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목민 정두환의 음악으로 본 세상이야기 4.
<모차르트(W.A.Mozart) 오페라 이야기>
정 두 환(문화유목민)
오페라는 귀족들의 음악이다. 그런데 음악의 신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세상의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최고의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귀족 출신이 아니라 평민 출신의 음악가이다. 그의 아버지도 작곡가였다. 그의 음악은 부친의 음악적 영향력과 잘츠부르크가 주는 음악적 환경에 의해 더욱 성장하였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27일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이 곳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답게 모든 환경이 음악으로 조성되었다고 하여도 과함이 없다. 최초의 독일어권 오페라 역시 모차르트가 태어나기 150여년전에 이미 상영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의 삶 한가운데 음악이 자리잡고 있음을 여러 가지 정황으로도 알 수 있다. 최고위층으로부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이 활성화되었고, 이는 활발한 경제를 바탕으로 예술, 특히 음악은 꽃을 피웠다.
모차르트는 17편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물론 공동작업이나 미완성곡 등을 합치면 모두 22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그의 짧은 생에 비추어보면 대단한 작품 수로 평가 받기도 한다. 물론 오페라만이 아니라 다양한 그의 작품들은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재 우리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잘 알려진 작품은 그가 최정상에 있을 때인 1786년에 작곡한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K.492), 1787년 작품인 《돈 조반니》(Don Giovanni. K.527), 1790년에 작곡한 《코지 반 투테》(Cosi fan Tutte, K.588), 1791년 작품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K. 620)는 지금도 오페라 최고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오페라 대본가로 잘 알려진 엠마누엘레 코넬리아노(Emanuele Conegliano) 우리에게는 로렌조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로 잘 알려진 그는 모차르트와 교류를 시작하면서 그의 대본과 모차르트의 음악이 만나 오페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이때 만든 작품이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1786)·〈돈 조반니 Don Giovanni〉(1787)·〈코시 판 투테 Così fan tutte〉(1790)등 이다.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K.492. 1786)
피가로의 결혼은 귀족들의 타락과 위선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빈에서는 상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를 다 폰테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로 방향 설정을 하여 공연하는 연극작품을 모차르트는 음악으로 옷을 갈아입혀 오페라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결과는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기염을 나타낸다. 작품의 배경은 스페인의 세비야. 이발사인 피가로, 바람둥이 백작 알마비바 사이에 펼쳐지는 이야기로 사실 총 3부로 이루어진 작품중 일부다. 1부는 ‘세비야의 이발사(Le Barbier de Séville)’, 2부는 ‘피가로의 결혼(Le Mariage de Figaro)’, 그리고 3부는 ‘죄 많은 어머니(La Mere Coupable)’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세비야의 이발사’는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의 작품이 알려져 있으며, 모차르트는 2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게 된다.
백작 알마비바의 시종인 피가로, 백작 부인의 하녀 수잔나의 결혼식을 이야기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여기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사회적 악습인 백작의 초야권을 요구하는 백작과 하인이 백작을 상대로 골탕을 먹이는 이야기, 백작 부인과 하녀는 백작의 바람기를 잡기위해 서로 옷을 바꿔 입는 이야기등은 당시 사회 신분 제도를 맹렬하게 비판하였는데, 그 방법이 음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다루었다. 이는 계급 사회에서 시민 사회로 바뀌는 18세기 유럽 사회의 변화를 오페라로 이야기하고 있다.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1막에서 노래하는 피가로의 카바티나, ‘그대가 춤추기 원하신다면(Se vuol ballare)’, 2막에 들려주는 백작 부인의 아리아, ‘사랑의 신이여 위로를 주소서(Porgi amor)’와 케루비노의 아리아,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는가(Voi che sapete)’ 그리고 3막의 백작 부인과 수잔나의 편지의 이중창,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와(Sull'aria)’등 유명 아리아로 잘 알려져 있다. 이중 편지의 이중창,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와’는 1994년 영화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에서 교도소 안에 울려 퍼지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와’의 편지 이중창이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순간 모든 재소자들은 불안하고 살벌한 교도소의 공간 안이 음악을 통해 정적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이 순간은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자유의 시간이 되는 듯 하게 .... 이렇듯 음악의 힘은 모두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극과 음악의 일치’를 이야기한 글룩(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1787)의 예술세계를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이미 뛰어넘어 있다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돈 조반니》(Don Giovanni. K.527. 1787)
<돈 조반니>는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라나의 희곡 "세비야의 바람둥이와 석상 손님(El burlador de Sevilla)"을 토대로 다 폰테가 대본 작성했다. 돈 후안의 이탈리아어식의 이름으로 번역하면 돈 조반니가 되는데 바로 주인공의 이름이다. 오페라 돈 조반니의 가장 큰 특징은 희극과 비극의 양극을 향하지 않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가 1843년에 두 권으로 출간된 책, <이것이냐 저것이냐(덴마크어 제목: Enten ‒ Eller)>에서 심미적이고 윤리적인 실존의 "단계"를 탐구할 때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 <돈 조반니> 역시 <피가로의 결혼>과 같이 사회적 계급 투쟁이 오페라 저변에 깔려있다.
