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말환 개인전
나무 신화 그리고 평온에의 희구
작가의 나무들은 혼합재료의 긁어내기로 인해 깊게 골이 파여져 있음을 본다.
이 틈새 사이사이로 나무의 기억들이 스며 올라오거나 융합되어 아득한 나무의 역사성으로 함몰된다.
긁혀진 나무의 형상은 천년을 자라는 소나무나 미래의 님이 오기를 기다린 다는 측백나무와 같은,
고목의 굽히지 않는 묵직한 의지와 기상을 담고 있다.
글 : 박옥생(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2010. 10. 20 - 10. 26 인사아트센터 2F]
[인사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02-736-1020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insaartcenter.com
[2010. 11. 8 - 11. 17 가산화랑]
[가산화랑]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274-1 T.031-712-1580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gallerygasan.com
1. 나무! 신화의 숲으로의 여행
안말환은 나무를 그린다. 오랜 시간 나무에 천착해온 작가에겐 나무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상징이자 인간들의 개별적 모습이며, 삶으로 다가온 듯하다. 나무는 인류가 꿈꾸며 지향해온 꿈의 생명체인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만화영화 감독인 미야자끼 하야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나 토토로에서와 같이 성(聖)스러움의 집합체이자 자연의 모든 생명을 함축하고 있는 영원한 공간으로서의 나무를 가시화 한다. 즉, 이를 우주목이라 하겠는데, 신과 인간이 교통(交通)하고, 하늘위로 목을 껑충 내민 나무는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존재라 하겠다. 단옷날의 신목(神木), 솟대 모두가 이러한 큰 키로 하늘 세계를 범하고 깊게 대지에 뿌리박음으로써 하늘과 땅,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고 있다. 그래서 나무가 주제로 그려진 회화들은 신성한 의식이나 영적 존재, 교통하는 강한 생명력과 같은 범 우주적이며 신비한 단어들과의 연관성과 이미지의 확장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러한 작가의 나무들은 혼합재료의 긁어내기로 인해 깊게 골이 파여져 있음을 본다. 이 틈새 사이사이로 나무의 기억들이 스며 올라오거나 융합되어 아득한 나무의 역사성으로 함몰된다. 긁혀진 나무의 형상은 천년을 자라는 소나무나 미래의 님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측백나무와 같은, 고목의 굽히지 않는 묵직한 의지와 기상을 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안말환 나무의 역동하는 생명력이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는 원초적인 생명의 신비가 느껴진다. 이렇듯 고집스럽게 견고한 나무들은 우직스럽도록 보편적 나무의 형상을 간결하게 유지하고 있다. 어느 철학자는 단순성에 관하여 이미지가 단순하면 그만큼 표상성, 즉 그것이 나타내는 현실적 대상에 대한 기억에서 해방되기 쉽고, 따라서 그만큼 상상력은 자유로워지며 순수해 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지를 원초적이고 직접적으로 파악하기에 성공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안말환의 나무를 이해하는데 정돈된 이론을 제공하고 있다.
나무-대화 116.8x80.3cm mixed media on canvas 2010
나무-대화 60x130cm mixed media on canvas on canvas 10
나무-대화 130.3x80.3cm mixed media on canvas on canvas 10
나무-대화 90.9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10
나무-대화 53x45.5cm mixed media on canvas 2010
이러한 작가의 간결한 나무를 신화적인 나무라고 하자. 이 신화적인 나무이자 숲은 장식되거나 과장되지 않아 오히려 한국적인 미감의 질박함으로 드러난다. 이는 분청사기나 막사발에서 느끼는 정갈하면서도 깊이 있게 숙성된 장인의 손맛이나, 토담집 아래에서 만나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소담한 정감 같은 것과 맞닿아 있다. 이것은 작가에게 뚜렷하게 기억되고 내재되었던 고향에 관한 향수일 것이며, 무의식 가운데 번져 나오는 한국인에게 존재하는 숨겨진 민족적 정체성의 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무의 질박함에서 태고의 인간 이전의 자연, 신이 존재하는 그러한 마법의 자연과 같은 신비함을 본다. 그의 나무는 나무이기 전에 추상적인 어떤 것, 형이상학적인 힘이 있는 자연의 대표 이미지라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나무와 나무가 존재하는 어두컴컴한 공간들에서 생명끼리 주고받는 대화와 부유하는 생명의 신비들이 노출된다. 이는 종교적이며 영적인 힘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터너(William Turner)가 그린 <황금가지>처럼 안말환의 화면은 곳곳에 스며든 빛과 신화와 종교가 분리되기 이전의 태고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사실,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놀랍게도 나무가 조형화 되는 그 곳은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한 검은 밤이라는데 있다. 밤의 숲은 더욱 견고하게 신화적인 신비감을 연출하게 된다.
