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이 글의 주인공인 둘째 손자 집을 방문한다.
방문은 둘째 손자의 부(회원님의 장자)의 차로 회원님 내외분과 함께 하였다.
방문 길에 차에서 아버지께 둘째 아들에 관해 물어보았다.
첫째 아들과 달리 조금 내향적이고 체중이 많이 나가며(142kg)
다른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은 아버지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화하여 안내를 요청할 만큼
아버지도 아들 집을 자주 방문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마중 나온 아들을 만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최고 높은 층이다. 최상층에는 아들 집밖에 없다.
혼자 살지만 30평에 가까운 넓은 아파트는 시 변두리에 자리하여 사방이 확- 터였다.
거실의 커다란 TV 화면에 서구의 어느 낯익은 거리가 띄워져 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주방에는 전문가 격의 커피 기기와 자재가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손자의 얼굴이 어둡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살- 살- 살- 이야기다.
잔뜩 흐린 얼굴이 더 어두워진다.
그래서 객인 내가 말했다.
“커피 한 잔 부탁해도 될까요?”
그 순간 손자의 얼굴에 희색이 돌면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커다란 컵 가득 아이스 위드 커피가 배달되었다.
좋다! 손자의 정성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손자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특별히 제조한 한약을 먹고 있다.
아마도 주위에 누군가 걱정하는 마음으로 체중 감량에 좋은 약을 권했을 것이다.
외향적이며 개방적이고 사교적인 형과 달리
동생은 내향적이며 정적으로 몸까지 뚱뚱하다.
그래서 항상 가족에게 ‘살 빼라’라는 말을 듣고 살아간다.
이미 귀에 못이 박혔을 것이다.
총각이다.
가족은 혹여 장가라도 못갈까 봐 걱정이다.
그런데 본인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렵고, 충고를 듣는 것도 진절머리가 날 것이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두 손자의 성향은 대조적이다.
장손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번화가의 빌딩 숲속의 최신아파트를 선호한다.
반면에 차손은 내향적 정적 성격으로 변두리 확 터진 아파트에 살고 있다.
두 손자에 미치는 음택적 영향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성격도 조상의 동기감응으로 영향을 받는다면
같은 음택의 영향으로 두 아들의 성격은 유사할 것이다.
그러나 두 손자의 성향은 극명하게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음택적 영향은 사람의 성격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일까?
이처럼 형제간에 성격이 대조적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차손에게 “여기저기 이런저런 충고에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 의지로 살아가길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차손은 이미 세상으로부터 지나친 간섭을 받으면서 힘겨워하고 있다.
집은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장소며 휴식과 위로의 시공간이다.
그래서 내 집만큼 편안하고 좋은 집은 없다.
차손이 사는 아파트는 다른 사람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사람이 쉽게 오를 수도 쳐다볼 수도 없는 곳이다.
차손은 왕처럼 하느님처럼 최상층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즐기며
자신을 위로하며 삶의 목적을 영위하고 있다.
누군가 ‘살 빼라’라는 관심보다 말없이 커피 한잔 나누길 소원할지도 모른다.
이런 차손에게 눈치도 없이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가 아니라며 좋은 자리를 찾아 이사할 것을 권한다면 어떨까?
그 집을 나서면서
"커피 맛이 참 좋았습니다." 정성에 감사인사를 하며
악수 대신 그를 꼭 안아주었다.
첫댓글 저도 안아 주이소.힘이 납니다.감사합니다.
꼭 안아 주심에 힘을 얻어 건강과 행복하게 살아가실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