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황궁의 침입자 위소보는 손을 뻗쳐서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이때 별안간 그는 옆구 리 쪽이 뜨금하니 마비가 되고 곧이어 가슴이 한차례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위소보는 아! 하고 놀라 부르짖으며 그만 두 무릎에 맥이 풀려 땅바닥 에 주저앉고 말았다. 전신이 시끈거리며 마비되어서는 꼼짝할 수가 없 었다. 소군주는 픽 하고 웃으면서 이불을 들치고 침대 아래로 내려서며 웃었 다. "저의 혈도는 벌써 풀어졌어요. 한참 기다렸는데 왜 그대는 이제서야 돌아온거죠?" 위소보는 의아하여 물었다. "누가 그대의 혈도를 풀어준 것이오?" 소군주는 말했다. "혈도를 짚은 후 육칠 시진이 지나게 되면 풀지 않아도 자연히 풀어지 게 되는 거예요. 그대 얼굴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오. 다시 약을 발 라야 만이 완전히 나을 수 있는 것이오." 소군주는 히히 하고 웃으며 말을 했다. "그대는 정말 나쁜 사람이예요. 자꾸 거짓말만 해서 사람을 속이다니 언제 의 얼굴에 자라를 새겼어요. 괜히 한 나절 동안 걱정만 했잖아 요." 위소보는 물었다. "그대가 어떻게 알았소?" 소군주는 말했다. "나는 진작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에 비쳐 본 걸요.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위소보는 그녀의 얼굴이 윤기가 흐르고 고운 뺨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막 밀전이나 병과를 풀죽으로 만들어서 발라 주었던 것은 이미 깨 끗하게 지워지고 없었다. 그는 크게 후회를 했다. (내가 왜 이렇게 멍청할까? 그녀의 얼굴을 먼저 살피지 않다니. 만약 그녀가 얼굴을 씻은 것을 발견했더라면 그녀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말이야.)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말했다. "그대가 나의 영단묘약을 발랐으니 물론 나았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째서 일부러 달려가 다시 그대를 위해서 이 명주 구슬을 사 온단 말 이오? 나는 북경성의 보석상을 모두 뒤지다시피 한 끝에 이 꾸러미의 명주 구슬을 산 것이오. 그리고 난 또 한 쌍의 매우 보기 좋은 장난감 을 그대에게 주려고 사왔소." 소군주는 재빨리 물었다. "어떤 장난감이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혈도를 풀어 준다면 즉시 꺼내 드리지." 소군주는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손을 뻗펴서는 그의 혈도를 풀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위소보의 두 눈알이 연신 구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짐작하는 바가 있어 서 웃으며 말했다. "하마터면 또 그대의 속임수에 넘어갈 뻔했군요. 그대의 혈도를 풀게 된다면 다시 나를 못 가세 할 것이 아니예요?" 위소보는 재빨리 말했다. "그럴리 없소. 그럴리 없소. 사내 대장부가 일언(一言)을 내ㅃ게 된다 면 그... 무슨 말(馬)도 뒤쫓아 잡기 힘들다오." 그러자 소군주가 말했다. "사마난추(駟馬難追)라는 말이예요> 뭐가 무슨 말이 뒤쫓아 잡기 힘들 다고 그러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 말이라는 것은 사마보다도 더 빨리 달린단 말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이 뒤쫓지 못하는데 사마는 더욱더 뒤쫓지 못할 것이 아니겠소." 소군주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그 말이 뒤쫓아 잡기가 어렵다는 말은 처음 듣겠네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면 그대는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이 아니오? 그런데 내가 사온 장난감은 매우 재미있는 것이라오. 하나는 수컷이고 하나는 암컷이외다." 소군주는 물었다. "조그만 토끼인가요?"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토기보다도 십 배나 더 좋소." 소군주는 말했다. "그러면 금붕어인가요?" 위소보는 크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금붕어가 뭐가 좋소. 이것은금부엉보다도 백 배나 더 좋소." 소군주는 다시 몇 가지의 장난감 같은 물건들을 들추며 알아 ㅁ추쳐고 했으나 모두 다 틀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말했다. "빨리 꺼네 봐요. 무슨 물건이예요?" 