나무-대화 130x60cm mixed media on canvas on canvas 10
나무-대화 90.9x60.6cmmixed media on canvas 10
나무-대화 45.5x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10
나무-대화 53x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10
나무-대화 60.6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10
2. 자아의 내면적 공간, 호흡하는 나무
검은 빛에 감싸인 안말환의 나무들은 실재의 나무 그 너머에 존재하는 꿈을 꾸고 있는 듯 몽환적이다. 사실, 화가가 하나의 주제에 오랜 시간을 몰입한다면 그 속에는 작가가 터득한 존재의 깨달음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깊고 낮게 파헤쳐진 나무의 골들 속에서 부유하는 기억의 파편들이 스며 나오고, 현재의 터져 나오는 생의 환희가 부서진다. 마치 작가는 시간이 멈춰진 밤의 숲에서 나무로 이입된 자아가 편안한 단꿈을 꾸거나 영원의 안식을 얻는 듯하다. 그렇다면 나무는 작가에게 안식의 영원으로 나아가는 매개체이자, 자신의 세계를 활짝 열고 우주(세계)를 받아들이는 가교적인 존재인 것이다. 즉, 작가는 나무를 생물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에겐 나무가 우주 자체일 지도 모른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물질적 상상력에 의하면 몽상가에게 상상된 우주는 그 속에서 자신의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말환은 나무속에서(나무를 그리는 행위) 자궁속의 태아처럼 편안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무는 온전히 작가자체이며 나무로 투영된 뚜렷한 자기 정체성인 것이다. 현대 회화에 있어서 도시 사회의 소외되고 불안한 인간을 표현하는데 있어, 정신적인 안락을 꿈꾸는 다양한 형태상의 시도가 보인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일정의 끊임없는 불안정과 불균형을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라고 한다면, 안말환의 견고한 대지에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은 드넓은 안식과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안말환 작품의 힘인 것이다.
강렬한 소통의 힘이 위로 아래로 흐르는 형상들은 마치 나무가 검은 밤의 대지와 호흡하는 듯 또는 대화하는 듯하다. 즉, 나무는 인간이 호흡하듯이, 저 먼 세계로, 밤의 숲으로 숨을 내뿜어 내고 있다. 작가가 그리는 나무의 소리 없는 힘찬 외침은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며, 작가가 신의 세계까지 침범하는 경이로운 나무에 관한 경탄이기도 하다. 또한 그 나무와 숲은 물처럼 깊고 아득하기만 하다. 사실, 근자에 새롭게 보여주는 나무-대화 시리즈에서는 작가는 나무와 작은 동물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오리와 같은 새의 표현은 실재를 단순화시키거나 실재의 크기보다 과장되어 있다. 이는 작가의 내면적 공간에서 대면한 또 하나의 자아로서의 생명체의 등장임을 알게 한다. 작가가 연출한 나무와 숲을 불변하는 진리의 체(體)라 한다면, 움직이는 숲의 작은 생명체들을 용(用)이라 하겠다. 즉, 전통적 체용설(體用說)에 입각한 시각화라 볼 수 있는데, 이는 동양인이 가지고 있었던 정(靜)과 동(動)에 관에 사고체계를 학설화(學說化) 시킨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고요함과 움직임의 조화로운 구조로의 화면 연출에 관한 고민의 시도이자 내면 공간에서 만나는 두 개의 상반된 자아와의 대화의 시도인 것이다. 안말환은 이러한 나무그리기 속에서 끝없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존재에 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푸른 생명으로 가득 찬 나무 세상 속에서 정신적 휴식과 위안을 얻고 있는지 모른다. 그 휴식 속에서 되새김질되는 창작의 본질, 삶의 정체성, 오롯하게 떠오르는 범 우주적 자아의 존재성에 관하여 작가는 정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평온과 위안을 주고, 힘차게 역동치는 나무의 본질적인 기운 속에서 우주와 나의 교감과 호흡을 선사받게 되는 것이다. 수직상승하는 나무의 힘찬 형상은 우주로 나아가는, 또는 들어가는 비밀의 방이나 마법의 옷장과도 같다. 그 문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의 통로이자 미래로 소통하는 터널인 것이다. 작가가 오롯하게 나무속에서, 나무를 향해서 대화해 나가는 이야기의 변주들이 향후 자못 기대가 된다 하겠다.
