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이야기 7.8
제1장 대구 (Yamaka Vagga)
여섯 번째 이야기
*마하깔라 장로와 환속한 쭐라깔라
부처님께서 세따위야에 계실 때 마하깔라와 쭐라깔라와 관련해서 게송 7, 8번을 설하셨다.
마하깔라, 맛지마깔라, 쭐라깔라 삼형제가 세따위야에 살고 있었다.
장남 마하깔라와 막내 쭐라깔라는 여러 지역으로 오백 대의 수레에 상품을 싣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였다.
어느 날 두 형제가 여러 가지 다양한 상품을 오백 대의 수레에 싣고 사왓티로 향하다가 세따위야에 제따와나 사이에서 수레를 멈추고 쉬고 있었다.
초저녁이 되었을 때 마하깔라는 사왓티에 거주하는 신도들이 향과 화환을 손에 들고 법문을 들으러 가는 것을 보았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신도들이 부처님께 법문을 들으러 간다는 말을 듣고 마하깔라는 생각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 법문을 들으러 가야겠다.’
마하깔라는 막내에게 말했다.
“아우야, 나는 부처님께 가서 법문을 듣고 올 테니 수레를 잘 지키고 있거라.”
그는 신도들과 함께 부처님께 가서 삼배를 드리고 대중들의 맨 뒤에 앉았다.
그날 부처님께서는 마하깔라의 근기와 성향에 맞추어서 순차적으로 법문을 설하셨다.
괴로움의 모임에 관한 경과 여러 다른 경들을 인용하면서 감각적 욕망의 허물과 저열함, 감각적 욕망에서 벗어났을 때의 이로움에 대해 설하셨다.
마하깔라는 법문을 듣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저승으로 갈 때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난다.
재산과 친척도 따라가지 않는다.
내가 왜 가정생활을 계속해야 하는가? 나는 출가하여 진리를 구해야겠다.’
법문이 끝나고 모인 사람들이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났을 때,
그는 부처님께 다가가서 출가를 요청했다.
“그대의 출가를 알려야 할 가족은 없는가?”
“부처님이시여, 막내 동생이 있습니다.”
“그에게 가서 출가를 알리도록하여라.”
“부처님이시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하깔라는 쭐라깔라에게 가서 말했다.
“아우야, 이 재산을 모두 가지거라.”
“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부처님이 계시는 승단에 들어가려고 한다.”
쭐라깔라는 형의 출가를 막으려고 온갖 말로 설득하였지만 형의 확고한 의지를 꺾을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형님 좋을 대로 하십시오.”
마하깔라는 부처님께 가서 비구계를 받았다.
쭐라깔라는 ‘시간이 좀 지나면 형을 데리고 세속으로 되돌아가겠다.’ 라는 생각으로 형을 따라가 비구가 되었다.
마하깔라는 비구가 된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승단에는 얼마나 많은 의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교학을 배우는 것과 수행하는 것, 두 가지 의무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나이가 들어서 출가했기 때문에 교학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저는 바로 수행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마하깔라는 부처님께 아라한으로 인도하는 공동묘지에 머무는 두타행(頭陀行)을 가르쳐 줄 것을 청하였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두타행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초경이 되어 모든 사람이 잠들면 공동묘지로 가서 수행하다가 새벽이 다가와 사람들이 일어날 때가 되면 사원으로 돌아왔다.
그때 공동묘지를 관리하고 시체를 화장하는 깔리라는 여인은 어떤 사람이 공동묘지에서 앉고 일어서고 계행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한 밤중에 이 무시무시한 곳에 오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가서 알아보아야겠다.’
그때는 너무 어둠이 짙어서 상대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공동묘지의 헛간에 가서 횃불을 준비하고 아들과 딸을 데리고 공동묘지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스님이 다가오자 그녀는 스님에게 다가가 삼배를 올리고 물었다.
“스님께서 이곳에 머무십니까?”
“그렇습니다, 재가자여.”
“스님, 공동묘지에 머물려면 지켜야할 규칙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규칙을 지킬 의향이 있습니까?”
“무얼 지켜야 합니까?”
“스님, 공동묘지에 머무는 두타행을 하는 사람은 사원의 수석장로와 마을 촌장과 묘지기에게 공동묘지에 머무는 두타행을 한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왜 이야기해야 합니까?”
“물건을 훔친 도둑이나 강도들이 주인이 추격해오면 흔히 공동묘지로 도망쳐 와서 장물을 숨기곤 합니다.
그때 주인은 공동묘지에 거주하는 사람을 도둑이나 강도로 오인하여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이 스님은 얼마 기간 동안 이곳에서 공동묘지 두타행을 수행하는 중이고 도둑이 아닙니다.’ 라고 말해줌으로써 불상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던 세 사람에게 두타행을 한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또 있습니까?”