위소보는 그녀를 유인하여 혈도를 풀 작정으로 말했다. "그대가 나의 혈도를 풀어 주기만 한다면 나는 즉시 그대에게 보여 주 겠소." 그러자 소군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안 돼요. 저는 즉시 떠나야 해요. 오라버니는 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매우 염려하고 계실거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이미 혈도를 풀었는데 어째서 가지 않고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 렸소?" 소군주는 말했다. "그대가 저를 위해 명주구슬을 산 데 대해서는 저는 정말 고맙게 생각 해요. 따라서 인사라도 해야 되지 않겠어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간 다는 것은 너무나 미안한 노릇이 아니겠어요." 위소보는 속으로 웃었다. (원래 이 조그만 아가씨는 바보로구나. 목왕부의 사람들은 정말 나무토 막처럼 멍청하다. 그 성씨와 꼭 닮았군.) 그리고 말했다. "그렇기는 하오. 사실 나는 그대 혼자 이곳에서 두려울까봐 격정이 되 어 죽어라 하고 달음박질까지 했소. 그저 한시바삐 명주구슬을 사서 돌 아올 작정이었단 말이오. 그러나 한 집 한 집, 보삭상들의 가게를 모조 리 뒤지다시피 했으나 마음에 맞는 것이 있어야지. 그만 다급한 나머지 자빠져서는 몇 번 곤두박질을 치게 되었다오." 소군주는 나지이 부르짖었다. "어머나, 많이 아프지는 않았어요?" 위소보는 울쌍을 지우며 말했다. "자빠지면서 가슴팍을 커다란 돌멩이에 부딪히고 말았소. 그야말로 아 파서 죽을 뻔했지." 소군주는 물었다. "지금은 좀 나았어요?" 위소보는 끙끙거리며 말했다. "그와 같이 부딪히는 기세가 강해서 그런지 자끄 더 아파오는구려. 그 대... 그대... 그대가 나의 혈도를 짚어 풀어주지 않으니까 나의 이.. 이.. 이이이이... 이 한가닥 숨을 끌어... 올릴 수가 없구려... 나는 나는...." 그는 점점 갈수록 음성을 낮추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 눈을까 뒤짚어 흰 동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정말 죽을 드이 숨마저 쉬는 것을 멈추 었다. 소군주는 손을 뻗쳐 그의 코앞에다 갖다 대 보더니 정말 숨을 쉬지 않 는자라 깜짝 놀라서는 아!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전신을 바들 바들 떨며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하다가 죽게 되었어요?" 위소보는 띄엄 띄엄 말했다. "그대가... 잘못... 나의 혈도를 짚었기에... 나의... 나의... 사혈(死 穴)을 짚었단 말이오." 소군주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그럴리 없어요. 그럴리 없어요. 사부님께서 제게 가르쳐 준 점혈수법 은 절대 틀림이 없어요. 저는 분명히 그대의 영허(靈墟), 보랑(步廊) 두 혈도와 천지혈(天池穴)을 짚었을 뿐이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 당황해서 잘못 짚은 것이오. 어이쿠 나의 전신 의 기혈이 마구 끓어오르며 경맥이 거꾸로 흐르는 듯 같고 온통이 뒤죽 박죽이 되는 것이 주... 주화입... 입...." 소군주는 되물었다. "주, 주화입마될 것 같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소. 주화입마(走火入魔)가 될 것 같소. 아이구, 그대는 어찌하여 그토록 멍청하오? 점혈수법을 제대로 연성하지도 못하고서 나의 몸에 마구잡이로 찔러댔으니 말이오. 그대가 짚은 곳은 천지니 뭐라더라 보 랑이라고 하던 혈도가 아니고 모두 사혈을 짚은 것이외다. 그야말로 반 드시 죽게 되는 사혈을 짚었단 말이오." 그는 혈도의 이름을 몰랐다. 그렇지 않으면 벌써 몇 곳의 사혈을 들먹 였을 것이다. 소군주는 아직 나이가 어린 편이었다. 그러니 자연 점혈수법이 익숙할 정도록 연성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원래 점혈수법은 매우 어렵고 복 잡안 것이었다. 사람의 몸에 있는 대혈(大穴)만 하더라도 수백이나 되 었고 상호의 간격은 몇 푼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당황하게 되 었을 때 잘못 짚게 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명사 의 지도를 받은 몸이었고 그 세 혈도를 정확하게 ㅅ펴서 짚었기 때문에 공력이 모잘나다고 할 수는 있으나 혈도 부위는 추호도 틀릴 수가 없었 다. 그러나 새로이 배워서 써먹는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위소보가 울상르 짓고 그럴싸한 표정을 꾸미 게 되자 그녀는 정말 사혈을 짚은 줄 알고 급히 말했다. "혹시 ... 혹시 내가 그대의 전중혈을 짚은 것이 아니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맞았소. 