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1943~)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10권을 2021. 10. 1~ 12.14까지 읽었다.
분단에 대해서, 민족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새삼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 <태백산맥>은 전남 벌교와 지리산 등을 주 장소 배경으로 조정래 작가가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쓴 총 10권의 대하소설이다.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고 1948. 10 여수.순천사건 이후부터 1953. 7 한국전쟁 휴전협정 때까지(약 5년 동안)의 좌익과 우익의 사상과 이념 갈등, 그 속에서 삶의 애환 등을 기록한 작품이다. 특히 한 형제간인 좌익의 염상진과 우익의 염상구를 비롯한 빨치산과 토벌대의 아픈 현실과 역사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제목은 <태백산맥>이지만 주 배경은 벌교와 지리산으로, 작가는 후에 '태백산맥은 민족의 등뼈로, 끊겨진 등뼈를 다시 잇는다는 심정'으로 제목을 지었다고 밝힌 바 있다.
■ <태백산맥>의 구성과 시대적 배경
<태백산맥>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여순반란사건이 종결된 직후부터 1948년 12월 빨치산 부대가 율어지역을 해방구로 장악하는 데까지를,
제2부는 여순 사건 이후 약 10개월 뒤까지를,
제3부는 1949년10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6·25 전쟁 발발 전후를,
제4부는 1950년 12월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각각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순반란사건의 종결에서 휴전협정에 이르기까지, 이후의 한국 현대사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기에 대한 소설적 탐구인 것이다.
■ <태백산맥>의 서사를 이끄는 기본 동인
(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530508&cid=46645&categoryId=46645 에서 인용)
이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기본 동인은 좌우갈등이다.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과 토착지주 및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우익 세력 사이의 갈등이, 전쟁으로 통치권력의 성격이 수시로 뒤바뀌는 혼돈의 역사 전개를 따라 펼쳐진다.
그 사이에 놓인 민중들과 지식인들은 저마다의 길을 택해 나아가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같은 노선 선택의 양상이 좌우의 갈등과 함께 이 작품을 채우는 중요한 내용의 하나이다.
이처럼 좌우의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노선 선택은, 개인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토지모순(지주와 소작농간 갈등), 민족모순, 분단모순 등 갖가지 모순이 중첩되어 있는 현실과 그것을 해소하고 새로운 역사를 열고자 하는 시대적 지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백산맥>은 저마다 순수한 뜻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중심 인물 대부분이 그 뜻의 실현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럼으로써 이 시기 역사 전개의 비극성을 증언하고, 동시에 그들이 해결코자 했던 과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이후 역사의 과제로 남겨졌음을 강조한다.
소설 <태백산맥>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이다.
■ 작품 중 사색하게 한 표현들
°땅은 먹고 사는 근본이었다. 농사꾼에게 명줄이었다.
°벌교 가서 돈자랑, 주먹자랑 하지 말고, 순천 가서 인물자랑하지 말고, 여수에 가서 멋 자랑하자 말라는 말이 있다.
°그대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할 것인가?
°굶주림 앞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는가. 동물과 다름은 무엇인가.
°몸이 당하는 고생을 마음이 이기면 고생이 아닌 법이다.
°인간사 그 무엇이 영겁 속에 남음이 있으랴.
°인생이란 망망대해에 뜬 일엽편주라.
°한줄기 바람이었다. 한덩이 구름이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사랑도 말을 통한 구체성이었다. 사상이 말을 통한 논리의 구체성이듯이.
° 3월이 가는 봄, 5월이 오는 봄이라면, 4월은 머무는 봄이었다.
°아이들 커나는 것이 오뉴월 하루볕 다르고, 노인네 기력 쇠하는 것이 하루밤 새 다르다.
°밀물은 신의 날숨이고 썰물은 신의 들숨이다.
°절기의 변화는 하늘에서 오되 땅이 먼저 깨닫고, 살아있는 것들 중에서는 지심에 목숨줄을 대고 있는 나무들이 제일 먼저 깨닫는다.
°겉 귀는 막았으나 속 귀는 열려있고, 겉 입은 봉했으나 속 입은 더 은밀한 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비굴과 비겁을 저지를 용기가 없었다. 더 참을 수 없다.
