떠 흐른다
●涵碧樓(함벽루)-金正喜(김정희)
綠蕪鶴脚白雲橫 取次江光照眼明 녹무학각백운횡 취차강광조안명
自愛此行如讀畫 孤亭風雨卷頭生 자애차행여독화 고정풍우권두생
푸른 벌 학 다리에 흰구름 빗겼는데 / 綠蕪鶴脚白雲橫
눈부셔라 비추이는 저 강빛도 장관일세 / 取次江光照眼明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이 대견하니 / 自愛此行如讀畫
외론 정자 비바람이 책머리에 생동하네 / 孤亭風雨卷頭生
●南窟(남굴)-金正喜(김정희)
千秋幽怪歎燃犀 肅肅靈風吹暗溪 천추유괴탄연서 숙숙영풍취암계
彈指龍蛇皆化石 燈光猶作紫虹霓 탄지용사개화석 등광유작자홍예
천 년 동안 숨은 괴물도 무소뿔 태워 찾아내고 쓸쓸한 영묘한 바람 어둔 개울로 불어온다..
용과 뱀을 퉁기어 가리키니 모두 돌로 바뀌어 등 불빛 오히려 자색 무지개를 만드는구나
●寄野雲居士(기야운거사)-金正喜(김정희) 야운거사에게
古木寒鴉客到時 詩情借與? 情移 고목한아객도시 시정차여화정이
煙雲供養知無盡 笏外秋光滿硯池 연운공양지무진 홀외추광만연지
고목나무에 갈가마귀가 나그네 당도하니 시정을 빌려주어 정을 그림에 옮기었네.
자연의 공양이 무궁함을 알았으니 홀 밖의 가을 빛깔 벼루못에 가득하네.
●果寓?事(과우즉사)-金正喜(김정희)
庭畔桃花泣 胡爲細雨中 정반도화읍 호위세우중
主人沈病久 不敢笑春風 주인침병구 불감소춘풍
뜨락에서 복사꽃이 눈물 흘린다. 어찌 가랑비 속에서 울고 있는가.
주인이 병든 지 오래라 봄바람에도 감히 웃지를 못한다네.
●夏夜初集(하야초집)-金正喜(김정희) 여름 첫 모임
閉戶常存萬里心 雲飛水逝有誰禁 尙憐夏日孤花在
閱罷春山百鳥吟 已看靑眸回白眼 曾將一字易千金
詩家衣鉢傳來久 自是宗何與祖陰
문 닫고 있어도 마음은 만 리 먼 곳 구름 날고 물은 흘러나 누가 말리랴
여름은 홀로 남은 꽃 있어 예쁘고 봄은 산의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 다 듣는다.
푸른 눈이 백안으로 돌아가는 것 보았으니 한 글인들 천금으로 바꾸리오.
시가의 도통 전해진 지 오래인데 대개는 하손과 음갱을 스승으로 삼았다네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서벽정의 가을
孤亭同菌小 佳境似蔗甘 고정동균소 가경사자감
將身欲入石 人語出碧嵐 장신욕입석 인어출벽람
외로운 정자는 버섯처럼 닥은데 좋은 경치 갈수록 더 아름다워라.
몸 일으켜 돌 속으로 들려하니 사람소리 안개 속에서 들려온다.
