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17회 오산문학상 전국공모전 수상자 발표
아래와 같이 제17회 오산문학상 전국공모전 수상자 발표를 공지합니다
오산문학상 시상식 일시 : 2024년 6월 18일 화요일 오후 6시
장소 : 꿈두레도서관 다목적 홀
[구분]
오산문학상 대상 : 시집 『철새의 일인칭』
서상규 시인 (인천시 웅진면)
오산문학상 신인상 : 시 『날개』
고윤선님( 천안시 동남구)
[심사]
본심 심사위원장 : 이영춘시인, 위원 박수봉시인
심사위원 : 성백원시인, 윤민희시인
2024년 제17회 오산문학상 심사평
심사위원:이영춘(시인.한국시인협회심의위원겸이사), 박수봉(시인),
문학작품을 심사할 때마다 ‘ 문학의 기능’과 ‘문학의 효용적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모방설과 쾌락설, 이에 대한 공방에서 교훈설과 쾌락설의 상대적인 관계에서는 어느 것 하나만으로는 그 기능을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비중의 경중은 있으나 문학의 의미. 가치. 역할, 미의식, 등의 다각적인 속성이 완전 배제된 적은 없다. 또한 보편적으로 문학의 기능을 말할 때 문학은 한 나라의 언어를 아름답게 갈고 닦아야 하고 그 시대와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시인의 사명으로 인식되어 있다.
제17회 ‘오산문학상’공모전에는 지명도가 있는 시인을 위시하여 신진시인에 이르기까지 기성 시인들의 작품집이 약 35여 권으로 30여 명이 응모하였다. 문학에 대한 열기와 열정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응모 35여 시집 가운데서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집은 4명으로 4권이었다. 소위 현대시라고 일컫는 작품집은 주지적 요소와 상상력은 돋보이나 소통불화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많은 숙의와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눈길이 머문 작품집은 서상규의 「철새의 일인칭」시집이다. 이 시집은 시의 심미안은 물론 교훈성과 공리성이 강하게 어필된다. 이 작품집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고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와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인간애가 전율로 다가온다.
「인력시장에서」란 작품에서 “때 전 호주머니 속 몇 닢이/방울경쇠로 짤랑거린다/새벽별이 핏발 선/눈망울을 굴리며 길을 밟는다/동틀 무렵 어둠의 갈피가 푸르러지며/코뚜레를 꿴 달빛이 고삐를 바짝 조인다”라고 새벽별을 밟고 노동현장으로 달려가는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암시한다. 이런 노동자들의 ‘인력시장’은 산업화 이후 계속 등장되는 단어로 다소 구시대적 사은유와도 같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아니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힘든 ‘인력시장’에서도 팔려나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하루치의 일당을 못 벌 때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고 삶의 현장이다. 서상규의 작품집 「철새의 일인칭」은 온통 이런 서민들 삶의 애환으로 장식되어 있다.
「맹인이 나비눈」, 「분꽃씨앗의 땀방울」, 「달빛으로 쓴 일기」,「빨랫줄에 그린 선율」, 「목장갑」, 등의 작품이 모두 그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향하여 던지는 따뜻한 인간애와 그런 인간애를 그려낸 심상과 정서의 아름다운 순화를 높이 평가하여 당선작품으로 선정하였다. 축하와 함께 앞으로도 더욱 인간미와 인간애가 풍기는 작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아(창작) 줄 것을 기대한다.
<오산문학상 대상: 대표시>
인력시장에서
서 상 규
때 전 호주머니 속 동전 몇 닢이
방울경쇠로 짤랑거린다
새벽별이 핏발 선 눈망울을 굴리며 길을 밟는다
동틀 무렵 어둠의 갈피가 푸르러지며
코뚜레를 꿴 달빛이 고삐를 바짝 조인다
날빛에 목이 졸리기 직전의
창백한 수은등 아래
그림자에 묶인 소 떼가
흰 콧김을 내뿜으며 서성거리고 있다
온기 몇 점으로 온정을 나누는 드림통 속
불길에서 파랗게 돋은 정맥을 끄집어낸다
산맥의 혈이 뻗어 내린
힘줄로 밭을 갈던 한 시절
꿈길을 되짚어 하루 노역을 점친다
거간꾼들이 나타날 때마다
저마다 앙상한 골격을 부풀리고
순한 이빨을 드러낸다
누구도 찌른 적이 없는 야성의 뿔을 들이밀며
복종의 표시로 한껏 머리를 숙이지만
풀빛 지폐 몇 장으로 벌이는
흥정은 튼실한 소에게로 향할 뿐이다
하루치의 건초에 행운을 되새기는
눈길이 발굽에 차인다
