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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키르기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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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수산업 애완동물 게시판 스크랩 성 이시돌 목장 - 비육팀
술탄 추천 0 조회 25 11.11.09 18: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비육(肥肉)팀 이야기

 

‘희더’라고 불리는 사료공급기로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축산농가 악취, 우린 그런 것 없습니다.”


‘비육(肥肉)’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본 건 아니지만 그리 살갑게 들리지 않는 건 사실이다. 육식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모임에 나가 소고기를 먹을 때가 있다. 광우병 파동이 나고,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서 식당에서 우리가 먹고 있는 소고기가 국산이냐는 질문을 종업원에게 함은 이제는 미련한 질문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더구나 우리가 먹고 있는 이 소고기가 어떤 경로로, 어떤 사료를 먹고, 얼마나 항생제를 맞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는 건, “잘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라는 속담만을 신봉하고 무작정 밀어붙일 것만은 아닌 듯하다.  2007년 8월 15일 친환경농산물『무항생제 축산물』인증을 받아 청정 제주를 대표하는 무항생제 최고급육을 생산하는 이시돌 목장의 비육팀 방문은 만연된 나의 불안감을 일순간 사라지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여기저기 축사를 몇 군데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몇 시간은 축산농가 특유의 향취(?)로 고생을 하리라 여겼던 나의 생각은 성 이시돌 목장의 비육팀을 방문하기 위해 입구에 들어서자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바람도 불지 않는 끈끈한 날씨임에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에 뒤로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부른다. 전화로 방문을 약속한 비육팀의 성 대근 팀장임을 알아보고 정확히 찾아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비행기 격납고 같은 대형  축사의 외부모습                          축사의 실내는 매우 청결한 상태이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조금은 완고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그의 미소가 부드럽다. 먼저 축사를 둘러보자는 나의 제안에 거리낌 없이 앞서 걷는다. 마치 비행기 격납고 같은 거대한 규모의 축사는 잘 생긴 홀스타인종의 소들로 가득하다. 마침 식사 시간이었던지 축사 안의 소들은 빛깔조차 맛있어 보이는 잘 마른 건초를 열심히 먹고 있다.

 

 

              건초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기계이다.                     자동공급기를 통해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 유기농 초지로부터 시작

 

소들이 맛있게 먹고 있는 건초는『친환경농산물(전환기)인증』을 받은 초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건초이다. 제주에서 초지로서는 최초로 친환경농산물로 인증을 받은 성 이시돌 목장의 초지는 『무항생제 축산물』을 키우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소들에게 공급되는 사료 또한 유기농제품이고, 마시는 물 또한 전국에서 가장 물이 깨끗하다는 제주의 물이니, 이런저런 농약이나 항생제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즐겨(?) 먹고 있는 나로서는 소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롤처럼 말려 보관되는 건초들이다.                               롤 건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성 이시돌 목장의 비육팀은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건초를 만들기 위해 300만평의 목장 초지에서 풀을 베어내는 작업을 한다. 고되고 힘든 일이지만 쑥쑥 자라주는 소들을 볼 때마다 힘겨움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유기농 순환 과정이 생긴 동기는, 오래 전부터 축산분뇨를 아무 곳에나 함부로 버리는 것을 “질색하는”(성 대근 팀장의 표현에 따르면), 성 이시돌 목장의 설립자인 맥그린치 신부님의 운영방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에서 가장 큰 유기농 축산농장인지라 이곳저곳을 바삐 다니는 중장비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궁금증을 못 참는 나의 질문에 성 대근팀장은 대답하느라 바빠진다. 중장비 하나가 인력 20~30명의 몫을 하기에 비육팀 인력은 13명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성 이시돌 목장이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제주 전역에 목장설립이 활발해졌는데, 이때가 무상 또는 마진을 붙이지 않은 저가로 다른 목장에 가축들을 제공하였던 시기이다. 또한 성 이시돌 목장은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각종 중장비들을 저렴하게 신설중인 목장에 제공하여 제주축산산업의 빠른 안정에 보탬을 주었다. 

 

성 이시돌 목장의 유기농 순환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퇴비ㆍ액비는 그 처리과정이 독특하다. 소들이 자라는 축사 바닥에서 소들의 배설물이 자동으로 지하로 흘러가게 되고, 흘러간 배설물은 축산분뇨 처리시설에 모인다. 그리고 환경개선제인 미생물 「Aquraclean균」을 사용하여 악취를 완전히 제거함으로 쾌적한 축사 환경을 유지하게 된다.


흘러간 배설물은 지하의 저장소에서 6개월간의 숙성을 거쳐 수분을 따로 분리하여 액비로 만들어 ‘액비저장조’로 보내고, 남아있는 고형물은 ‘퇴비건조장’으로 보내어져 퇴비로 만든다. 이 과정을 거친 퇴비와 액비는 100% 초지로 환원된다.