“스님, 공동묘지에 머무는 동안에는 귀신이 좋아하는 생선, 고기를 가져와서는 안 되고, 정력이 넘치게 하여 음욕을 돋우는 우유, 기름, 설탕, 깻가루, 콩밥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날이 샐 때까지 잠을 자서는 안 됩니다.
나태하거나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 됩니다.
강한 결심과 강한 의지력으로 분투노력해야 하고,
수행하는 흉내나 내면서 속여서는 안 됩니다.
저녁에 모든 사람이 잠이 들 때 사원을 떠나 여기에 와서 수행하다가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에 사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스님께서 이 공동묘지에서 거주하는 동안 비구의 의무 ※(출가의 목표인 닙바나를 얻어 아라한이 되는 것을 말한다.)를 완성하고 죽는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스님의 시체를 가져오면 제가 장작더미 위에 스님의 시체를 얹어 놓고 향과 화환으로 시체를 장식하고 삼배를 올리고 장례식을 치를 것입니다.
만약 스님께서 비구의 의무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스님의 시체를 끌고 가서 도끼로 찍어 조각내어 불 속에 던져 넣고 화장할 것입니다.”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그건 그렇고 그대가 보기에 수행 주제에 어울리는 물질이라고 생각되는 시체가 있다면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그녀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스님에게 약속했다.
마하깔라는 자기가 의도한 대로 공동묘지에서의 수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쭐라깔라는 출가할 때부터 수행할 의도가 전혀 없이 비구가 되었기 때문에 항상 가정을 꾸리고 세속에서 살아갈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아내와 자식이 생각날 때마다
‘우리 형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수행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한 여인이 갑자기 병에 걸리더니 그날 저녁 큰 고통 없이 급사하고 말았다.
저녁에 친척들과 친구들이 시체와 화장용 장작더미와 기름과 그밖에 필요한 물건을 들고 공동묘지에 와서 묘지기에게 말했다.
“이 시체를 화장해 주시오.”
그들은 묘지기 여인에게 충분히 사례한 후 되돌아갔다.
여인은 시체의 옷을 벗기고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름다운 피부를 지닌 황금빛 시체를 자세히 살피고서 생각했다.
‘이 시체는 수행주제에 적합할 것 같으니 스님에게 보여주어야겠다.’
그녀는 스님에게 가서 합장하고 말했다.
“스님, 아주 훌륭한 수행주제가 있습니다. 오셔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가서 시체를 덮고 있는 천을 벗기고 발바닥에서 머리털까지 자세히 살펴보고 말했다.
“이 아름다운 황금빛 시체를 불 속에 던져 넣고 불길이 시체를 태우기 시작하면 곧바로 나에게 알려 주시오.”
그리고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묘지기 여인은 불이 시체에 닿기 시작하자 스님에게 알렸다.
스님이 와서 시체가 불에 타는 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불길이 시체에 닿자 황금빛 피부는 얼룩덜룩한 암소 가죽처럼 변했다.
발은 삐져나와 축 늘어지고,
팔은 뒤로 뒤틀리며 돌아갔다.
아름다운 얼굴은 부풀어 오르고 쭈글쭈글 해지다가 벗겨지면서 흉물스럽게 변해갔다.
‘이 시체는 전에는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는데 이제는 죽어 한 줌의 재가 되어가는 구나!’
스님은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늙음과 죽음을 분명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모든 형성된 것들은 무상하다네.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들.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들을 고요히 하면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네.
※(이 게송은 디가 니까야의 대반열반경, 마하수닷사나 경과 상윳따 니까야에 나오며 한역경전으로는 대승열반경과 법화경의 설산동자 이야기에서도 나온다.
한역 번역은 제행무상 諸行無常
시생멸법 是生滅法
생멸멸이 生滅滅已
적멸위락 寂滅爲樂 이다.
모든 형성된 것(諸行)이란 일체 유위법(有爲法)을 말한다.
즉 조건에 의해서 생겨나는 모든 것이다.
나의 몸과 마음을 포함해서 일체 우주 만물은 조건에 의해서 생겨나며 조건 없이 생겨나는 것은 없다.
조건 없이 생겨나는 것은 오직 하나가 있다.
그것이 닙바나(열반, 無爲法),
즉 진정한 행복이다.
닙바나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무상한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닙바나는 탐,진,치라는 조건에 의해 생겨나는 번뇌를 제거하고 고요히 해야 찾아온다.)※
이 게송을 암송하면서 마하깔라는 통찰지를 개발하여 사무애해를 갖춘 아라한이 되었다.
마하깔라가 아라한이 된 얼마 뒤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기 저기 유행하시다가 세따위야에 도착하여 심사파 숲에 머무셨다.
쭐라깔라의 출가 전 부인들은 부처님께서 도착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남편을 되찾을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처님께 가서 부처님과 비구대중을 집으로 초청했다.
부처님께서 오래 머물지 않은 지역이거나 자주 가시지 않은 지역에서는 자리배치를 알려주는 비구가 공양청을 한 집에 먼저 가는 것이 관례였다.
