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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4일(수)~(21일째... Murias de Rechivaldo~ El Acebo: 32.7km
순례자숙소: R. parois. Apostol santiago, 기부제)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알베르게에서 밤을 보낸 후 아침을 맞으니 가랑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어제저녁 바람이 선선도 하여 뒷뜰에 널어놓았던 옷가지에 물방울이 송송 맺혀있다.
주섬주섬 비닐 속으로 담아놓고 떠날 채비를 하는중에 여주인장이 주방으로 오라며 손짓한다.
부드러운 빵과 따끈한 우유한잔으로 속을 달랜다.
손짓 발짓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여...
여주인장이 잘 가라며 악수를 하고선 웃는 얼굴로 아쉬움의 포옹까지 나눈다.
우비를 둘러쓰고 길을 나서는데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한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바람은 잔잔하다.
한시간여를 걸어온 것 같은데...
길 가운데 떨어진 청바지를 보았다.
누군가 배낭에서 흘린것이 분명하다.
나도 그랬다.
5일째 걷던날 '이라체' 마을을 지나오다 어느순간 수건을 떨어뜨려 괜히 마음이 씁쓸했다.
주인을 잘못만나 먼먼 이국땅에서 남의 발에 밟히고 있을지도...
그 청바지를 길가옆 잡풀위에 걸어놓았다.
길을 걸어오다 'Sta Catalina de Somoza' 마을 초입에서 미국인 총각과 캐나다 아가씨를 만났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일기장에 한켠에 메모를 한것 같기도 한데...)
여러번 카미노와 알베르게에서 얼굴을 익혔던 터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미국인 총각은 말수가 적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니고 있는 반면 캐나다 아가씨는 명랑하고 상냥하기 그지없다.
누구에게든 밝게 웃으며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똑같은 포즈로 사진도 한장 찰칵^^...
이후론 서로 만난적이 없는데 어떻게들 걷고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간단한 아침 식사 탓인 듯... 배가 고프다.
동네 초입에 있는 어느 바(Rar)에 들러 pork와 계란후라이 메뉴를 주문했는데
야채가 적은 듯 하여 주인장 할머니에게 조금 더 달라고 했더니
요금이 추가 된단다.
순간 어이 없기도 하여 손짓발짓으로 어디 그럴수 가 있느냐고 따져 물으니
뭐라뭐라 대꾸를 하는데 이 할머머니 욕심이 보통 아닌듯 하다.
맛은 괜찮은 듯 하기도 하고...
오래 앉아 있기가 거북하여 빨리 식사를 끝낸 후 그 자리를 나오며
주인장 할머니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더니 미안했던지 멋쩍어 한다.
어디든 살아가는 세상속이라 같은 가격인데도 친절하고 푸짐한 곳이 있는가 하면
오늘처럼 이런 야박한 경우를 대하기도 한다.
'Sta Catalina de Somoza'에서 4.6km의 동선이 이어지고 있다.
비가 조금 개인것 같다.
'El Ganso' 마을 길가에 금잔화가 피여있다.
제주올레길 어느 길섶에서도 올레꾼의 발걸음을 달래주고 있을 낯익은 채색의 반가움을...
무슨 사연을 담고 있을까...
서쪽 '산티아고'를 향한 무언의 염원인 듯...
이제 산길로 접어든다.
'La Cruzde Hierro' 산이라 했던가... 1,500m 준령이 차츰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얼마를 걸었을까...
솟아나는 샘물인 듯 하였으나 비가 온 탓일까 그리 목마름을 느끼지 않는다.
어느 여름날 저곳은 카미노들의 목축임의 축제의 장일듯...!
쉼터...
앞선이는 떠나가고 뒤따라온 카미노가 잠시 발품을 내려놓는다.
비 가려줄 작은 공간이 있기에 무엇보다 아늑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단순해지는 이 길의 일상이 좋다.
다툼도 없고 경쟁도 없는 오직 길 걸음의 자아(自我)만을 맘껏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이기에...
행복하십니까...
지금을 즐겨요!...
화이팅!...
어느 젊은 한국 청년의 자유분방한 글귀를 읽으며...
