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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 │ 홍해리 시인 ┛ 스크랩 동양란과 홍해리 선생의 애란시(1)
洪海里 추천 0 조회 94 09.03.31 05:42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오름에 다녀오다가 학생문화원에서 난전시회를 다시 보게 되었다. 2주 전에는

제주동양란회의 전시회였는데, 이번에는 사단법인 제주난문화연합회의 제6회

연합전이다. 한국난의 우수한 품종을 발굴 계통을 정립시키고, 전시회를 통해

명품란 배양 정보의 교류와 지속적인 증식과 확대 보급하는 한편으로 난 애호

가의 친교의 장을 마련하고 건전한 난문화 창달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출품 종류는 춘란, 한란, 새우란, 야생란, 동양란 등 원예 가치가 우수한 난인데

심사 구분은 엽예품에 호, 중투호, 복륜, 사피, 단엽, 호피, 서호반, 산반이

화예품에 소심, 색화소심, 홍화, 황화, 주금화, 복색화, 두화, 원판화, 산반화,

기화, 동양란, 석부작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전년도 대상 수상작은 시상

하지 않고, 작품성이 떨어져 우수작이 없는 부분은 시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산에서는 보통 춘란도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전시회를

통해서나마 눈요기를 할 수 있는 행운도 쉽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조명이 어둡고

사진 촬영 기술이 모자라 이 정도밖에 못 찍는 것이 아쉽다. 내년에 제대로

찍어 올릴 것을 기약하며, 홍해리 선생님의 애란시와 곁들여 몇 차례에 걸쳐

내보낸다. 

 


♧ 난蘭이여 사랑이여

 

 부시게 마음이 가벼운 봄날 먼지 알갱이 하나에 천년

굴을 파다 문득 하늘에 날아가는 한 마리 새를 보네

한평생을 사는 것이 모래 한 알밖에 아니 먼지 알갱이

에 더하겠느냐 땀 한 방울도 못 되는 목숨으로 살아가

면서 악머구리로 세상이 시끄럽게 울어쌓아도 제자리

에서 제때에 푸르게 몸 떠는 목련꽃의 무심한 하양을

보아라 사랑이여 세상에 서럽지 않은 애달프지 않은

아프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겠느냐 쓰라린 상처 하나

없는 사람 세상에 어찌 홀로 설 수 있겠느냐 보드라운

봄밤이 꿈결같이 펼쳐지고 눈 안으로 빨려드는 저 먼

 

 

산자락의 달빛 별빛 그리고 가늘게 흐르는 바람의 희

미한 그림자 사이로 너무 멀리 가버린 가슴속의 풀꽃

향기 입술에서 다시 살아날 때 버선발로 달려 나올 진

달래 꽃잎 같은 사랑을 보아라 두견새 한 마리 날아와

온 산천을 흔들 때면 목숨 가진 것들마다 퍼렇게 멍이

들어 온몸으로 발광하는데 소리없는 소멸 속에서도 찬

란히 피어나는 느릅나무 속잎이나 원추리 새순 같은

것이나 또는 찬란한 추락이 아닌 부리 노란 새새끼의

첫 비상도 저 부신 햇빛 속에 빛나고 있음을 ㅡ 그러

면 알리라 사랑도 상처로 씻고 눈물로 씻어서 드디어

 

 

빛나는 별이 되는 법을 겨울 개울 물소리를 들어보면

눈 내린 어둡고 깊고 춥던 바람소리 설해목 우지지던

새들 노루들 꽁꽁 얼어붙던 밤 다 지나고 이제야 목이

터져서 봄날 아지랑이 아른아른 오르내리고 비 오고

물안개 버들개지 틔우니 꽃구름이 꽃비 뿌려 그것을

뒤집어쓴 우리도 꽃이 되어 하늘로 하늘하늘 날아오르

는 것을 그리운 마음의 날개를 타고 한나절의 세상살

이 따뜻하게 다지고 다지는 것을 ㅡ 난이여 그대를 가

만히 들여다보면 쓸쓸한 슬픔이 아침 햇살처럼 이파리

마다 젖어오나니 늘 푸르거라 난이여 사랑이여!