2막으로 이루어진 오페라
돈 조반니의 거짓 사랑을 노래하는 ‘카탈로그의 노래(Madamina, il catalogo è questo)’는 어느 마을, 어느 도시, 어느 나라에서든 사랑하지 않는 곳, 사람은 없다는 내용이다. 돈 조반니가 정복한 여인들의 카탈로그 “이탈리아에서는 6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등 돈 조반니가 만난 수많은 여인을 노래하는 레포렐로의 아리아와 결혼을 앞둔 시골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며 돈 조반니와 함께 부르는 이중창 ‘우리 두 손을 맞잡고(Là ci darem la mano)’, 돈 조반니가 돈나 엘비라의 창가에서 밤에 만돌린을 연주하며 부르는 2막의 세레나데 ‘오 사랑하는 이여, 창가로 와주오(Deh, vieni alla finestra)’는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연인을 위한 사랑의 노래로 이야기 한다. 순수한 마음을 담은 체를리나의 아리아는 ‘사랑하는 이여, 내가 그대에게 준 약이(Vedrai, carino, se se buonino)’는 돈 조반니에게 당한 마제토를 향한 체를리나의 아리아다.
《코지 반 투테》(Cosi fan Tutte, K.588. 1790)
《코지 판 투테》(이탈리아어: Così fan tutte)는 여자란 모두 똑같이 행동한다’며 바람기를 뜻하는 이야기다. 이는 작품 속 등장인물인 철학자 알폰소가 내뱉는 대사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 생존 당시 실제로 빈에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 부파이다. 오페라 부파(opera buffa)는 18세기 중반 나폴리에서 시작하여 이탈리아어를 작성된 가벼운 내용의 희극적인 오페라다.
주요 등장인물은 청년 장교 페란도는 테너 굴리엘모 베이스는 이들과 약혼한 자매인 도라벨라와 휘오르딜리지는 소프라노, 이들의 친구자 철학자인 돈 알폰소는 베이스, 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는 소프라노로 모차르트는 파트를 정하였지만, 현대에서는 보통 돈 알폰소역은 바리톤이 맡는다. 데스피나 역시 메조소프라노가 역을 맡아 노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배경은 18세기의 파리와 더불어 가장 번화한 문화도시 나폴리로 총 2막으로 이루어진 오페라다.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조연에게도 아리아가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조연도 아리아가 많고 중창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 중 모차르트를 즐겨 부르는 테너는 꼭 불러야 하는 아리아로 연인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며 기뻐하여 부르는 아리아 ‘사랑의 산들바람은 Un'aura amorosa’는 아주 감미로운 노래이자 사랑의 승리를 노래하는 아리아다.
‘여자는 다 그래’ 진정 여자는 다 그러는지 한 번 오페라를 보면서 알아볼 일이다.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K. 620. 1791)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에 작곡된 작품으로 그가 세상과 이별하기 약 두 달 전에 초연되었다. 궁핍한 경제로 인하여 어떤 작품이든지 작업을 해야 했던 모차르트의 상황에 요한 엠마누엘 쉬카네더(Johann Emanuel Schikaneder)가 독일어 오페라를 제안한 작품이다.
1785년 모차르트의 나이 28살에 프리메이슨에 가입하였고, 계몽주의의 흐름 속에 세계시민주의를 꿈꾸는 프리메이슨 사상이 모차르트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해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을 위한 장송음악〉 K.477을 작곡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 역시 그의 사상이 반영된 작품이다. 《마술피리》 역시 프리메이슨 사상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독일어로 작곡된 《마술피리》는 징슈필(Singspiel)의 유쾌한 오페라로, 《마술피리》의 중요한 아리아 중 파파게노의 아리아 “나는야, 새잡이 (Der Vogelfänger bin ich ja!)와 파파게나와 함께 부르는 이중창의 아리아와 특히, 밤의 여왕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는 소프라노 최고의 아리아로 자리하고 있다.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진리와 사랑을 찾으며, 자라스트로의 빛의 세계에 한 일원이 된다는 이야기로 어린이용 오페라를 비롯하여 다양하게 펼쳐지는 가족 오페라이자. 독일어 오페라의 최고의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