●楊州途中(양주도중)-金正喜(김정희) 양주가는 길
霜晨搖落歎征衣 極目平原秋草稀 상신요락탄정의 극목평원추초희
天地蕭蕭虛籟合 山川歷歷數鴻歸 천지소소허뢰합 산천역역수홍귀
淡煙喬木圍孤墅 流水平沙易夕暉 담연교목위고서 유수평사이석휘
淮北江南何處是 二分明月夢依微 회북강남하처시 이분명월몽의미
잎 지는 서리 새벽 길손이 처량한데 / 霜晨搖落歎征衣
눈 끝진 저 한벌에 가을 풀이 드물구나 / 極目平原秋草稀
천지는 으시으시 허뢰가 어울리고 / 天地蕭蕭虛籟合
산천은 역력한데 두어 기럭 돌아가네 / 山川歷歷數鴻歸
묽은 연기 솟은 나무 외딴집을 에웠는데 / 淡煙喬木圍孤墅
흐르는 물 백사장에 언뜻하면 석양일레 / 流水平沙易夕暉
회북이라 강남이라 어디메가 그곳인고 / 淮北江南何處是
이분의 밝은 달이 꿈속에 가물가물 / 二分明月夢依微
●山寺(산사)-金正喜(김정희)
側峯橫嶺箇中眞 枉却從前十丈塵 측봉횡령개중진 왕각종전십장진
龕佛見人如欲語 山禽挾子自來親 감불견인여욕어 산금협자자래친
點烹筧竹冷冷水 供養盆花澹澹春 점팽견죽냉냉수 공양분화담담춘
拭涕工夫誰得了 松風萬壑一嚬申 식체공부수득료 송풍만학일빈신
기운 봉 비낀 고개 여기가 진경인데 / 側峯橫嶺箇中眞
열 길이라 홍진 속에 잘못 들어 헤매었네 / 枉却從前十丈塵
감불은 사람보고 얘기를 하자는 듯 / 龕佛見人如欲語
산새는 새끼 낀 채 절로 와서 가까운 양 / 山禽挾子自來親
흠대의 맑은 물에 차를 끓여 마신다면 / 點烹筧竹冷冷水
분화를 공양해라 담담한 봄이로세 / 供養盆花澹澹春
눈물 닦는 그 공부를 어느 누가 터득했노 / 拭涕工夫誰得了
만 골짝 솔바람에 한번 길게 한숨 쉬네 / 松風萬壑一嚬申
●甁花(병화)-金正喜(김정희) 병 속의 꽃
安排畫意盡名花 五百年瓷秘色誇 안배화의진명화 오백년자비색과
香澤不敎容易改 世間風雨詎相加 향택불교용이개 세간풍우거상가
화의로서 안배해라 모두가 이름 난 꽃 / 安排畫意盡名花
오백 년 묵은 자기 신비한 빛깔마저 / 五百年瓷秘色誇
향과 윤이 쉽사리 가시지도 않겠거니 / 香澤不敎容易改
세간의 비바람이 어찌 서로 가해하리 / 世間風雨詎相加
●松京道中(송경도중)-金正喜(김정희) 송도 가는 길
山山紫翠幾書堂 籬落勾連碧澗長 산산자취기서당 리락구련벽간장
野笠卷風林雨散 人蔘花發一村香 야립권풍림우산 인삼화발일촌향
산마다 푸른데 서당이 몇이나 있나 울타리는 닿아있고 푸른 시내 길게 흘러단다.
갓이 바람에 날리고 숲에는 비가 흩날리니 인삼꽃 피어나니 온 마을이 향기롭다.
●水雲亭(수운정)-金正喜(김정희)
秋雨濛濛鶴氣橫 松針石脈滿山明 추우몽몽학기횡 송침석맥만산명
試從一笠亭中看 環珮泠泠樹頂生 시종일립정중간 환패령령수정생
가을비 아득아득 학의 기운 비꼈어라 / 秋雨濛濛鶴氣橫
솔잎 침 돌 맥박이 산에 가득 분명하이 / 松針石脈滿山明
일립정 가운데서 시험삼아 바라보니 / 試從一笠亭中看
환패소리 선들선들 나무 끝에 생동하네 / 環珮泠泠樹頂生
●舍人巖(사인암)-金正喜(김정희)
怪底靑天降畫圖 俗情凡韻一毫無 괴저청천강화도 속정범운일호무
人間五色元閒漫 格外淋漓施碧朱 인간오색원한만 격외림리시벽주
괴이하다 한폭 그림 하늘에서 내려왔나 / 怪底靑天降畫圖
범속한 정과 운은 털끝 하나 없군그래 / 俗情凡韻一毫無
인간의 오색이란 본시가 한만한 것 / 人間五色元閒漫
임리한 붉고 푸름 정말로 격 밖일세 / 格外淋漓施碧朱
●龜潭(구담)-金正喜(김정희)
石怪如龜下碧漣 噴波成雨白連天 석괴여구하벽련 분파성우백련천
衆峯皆作芙蓉色 一笑看來似小錢 중봉개작부용색 일소간래사소전
돌 모양은 거북 같고 푸른 물결 흘러 물결 뿜어 비가 되어 흰 기운 하늘까지 뻗쳤다.