 

 현대식 리조트 단지 부럽지 않은 송아지 사육장

  갓 태어난 송아지들이 우유를 먹으며 성장하는 전용 사육장의 전경이다.

 

송아지 전용 사육장을 들어서는 순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시릴 만큼 눈부신 푸른 하늘, 뭉글뭉글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보기 좋게 걸린 그 아래, 하얀색의 송아지 전용하우스는 깜찍하리만치 귀여워 보인다. 가까이 다가선 나를 경계하는 놈도 있고, 성큼성큼 다가서는 놈도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송아지들은 우유를 주식으로 하며, 45~60일 정도 후에, 건초를 먹이는 적응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생후 6개월 이후, 병이 들면 항생제의 투입 없이 도태시키는 걸 원칙으로 한다. 홀스타인종은 어미와 분리하여 따로 생육을 시키지만, 우리네 전통소인 한우는 어미와 함께 생육을 시킨다고 한다.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안정된 성장과정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귀한 송아지답게 전용하우스를 제공!                               우유를 땐 송아지의 건초적응 단계

 

          새끼를 출산한 한우들이 모여 있는 축사이다.                             앙증맞은 새끼 한우들의 모습

 

 

성 대근 비육팀장의 각오

성 대근 비육팀장이 축사 이곳저곳을 안내해주고 있다.

 

20년간의 군 생활을 예편하고, 어린 시절 자신이 태어나고 뛰어 놀았던 이곳, 성 이시돌 목장으로 돌아 온 그는 군 시절 행정전문가이다. 사실상 축산업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과 시간이 끝나고 전문서적과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 대접을 받으며 살짝 올려 본 그의 책상에는 축산 전문서적들로 가득하다.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하고 있는 게다. 

 

그는 이곳 성 이시돌 목장에서 태어나고, 「텍스본」이라고 불리는 이곳만의 독특한 개척자 주거공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아버지가 개척한 이곳 성 이시돌 목장과는 2대에 걸친 인연으로, 그들의 가족사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신문지를 펼쳐놓고 목장의 이곳저곳 연결도로를 그리고 여기저기 축사 근처에 지어진 「텍스본」단지가 어디에 있었고, 몇 동이 있었던지 자세한 설명을 하여준다. 

 

상투적인 질문이기는 하나 가장 궁금한 질문인 “여기에 있는 소는 전부 몇 마리 정도인가요?”라는 물음에 그는 “내 새끼들은 전부 1700두입니다.” 라는 애정 어린 대답이 돌아온다. ‘내 새끼’라는 단어에 친근감이 든다. 성 이시돌 목장은 가축들은 전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성 이시돌 농촌 산업 개발 협회」의 재산인데 그는 거침없는 표현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인의식이 강하다는 좋은 느낌이 다가온다. 글로는 쓰지 말라는 그의 요구가 있었지만 그와의 대화를 통해 받았던 소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가끔 목장사람들에게 거친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비육팀에서 키우던 소가 팔려나가 돈이 들어오면 그 돈은 목장의 돈이지만, 팔리기 전 까지는 나의 소라고 말을 합니다. 가끔 미친(?)라는 소리도 듣지만 성 이시돌 목장은 나에게는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멋진 곳이기에 이곳에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안 된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는 그는 “해보지도 않고 어찌 알겠느냐?”며 고집을 부려 가끔 사람들과 다툼도 있었다고 한다, 도축이 끝난 가공공장의 지하실까지 내려가 도축된 자신의 새끼의 내장을 보러간다고 한다.

 

“도축장에서 미친 놈 소리 꽤나 들었지요. 병도 없고 등급도 높은 소를 굳이 내장까지 들여다 볼 이유가 뭐냐고?”

 

“사람이나 소나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을 경우 내장이 먼저 탈이 나는데, 정말 좋은 유기농 사료와 유기농 건초로 자신 있게 키웠지만 혹시 빠트렸던 부분이 없나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이유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품질 좋은 소를 키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한다는 그의 의지는 축산물 등급 판정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성 이시돌 목장만의 비밀인 듯하다. 조만간 성 이시돌 목장의 마크가 달린 고품질의 소고기(HACCP-무항생제 인증)가 시장에 출시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까 하는 걱정을 한다고 한다.

 

나의 생각으로는 당연히 가격이 올라가면 목장에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반문을 하였더니, 성 이시돌 목장은 영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곳도 아니거니와, “차별화는 좋지만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는 설립자의 이념에 따르기 위해서 고심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돌아서는 나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이 뿌리가 박힌 듯 든든해 보인다. 아마도 그가 이곳 성 이시돌 목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기에 이곳 토양과 호흡이 잘 어울림이 아닐까? 하루빨리 성 이시돌 로고가 달린 소고기가 나와 맛을 보았으면 하는 설렘으로 휘파람을 불어본다. 갓 피어나는 억새가 초록빛 유기농 바람에 흔들리며 흐드러진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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