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책포털(korea.kr)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 교육이 달라진다’라는 대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마이스터고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교육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정작 수혜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번 기획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이명박 교육정책을 교과부 담당자 및 교육 전문가의 글을 통해 소개한다.
개방형 자율학교에서 자율형 공립학교로!
글로벌 지식정보화사회는 창의력,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자기주도적 학습력 등을 지닌 인재를 요구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급감하는 인구 문제나 글로벌 경제상황에서의 위치를 볼 때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창의적 인재 육성은 이제 국가 생존의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국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능 중심의 주입식, 암기식 학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인성교육은 아예 실종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학교 현장의 모습은 급기야 공교육에 대한 불신, 거대한 사교육 시장의 발호로 이어져 학교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전인교육과 미래역량을 기르는 수업에 초점을 맞추고 출발한 학교혁신 모형이다. 이는 2007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4개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되어 왔으며, 특목고, 자사고 등과는 달리 보통 수준의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학교모형이다. 그리고 공모교장 및 공모교사, 교육과정의 자율 운영 등을 그 특징으로 하며, 지식의 단순한 암기나 전달을 벗어나 학생들의 지적, 정서적, 신체적 측면의 균형있는 자기계발을 통하여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시범운영 기간 동안 질 높은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공교육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이에 내년부터는 새로이 선정된 학교들과 함께 자율형 공립학교로 전환되어 바람직한 공교육 모델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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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던 학교에서 주목 받는 학교로 성장한 부산남고는 자율형 공립고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사진은 박경옥 교장(가운데)과 학생들 모습. |
우리학교는 2007년에 선정된 4개교 중 하나로 부산의 외곽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를 둘러싼 자연환경은 아름답지만, 학생들의 경제적, 문화적 수준은 매우 열악하며 학력수준도 매우 낮은 편이다. 당연히 학교 인지도도 낮아 평준화 고입전형시 학생, 학부모로부터 외면 받는 학교였다. 그러나 개방형 자율학교를 운영해 온지 3년이 지난 지금은 학생,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변모하였으며, 미래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교육활동들로 인해 대학의 입학사정관들로부터 주목 받는 학교로 성장하였다.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였나?
학교비전은 학교교육의 지향점이자 도달점으로, 학교공동체 모두가 공감할 때 그 실천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우리학교에서는 먼저 학교공동체가 협의하여 ‘기본에 충실한 학교, 미래를 여는 교육’으로 학교비전을 설정하였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다음과 같이 수립하였다.
첫째,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가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학교를 만드는데 노력한다. 둘째, 문화는 소속 집단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바탕이 되며, 긴 생명력을 갖는다. 이에 부산남고 비전의 실현을 위한 바람직한 학교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한다.
셋째,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에서 보듯, 좋은 학교, 좋은 수업의 기본은 교사이다. 이에 교사의 마인드 변화 및 전문성 함양에 노력한다. 넷째, 공립학교는 교원의 순환근무로 인해 장기적인 프로젝트 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본교 시스템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의 자율권 확대와 학생의 자율능력 신장에 노력한다.
이와 같은 학교비전과 경영전략은 학교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반영되고 있으며, 개별 교육활동 하나하나는 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점검, 환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문화를 바꾸자!
언젠가 논산대건고를 방문하였을 때, 대건고의 교장선생님은 벤치마킹을 원하는 우리들에게 ‘교육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개별 프로그램은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다. 우리 학교 교육을 배우고 싶다면 뿌리째 옮겨 가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학교는 이 학교의 문화가 그 뿌리라고 생각하였으며, ‘자율’과 ‘참여’, ‘개방’, ‘돌봄’과 ‘배움’의 학교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팀 단위 운영 및 교사 권한 부여 확대’, ‘등교길 반갑게 맞이하기’, ‘부자(父子)캠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둘째, 수업방법을 바꾸자!
학교교육의 기본은 수업이다. 수업이 세 끼 밥이라면, 방과후학교 등은 영양제라 할 수 있다. 삶의 근기가 세 끼 밥에서 나오듯 학습도 그 기본은 수업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업이 알차게 이루어져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게 된다면 인성교육을 포함한 모든 교육활동들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지속 노력해야 하며. 특히,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의 습득과정을 익히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수업내용이나 방법들로 채워져야 한다. 이에 우리학교에서는 ‘과제연구’, ‘ART SCIENCE', ‘학습동아리’ 등 토론, 실험, 탐구, 과제 및 체험학습들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학생들의 자율능력을 길러주자.
부산남고 교사들이 처음 부임해서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학생들이 꿈이 없다는 것과 학습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였다. 이는 학습의욕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사들은 우선적으로 아이들의 꿈과 자존감을 살리고, 도전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아울러, ‘학생회 주관의 교내 행사 실시’ 등 자치활동 기회를 확대하였으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학습일기 쓰기’, ‘야간 자율학습’ 등을 꾸준히 계속해 왔다.