°이념이라는 것이 정치지향적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임을 뒤늦게 깨달았소.
°싸움터는 완전히 두쪽으로 나뉘어, 추풍령을 분기점으로 북쪽이 양쪽 정규군으로 맞선 반면에 남쪽은 경찰과 빨치산이 맞서고 있었다.
° 빨치산은 세번 죽는다고 했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맞아 죽고.
°전쟁은 정치의 적극적 수단이고 전쟁의 기본은 적과 우방을 간단 명확하게 가르는 것이었다. 중도적 입장은 기회주의일뿐이었고, 객관적 입장은 방관주의, 종교적 사고는 허무주의였고 개인적판단은 이기주의일뿐이었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가 봉건사회나 전제 군주체제의 반동으로 생겨났다는데 동일성을 갖는다. 그러나 경제구조의 이질성으로 두 주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1920년대부터 해방 되기까지 전국 도처에서 끊임없이 일어난 소작쟁의는 생존권투쟁이고 항일운동이었다.
°우리나라 전인구의 8할이 농민이고, 농민의 8할이 소작농이었으며, 소작농의 8할이 절량농가인 것이 식민지 시대의 현실이었다.
°말이 해방이지 식민지시대 지주들과 결탁해 권력을 잡은 정부의 정치하는 방식이나, 지주들이 그대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나, 변하지 않은 소작조건이나, 어떤 면에서는 그대로 일정시대의 연장인거야.
°해방으로부터 비롯된 남과 북의 분단은 필연적으로 정치의 시대를 잉태시켰다.
°대구10월폭동(1946.10.1), 제주4.3사건(1948. 4. 3), 여·순반란사건(1948.10.19)의 세 사건은 하나로 연결되는 해방정국의 일관된 정치사건 이었다.
°분단이 강대국의 책임일까? 미.소는 다 우리땅 집어삼키려고 들어온 도둑들이나 마찬가지인데 도둑들이 무슨 책임을 지는가. 책임이야 주인한테 있는거지. 우리가 저지른 역사에 대한 직무유기는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일세.
° 여순사건을 계기로 반공이 강화되었던 것처럼, 6.25 전쟁을 계기로 반공은 더욱 강화되었다. 인공 3개월을 통해서 공산주의 의식은 급속하게 일반화되었고, 그 일소를 위해 가차없이 부역자를 처벌한 악순환이었다.
°지리산은 명산이면서 악산이었다. 그들에게 지리산은 본격적인 투쟁지가 아니라 투쟁의 마지막 산일뿐이었다. 이 지리산의 골짜기들은 피신처였고 무덤이었다.
°저 산의 굳건함으로 투쟁 앞에 서자. 저 산의 유구함으로 역사 앞에 서자. 저 산의 묵묵함으로 민족 앞에 서자. 저 산의 무게로 이 땅을 딛자.
°치열하지 않은 삶이 없듯 역사 또한 치열하다.
°역사의 확신 위에 이 한몸 저 불꽃처럼 태우리라.
°우리는 역사를 믿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죽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내일로 확정된 역사의 승리를 위해서다. 우리는 비록 죽더라도 우리의 투쟁은 역사 위에서 반드시 되살아 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마침내 왔구나! 이젠 가야지!
°아아 만주, 말로만 듣던 추위가 바로 이런 것인가.
■ 작품과 작가에 대한 고소.고발과 무혐의 결정
<태백산맥>과 작가는, 1994. 4월에 반공 우익단체들에 의해 역사를 왜곡하여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불온서적 및 사상 불온자로 검찰에 고발되고, 거기에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에 의해 이승만의 명예훼손죄 고발도 포함되었다.