부처님의 자리는 한 가운데이고, 부처님의 오른쪽은 사리뿟따
장로의 자리이고, 부처님의 왼쪽은 목갈라나 장로의 자리이다.
양쪽의 그 다음 자리는 비구대중이 승랍 순으로 앉는다.
그래서 마하깔라 장로는 가사를 바르게 입는 곳에서 쭐라깔라를 먼저 보내면서 말했다.
“먼저 가서 자리 배열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거라.”
쭐라깔라가 나타나자 출가 전 부인들은 쭐라깔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인들은 장로들이 앉아야 할 곳에 사미들의 자리를 놓고 사미들이 앉아야 할 곳에 장로들의 자리를 놓으면서 쭐라깔라를 놀려대자 쭐라깔라가 말했다.
“그렇게 자리를 배열하지 마시오.
아래 사람 자리를 윗자리에 놓지 말고 웃어른의 자리를 아랫자리에 놓지 마시오.”
여인들은 못들은 체하면서 말했다.
“여기서 왔다 갔다 하면서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자리를 배열하는데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권리가 있나요?
누구 마음대로 비구가 되었어요?
누가 당신을 비구로 만들었나요?
무엇 때문에 여기 왔나요?”
여인들은 그의 웃가사와 아랫가사를 찢어 벗기고서 흰옷을 입히고 목에 화환을 씌우고 속인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부처님께 가서 자리 준비가 다 됐다고 아뢰도록 하세요.”
쭐라깔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비구가 되었다가 한 안거도 지내기 전에 환속(還俗)했기 때문에 환속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었다.
쭐라깔라는 흰옷을 입고 속인의 모습으로 거리낌 없이 부처님께 가서 삼배하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모시고 돌아왔다.
비구 대중들이 공양을 마치자 마하깔라의 출가 전 부인들도 자신의 남편을 되찾을 궁리를 했다.
“쭐라깔라의 아내들은 자기 남편을 되찾았는데 우리도 남편을 되찾아야겠다.”
그녀들은 다음날 부처님과공양 비구들에게 공양을 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비구가 자리를 배열하러 와서 여인들은 마하깔라를 당황스럽게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자리를 잡자 그녀들은 공양을 올렸다.
쭐라깔라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고, 맛지마깔라에게는 네 명의 아내가 있었고, 마하깔라에게는 여덟 명의 아내가 있었다.
음식을 먹고 싶은 스님들은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하고 음식을 다 먹고 나가고 싶은 스님들은 일어나서 나갔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여인들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마하깔라 스님은 저희들에게 법문을 해주어야 하니 부처님께서는 먼저 가십시오.”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부처님은 비구들과 함께 먼저 떠났다.
부처님께서 마을 입구 쯤 나갔을 때 비구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부처님께선 어떻게 일처리를 하시는 거야?
의도적으로 하신 건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체하시는 건가?
어제는 쭐라깔라 스님이 자리배치 한다고 먼저 갔다가 환속하였지만
오늘은 다른 스님이 가는 바람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부처님께서는 마하깔라 비구를 뒤에 남게 하시다니!”
어떤 비구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마하깔라 스님은 계를 철저히 지키고 올곧은 분이시지.
그 분이 과연 출가 생활을 그만 두고 환속할까?”
부처님께서 이 말을 듣고 잠시 멈추어 서서 물으셨다.
“ 비구들이여,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 마하깔라와 쭐라깔라가 같다고 생각하느냐?”
“부처님이시여,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쭐라깔라는 아내가 둘인데 마하깔라 비구는 여덟이나 되니 그녀들이 합심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않으면 그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비구들이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쭐라깔라는 끊임없이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현상은 아름답다 생각하고 대상에 마음이 휩쓸려간다.
그는 마치 강기슭에 앝게 뿌리내린 나무가 작은 홍수에도 휩쓸려가는 것과 같다.
반면에 나의 아들 마하깔라는 현상을 아름답다고 보지 않으며 대상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마치 단단한 바위산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게송: 7
더러운 것을 아름답게 여기고
감각기관을 잘 단속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이는
결국 악마에게 정복당한다.
거센 바람이 약한 나무를 쓰러뜨리듯이.
게송 : 8
아름다운 것을
헛것으로 여겨 꺼리며
감각기관을 잘 단속하고
음식을 절제하고
믿음이 깊고 노력하는 이를
악마는 결코 정복할 수 없다.
바람이 바위산을 넘어뜨리지 못하듯이.
마하깔라의 이전의 아내들은 그를 둘러싸고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비구가 되었어요?
이제 가정으로 되돌아오지 않겠어요?”
그를 환속시키려고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면서 그녀들은 스님의 노란 가사를 벗기려고 했다.
그러나 마하깔라는 이러한 그녀들의 행위를 보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통으로 지붕을 뚫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부처님이 게송을 마칠 때 부처님의 황금빛 몸을 찬양하면서 공중에서 내려와 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삼배를 드렸다.
득자량 사경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