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극락원의 색녀
콰...콰콰콰...
급류는 세찼다.
좁은 계곡 사이를 누비는 급류는 흰 포말을 부수어내며
기운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용비운은 급류 속에 잠긴 채 물결을 따라 더 내려가야만 했다.
(으으...내가...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용비운은 심장이 터져나가는 질식감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그는 몸을 움직여 물 위로 떠오르려 했다.
하나, 위낙 맹렬하게 흐르는 급류라 몸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또한 그는 가슴부위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손발을 놀리기조차 힘들었다.
(변황대수천인에 정통으로 적중되고도 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천마금강심공을 수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경맥이 토막토막 끊어져 나가는 고통을 참으며
한 가닥 진기를 끌어 올렸다.
(환혼사유술을 전개해 보자.어떻게 살 방도가 생길 것이다.)
그는 범천패역진경에 수록돼 있는 요술과도 같은 기학을 운용했다.
순간, 그는 전신이 찢어져 나가는 극렬한 고통을 느꼈다.
신체와 혼백을 분리시키는 밀중의 기학..
용비운은 참담한 통증을 참으며 그 최초의 시도를 전개해 갔다.
이윽고, 그는 아득한 현기증과 함께 둥실 더오르는 상승감을 느꼈다.
혼백과 신체를 분리시키는 환혼사유술을 마침내 성공시킨 것이다.
그의 신체는 맥없이 늘어져 급류 속을 해맸었다.
하나, 그의 혼백은 수면 위로 치솟아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용비운은 혼백을 통해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양쪽 석벽은 깎아지른 듯 까마득하게 높았고,
급류는 좁은 계곡을 따라 무너져 버리는 눈사태처럼
폭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용비운은 혼백을 통해 탈출 방법을 찾았다.
급류가 계곡 한쪽에 고인 연못 같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와 이어져 있다면 신체를 이끌어 급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좁은 석벽만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을 뿐
지류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큰일이다.
진기가 고갈되면 나는 이대로 수장될 것이다.
용비운은 초조해졌다.
한데 이때,
그는 혼백을 통해 전면에서 들려오는 폭포수의 굉음을 듣게 되었다.
(이거 꼼짝없이 죽게 되었군.)
용비운은 광란하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아득한 좌절감에 빠졌다.
폭포수의 굉음으로 미루어 그 높이는 상상되고도 남았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수향이 희미한 잔양을 받아 찬연한 무지개를 피어낸다.
일순, 용비운은 폭포가 낙하하는 지점보다 약간 안쪽에서 갈라진
한 가닥 지류를 보게 되었다.
지류는 석벽 틈으로 갈라진 수동으로 이어져 있었다
. (살았다.)
용비운은 혼백을 지류쪽으로 전진시켰다.
그의 신체도 혼백을 따라 수동 쪽으로 이동해 갔다.
급류를 가로지르는 무리한 힘을 사용해서인지
그의 진기는 급속히 고갈돼 갔다.
(서둘러야 한다.)
혼백은 급류를 해치고 수동 안으로 들어섰다.
용비운의 신체도 가까스로 수동에 이를 수 있었다.
용비운은 급히 혼백을 신체로 끌어 들었다.
비로소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면 위로 올라섰다.
수동은 어두웠다.
물살은 점차 약해졌다.
그와 함께 용비운은 긴장이 풀리며 혼몽 속으로 빠져 물었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땅 위로 올라와 있다는 것을 육감으로 느꼈다.
그리고 사람의 말소리를 어렴풋이 듣게 되었다.
음색이 가는 것으로 미루어 여인의 음성인 듯했다.
그것은 마지막으로 그는 깊은 혼몽의 세계로 추락하게 되었다.
"으... 으음..."
용비운은 가슴이 불덩이로 지져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혼몽 속에서 깨어났다.
의식이 점차 밝아졌다.
전신의 기력은 충만한 편은 아니었지만 허탈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서서히 눈까풀을 치켜 올렸다.
호릿한 잔상들이 겹치다 시야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비단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천장이었다.
한데, 천장에 그려진 무수한 그림은
모두가 해괴하기 짝이 없는 음화 일색이었다.
(아니..
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그는 코 끝아 와닿는 감미로운 향기를 느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가슴의 통증은 치료 때문이었다.
