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회사에 특이한 스터디 그룹이 한개 생겼다.
전통적인 한방 분야인 침과 뜸에 대해 공부하는 그룹이었다.
1년 정도를 배우면서 침과 뜸에 대해 이해를 넓힌다면 자신의
건강 관리에도 보탬이 될것이라고 생각한 사우들이 모여 일과
후에 사내에서 이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정년 퇴임이 채 2년도 남지 않은 나도 관심이 있어서,
이 강좌에 참여하였다. '뜸사랑'이라는 단체에서 강사들이 오셨다.
초급반 3개월, 중급반 3개월, 고급반은 6개월 정도로 강의는 진행
되었다.
나는,
퇴임 후에 하고 싶은 봉사 분야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건강관리
에도 유익하리라는 판단으로 적극 참여해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이 강좌는,
이론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직접 자침(刺鍼)을 하고 뜸을 떠보는
실습이 더욱 중요하였다.
이듬 해인 2008년의 가을에, '뜸사랑' 본부에서 주관한 제16기
요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뜸사랑 본부에서 인정하는 요법사
(療法士)가 되었다.
물론,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이 아니기에 때로는 분규와 시비의 대상이
되었지만, 당시 '뜸사랑'본부를 이끄시던 구당 (灸堂)김남수 선생
께서 오셔서 종종 특강으로 격려도 해주셨다. 국내에서는 의료
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술 행위이기 때문에 질병에 따라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공식화, 양성화 할 수
없었다.
그 후로도 이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어, 고령(高齡)이시던 구당 선생
께서는 이런 저런 어려움을 많이 겪으셨다.
나는,
이 해 가을에 고령에 따른 노환으로 병석에 누워 계시는 장모님을
찾아 뵈었다. 오랜 투병으로 몸은 야위시고 밤에는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 쇠잔한 기력에 손발까지 떨리시니 참 안타까웠다.
어른을 모시는 처형께서 하도 안타까워 하시기에 배운대로 몇 군데
뜸을 떠드리고 귀가하였다. 다음 날 장모님께서 전화로 "모처럼 밤에
잠을 잘잤다" 하시면서 치하를 해주셨다.
그 뒤로 종종 찾아 뵙고는 뜸을 떠드리니 많이 좋아 하셨다.
그 후에, 2009년부터 매년 3년간 의료진과 함께 여름철을 맞아 의료
선교를 다녀 왔다. 네팔에 두 차례, 중국에 한 차례를 다녀왔다.
대체로 선교지의 의료 사정이 좋지 않아, 우리 일행은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다. 막상 봉사가 시작되면서 현장에 몰려오는 사람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의사 선생님 두 분이 진찰하고 간호사 한 분이 처방에 따라 준비해 간
약을 드렸다. 마지막으로, 내게로 보내면 침이나 뜸을 체험하게 했다.
봉사현장을 찾았던 현지 주민들 반응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감사했다.
언제 또 열악한 의료선교 현장을 찾아, 나의 작은 침뜸 도구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