바로 전중혈이오. 그러나 그대 역시 괴로워할 것 없소. 그대 는... 그대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까 내가 죽은 이후라도 결코 그대를 탓하지 않겠소. 염라대왕이 묻는다면 나는 결코 그대가 나의 혈 도를 짚어서 죽인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오... 그리고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손가락 끝으로 내자신의 몸을 잘못 짚어서 죽게 되었다고 말... 말하겠오." 소군주는 그가 염라대왕 앞에서도 자기를 위해서 속이겠다고 하자 한편 으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해서 재빨리 말ㅎ다. "빨리... 빨리 혈도를 푼 후에 다시 말하도록 해요. 어쩌면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재빨리 손을 뻗쳐서는 그의 가슴팍과 겨드랑이 아래를 안마했다. 그녀의 점혈수법의 공력이 강하지 못해 몇 번 주무르지 않아 서 위소보는 어느덧 행동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몇 번 신음을 한 후 말 했다. "아, 이미 사혈을 짚었으니 나를 살려내지 못할거요." 소군주는 다급해져 말했다. "어쩌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 어쩌면 좋아. 나는 조심하지 않 아서 혈도를 잘못 짚은 거예요. 정말... 정말...죄송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그대가 좋은 사람인 것을 알고 있소. 내가 죽은 후에는 저숭에서 그대를 보살피겠소.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귀신이 되어 언제나 그 대의 곁을 떠나지 않겠소." 소군주는 날카롭게 한 소리 부르짖고는 물었다. "아니? 그대가 귀신이 되어서 언제나 내 곁을 따라다니겠다는 말이예 요?" 위소보는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나의 귀신은 그대를 해치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한 가지 규칙은 있소. 누가 나를 죽이게 된다면 나의 귀신이 언제나 그 사람을 따르게 될 것이란 말이오." 소군주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겁이 난다는 듯 말했다. "나는 일부러 그대를 죽인 것이 아니예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소저, 그대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오." 소군주는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건 왜 물어요?" 그리고 얼굴에는 놀람과 의아한 빛을 가득 띠우고서 다시 말했다. "그대는 저승에 가서 나를 고자질하겠다는 것이죠? 나는 말하지 않겠어 요."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대르 고자질하지 않을 것이오." 소군주는 말했다. "그렇다면 왜 내 이름을 묻는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그대의 이름을 알게 되면 저승에서 그만큼 그대를 잘 보살필 수 있다는 말이오. 저승에는 도깨비친구들이 많으니까 나는 모든 도깨비 친구들에게 협심합력 하여 그대를 보살피도록 하겠소. 그리고 그대가 어디로 가든지 간에 수천 수백이 되는 도깨비들이 그대의 뒤를 따르도 록 하겠소." 소군주는 놀라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재빨리 말했다. "아니예요. 싫어요. 나를 따르지 말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나 한 사람의 귀신만 그대를 따르는 것은 괜찮겠소?" 소군주는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그대가 ... 그대가 나를 겁주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상관이 없어 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물론 그대를 겁주지 않을 것이오. 낮에 그대가 앉아 있을 때 나 의 귀신은 그대를 위해 파리를 쫓아 줄 것이고 밤중에 잠이 들게 되었 을 때 나의 귀신은 그대를 위해 모기를 쫓아 주게 될것이오. 그리고 그 대가 심심해서 어쩔줄 모르게 될 때 나의 귀신은 꿈속에서 그대에게 매 우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 것이오." 소군주는 말했다. "그대는 어째서 저에게 잘 대해 주시려고 하는가요?" 그리고 나직이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대는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한 가지 응낙한 일을 그대는 하지 않았소. 아! 