산길이 점점 가파라진다.
앞서 길떠난 카미노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외진 산길을 혼자 걷다보면 쓸쓸함을 넘어 적막한 풍경에 휩싸이기도 한다.
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좁은 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파란하늘이 눈앞에 보일때는 마음이 한결 산뜻하다.
넙적한 편석들이(일명 떡돌) 인상적이다.
오후 2시쯤 'Foncebado' 마을에 도착했다.
집이 몇채 안되는 아주 작은 산골 마을이다.
포장 되여있지 않은 마을길이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사진 뒷쪽으로 보이는 알베르게 입구에 놓여있는 얼기설기 성근의자에 앉아 잠시 목을 축인다.
이제 길을 떠나야 한다.
아직도 10여km를 더 걸어야 한다.
'La Cuuz de Ferro'를 지나는 길목 '이라고(Irago)' 동산에 대형 십자가가 우뚝 서있다.
그 옛날 켈트족과 기독교 간의 종교적 의미의 이야기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하고...
나도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를 그 주위에 올려놓았다.
어떤 소망을 남겨 두었을까...
동산 아래쪽에 작은 성당인 듯 쉼터인 듯...
홀로 걷는 발걸음이 외롭기도 한데 그 머무름의 여유가 쉽게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길을 재촉하다.
'Manjarin'을 스쳐지난다.
깊은 산중에 이곳 알베르게 하나가 달랑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 선뜻 머물고 싶지않은...
레온까지의 메세타(대평원)를 지나고 이제 갈리시아 지방의 높은 산속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La Cruzde Hierro'산 1500m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걸어도 걸어도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가 않는다.
시간은 어느새 훌쩍 오후 3시 반을 넘어섰다.
초조해진다.
길을 잘못 들어선것은 아닐까.
잡풀이 있는 곳을 올라 윗쪽길로 올라가 본다.
산 정상으로 길게 나있는 길이다.
50m쯤 걸어 올라가다 아무래도 아닌 듯 하여 다시 내려오는데 잡풀이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앞서간 카미노들의 발자욱도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있다.
앞뒤로 한사람도 보이지가 않는다.
이 길이 맞기는 한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혹시 길을 잘못들어 더 깊은 산속으로...
(이글을 읽는 '산티아고' 카미노를 다녀온 분들이라면 지금의 내 심정을...)
날이 점점 어둑해지고 비가 계속 내린다.
땀이 흠뻑 옷을 적시였다.
...........
얼마를 걸었을까...
멀리 저 멀리서 뭔가 네모난 작은 물체가 아른거린다.
긴가민가 하여 눈을 모으고 조금 더 걸어가니
카미노 표지석이 두갈래 길가에 점점 뚜렷히 보인다.
'휴우~'... 어떤 표현을 더 늘어 놓으랴!
'Manjarin'에서 두시간 여를 걸어와(6.7km) 오후 5시 반경...
오늘의 종착지 'El Acebo' 마을이 언덕아래로 보인다.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니 먼저 와있던 카미노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긴장했던 마음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다.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내가 묵을 숙소를 찾아 나선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기부제이다.
저녁식사도 무료로 제공하는데 전에 '그라뇬' 성당에서 했던 것처럼 식사를 하기전에
식탁을 탁탁 두르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곤 감사표시를 서로에게 전한다.
봉사자 할아버지가 끓여준 죽맛이 기가 막히다.
와인도 두잔을 마셨다.
속이 따뜻하다.
식사를 끝내고 나와 일본인 아줌마 그리고 일본인 청년 두명이서 설거지를 끝내고
식탁에 나와보니 멕시코 여자가 의자에 발을 꼬여 앉고는 핸폰보기에 열중이다.
어이가 없지만 국민성이라 생각할 수 밖에...
침상에 앉아 하루의 일기를 두서없이 적고있다.
무릅이 약간 시큰하다.
파스를 찾아 붙인다.
오늘 하루 33km여를 걸어왔다.
만만찮은 거리인 듯 하다.
창문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작은 난로의 온기가 따뜻하다.
천근만근 눈꺼풀이 내려 앉는다^^...
첫댓글 인생은 걸음마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