봉우리들 모두 부용색이 되었으니 한번 웃고 바라보니 돈 닢과 같아 보인다.
●石門(석문)-金正喜(김정희)
百尺石霓開曲灣 神工千缺杳難攀 백척석예개곡만 신공천결묘난반
不敎車馬通來跡 只有煙霞自往還 부교거마통래적 지유연하자왕환
백 척의 돌 무지개가 물굽이를 열었네 아득한 신의 공력 따라잡기 어렵구나
말과 수레가 오간 자국 남기지 않게 하니 안개와 노을만 스스로 오락가락하누나.
●島潭(도담)-金正喜(김정희)
徒聞海外有三山 何處飛來學佛鬟 도문해외유삼산 하처비래학불환
格韻比人仙骨在 恰如中散住塵寰 격운비인선골재 흡여중산주진환
바다 밖에 삼신산이 있다고만 들었더니 / 徒聞海外有三山
어드메서 날아와 부처머리 배웠는고 / 何處飛來學佛鬟
사람에게 견준다면 운과 격이 선골이라 / 格韻比人仙骨在
이야말로 중산이 속세에 사는 걸세 / 恰如中散住塵寰
●重陽黃菊(중양황국)-金正喜(김정희) 중양절 노란 국화
黃菊蓓蕾初地禪 風雨籬邊託靜緣 황국배뢰초지선 풍우리변탁정연
供養詩人須末後 襍花百億任渠先 공양시인수말후 잡화백억임거선
망울 맺은 노란 국화 초지의 선인 듯이 / 黃菊蓓蕾初地禪
비 바람 울타리 가 정연을 의탁했네 / 風雨籬邊託靜緣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 供養詩人須末後
백억의 잡화 속에 널 먼저 꼽을밖에 / 襍花百億任渠先
●紫霞洞(자하동)-金正喜(김정희)
小谿幽洞自層層 一道名泉雨後勝 소계유동자층층 일도명천우후승
夕照近人松籟起 老身石上聽泠泠 석조근인송뢰기 노신석상청령령
작은 길 깊은 고랑 스스로 층층인데 / 小谿幽洞自層層
한 가닥 이름난 샘 비 뒤에 아름답네 / 一道名泉雨後勝
석양이 가직하자 솔소리 일어나니 / 夕照近人松籟起
반석 위 낡은 몸이 시원시원 들리누나 / 老身石上聽泠泠
●午睡1(오수1)-金正喜(김정희) 낮잠
一枕輕安趁晩涼 眼中靈境妙圓光 일침경안진만량 안중령경묘원광
誰知夢覺元無二 蝴蝶來時日正長 수지몽각원무이 호접래시일정장
서늘 바람 알맞고 베개자리 편안하니 / 一枕輕安趁晩涼
안중의 영한 지경 신묘한 원광일레 / 眼中靈境妙圓光
뉘라 알리 꿈과 깸이 본래 둘이 아니란 걸 / 誰知夢覺元無二
범나비 날아 올 때 해조차 정히 기네 / 蝴蝶來時日正長
●午睡2(오수2)-金正喜(김정희)
苽花離落粟風涼 住在玲瓏怳惚光 고화리락속풍량 주재영롱황홀광
富貴神仙饒一轉 炊煙漫敎枕頭長 부귀신선요일전 취연만교침두장
오이 꽃 울타리에 서속 바람 산들산들 / 苽花離落粟風涼
영롱하고 황홀한 그 가운데 집이 있네 / 住在玲瓏怳惚光
부귀라 신선이라 한 마당이 느긋한데 / 富貴神仙饒一轉
밥짓는 내 부질없이 베개맡에 감도누나 / 炊煙漫敎枕頭長
●午睡3(오수3)-金正喜(김정희)
松風分外占恩涼 攝轉葡萄現在光 송풍분외점은량 섭전포도현재광
特地家鄕成尺咫 靑山一髮未曾長 특지가향성척지 청산일발미증장
은혜로운 솔 바람 분수 밖에 서늘하여 / 松風分外占恩涼
포도 시렁 현재의 빛깔을 끼고 도네 / 攝轉葡萄現在光
특별히 내 고향이 지척을 이뤘으니 / 特地家鄕成尺咫
청산의 한 터럭이 과히 먼 게 아니로세 / 靑山一髮未曾長
●初涼(초량)-金正喜(김정희) 초가을