나는 죽어도 눈 을 감을 수가 없구려." 소군주는 말했다. "무슨 일이예요? 내가 무슨 약속을 했었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나를 세 번 멋진 오라버니라고 부를 것을 응낙하지 않았소? 내 가 죽을 시에 그대가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오." 소군주는 금국공(금國公)이라는 세습을 이어받은 왕부에서 출생한 몸이 었다. 부모나 오라버니드은 그녀를 매우 귀여워했다. 그녀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때 이마 나라는 망하고 집안도 형편이 말이 아니었지만 대대고 그녀의 집안을 보살피던 대신들과 가장(家將)들은 물론이고 하 인과 하녀들은 여전히 이 금지옥엽과 같은 군주에 대해서 지극한 정성 으로 대해 주었다.그리하여 그녀는 한평생 남에게 거짓말을 들은 적도 없고 겁을 주는 말도 들은 적이 없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들은 말 가 운데 그야 말로 한 마디의 거짓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 에 위소보의 터무니 없는 말에 처음은 모두 진실로 믿게 되었으나 나중 에 보니 위소보가 가면 갈수록 정신이 또렷하고 세 번 멋진 오라버니라 고 불러 달라고 말하게 되었을 때는 눈동자에 교활한 빛이 반짝이는 것 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천진하고 착하다는 것 뿐이지 결코 바보 는 아니었다. 따라서 그녀는 위소보가 자기를 놀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대는 거짓말을 하고 있군요. 그대는 죽지 않아요."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설사 잠시동안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며칠 후에는 죽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소군주는 말했다. "며칠 지난 후에도 죽지 않을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설사 며칠 후에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죽기 마련이오. 그대가 나를 멋 진 오라버니라고 세 번 말하지 않는다면 나의 귀신은 매일같이 그대의 뒤를 따르게 될것이며 끊임없이 착한... 누이야 착한... 누이야 하고 부르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죽이며 소리를 길게 빼었다. 스산한 바람 이 이는 것 같이 무서웠다. 거기다가 혓바닥까지 내밀어 목매달아 죽은 귀신 모양을 하지 않는가! 소군주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서 는 안방에서 달려나갔다. 위소보는 쫓아나갔다. 마침 그녀가 손을 뻗혀 문의 빗장을 뽑으려 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얼싸 안고 말했다. "가면 안 되오. 바깥에는 악귀가 많이 있소." 소군주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손을 놔요.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갈 수 없단 말이오."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그의 오른쪽 완맥을 내려치려고 했다. 위소보는 손바닥을 훽 뒤집어서 되려 그녀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 자 소군주는 팔굽을 뒤로 젖히며 왼손 주먹을 쥐고 위소보의 정수리를 내려 치려고 했다. 위소보는 몸을 뒤로 움추려서는 그 한 대의 주먹을 피했으며 곧 그녀의 다리를 얼싸안았다. 소군주는 호미전(虎尾剪) 일초 를 펼쳐 왼손을 비스듬히 내려쳤다. 위소보는 피할 수가 없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 죽지를 얻어맞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힘주어 끌어당 기는 바람에 소군주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위소보는 달려 들어가 그녀를 꼼짝 못하게 붙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소 군주는 원앙연환퇴(鴛鴦連環腿)를 펼쳐서는 위소보의 안면을 걷어차려 고 하지 않는가! 위소보는 몸을 데구르 굴러 다시 그녀의 왼팔을 비틀 어 잡았다. 소군주의 권각법은 명사로부터 전수를받은 것이라 위소보가 배운 것보다는 훨씬 정묘했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 무공을 겨루게 된 다면 위소보는 결코 그녀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땅 바닥에서 얽혀 돌아가고 있는 판이었다. 한 사람은 도망을 치려 하고 한 사람은 그녀을 놔주려 하지 않고 있엇다. 