약을 바른 듯한 넙적한 잎사귀가
상처 부위를 부드럽게 어루만저 주고 있었다.
용비운은 그 잎사귀를 움직이는 새하얀 옥수로 눈동자를 굴렸다.
(엿-!) 그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약을 바른 듯한 잎을 들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주인공은
십 오륙세 가량의 소녀였다.
섬세한 윤곽이 아주 귀염성 있게 보이는 소녀..
하나, 용비운이 놀란 이유는
그녀의 유난히 서글퍼 보이는 눈매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한 가닥 꽃목걸이를 제외하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기 때문이었다.
용비운은 침상가에 앉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나신의 소녀를 응시했다.
그녀의 몸매는 무척이나 가냘퍼 보었다.
허리는 가벼운 미풍에도 휘어질 듯 가늘었고
가슴의 융기도 그다지 발육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데, 그녀의 여윈 나신은 무수한 매질을 겪어온 듯
가는 혈흔이 수없이 나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에서는 기이한 향내가 풍겨져 나왔다.
용비운은 그 향기를 들이키면서 부쩍 욕정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쥐었다.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겁먹은 어린 사슴의 눈으로 용비운을 바라보았다.
"너는 누구지? 그리고 대체 이곳은 어디냐?"
용비운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럽게 물었다.
소녀는 그의 행동이 더 이상 과격하게 나오지 않자
다소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말을 못하는군."
용비운은 나직이 혀를 찼다.
소녀는 슬픈 기색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비운은 그녀에게 가진 욕념을 지우고는 다시 물었다.
"나는 용비운이라 한다. 네 이름을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
소녀는 그의 손바닥에 글씨를 썼다.
"잔화..?"
그러자 소녀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비운은 마주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여원 품을 다독였다.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도 그녀와 같이 알몸임을 깨닫게 되었다
. 그는 그녀의 나신을 두어 번 훑어 내렸다.
잔화는 그의 따가운 시선이 부끄러운듯
양팔로 가슴을 안고 두 다리를 모았다.
"잔화, 너는 왜 옷을 입지 않느냐?"
잔화는 그 물음에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황망히 저었다.
(흠, 옷을 입으면 안되는 규칙이 있나 보군..
별 해괴한 곳이 다 있군.)
용비운은 고래를 수그려 자신의 가슴을 살펴 보았다.
가슴 전체를 덮고 있는 커다란 장인이 눈에 띄었다.
장인은 은은한 자색을 띠고 있었는데 그다지 심해 보이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군..
한데 어째서 공력을 끌어 올릴 수 없는 것일까?)
그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한데 이대, 문이 활짝 열리며 한 명의 여인이 실내로 들어섰다.
"호호.. 이제야 깨어나셨군요, 용비운?"
그녀 역시 치부를 가림없이 드러낸 나신을 하고 있었다.
대략 이십 세 정도의 소부,
그녀의 용모는 대단히 아름다운모습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천박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은은히 탕기에 젖은 눈빛으로 용비운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운, 당신같이 준수한 분이 이곳 극락원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요."
그녀는 허리를 흔들며 침상으로 다가섰다.
그녀의 치장은 요란했다.
움직일 때마다 맑은 음향이 들려오는 방울 귀걸이와,
풀면 한 말은 족히 넘을 듯한 목걸이를 칭칭 감았고,
열 손가락에는 모두 진귀한 보석 반지를 끼고 있었으며
양손목에 찬 흑환도 열 개는 되어 보였다.
또 그녀는 잘록한 허리에 가는 연편을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출현에 잔화는 새파랗게 질린채 바닥에 부복했다.
"어서 사라져-"
그녀의 일갈에 잔화는 무릎 걸음으로 기어 방을 나섰다.
용비운은 체내에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꼈다
. (지독한 요녀로군.)
여인의 풍만한 가슴은 잘 영근 수밀도를 연상케 했고,
유난히 풍만한 둔부는 절로 그의 피를 끊게 했다.
"호호.. 어때요? 쓸만한 몸이죠?"
그녀는 조금도 부끄러워 하는 기색없이
그 앞에서 갖은 자세를 연출해 보였다.
그녀의 몸에서도 욕정을 유발시키는 유향이 풍기는데
그 농도는 잔화에 비해 십 배는 강렬했다.