楞楞山出瘦靑意 瑟瑟波明經縠流 릉릉산출수청의 슬슬파명경곡류
的的遙天孤夢直 頭頭露地百蟲秋 적적요천고몽직 두두로지백충추
능각진 봉우리는 여위고 푸르다면 / 楞楞山出瘦靑意
슬슬한 가는 물살 깁 무늬 흐르누나 / 瑟瑟波明經縠流
또렷또렷 먼 하늘에 외론 꿈 꼿꼿한데 / 的的遙天孤夢直
여기저기 이슬 땅엔 온갖 벌레 가을 소리 / 頭頭露地百蟲秋
●立秋(입추)-金正喜(김정희)
野情老去最宜秋 冷逕蓬蒿少熱流 야정노거최의추 냉경봉호소열유
卽看曳履歌商處 已放?蟬出一頭 즉간예이가상처 이방금선출일두
시골 사는 맛은 늙으니 가을이 가장 좋아 찬 오솔길의 다북쑥에는 열기가 적어졌네.
신 끌고 상성을 노래하는 곳으로 나가보면 한 마리 매미가 이미 목을 뽑아 노래하네.
●義林池(의림지)-金正喜(김정희)
濃抹秋山似畫眉 圓潭平布碧琉璃 농말추산사화미 원담평포벽유리
如將小大論齊物 直道硯山環墨池 여장소대론제물 직도연산환묵지
짙게 바른 가을산 그린 눈썹 흡사한데 / 濃抹秋山似畫眉
둥근 못은 푸른 유리 골고루 깔았구려 / 圓潭平布碧琉璃
작고 큰 것 끌어들여 제물을 논한다면 / 如將小大論齊物
꼭 연산이 묵지를 감돌았다 말을 하리 / 直道硯山環墨池
●下仙巖(하선암)-金正喜(김정희)
陰陰脩壑似長廊 流水浮廻日月光 음음수학사장랑 유수부회일월광
一點緇塵渾不着 白雲深處欲焚香 일점치진혼불착 백운심처욕분향
그늘진 깊숙한 골짜기 긴 행랑 같아 흐르는 물에 해와 달이 떠돈다.
검은 먼지 한 점 전혀 붙지 않아 흰 구름 깊은 곳에 향불이나 피우고 싶어라.
●仙遊洞(선유동)-金正喜(김정희)
碧雲零落作秋陰 唯有飛泉灑石林 벽운령락작추음 유유비천쇄석림
一自吹簫人去後 桂花香冷到如今 일자취소인거후 계화향냉도여금
푸른 구름 흩어져 가을 그늘 이루어 날아내리는 샘물만이 돌 숲에 뿌려진다.
옥퉁소 불던 그 사람 떠난 뒤로 계화향기 차가운 것 오늘까지 왔구나.
●看山(간산)-金正喜(김정희) 산을 보며
山與大癡寫意同 匡廬詩偈杳難窮 산여대치사의동 광려시게묘난궁
都無冬夏靑蒼氣 陡壑脩林一樣紅 도무동하청창기 두학수림일양홍
산은 대치와 하냥 사의는 동일하나 / 山與大癡寫意同
광려산 시게처럼 다 찾기는 어렵구려 / 匡廬詩偈杳難窮
여름 겨울 청창한 기운은 전혀 없고 / 都無冬夏靑蒼氣
험한 골짝 긴 숲은 한 양으로 붉은 빛이 / 陡壑脩林一樣紅
●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뜰의 풀
一一屐痕昨見經 蒙茸旋復被階庭 일일극흔작견경 몽용선복피계정
機鋒最有春風巧 纔抹紅過又點靑 기봉최유춘풍교 재말홍과우점청
하나하나 신발 자국 어제 지난 나머진데 / 一一屐痕昨見經
덥수룩이 그새 자라 섬 뜰을 입혔구나 / 蒙茸旋復被階庭
기봉은 가장 이 봄바람이 교묘하여 / 機鋒最有春風巧
붉은 색 발라 놓고 또 푸른 색 점을 찍네 / 纔抹紅過又點靑
●驟雨(취우)-金正喜(김정희) 소나기
樹樹薰風葉欲齊 正濃黑雨數峯西 수수훈풍엽욕제 정농흑우수봉서
小蛙一種靑於艾 跳上蕉梢效鵲啼 소와일종청어애도상초초효작제
나무마다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은 가지런하고 산봉우리들 서쪽은 비 짙어 어두워진다.
