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의 반격이 시작됐다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들의 공세 속에서 토종 SPA 브랜드들이 괄목한 만한 실적을 보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내수 불황이 계속되면서 명품 업체도 맥을 못 추고 있지만 SPA 브랜드들은 빠른 기획과 싼 가격을 무기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복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국내 SPA 시장이 캐주얼과 남성복 등으로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유니클로’, ‘자라’, ‘H&M’이 아닌 국내 소비자 정서를 잘 간파한 국내 SPA 브랜드들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스파오’ ‘미쏘’ 한류 업고 고성장
국내 첫 SPA 브랜드인 이랜드의 ‘스파오’는 지난 2009년 명동에 870평 규모의 1호점 오픈 이후 현재 35개까지 유통망을 확대하며,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런칭 첫해 100억원 매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700억원을 기록한 ‘스파오’는 올해 1천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그 성장 속도도 배가 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아렐이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 업무 제휴를 진행하고 있고, 사업적 파트너십 뿐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스타 콘텐츠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매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복을 중심으로 한 SPA 브랜드 ‘미쏘’도 지난해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런칭 1년 만에 200% 신장했다. 올해 매출도 ‘스파오’와 같은 1천억을 기대하고 있다. ‘미쏘’는 20~40대까지의 모든 여성을 위한 스타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하는 한국형 SPA 브랜드를 지향하며 서양인의 체형의 맞춰진 기존 해외 SPA 브랜드들의 약점을 공략, 베이직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동양 여성의 체형에 맞춰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파오’가 ‘유니클로’에 맞선 브랜드라면 ‘미쏘’는 ‘자라’와 ‘H&M’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에잇세컨즈’ 유통망 확보 가속
제일모직의 계열사 개미플러스가 전개하고 있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유통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약 8개점 정도만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유통사들의 반응이 좋고 주요 상권에 대형 점포 확보가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까지 12개점 이상 오픈이 결정됐다.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오픈도 검토 중이다.
하반기 오픈이 결정된 곳은 여의도 IFC몰, 강남역점, 현대백화점 충청점, 울산점, 인천 연수동의 스퀘어원 쇼핑몰 등이다. 현재 가로수길, 명동, 신도림 디큐브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5개점을 운영 중이며 올해 수도권에만 12개점을 확보하고, 지방권에도 추가 오픈을 여건이 되는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800억원, 내년에 2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대형 점포 위주로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대표 매장인 가로수길점의 경우 월 평균 13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경쟁 구도에 있는 브랜드들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매출 호조로 미국, 러시아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에잇세컨즈’의 해외 시장 진출은 오는 2014년 중국을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요 5개 도시에 매장을 성공적으로 오픈한 후 미국과 유럽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탑텐’ 10~40대서 폭 넓은 인기
최근 SPA 시장에 뛰어든 신성통상의 ‘탑텐’도 사전 마케팅 없이 오로지 상품으로 승부를 걸며 10대는 물론 30~40대에 이르는 중장년층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대학로점은 6~7월 월평균 매출이 3억5천만원에 달한다. 명동점은 지난 7월 6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8월에는 7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탑텐’은 현재 입고된 가을 상품들이 추가 생산에 들어갈 만큼 반응이 좋아 9월 한달 동안 7개점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의정부, 코엑스, 롯데 울산점,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강남점, 인천 스퀘어원, 홍대에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명동 2호점도 최근 임대 계약을 완료했다. 오픈은 내년으로 잡고 있고 ‘H&M’과 마주보는 자리에서 경쟁을 펼칠 계획이다. ‘탑텐’은 내년에 1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현재 각 점포별 손익분기점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김금주 부장은 “최근 국내 시장에 저가 바람이 거세지면 SPA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데, 찾아 온 기회를 잡고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이들 브랜드를 압도하는 실력 확보가 선결 과제”라며 “글로벌 SPA의 원천 경쟁력인 트렌드와 가격에서 압도하는 동시에 사이즈 및 패턴 최적화와 결품 최소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상품구성을 통해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