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 마중하던 흙 묻은 지폐 그 푸른 잎사귀로 야채 곁들인 내 국수는 초저녁 달과 함께 그대 기다린다
<대상>
천 번을 이즈러졌으나 너를 잊은 적 없었다
지병있는 몸이라 귀는 얇고 당신 소식 한 줄에 마음은 까치발부터 든다
날을 세운 풀잎을 눕히는 바람 땅을 향해 꽂히는 비는 당신에게 보내는 유배지에서의 연서다
관절은 깎이고 굳어져 조각이 되고 투박한 가슴의 멍울은 완곡한 삶의 표현
당신을 사랑한 죄
땅으로부터 유배된 죄인이다.
< 심사평>
지훈 예술제가 올해로 아홉 번째를 거치면서 예술제로서의 격을 높여가고 있다. 이 행사의 하나로 치른 지훈 백일장 역시 그 연륜에 맞게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는 예년보다 갑절에 가까운 400여 명이 백일장에 참가함으로써 지훈 백일장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참가자 수에 비해 작품 수준이 따르지 못해 다소 아쉬움이 남았으나, 공통으로 주어진 시제. ‘달’을 두고 써낸 작품들 가운데 몇몇 수상작들은 기대한 만큼의 수준을 보여주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초등부에서 금상을 수상한 박성빈의 작품은 ‘달님 따라 꿈 속 여행’을 다루었는데, 초등학생다운 발상과 마무리를 재치 있게 처리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고, 중등부에서 금상을 차지한 박성은의 작품은 현실적인 삶에 부대끼다가 외면당한 의자에 앉아봄으로써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고 달을 통해 자신의 안쓰러운 삶을 살펴낸 것이 설득력 있게 읽혔다. 고등부에서 금상을 차지한 신현정의 작품은 단추로 상징되는 삶의 팍팍함과 달을 대비시킴으로써 시적 화자의 내면의 세계를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어 공감도를 높여주었다. 대상은 일반부에서 나왔다. 적강(謫降) 사상은 동양 의식의 한 원류를 이루는데, 김영신의 대상작은 이러한 의식을 뒤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랑, 죄, 유배’로 수렴되는 시상을 절제된 시형에 담아낸 수작이었다, 일반부 금상작 석귀순의 작품은 남편에 대한 사랑을 국수에 손금 하나를 새겨 넣는 행위로 형상화시킨 점이나, ‘밀가루 반죽에 초저녁 달빛과 그림자를 섞는다.’라는 감각적 시구가 수상자의 탄탄한 시력을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