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갈무리한 문장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앞산을 넘어가 온종일 놀다 왔는지 뒷산 그림자가 짙다 작은 헛기침에도 뒤꿈치를 내려놓는 햇살과 바람이 서성거리고 있다 선생의 글씨를 보려다가 빈 마당에 쓸리는 시간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데 처마에 걸린 산허리의 적막 그 하염없는 무량의 고요를 그으며 소쩍새 우는 소리 들린다 세상은 때글때글 얼어붙어 있는데 속은 쓰리고 굽은 길 저쪽은 어둡기만 하다 어디 간들 어둡지 않겠느냐마는 어디 간들 덜 추운 데 있을까마는 불면을 즐기던 그때 세상은 어차피 혼자인 것을 무엇이나 영원하지 못함을 선생은 알았던 것일까
이월춘 (李月春)
1957년 경남 창원 대산면 모산에서 출생 경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 진해남중학교를 거쳐 진해중앙고등학교 근무
1986년 시전문지인 무크 [지평]과 시집 [칠판지우개를 들고]로 작품 활동 계간 [진해]편집위원, 계간 [시와 생명] [경남문학]편집위원 역임 경남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작가회의, 경남문협, 진해문협 회원 경남문협 이사, 경남문학관, 김달진문학관 이사, 경남문학관장 2005 경남문학 우수작품상 수상(시집 [그늘의 힘]) 2008 김달진문학상 월하진해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칠판지우개를 들고](1986년 도서출판 시로), [동짓달 미나리] (1993년 심상), [추억의 본질] (1999년 현대시), [그늘의 힘] (2005년 시선사), 그밖에 편저 [벚꽃 피는 마을] (1999년 도서출판 경남), 공저 [비 내리고 바람 불더니] (1984년 도서출판 청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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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72) 함양 일두고택짙은 뒷산 그림자에 햇살과 바람 서성인다
기사입력 : 2023-06-26 21:18:19
오래 갈무리한 문장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앞산을 넘어가 온종일 놀다 왔는지
뒷산 그림자가 짙다
작은 헛기침에도 뒤꿈치를 내려놓는
햇살과 바람이 서성거리고 있다
선생의 글씨를 보려다가
빈 마당에 쓸리는 시간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데
처마에 걸린 산허리의 적막
그 하염없는 무량의 고요를 그으며
소쩍새 우는 소리 들린다
세상은 때글때글 얼어붙어 있는데
속은 쓰리고 굽은 길 저쪽은 어둡기만 하다
어디 간들 어둡지 않겠느냐마는
어디 간들 덜 추운 데 있을까마는
불면을 즐기던 그때
세상은 어차피 혼자인 것을
무엇이나 영원하지 못함을 선생은 알았던 것일까
☞함양 일두고택(咸陽 一古宅), 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로 15세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 정여창(鄭汝昌, 1450~1504)선생의 고택으로 함양군 개평마을에 있다. 정여창 선생은 퇴계선생이 동방 4현의 한 분으로 추앙하던 유학자. 개평마을은 약 오백 년 전부터 형성된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의 집성촌으로 대전·통영 고속도로 지곡 IC 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한다. 일두 고택의 사랑채는 젊은 시절 허백련 화백이 체류하며 그림을 그렸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고, 토지·백치 아다다·다모 등 각종 프로그램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랑채, 안사랑채 및 행랑채를 일반인에게 유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전통 혼례복과 남녀 한복, 도포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지리산과 황석산이 인근에 있고, 농월정과 용추계곡과 백무동 계곡도 있어 그야말로 자연 풍광을 즐기며, 마음을 다독이기에 그지없는 곳이라 필자도 가끔 들러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