<태백산맥> 고소.고발사건에 대하여는 2005. 4. 1 서울지방검찰청에서 만 11년만에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 <태백산맥>에 대한 독자,대학생 등의 설문응답들
ㅡ 현역 작가와 평론가 50인이 뽑은 '한국 최고소설' (시사저널, 1990.11.22)
ㅡ 전국 대학생 1,650명이 뽑은 '가장 감명 깊은 책' 1위, '대학생 필독 도서' 1위(중앙일보, 1991.11. 26)
ㅡ 한국의 지성 49인이 뽑은 '미래를 위한 오늘의 고전 60선'에 선정(출판저널, 1992.2.20)
ㅡ 전국 애장가 720명이 뽑은 '가장 아끼는 책' 1위 (한겨레 신문, 1994.10. 5)
ㅡ 서울대학교 신입생 218명이 뽑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1위(한겨레신문, 1995. 3.15)
ㅡ 서울 대학생 1,000명이 뽑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소설' 1위(조선일보, 1997. 7.23)
ㅡ 전국 20세 이상 독자 1,200명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 1위(동아일보, 1996.4.29)
■ <태백산맥>에 나오는 산, 재, 다리들
- 벌교읍내를 에워싼 네 산: 제석산(동), 징광산(서),
첨산(남), 금산(북쪽),
- 부용산, 백아산(화순), 무등산(광주), 옥산,
조계산(승주), 백운산(장수), 무등산(광주), 덕유산(무주), 주월산,
- 뱀골재, 진트재, 오금재, 석거리재
- 지리산의 3대 주봉: 천왕봉, 노고단, 반야봉
- 지리산의 세 큰 골짜기: 뱀사골(전북쪽: 남원시 산내면, 반야봉에서 내리는 길이 14km), 피아골(전남쪽: 구례군, 반야봉 중턱에서 길이 20Km), 대원사골.중산리골(경남쪽: 산청군)
- 벌교의 포구에 가로 놓인 3개의 다리: 횡계다리(홍교), 소화다리(부용교), 철교
ㅡ 철다리 아래 선창, 도래등, 낙안벌, 포구,
선수머리, 갈숲, 중도방죽, 고읍들녁,
ㅡ 벌교역, 차부, 순천역, 남원장, 남도여관, 술도가, 현부자집, 남국민학교, 북국민학교,
순천행 통학열차, 율어(해방구)
ㅡ 선암사, 송광사, 화엄사, 대흥사
■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인물들(270여명 중)
염상진, 죽산댁(부인), 호산댁(염상진 어머니),
덕순,광조(염상진의 두 자녀)
하대치, 들몰댁(부인), 하판석 영감(하대치 아버지),
길남.종남(하대치의 두 아들)
안창민, 어머니 신씨, 이지숙(남국민학교 선생),
강동식, 외서댁(부인), 밤골댁(외서댁 어머니)
강동기, 남양댁(부인),
오판돌(조성책), 이해룡(보성책)
박두병, 이태식(연대장), 조원제(문화부 중대장),
박영발(전남 도당위원장), 김선우, 방준표(전북
도당위원장), 이현상(남부군 부대)
천점바구, 솥뚜껑, 배점동, 김혜자, 강경애,
정하섭, 정현동(아버지, 술도가집), 낙안댁(정하섭 모친),
소화(무당), 무당 월녀(소화 어머니),
마삼수, 김복동, 노덕보, 강동기, 지삼봉(회정리 3구의 작인들),
서인출, 김종연, 유동수, 장칠복(윤부자네 작인들)
김범우(순천중학 선생), 김사용(김범우 아버지),
김범준(김범우 형)
문기수(책방주인), 정님이(문기수 딸), 순덕이(정님친구)
손승호(남국민학교 선생), 박난희,
서민영(순천 매산학교 졸, 동경제대 영문과 졸, 광주사범 선생, 야학운영), 선우진(영어 선생),
전명환(자애병원 원장)
운정, 법일(환속승), 장터댁(쌍암장터)
심재모(첫 벌교.보성지구계엄사령관)
임만수(경찰 토벌대장)
백남식(새 계엄사령관)
권병제(신임 벌교 경찰서장), 남인태(당초 벌교경찰서장, 광양경찰서장 거쳐 보성 경찰서장)
이근술(율어지서장)
염상구(염상진 동생, 청년단장)
최익달(좌익척결위원회 위원장), 윤삼걸(지주들),
유주상(금융조합장)
최익도(신임 세무서장), 이병주(읍장)
최익승(보성 벌교지구 국회의원), 안창배(2대 국회의원)
서운상(고흥의 부자, 강동기에게 가해당함),
오동평(마름), 허출세(마름)
이학승 기자, 민기홍, 이원조, 김미선 기자,
목골댁(마상수 아내), 샘골댁(유서방 아내),
감골댁(고두만의 어머니), 왕주댁, 장흥댁(김복동 아내),
구산댁(서인출 모친, 들몰댁의 친정모친, 하대치 장모)
양효석(포목상 광주상회 아들, 벌교토벌사령관 됨),
