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제천(壽齊天) … ‘하늘의 뜻을 따르다.’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虛)에서 발(發)하여 자연(自然)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여 혈맥(血脈)을 뛰게하고 정신을 유통(流通)케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음악을 듣고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아서, 기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날려 흩어지고, 노(怒)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거세고, 슬픈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애처롭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느긋하게 되는 것이니, 그 같지 않은 소리를 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인도(引導)여하에 달렸다.
- 악학궤범 서문중 -
- 수제천(壽齊天)이란?
이 음악은 신라 향가인 정읍사의 가락에서 기원한다고 전해지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노래인 정읍사 -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달님아, 높이 좀 솟아서, 어기야 멀리 좀 비춰주세요) 어기야 어강도리 아아 다롱디리를 노래하던 곡이 전 민중에 회자되며 궁중에까지 전파되고 궁중의 악사들이 비중 있게 음악적 형식을 가미하여 연주하게 되었으며 무용과 창사를 합한 종합 연희적 성격으로까지 발전이 된 것인데 이는 민중의 노래에서 출발하여 전 국민적인 애창곡이 된 역사 문헌상의 첫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읍사는 정읍지방의 행상의 아내가 불렀다는 노래로.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다오, 라는 낭군을 기다리는 애절한 내용으로 부부의 정을 듬뿍 나타낸 노래이다.)
수제천은 궁중의 연향악으로 왕이나 왕세자의 거동 때 위엄을 더하기 위해 쓰였던 음악으로, 장단이 불규칙하며 피리가 쉬면 대금이 연음(連音)을 이어주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궁중음악의 백미(白眉)이며,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시아 음악제 전통음악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곡이다. 한민족 5천년의 웅대한 역사를 음악으로 대변한듯한 느낌을 주며, 한국 궁중음악의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가락과 불규칙한 장단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장중하고 힘차고 화려한 곡이다. 정갈하고 단순하며 명상적인 클래식 음악이며 한국궁중음악이다. 주로 궁중의식을 위한 궁중의 연례악으로 쓰였으며 처용무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된다.
위의 사실은 조선의 음악서인 고려사(高麗史 조선 성종) 악지(樂志) 속악(俗樂) 삼국속악(三國俗樂) 편에서 정읍 현에 사는 한 여인이 지어 부른 노래라고 밝힌 점과, 정읍사의 가사를 기록한 악학궤범(樂學軌範), 정읍의 고악보를 남기고 있는 대악후보(大樂後譜:정조), 그리고 숙종 45(1719)년에 정읍이 무고정재(舞鼓呈才)의 반주 악으로 쓰였다고 전하는 진연의궤(進宴儀軌), 악공을 선발하는 시험곡의 향악곡중 정읍이 들어 있음을 제시한 경국대전(經國大典)의 악공취재곡목(樂工取才曲目)등에 그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여타 의식에 사용했던 기록들은 여기저기 편린처럼 남아 있습니다.
- 수제천의 국제적인 평가와 위상
수제천을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대 행사(대통령 취임식, 국빈 만찬과 의례 등)와 국제적인 문화교류에 있어서는 당연히 연주되어야 하는 곡으로 수제천을 꼽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전관행 속에 분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찌 보면 외국인이 그것도 각 국의 원수와 최고 정상급 외교담당관들이 우리나라를 처음 대할 때 맞는 음악으로 우리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세계적인 음악가와 언론의 평가
-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1회 유네스코 아시아 음악제 전통음악 분야에서 최 우수악곡으로 특선되었는데 당시의 평은 이렇다.
‘천상의 소리가 인간 세상에 내려 온 것과 같다...’
- 이혜구 박사도「수제천의 조와 형식」을 구명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이 곡의 아름다움을 일컫고 있다.
‘이런 수제천의 분석도 그 광대(廣大)하고도 부드럽고 미묘한 변화를 가진 걸작 중의 걸작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수제천은 마치 광란(狂亂)의 속세(俗世)를 벗어나 하늘 높이 솟아 춘광(春光)에 빛나는 대산(大山)과도 같기 때문이다.’
- 일본의 음악학자 나까무라씨가 일제시대 때 이왕직 아악부에서 수제천과 영산회상을 듣고 다음과 같은 황홀한 감동을 말한 것이 있습니다.
‘이윽고 들려오는 관악 수제천의 화려한 곡조, 현악 정상지곡의 우아한 선율에 그만 매혹되어 온갖 환경은 씻은 듯 사라지고 미묘한 혼(魂)의 숨소리에 홀연히 꿈을 보듯 한 때를 보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하였는지 모른다.’
- 미국 작곡가 알란 호바네스는 ‘한국의 아악은 세계에서 가장 표현력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음악이며 멜러디의 자유스러움과 신비감에 있어서 세계의 다른 어떤 음악과도 유사하지 않은 영혼의 음악이다.’
- 데이비드 맥켄 코넬대학교수는 ‘우주만물과 조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전통예술은 속세를 벗어난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중후한 느낌을 준다.’ 라고 했고,
- 존 젤라쉬 록펠러 대학교수는 ‘서구 산업문명의 때를 벗겨주는 청량제와 같았다’ 라고 평했으며,
- 한 재즈 연주자는 ‘느리고 박자도 없는 듯한 한국음악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추구할 음악’ 이라며 극찬을 한 평을 볼 수 있다.
이상은 제가 각 사회단체나 교사연수 교육시에 특강한 자료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조성래(한소리국악원 원장)
첫댓글 좋은글 스크랩 해갑니다.
하늘의 소리를 따라하겠다고 식식거리며 대금 갈라져라 두드려댔는데...
함께 어우러져 내는 소리란 걸 겨우 알아가요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 느낍니다
수제천의 역사 잘 읽어습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 _ ^....
아하!! 수제천 세계가 극찬하는 음악이군요.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다시한 번 되새김 하겠습니다.
의미를 알고 연주하면 좀 더 의연하고 엄숙한 소리로 승화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