작은 청개구리 한 종류가 쑥보다 더 푸른데 파초 잎 끝에 뛰어 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낸다.
●秋牡丹(추모란)-金正喜(김정희) 가을 모란
紅紫年年迭變更 牡丹之葉菊之英 홍자년년질변경 모단지엽국지영
秋來富貴無如汝 橫冒東籬處士名 추래부귀무여여 횡모동리처사명
해마다 홍색 자색 바꿔가며 꽃 피어 모란의 잎은 국화의 꽃봉오리와 같도다.
가을이 되면 부귀가 너 같은 것이 없으니 동쪽 울타리 처사란 명칭은 걸맞지 않구나.
●配所輓妻喪(배소만처상)-金正喜(김정희) 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을 애도함
那將月老訟冥司 來世夫妻易地爲 나장월로송명사 내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 使君知我此心悲 아사군생천리외 사군지아차심비
어찌하면 매파가 저승 관리에게 송사하여 내세에는 우리부부 바꾸어 태어나게 할 수 있을 까
내가 죽고 당신이 천리 밖에 태어나 나의 이 마음의 슬픔을 알게 하고 싶소
●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서벽정의 가을
孤亭同菌小 佳境似蔗甘 고정동균소 가경사자감
將身欲入石 人語出碧嵐 장신욕입석 인어출벽람
외로운 정자는 버섯처럼 닥은데 좋은 경치 갈수록 더 아름다워라.
몸 일으켜 돌 속으로 들려하니 사람소리 안개 속에서 들려온다.
行人下馬短碑前 金煥心家舊躅傳
一酌橘林明志事 至今彈淚種薑年
길 가는 사람들도 단비 앞에 말 내리니 / 김환심의 집에서 옛 자취를 전해오네 /
귤림에 잔 올려 심사를 밝혔으니 / 생강 심던 그 해는 지금도 눈물짓네 /
● 春日(추사 김정희선생 시)
翰墨情緣重 彌深竹栢眞 한묵정연중 미심죽백진
梅花銅坑雪 杯酒玉山春 매화동갱설 배주옥산춘
明月千金夜 靑眸萬里人 명월천금야 청모만리인
篆煙曾結就 槎屐不迷津 전연증결취 사극불미진
붓을 들어 한묵(文筆)의 정 매우 중하니 죽백의 참된 마음 더욱 깊어라.
매화 가득한 저산에 아직 눈도 녹지 않았는데 (銅坑:매화가 많이 나는 곳)
한 잔 술에 취한 나에게 봄은 벌써 와 있구나. (玉山: 사람의아름다운 풍채 비유)
밝은 달 금빛 같은 밤. 젊은 날의 아름다운 청년은 아득한 추억 이제는 붓 가는 대로 내 마음도 가기에
(香煙이 篆字형으로 만들어짐을 이름) 나막신을 신고서도 나루를 건널 수 있는 마음이네.
庭畔桃花立 胡爲細雨中 정반도화립 호위세우중
不敢笑春風 主人沈病久 불감소춘풍 주인침병구
뜰에서 울고 있는 복사꽃 어찌하여 가랑비 속에 있는가?
주인은 오랫동안 병이 들어 따스한 봄바람에도 웃지 못하노라.
● 함벽루(涵碧樓)
綠蕪鶴脚白雲橫 取次江光照眼明 록무학각백운횡 취차강광조안명
自愛此行如讀畵 孤亭風雨卷頭生 자애차행여독화 고정풍우권두생
푸른 벌 학 다리에 흰구름 빗겼는데 눈부셔라 비추이는 저 강빛도 장관일세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이 대견하니 외론 정자 비바람이 책머리에 생동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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