된재댁(양효석 어머니)
최인석(최익달의 큰아들, 최익승의 조카),
현오봉(남도여관 주인 현준배의 아들),
송성일(금융조합장 송기묵의 아들), 송경희(송성일 누나)
최서학(세무서장 최익현의 아들),
윤태주(솥공장,정미소 주인 윤영춘의 아들), 윤옥자
ㅡ 대동청년단, 대한청년단, 건준지부, 인민위원회, 미군정,
좌익척결위원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국민방위군, 청년방위대, 국민보도연맹, 의용군, 학도병,
재귀열(돌림병), 포로수용소, 반공포로 석방
■ 전문가 몇 분의 <태백산맥> 평론
1) 대하소설을 통해서 우리 현대사를 다루는 일에 관한 한 <태백산맥>을 넘어설 작품은 아직 없다. 이 책은 첫째 반공 이데올로기와 분단 이데올로기를 일정하게 극복하고 있고, 둘째 현 시기의 민족.민주 운동의 진전에 의한 당시의 사회.정치사에 대한 심화된 인식을 작품 안에서 역사.논리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셋째 그 결과 여순 민중항쟁에서 6.25에 걸친 기간의 분단상황에 대한 총체적 파악에 성공하고 있다.
ㅡ 이재현(문학평론가)
2) 수난 받는 민중상에서 이념을 지닌 역사적 당위성 으로서의 민중상을 부각시키려는 분단문학으로 적극적 방향전환을 시도한 작품이다. 분단을 혼란과 관념론적 비극으로서가 아니라 민족사적 갈등과 모순 구조로 인식하는 시각에서 <태백산맥>은 창조되고 있으며, 이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처절한 민족사적 대실록이다.
ㅡ 임헌영(문학평론가)
3) <태백산맥>은 센세이셔널한 사건들 자체에 매달리지 않고 분단상황에 놓여있는 각 계급.계층에 속한 풍부한 인물군을 폭넓게 그려냄으로써, 해방 이후 휴전에 이르는 사회 전반을 성격 짓는 극도의 위기적 분위기의 실체에 보다 깊이,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으며, 이는 이 소설을 여타의 이른바 '분단소설'과 구분지어 주는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ㅡ 김명인(문학평론가)
4) 해방 이후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민족사적 과제의 해결에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이룩해야 할 민주국가, 민중해방, 민족통일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 이 시기에 뿌리 내렸기 때문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이러한 질곡의 뿌리와 실상을 집요하게 파헤쳐 보여줌으로써 우리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정확한 이해의 길을 터놓고 있다
ㅡ 고 박현채(경제학자. 조선대 교수)
5) <태백산맥>은 우리의 분단사를 역사보다도 더욱 역사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우리 과거사를 민중사관으로 재구성하게끔 만들었으며, 동시에 민족사관에 뿌리를 두고 우리 미래사를 모색하게끔 만든다. 아무리 무명의 존재일지라도 역사적 의미를 띠고 살아가고 있는 것임을 제 나름의 색깔로서 잘 입증해준 이 소설의 인물들은 분단상황에 놓여있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나'와 '우리'의 정체성에 눈뜨게끔 만든다.
ㅡ 조남현(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6) <태백산맥>의 탁월성은 역사의식의 치열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소설의 작가 조정래는 8.15 이후 민족분단 과정과 6.25를 중심으로하는 분단 고착과정을 밝히기 위한 현지 답사와 탐문, 진실을 드러내려는 열정과 용기, 그리고 섬세한 문체를 통해 우리 현대사 물줄기의 궤적을 제대로 그려내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오늘의 역사에 올바르게 이어주고 있다.
ㅡ 강만길(역사학자,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