이와 같이 서로 얽혀서 돌 아가는 재간에 있어서 위소보는 그야말로 장기간의 연습을 한 셈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강희와 드잡이질을 한 것이 근 일 년이 될 정 도였던 것이다. 해로공이 그에게 전수해 준 무공 가운데 반은 진짜이고 반은 가짜라 할 수 있으나 그는 또 마보(馬步)라는 자세를 연마한 적이 있었으며 몸을 가까이 하여 서로 드잡이질을 하는 금나수법에 있어서 역시 몇 수 배운 몸이었다. 그리하여 몇합을 겨루게 되었을 때 위소보 는 가슴팍데 두 대의 주먹을 얻어맞게 되었지만 소군주의 오른팔을 잡 고 비틀 수 있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물었다. "이래도 항복 못 하겠소?" 소군주는 말했다. "항복하지 못해요." 위소보는 왼쪽 무릎을 들어서는 그녀의 등을 내려 누르며 다시 물었다. "그래도 항복 못 하겠소?" 소군주는 여전히 말했다. "항복할 수 없어요." 위소보는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등 뒤로 돌린 팔을 쳐들었다. 소군주 는 '아' 하고 울었다. 위소보와 강희가 서로 붙잡고 시합을 하게 되었을 때 두사람은 아무리 아프다 하더라도 결코 약함을 드러내지 않았고 더우기 우는 적은 한번 도 없었다. 다만 상대에게 제압당하여 반항할 수 업게 되면 투항하라고 했고 그 투항을 함으로써 일차 시합에서 진 것으로 하고 다시 겨루곤 했다. 헌데 소군주의 태도는 강희와는 전혀 달리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말했다. "쳇! 쓸모없는 계집애 같으니."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창틀에서 철커덕 하 는 소리가 났다. 위소보는 나직이 말하였다. "야 도깨비다." 소군주는 깜짝 놀라서는 되려 달려와 위소보를 얼싸안았다. 그러자 다시 창틀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나더니 창문이 끼끼끼끽하는 소 리와 함께 열려졌다. 이렇게 되자 위소보 마저도 깜짝 놀라서는 떨리는 음섣으로 말했다. "정말 도깨비다." 소군주는 그만 침대 쪽으로 달려 가더니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전신으 부들부들 떨었다. 창문이 천천히 열어 젖혀지고 그 누가 음산한 어조로 불렀다. "소계자, 소계자." 위소보는 처음에 해로공의 귀신이 나타나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가 보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르짖는 소리는 여자의 음성이 아닌가. 그리 하여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여자 도깨비다." 그리고 잇따라 몇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두 다리에 맥이 빠져 그만 창 가에 걸터앉고 말았다. 그때 별안간 일진의 바람이 불어 들어오면서 방안에 켜 놓았던 촛불이 꺼졌다. 그러자 눈앞에 번쩍 하더니 어느덧 한 사람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자 도깨비는 음산한 어조로 불렀다. "소계자, 소계자, 염라대왕꼐서 너를 부르신다. 염라대왕께서는 네가 해로공을 해쳐 죽였다고 말씀하셨다." 위소보는 그만 혼비백산 해서 해로공은 자기가 죽인 것이 안라고 말하 려 했다 그러나 입을 벌렸으나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다. 이때 그 여 자 도깨비는 다시 날카로운 어조로 부르짖었다. "염라대왕께서는 너를 잡아가서 칼산 위로 던지고 아래로는 기를 가마 솥에 던지시려 하고 계신다. 소계자야 오늘 너는 도망칠 수 없다." 위소보는 그와 같은 몇 마디를 듣게 되자 갑자기 깨달았다. (태후이지 여자 도깨비는 아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조금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다시 생각 했다. (만약 여자 도깨비라면 나를 잡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태후라 면 반드시 나를 죽여 입을 봉하려 할 것이다.) 그는 태후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 처음에는 정맒 그녀가 자기를 죽여 입을 봉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줄곧 동정이 보이지 않고 시일일 오래 흐르게 됨에 따라 그와 같은 걱정이 점점 없어지게 되었다. 