●본 글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몽상의 시학>>,<<공간의 시학>>의 물질적 상상력에 입각한 문학 비평의 방법적 모색에 크게 힘입었음을 밝힌다.
- 작가노트 -
햇빛에 투사돼 반짝거리는 나뭇잎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나의 화두를 가지고 좀 더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내재된 안식을 찾고자 하는 발길인가...
공원엔 나무와 나무가 둥글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로 감싸 안은 우거진 나무는 커다란 그늘을 제공하고
그 날 그 곳을 스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내내 속삭인다.
사랑, 행복, 슬픔....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빠르게
스케치를 해 본다.
현대인들의 애달프고 헛된 삶의 간판들
생존법에 따르는 보이지 않는 억압들
해소하지 못한 작은 분노들
수용되지 않는 갈등으로 적당히 삶에 지친
나의 지인들을
나무들의 대화로 형상화한 따뜻한
나의 숲으로 초대하고 싶다.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마음과 마음이 어우러지는 곳
목마른 꿈들이 갈증을 해소하고
사랑의 본질을 환원할 수 있는
낙원 같은 숲에서 편안하길 바라면서
오늘도
나무가 있는 숲을 차분히 그려본다.
안말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졸
경기대 교육대학원졸(미술교육전공)
개인전 27회
2010 안말환展 (인사아트센터F2)
안말환초대展 (TJH Gallery 서울)
안말환초대展 (동제미술관 대구)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COAX 08.10)
KCAF 제10회 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08~10)
화랑미술제 (BEXCO 부산 09.10)
숲과 나무를 보다展 (울산현대미술관)
STAR&BLUE ARTIST HOTEL ART FAIR (HILTON HOTEL)
국제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 06~08,10)
NIAS 남송국제아트쇼 (성남아트센터미술관 07~10)
AHAF10 아시아탑갤러리 호텔아트페어SEOUL (THE SHILLA HOTEL 09,10)
AHAF 아시아탑갤러리 호텔아트페어 (HYATT Hong Kong 10)
CONTEMPORARY ART IN KOREA (GINZA ARTHALL Tokyo 10)
ST-ART 2009 (Parc des expositions, Strasbourg France 09)
안말환展 (2009 Beijing 798Art Festival. Gallery Space - DA Beijing 09)
CIGE 북경국제아트페어 (국제무역센터 Beijing 09)
à Lorrez-le-Bocage (Espace Artevie France 09)
ARWI 국제아트페어 (PR컨벤션센터 Puerto Rico 09)
New York ART EXPO (Jacob Javits Convention Center New York 06)
MANIF (예술의 전당 04~06)
ART SYDNEY 05 (Royal hall of industries & hordern Pavillion SYDNEY 05)
TORONTO ART EXPO (TORONTO 04)外. . . / 단체전 250여회外. . .
경력
경원대 회화과, 산디과 출강(02-06)
경기미술대전(10). 경인미술대전(10) 경기노동문화예술제(10)
모란현대미술대전(04) 심사위원
성남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심의위원 (03~05) 外 . . .
NIAS남송국제아트쇼특별상(07) / 성남미술상(04)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성남아트센터미술관, 남송미술관,
동제미술관, 성남시청, 경향신문사,국민은행, 아산병원, 한국화이자제약,
로얄팰리스, 야베스벨리, 곡성군청, 세종호텔, 힐튼호텔 外 . . .
현재
한국미협이사, 한국전업미술가협회이사, 성남미협부지부장
탄천현대작가회부회장, 한울회, 갑자전, 경기북부작가회, 서울봄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