"당신은 누구요?"
"호호. 소첩은 극락원주 감미령이라 해요."
"대체 이곳은 무엇하는 곳이오?"
감미령은 침상에 걸터 앉으며 고운 옥수를 뻗었다.
그녀는 그의 입술과 어깨를 더듬어 갔다.
용비운은 그녀의 노굴적인 유혹에 볼따귀를 한대 갈기고 싶었지만
상황을 좀더 아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내가 용비운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소?"
감미령은 상반신을 기울여 그에게 밀착해 왔다.
"당신이 지닌 마금선을 보고 알았지요.
무림에서는 당신이 변황천불과 싸워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용케 살아 있었군요?"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소?"
"삼 일이 지났어요..내가 당신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아세요?"
감미령은 백사 같은 팔을 뻗어 그의 목을 휘어 감았다.
"아..비운! 소첩은 당신이 깨어나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몰라요."
용비운은 그녀의 요구가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강렬한 체향에
참기 어려운 욕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천상 내가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이 계집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그녀의 탄력 넘치는 나신을 와락 끌어 안았다.
"아아.. 비운..."
그녀의 육체가 달아오르면서 체향은 한결 짙게 뿜어져 나왔다
.용비운은 최음제에 중독된 듯 강렬한 욕정에 사로잡혔다.
그는 그녀의 나신을 거칠게 애무해 갔다.
"미령, 극락원은 언제 만들어진 것이오?"
"그것은 왜 묻죠?"
감미령은 그의 허리 아래를 더듬어 갔다.
"후후...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왔을 것이 아니오?"
"호호... 이제보니 강호일정 용비운이 대단한 바람둥이군요?"
감미령은 그의 농도 짙은 애무를 받으며 교구를 비비 꼬았다.
그녀는 용비운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마치 오랜동안 헤어진 정인을 맞이하듯 그의 입술을 더듬어 갔다.
용비운은 그녀와 한바탕의 격렬한 입맞춤을 전개했다.
그녀는 사지로 그를 휘감으며 희열에 찬 비음을 토해냈다.
"으음... 비운....어서..."
하나, 용비운은 봉사를 해줄망정 최대로 그녀를 애태우고 싶었다
. 그는 그녀의 매끄러운 둔부와 허벅지를 내리쓸며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미령, 이곳은 무슨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오?"
감미령은 솟구치는 욕정을 참기 어려운 듯 가늘게 경련했다.
"비운...제발..."
용비운은 그녀의 달아오른 나신 위에 자신을 실었다.
"당신은 너무 숨기는 것이 많소."
"비운...비운... 제발..."
감미령은 간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보며 가뿐 숨을 내쉬었다.
"정말 한 마디도 말하지 않겠소?"
"비운..이곳은 일년 전에 세워졌어요.
기루로 보낼 아이들이나
백도 무림계로 파견할 계집들을 육성하는 곳이죠
. 됐어요? 이제 어서..."
용비운은 그쯤 정도로 알아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나치게 그녀를 괴롭히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인 것이다.
한 순간, 감미령은 눈방울이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신의 내부 깊이 진입해오는
희열을 감격적으로 받아들었다.
그녀의 유연한 새류요가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그녀의 움직임은 물살을 헤치고 오르는 연어처럼 매끄러웠다.
용비운은 그녀의 격력한 몸돌림에 보조를 맞추며 뜨거운 욕정을 불살라 갔다.
땀이 번들거리는 두 육체는
침실이 좁을 정도로 서로를 얼싸안은 채 나뒹굴었다.
"아아...학학..."
감미령은 희열과 환희의 광란 속에서 주르르 눈물마저 흘렸다
. 아마도 습관성인 듯 그녀는 용비운을 부둥껴 안은 채 흐느끼까지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의외로 쉽게 만족하는 여인이었다.
또다시 육체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번은 그녀의 요구가 아니라 용비운의 요구에 의해서였다.
용비운은 그녀의 체향을 깊이 들이킬 때마다
가슴을 진탕시키는 욕화를 느꼈기에
그녀를 만족시켜 놓고도 자신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감미령은 기꺼이 그를 수용했다.
그녀는 만족했지만
더 큰 만족과 환희의 극점으로 타오르기 위해 피곤함도 잊었다.