넷째, 학생 개인별 진로와 연계한 맞춤식 교육과정을 운영하자.
학생들은 저마다 소질과 적성과 진로를 달리한다. 대입 또한 다양한 전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효율적인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고교 3년간의 시스템화된 진로지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신입생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시작으로, 수준별 교육, 과목 선택 확대, ‘인턴십’, ‘학생 선택형 수준별 보충학습’, ‘테마별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학급당 25명의 소인수 학급의 장점을 활용하여 학생 개인별 맞춤식 진로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활동 결과물은 개인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누적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맞춤식 지도는 입학사정관제, 다양한 특별전형에서 호평을 받아 진학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나?
기본적으로 개방형 자율학교의 경우 공모교사제를 운영하지만 부산남고의 경우 현행 승진규정, 교통 불편 등으로 인해 실제 공모인원은 50%에도 못 미치며, 의무 전입해 온 교사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갓 전입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교사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교사 진영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탄탄하지는 않다. 또한, 아이들의 학력도 부산의 중하위권 수준이며 어려운 가정사정으로 인해 학교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첫해 공모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의 3주 합숙연수를 다녀온 중견교사들을 중심으로 개별 프로그램들을 시스템화하고, 돌봄과 배움의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 결과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자율학교가 되기 이전부터 부산남고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의 말을 빌리자면, ‘학교건물의 철근 빼고는 다 바뀌었다’고 할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보자.
![0](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orea.kr%2FnewsWeb%2Fresources%2Fattaches%2Fnamo%2F2009.12%2F07%2F85456%2F%EB%B6%80%EC%82%B0%EB%82%A8%EA%B3%A02.jpg) |
부산남고 심화학습 동아리반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
우선, 학생의 수업 만족도 및 학부모의 학교교육 만족도 조사에서 90% 정도가 ‘만족’하고 있고 고입전형시 대표적인 기피학교가 지금은 지원율 2.5:1의 선호학교로 바뀌었으며, 인근 학교들의 교육경쟁력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생활태도 및 학습태도가 많이 안정되었는데, 아래 학년으로 내려갈수록 그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나 학교의 문화나 전통의 힘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도 많이 향상되고 있다. 정량적 면에서의 학업성취도가 많이 향상되어 출발 당시에는 중하위권 수준의 성적이었으나 지금은 중상위권 수준에 이르렀으며,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창의력,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등에서도 많은 성장이 엿보여 교사들을 흐뭇하게 해 주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등에 반영되어 각 대학의 서류전형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의 역량 신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과 개인별 포트폴리오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최근 2년간 170여 개의 기관과 학교에서 다녀갔다.
이와 함께 사교육 참여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우리학교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참여와 돌봄의 문화가 체질화되고 있다. 교장, 교감의 지시만 기다리던 교사들이 지금은 누가 관리자인지 모를 정도로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펼치며 우리학교의 중장기 발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까지 변하였다. 또한 돌봄의 문화가 정착되어 담임교사들의 경우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학생들의 ‘학습일기’ 를 피드백해 주느라 여념이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하나를 쓰더라도 관련되는 전 교사가 참여한다. 우리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점도 교사들의 적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다운 교육의 시작과 과정은 힘들지만, 아이들의 성장과 신뢰가 피드백이 되어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형 공립학교, 교육의 본질을 찾는 학교
이제 기존의 개방형 자율학교들은 내년부터 자율형 공립학교로 전환되며, 이외에도 새로운 학교들이 추가로 선정되어 내년에는 더 많은 학교들이 자율형 공립학교로 운영된다. 자율형 공립학교는 개방형 자율학교의 출발에서 보았듯 전인교육과 미래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한다. 시범 운영을 통해 자율형 공립학교는 미래를 여는 바람직한 공교육 모델로서 충분히 역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자율형 공립학교를 통해 공교육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장의 교육적 본질에 입각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학교장은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리더로서 교육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바람직한 학교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교직원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직원의 시대 변화에 대한 인식 및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교과부 등 관련 기관과 학교에서는 교직원의 인식 전환 및 전문성 신장 등을 위한 연수 등에 지속적으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지속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역량을 기르는 교육, 맞춤식 교육은 다양한 활동과 결과 처리로 인해 교사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만큼, 일과, 성적처리 등 행정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연계 협력에 노력하도록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직은 자율형 공립학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학부모나 지역사회로부터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이는 학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자칫 학교비전의 실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교 공개, 학교 설명회 등을 통해 학부모, 지역사회와 학교 교육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가장 좋은 동반자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한다.
| 박경옥 부산남고등학교 교장 | 등록일 : 2009.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