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훈육의 기본 원칙은? "감정은 존중, 행동은 통제"
육아는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아기를 낳아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다. 갓난아기일 땐 애가 안 먹어서, 잘 안 자서 고민이다가 애가 어느정도 좀 크고 나면 말을 안 들어서, 거짓말을 해서, 떼를 부려서,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부모인 나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인데 아이에게 원칙과 정도를 말하려니 그야말로 '현타'가 온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훈육이 훈육이 맞는지, 애먼 상처만 남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애 떼부림에 지쳐 은근히 타협하는 척 포기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거 다 달라도, 아이 키우는 부모들 마음은 비슷하다.
훈육했을 때 애가 기죽을까 봐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조선미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훈육은 화를 내는 게 아닌, 해야 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또, 부모와 아이는 타협하는 관계가 아니며, 의사결정의 주도권은 양육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아이들은 언어 메시지보다 비언어적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말이 아닌 말투를 듣는 거다. 훈육하거나 지시할 땐 단호함이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와 부모는 타협의 관계가 아니다. 타협은 상대에게 결정권을 넘겨준다는 거다. 아이와 엄마는 결정권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부모 자녀 관계에서 타협은 위험한 거다. 식사시간, 양치 이런 건 타협을 미리 생각해선 안 된다.
훈육할 때 핵심은 '자녀의 감정은 존중하고, 행동은 통제하는 것'이다. 존중한다는 게 통제하지 않는다는 말과 통하는 게 아니다. 훈육하는 상황에선 감정 읽어주지 마라. 이를 테면, '출근하기 싫다'는 말에 남편이 '그럼 출근하지 마'라고 하지 않듯이. 해야하는 상황에서 하지 않겠다고 할 땐 그 감정을 읽어줘선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된다. 감정은 이해하되 지시는 빠르게, 그 상황은 빨리 종결해야 한다."
이어 조선미 교수는
엄마가 요즘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6가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실수로 인한 고통을 겪게 하라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라
#무엇을 허용할것인가보다 어떤 규칙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하라
#우수한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하려는 태도를 칭찬하라
#모든 차별이 부당한 것은 아님을 알려주어라
#어디서든 눈치 있게 행동하도록 가르쳐라를 강조한다.
"실수하지 않으면 배우려는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실수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기회를 피하게 된다. 또,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르는 아이는 집단에 들어갔을 때 고통스러워 진다. 집에서부터 연습해야 한다. 외식할 때 무조건 아이에게 "뭐 먹고 싶어?"라고 묻지 말고, "저번에 네가 먹고 싶은 거 먹었으니까, 오늘은 엄마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해보라"
'무엇을 허용할것인가 보다, 어떤 규칙이 필요한 지를 먼저 정하라'는 말은 특히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몇 살에 사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유용하다. 아이에게 몇 살에 스마트폰을 사줄 것인가, 왜 그렇게 결정할 것인가만을 생각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사주되 어떤 규칙을 정할 것인가부터 고민하라는 조언이다. 사준 다음에 고민하면 늦는다. 새로운 걸 시작하기 전에 함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맞춰 허용선을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 조선미 교수는 "칭찬도 아이 인생에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 했다"는 칭찬을 듣는 순간, 정말 '잘 해야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 기준이 높아져 잘하지 못 할 것 같으면 포기하고 회피하게 된다고. 칭찬을 하되 아이 안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성을 격려해야 한다고 조선미 교수는 당부한다. '눈치'보는 아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애가 눈치 본다고 안쓰러워 말고, '애가 컸구나,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할 줄 알게 됐구나'라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
- 부부의 훈육 방향이 달라 고민이다. 제가 훈육하면 눈치 보고, 아빠 말은 안 듣는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라. 아이는 엄마 아빠 힘의 균형을 느낀다."
- 30개월, 생후 3주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다. 형이 동생을 미워한다. 혼내면 상처받을까봐 걱정이다.
"30개월은 활동량이 놀랄만큼 늘어나는 때다. 큰애가 둘째를 때린다면 엄마가 통제해야 한다. 혼내는 건 효과 없다."
-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은 것과 아이 행동에 관계가 있을까? 이혼하고 아이 상태가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까?
"이혼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다. 중요한 건 이혼 전 단계다. 그 때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 부부사이가 좋지 않고, 최근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부 관계가 좋아진다면 아이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아이 상태를 전문가와 함께 알아보는 거다."
- 24개월 아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자기 손등을 물어버린다. 무시도 해 봤는데 속수무책.
"끝까지 무시하라. 공간을 분리한 뒤 끝까지 무시해야 한다."
- 7세 아들이 저와 타협하려고 한다.
"아이가 보기에 엄마는 쉬운 타협의 대상인 거다. 엄마의 행동부터 돌아봐야 한다."
- 5살 딸, 감정을 읽어주는데 자기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반대로 말한다.
"엄마가 마음읽기를 잘못하고 있는 거다. 마음 읽는 것에도 타이밍이 있다. 내가 화난 걸 알아줬으면 할 때 알아줘야 하는 거다. 화가 막 올라와있는데 옆에서 너 화났지? 라고 말하면 약오른 것처럼."
- 잔소리가 많은 엄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잔소리를 안 하면 안 하는 수동적인 아이로 크는 것 같다.
"잔소리를 해야 할 때 평소와 눈빛과 말 톤을 다르게 하라. 더 단호하게 해야 한다. 평소와 같다면 반응이 없다. 이 상황을 몇 분만에 끝낼지 결정하는 건 엄마다. 엄마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
- 훈육할 때 협박, 괜찮을까?
"협박 말고 경고해야 한다. 협박은 아이를 공포에 질리게 한다."
- 잘 삐지는 기질의 아이 키우는 팁이 있다면?
"잘 삐지는 기질은 없다. 기분이 상했을 때 주변인이 어떻게 대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나 삐졌으니까 날 달래봐하는 건 안 좋은 습관이다. 불쾌한 감정을 스스로 해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아이의 이런 모습이 또래 관계에 문제가 되진 않는지도 돌아보라."
-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했다. 어떻게 해결할까?
"두 분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아이 앞에서 해선 안 될 말(이혼, 나가 등)했다면, 아이에겐 끔찍한 경험을 준거다. 가족이 깨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면 그게 아니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 권위있는 부모와 통제하는 부모는 뭐가 다른 건가?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아이가 화를 낸다면 권위가 없는 거다. 예를 들어, 뭘 하지 말라고 했을 때 아이가 왜 엄마는 엄마 마음대로만 하냐고, 엄마는 날 통제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다. 애가 진짜 무섭다면 그런 말도 못 한다."
- 사회성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까? 또래에게 잘 못 다가 간다.
"또래에게 잘 다가가고 못 다가가고, 이거는 사회성이 아니고 기질이다. 사회성은 어린이집. 유치원 잘 다니면서 배우면 된다. 본인의 기질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이의 기질도 바꿀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다. 다만 아이가 학교에 가고 다양한 생활을 경험하다 보면 달라진다. 지켜보라."
출처 : 베이비뉴스 - 전아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