열탕같이 고조된 실내..
두 남녀의 가뿐 숨은 사랑의 합창처럼 올려졌다.
한데, 문 밖에서 회랑을 청소하던 잔화는
주르르 슬픈 눈물을 뿌리며 길게 한숨을 쉬어야 했다.
극락원.
이곳은 진정 도가의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는 낙토였다.
모든 거주자는 지하 석부 내에 위치했다.
하나, 광장을 나서면 호로병처럼 생긴 절지에 이르는데
그곳은 극락원의 정원에 해당했다.
푸른 잔디가 융단처럼 펼쳐져 있고
기화요초가 그윽한 회향을 풍겨내는 곳...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환희에 젖는 절경이요, 신비경이었다.
한데, 추악한 존재는 짐승처럼 어우리져 있는 인간들이었다
. 꿈틀거리는 여인의 나신 아래 꽃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쉴곳을 잃은 벌나비들이 하릴없이 허공에 너울거린다.
쉴 세 없는 숨가뿐 비음의 연속,
용비운은 극락정의 입구에 선 채 이를 응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 (대체 이곳에 모인 년놈들은 하나같이 그짓밖에 모르는군.
내 공력이 회복되기만 하면 모두 폭포 속에 처넣고야 말겠 다.
그는 호로병 형태의 정원 위를 올려다 보았다.
쟁반같이 보이는 저 높은 하늘에서 맹하의 강렬한 햇살이 쏟아진다.
(나갈 길이 막막하구나.
공력을 회복한다 해도 이곳의 유일한 통로를 제외하고는 방도가 없다.)
그도 답답하기만 했다.
벌써 이곳 극락원에 갇힌 지 열흘이나 되었건만
그의 생활은 휴식과 정사의 연속이었다
감미령은 용비운의 품 속에서 흐느끼면서도
한바탕의 열풍이 지나고 나면 다시금 환희에 찬 정사를 요구하곤 했다
. 용비운은 지극히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과의 잠자리라면
그는 기꺼이 마음으로 응하겠지만..
추잡한 요부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그녀와의 정사는
그에게 있어 결코 즐거운 유희가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도 그는 감미령을 만족시켜 주고는
그녀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잠시 산책을 나온 것이다.
(이곳에는 모두 일백 명의 여인들과 오십 명의 위사가 있다.
위사들은 입구를 수비하며 번갈아 계집들과 욕정을 불사른다
저들 모두 이곳 정원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내가 탈출할 길은 없다.)
이때, 감미로운 교소와 함께 두 소녀가 그에게로 다가섰다.
"호호.. 공자님께서 이곳에는 웬일이세요?
원주님과 다투기라도 하셨나요?"
"아... 정말 멋진 몸을 지니셨군요."
상당한 미색을 갖춘 두 소녀는 옥정각의 부각주들이었다.
그녀들은 진작부터 용비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감미령의 감시가 무서워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소요와 소군이라 했다.
소요와 소군은 용비운의 양옆으로 달려 들었다.
그녀들의 현란한 육체가 심하게 출렁인다.
용비운은 그녀들을 양 팔에 나누어 안았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
소요는 그의 어깨에 볼을 부비며 비음으로 물었다.
"아아.. 공자님도 잘 아시면서... 한데 원주는 어디에 계세요?"
"지금쯤 깊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럼, 잘 됐어요. 어서 소녀들을 데리고 저곳으로 가세요."
소요는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으며 벌써부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소군도 그를 잡아 끌었다.
"어서요, 공자님."
감미령의 질투는 대단했다.
그녀는 절륜한 정력의 사내는 언제나 독점하다시피 했다.
사내를 색욕의 포로로 만들어서는 자신만을 위해 봉사하도록 만든다.
만일 사내가 자신 외의 여자에 한눈을 팔았을 때는
그녀의 사악한 질투가 사내와 여인 모두에게 미친다.
이곳 극락원에서는 그녀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다.
그랬기에 원주의 사내를 유혹하려는 여인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나, 너무도 준수한 용비운의 용모에
소요와 소군은 욕념을 위해 위험한 도박까지 벌인 것이다.
그의 품에 단 한 번 만이라도 안겨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소요와 소군은 그를 정원의 후미진 곳으로 이끌고 갔다.