가스러진 터럭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에
펄럭이는 살가죽을 여민 몸속에서
운명을 삿대질 하는
알싸한 공복을 다독거린다
연장 가방에 단단히 물린 지퍼처럼
어금니를 질근질근 깨문다
손등을 짓찧는 망치질로 하루의 기둥을 세우고
시큰거리는 근육으로 시간을 톱질할 수 있다면
굳은살이 아픔 없이 뜯겨나가는 나날이다
아침 출근에 바쁜 사람들 틈에서
하루의 시간을 접으며
햇살에 축문 적은 소지를 사른다
생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끄덕
발뒤축을 좇는 그림자의 고삐를 끌며
햇무리에 방울소리를 감는다
맹인의 나비눈
서 상 규
나비의 겹눈으로 음계 구멍을 엮은
은빛 하모니카에서 선율을 흩날리며
고요한 날갯짓으로 맹인이 지나간다
각질에 둘러싸인 성선설을 일깨워서
마음에 핀 꽃술이 향기를 퍼뜨리는
점자를 흰 지팡이의 더듬이로 짚어간다
꽃잎의 바구니에 살포시 내려앉아서
손금이 무늬 진 대칭 날개를 곱게 접고
동전을 넣는 손길을 간곡히 축원한다
나비가 꿀을 얻은 생명 살림 양식과
영혼의 꿈을 되찾는 전철 안 사람들
맹인의 하모니카에 눈썹 창이 환하다
목장갑
서상규
가족들 살림을 등짝에 진 엄지손가락
지문에 올이 풀려 구멍 난 목장갑이
노동에 지친 몸으로 식당에 들어선다
빨갛게 코팅한 햇빛이 잠긴 어둠 속
피 달군 공사장에서 하루품의 허기를
한 그릇 순대국밥으로 뜨겁게 달랜다
흰 김을 피우는 뚝배기에 얼굴을 묻고
구릿빛 관자놀이에 푸른 정맥을 돋으며
생명에 엮는 선율로 힘살을 부풀린다
가족들 그리움에 목메는 낡은 목장갑
엄지에 닳은 지문으로 만월이 떠올라
충만한 햇살 울림의 기운을 퍼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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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신인상」 심사평
심사위원장: 이영춘(시인) 심사위원:박수봉(시인),
2024년 오산문학 「신인상」 전국공모에 응모한 시인은 30여 명으로 총150여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응모한 신진들은 나름대로 시에 대한 열정과 습작의 흔적이 역력하였다.
그러나 시의 기본 이론을 좀 더 익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심을 거쳐 최종으로 올라온 다섯 분의 작품도 시의 형식과 내용의 조화가 불안정한 작품이 많았다.
일찍이 T.S. Eliot는 “시는 형식과 내용의 등가물等價物”이라고 했다. 그만큼 작자가 쓰고자 하는 사상, 즉 시의 내용에 해당 되는 주제thema를 살려내야 하고 리듬에 해당되는 음악성과 그림에 해당되는 이미지 승화로 회화성을 잘 살려내야 하는 형식이 중요하다. 또한 불필요한 수식어(관형어, 부사어)로 시를 설명하려고 한 작품이 많았고 진부한 사은유어를 그대로 써서 시의 신선한 감각을 떨어뜨린 작품도 많았다. 시인은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내야 하는 창조자이다. 그러므로 시인을 일러 “발견의 눈을 가진 자, 즉 견자見者라고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시는 설명이 아니라 묘사다. 묘사는 언어로 그린 그림으로 이미지 승화의 정점이다. 그것이 시이고 시의 언어이다.
이렇게 시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전제로 했을 때 「날개」 외 4편을 응모한 고윤선님의 작품에 눈길이 머물렀다.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강렬한 시어로 작자의 내면적 심리작용을 감정이입 시켜 형상화하려고 한, 시 정신이 다른 응모자들에 비해 변별력을 갖게 했다. 가난한 서민의 삶을 ‘반지하방’을 환유하여 비상을 꿈꾸는 ‘날개’로 상징화한 기법이 돋보였다.
또한 하고자 하는 말을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는 힘도 신인상으로 뽑는데 힘을 실었다.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하여 설명적인 시 구句나, 생경한 수식어, 사은유어는 배제해야 할 요건임을 새겨두길 바라면서 고윤선님의 「날개」 외 「무무巫舞」와 「충만한 나의 호흡」을 ‘오산문학 신인상’으로 선정한다. 축하와 함께 더욱 정진하시길 빈다.(e)
<2024년 오산문학 신인상 수상 작품>
날개
고윤선
노을이 반쯤 걸친 창문 밖으로 사람들의
퇴근길이 보인다
겨울이면 눈이 쌓였고, 여름이면 장맛비가 들어왔다
쌓아놓은 이불 더미 위에서
얇은 책을 날개삼아
나 한번 동생 한번 뛰어내린다
날고, 날고, 반지하 밖으로 날고
잠든 우리 곁에 느즈막히
어머니가 몸을 눕힌다
일어나봐 아가야,
어머니가 떼려했던 발퀴벌레는
내 등에 터져 붙어 있다
납작해진 바퀴벌레는 무섭지 않아
그네의 인생이 서글플 뿐
얇은 공책으로 바퀴의 날개를
달아준다
날고, 날고, 반지하 밖으로 날고
납작한 바퀴는
쌓아놓은 이불더미 위에서
단칸방 밖으로 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