 


♧ 하란 개화夏蘭開花

 

진통의 밤이 지난, 새벽

문 열자 찰랑찰랑하던, 향기

드디어 넘쳐나네


먼먼 우주에서, 오는

그대의 입김

불립문자不立文字로 피어나네


외로운 넋으로

목을 뽑듯, 올리는

뽀얀 살빛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이네


찬란한 비상을, 꿈꾸는

마음으로, 그리는

가슴에 화두話頭, 하나


이 아름다운 충만

서늘한

축복이네!

 


♧ 난은 홀로 가득하다

 

돌 사이 지주 박아

한 층 한 층

쌓는 탑


그리움으로

가슴 저미는

사랑 혼자서 스스로를 삭이고


난은

지족의 팔을 늘여

제사날로* 꽃그늘 이루나니


몸 열고 마음 풀면

여백 가득 스미는

눈썹 끝 너의 그림자


서릿발 눈발이 쳐도

따뜻한 지창 안, 오롯한

한 채의 탑.

---  

* 제사날로 : 제 생각으로, 제 스스로, 남의 시킴을 받지 않고.

 


♧ 꽃대궁 올리는 때

 

꽃대궁 올리는

꿈결 같은 때

꽃송이 아랫자리

눈물로 쉼표 찍고

낮아지자고 낮아지자고

속삭이듯 꽃은 피어

품안의 것

잊어버리자고

눈물 같은 꽃이나 피우자고

고운 혼

불을 놓아

꽃 같은 날개

날고지고

날고지고.

 


♧ 난잎 질 때

 

곧던 잎 점점 휘어지고

검푸르던 빛깔 누렇게 변해

마침내 똑! 떨어질 때


저 하늘의 작은 별

깜빡! 하며

마지막 숨을 놓는다


광대무변의 세상 점 하나 지워지고

한 순간

눈물방울 하나 갸우뚱한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지구는 돌고

그렇다, 권위도 순서도 없는

죽음이란 분명한 사실일 뿐


아버지도 그랬고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도 그랬듯이

아들도 아들의 아들도 손자도 그런 것이듯


눈물도 이슬처럼 햇빛 속에 숨고

자신이 몸을 낮추어

울음으로 찰나의 집 한 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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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3.31 10:00

    첫댓글 이 아침, 그윽한 난향으로 마을을 씻어내고 고결한 숨결이 흐르는 홍해리 회장님의 시심에 함빡 빠져봅니다. 언제나 미소년 같으신 심성으로 따스함을 전해주시는 회장님, 감사합니다. 건안하시고 행복하시어요...*^_^*

  • 작성자 09.03.31 10:53

    토요임 모임에서 만나 반가웠습니다. 이 시인, 방 시인 또 이 시인 모두 고맙습니다. 즐겁게 삽시다.

  • 09.03.31 13:51

    난의 찬가와 난의 이쁜 모습들을 보니 조용한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동양란은 동양인처럼 겸양지덕을 지닌 수줍어하고,양란은 서양인처럼 윤곽이 확실하며 호화롭다는 느낌이 들더군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 09.04.01 05:58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죽림 님! 동양란은 우리 옛 기생 같고 서양란은 서양기생 같지요. 모든 것이 보기 나름이겠지만~~~!

  • 09.04.01 01:26

    아름답고 조용한 노래이듯 편안하게 뵙습니다. 이리 뵐 수 있어서 기쁨이 됩니다.

  • 작성자 09.04.01 05:59

    잠시 자연 속에 묻히고 싶은 것이 현대인들이겠지요. '모든자연' 님은 자체가 자연이시니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으실 듯싶습니다.

  • 09.04.01 10:46

    이름이 좀 그렇지요? 우리 아이가 처음 카페라는 것을 제게 알려 주면서 지어준 이름이라 쭉 사용하고 있는 이름입니다. 제게 딱이라고 킥킥대고 놀리기도 하죠. 시들이 하나같이 참 곱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09.10.22 17:09

    고맙습니다, 모든자연 님!

  • 09.07.03 01:19

    향이 그윽하여 차마 말씀으로 다 아뢰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머물다 갑니다 꽃과 시를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 09.10.22 17:10

    고맙습니다, 구름나목 님!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 09.10.23 22:22

    좋은시 접하게 되어 무어라 감사의 말씀 드려야 할지, 홍해리 시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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