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주식시장과 주식가치 평가
주식시장은 주식회사의 지분 권리를 표시하는 증권인 주식이 발행・유통되는 시장이다. 기업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자기자금 즉 자본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기업의 가치가 주가의 변동을 통해 평가되고, 이는 기업에 대한 시장규율의 역할을 한다. 주식시장은 채권시장과 함께 자본시장 즉 장기금융시장의 양대 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벌려고 모여드는 거대한 투기판이다. 투자자들의 돈을 벌려는 행위가 시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기업자금의 조달과 기업의 가치평가 등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은 시장에서 직접 장기자금을 조달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발행주체와 법적 권리, 경제적 의미 등이 많이 다르다. 주식은 상법상의 주식회사만이 발행할 수 있으나 채권은 주식회사 이외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특수법인 등 다양한 기관이 발행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는 주식회사의 주인으로서 배당과 경영참가권, 잔여 재산청구권 등을 갖고 채권 투자자는 채권자로서 회사 사정과 관계없이 확정된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식은 확정된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원금상환의무가 없는 자본으로 채무구조 개선효과도 있어 채권에 비해 훨씬 유리한 자금조달수단이다. 반면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주식은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회사가 망했을 때 다른 채권을 모두 상환한 다음 잔여 재산에 대한 청구권만 갖고 있어 채권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 당연히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채권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기업도 채권보다 주식 투자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나게 해주어야(비용을 더 지급해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즉 주식으로 조달한 자금(자본)이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차입금)보다 안정성은 있지만 조달비용은 더 비싼 자금이다.
주식과 채권의 특성이 혼합된 중간 형태의 증권도 있다. 배당우선주식, 원본상환이 약속되어 있는 상환주식 등은 채권 성격을 갖는 주식이다. 사채 중에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은 주식 성격을 갖는 채권이다. 후순위채권도 발행자의 입장에서는 자본적 성격을 갖는 자금조달수단이다.
주식시장도 채권시장과 같이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와 증자 등을 통해 주식이 새롭게 공급되는 발행시장과 이미 발행된 주식이 투자자간에 거래되는 유통시장으로 나누어진다. 한국의 주식 유통시장은 기업의 규모, 재무상황 등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K-OTC시장으로 구분된다.
유가증권시장은 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KOSPI)의 산출 기준이 되므로 코스피시장이라고도 한다. 기업이 3년 이상의 영업활동, 300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 일반 주주의 수 700명 이상 등의 조건과 함께,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경영실적도 일정 이상 되어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상장 후에도 일정조건을 계속 충족하여야 한다. 유가증권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의 상장요건 충족 여부와 기업 활동 내용의 적시 공시 여부 등을 관찰하여 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상장 폐지 전에는 투자자 보호와 상장요건 재 충족 기회 제공을 위해 일정기간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s)은 유망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을 위한 주식시장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장조건이 느슨하다. 자기자본 규모, 소액 주주 수 등의 분산 요건, 경영성과 등에 대한 조건이 완화되어 있다. 코스닥시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위험도 큰 주식시장이다. 코스닥시장도 상장기업의 상장 후 일정조건 충족 의무, 관리종목 지정, 거래시간과 매매체결방식, 종합주가지수 작성 등은 유가증권시장과 비슷하거나 동일하게 운영된다.
코넥스(korea new exchange)시장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시장으로 중소기업 기본법상 중소기업만 상장이 가능하다. 상장요건에 기업설립 연수, 기업규모, 주식분산 정도 등이 없어 코스닥에 비해 훨씬 간편하게 상장할 수 있다. 상장 폐지요건에 재무상태와 경영성과에 관한 조항이 없어 상장 유지가 용이하다. 상장 자문인의 추천을 받으면 코스닥시장으로의 진입도 가능하다. 코넥스시장은 2013년 7월 설립되어 상장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종합지수는 작성되지 않고 있다.
K-OTC(korea-over the counter)시장은 비상장 주식의 거래를 위한 시장으로 과거 프리보드시장을 2014년 7월 이름을 바꾸고 운용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K-OTC시장의 거래대상은 자본 잠식률 100% 미만, 매출액 5억 원 이상, 감사의견 적정 등의 조건을 충족하고,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의해 등록 또는 지정된 비상장주식이다. K-OTC시장은 홍보 부족 등으로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이 크지 않아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유가증권시장 기준 시가총액이 2016년 말 1,300조 원으로 명목 GDP대비 90% 정도이다. 이 비율은 미국, 일본보다는 낮으나 독일보다는 높다. 그리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벌려고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비해 자금력과 정보력이 부족하고, 제도적인 역차별도 있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 그러나 아주 소수의 개인 투자자는 돈을 벌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투기는 부동산투기와는 달리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주식투자는 카지노 등 도박에 비해 거래비용이 아주 저렴하고, 승률도 높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내일의 주식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기는 외국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나 별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투기 성향이 강한 사람이나 탐욕과 공포가 교차하는 시장에서 무엇인가 배워보려는 사람은 도박이나 부동산투기보다 주식시장이 보다 저렴하고 공익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해서 돈을 벌여보려면 최소한 다음 정도의 기초지식을 가져야 한다. 많이 안다고 돈 버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 가능성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