"너희들 혹시 이곳을 나가본 적이 있느냐?"
용비운은 두 소녀를 양팔에 안고 누우며 물었다.
소군은 백사 같은 팔을 뻗어 그의 매끄러운 알몸을 더듬어 갔다
천년인형설삼과 만년화리를 복용한 탓인지
그의 피부는 여인의 속살보다 부드럽고 매끈했다.
"아... 공자님, 어서 소녀를..."
그녀들은 색정에 몰입되어 그의 질문에는 아예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용비운은 부아가 일었다.
그녀들을 통해 이 극락원의 탈출에 대한 단서를 잡기 위함이 목적이었는데
그의 의도는 조금치도 먹혀 들어가지 않았으니..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소요와 소군을 힘껏 밀어버렸다.
"공자님...?"
"왜 그러세요?"
용비운은 벌떡 일어서며 싸늘히 대답했다.
"어서 썩 물러가지 못할까?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 말아 다오."
한데 이때, 하나의 섬세한 인영이 날렵하게 장내로 내려섰다.
"가.. 감히 너희들이..?"
감미령은 새파란 독기를 뿜으며 소요와 소군을 쏘아보았다.
두 소녀는 사색이 된 채 와들와들 떨었다.
"원주님..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녀들은 그저 공자님의 뜻을 따랐을 뿐이었습니다."
그녀들은 용비운에게 과오를 돌렸다.
용비운은 그저 그녀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감미령은 허리에 두른 연편을 풀었다.
"더러운 것들!
너희들이 먼저 용공자를 유혹하고서 그 죄를 용공자에게 돌려..
. 방금 용공자께서 피곤하게 만들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너희의 죄가 없다 하겠냐?"
그녀는 서슬이 퍼렇게 외치며 연편을 팽팽하게 잡아 당겼다.
(헉...내가 때맞추어 호통쳤군..
만일 내가 저 계집들과 정사라도 벌였다면
이 사갈같은 감미령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감미령은 살기를 발하며 연편을 휘둘렸다.
촤악- 촤악-
"아악- 원주님-"
"사.. 살려 주세요-"
소요와 소군은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용서를 빌었다.
하나, 그녀들의 애원이 감미령의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감미령은 마구 연편을 휘두르며
두 소녀의 전선에 깊은 혈흔들을 새겨 냈다.
용비운은 그녀의 진한 손속에 내심 치를 떨었다.
(지독한 계집! 내가 네 소유물도 아닌데
잠시 딴마음을 풀었기로서니 아예 때려 죽일 작정이구나.)
감미령은 그녀들은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고서야 겨우 분이 풀리는지
피묻은 연편을 내던졌다.
"집법각주!"
"예, 원주."
이십대 초반의 소부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히 대답했다.
"각주는 저 계집들을 음수굴에 처넣어라!"
"예, 원주."
집법각주는 소요와 소군을 양손에 각기 거머쥐고는 질질 끌고 갔다.
두 소녀는 처절히 애원했지만 감미령은 사악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음수굴에서 너희 년들이 바라던 짓을 실컷 즐겨라. 호호호.."
용비운은 천천히 그녀 옆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미령, 음수굴이라는 곳이 어떤 곳이오?"
감미령은 그가 두 소녀의 유혹을 물리쳤다고 생각했기에
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더없이 느꼈다.
"그곳은 흉악한 성성이들이 갇혀 있지요.
본 원에서 죄를 지은 자들은 그곳에 떨어뜨리는데
성성디들의 노리개 감이 되다 결국에는 뜯어먹히게 되지요."
용비운은 등꼴이 오싹해졌다.
감미령은 그의 품에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
"어서 돌아 가요 소첩은 당신이 너무 좋아졌어요.
앞으로도 소첩만을 사랑해 주시는 것이지요?"
"물론이오."
용비운은 그녀의 모발을 부드럽게 내리쓸었다.
감미령은 그의 탄탄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속삭였다.
"그래야 해요. 나는 당신의 생존을 상부에 절대로 보고 하지 않겠어요."
"상부라니.?"
용비운은 흠짓하며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호호..당신이 알면 별로 좋을 것이 없어요.
참, 오늘 향화들을 만드는데 같이 구경가시지 않겠어요?"
감미령은 그의 손을 이끌었다.
"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