그저 태후가 자기 말을 믿고 자기가 정말 해대부의 그와 같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어쩌면 설사 자기가 들었다 하더라도 감히 누설하지 못하리라고 여기고 있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자기를 상선감의 총감으로 벼슬을 올려 주었으니 오히여 태후에게 고마 워했으면 했지 배반을 하지 않으리라고 여기기 때문에 만사가 순조롭게 되는 모양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태후가 시일을 끌며 손을 쓰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 날 해로공과 손을 쓰게 되었을 때 태후는 무 척 심한 내상을 입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해로공이 그렇게 무거운 발길 질을 가했는데도 위소보가 죽지 않은 것을 보고 위소보가 나이는 어리 지만 내공조예가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여 자기의 내상이 치유되기 전에 는 공력을 회복할 수 없으니 경솔하게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사람을 죽여 입을 봉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힘을 빌 수가 없고 반드시 친히 손을 써야 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나 이 어린 위소보가 죽을 때에 몇 마디 말이라도 하게 된다면 큰일을 그 르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한 것이다. 사실 그 일은 많은 연관성이 있었다. 위소보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소 태감에 불과하니 말할 것도 없지만 설사 태후비나 태자, 장군, 대신이 라 할지라도 그와 같이 커다란 비밀을 들었다면, 그리고 들은 사람이 백 명이라면 백 명을 죽이고 천 명이라면 천 명을 죽여 입을 틀어막아 야 할 판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기다렸으나 공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 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며칠 더 지체하게 된다면 그만큼 비밀 이 누설될 위험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 하여 이 날 밤 실로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손을 쓰기로 결정하고 위소 보의 거실 밖에 이르러 창문을 열게 되었을 때 위소보가 도깨비라고 하 는 말을 듣게 되자 아예 도깨비처럼 가장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 그녀는 침대 위에 아직 다른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서 오 른 손을 쳐들고 한 걸음 두 걸음 침대 앞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항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몸을 움츠려서 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태후는 일장을 내려쳤다. 퍽! 하는 소리가 났으며 동시에 위소보와 소군주를 후려치게 되었다. 그러나 두터운 이불을 공격하고 있어서 공력은 이미 태반이나 소실되어 버리고 말았다. 태후는 다시 손을 들고 두번째로 내려쳤다. 이번에는 더욱더 강한 내공 을 돋우었는데 손바닥이 막 이부자리와 부딪치게 되었을 때 갑자기 손 바작에 격렬한 아픔이 전해졌다. 어느 덧 예리한 무기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녀는 큰 소리로 한 번 부르짖으며 뒤로 몸을 날렸다. 바로 이때 창밖에서 서너 명이 일제히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자객이다. 자객이 들어왔다." 태후는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 누가 알게 되었을까?) 그녀가 친히 손을 써서 소태감을 죽이는 것을 결코 남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손바닥이 무섭게 아파왔다. 그리하여 위소보가 정말 죽 었는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두 발로 바닥을 한번 차고는 창문뒤로 몸을 날려 달려나갔다. 그런데 미처 땅에 내려 서기도 전에 등 뒤에서 이미 쌍쌍이 공격해오는 사람이 있었다. 태후는 두 손을 뒤로 휙 뿌리쳐서는 후고무우(後顧無憂)라는 일초를 펼쳤다. 왼손과 오른손은 동시에 두사 람의 가슴팍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 두사람은 곧장 나가떨어졌다. 이때, 쾅,쾅, 과앙, 하는 징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삽 시간에 사 방에서 징소리가 울렸다. 멀리서 그 누가 부르짖었다. "제 1대, 제 2대는 황상을 보호하라. 그리고 우리 제 3대는 태후를 보 호하라!" 곧이어 동쪽 가신 뒤에서 그 누가 부르짖었다. "이쪽에도 자객이 있다." 태후는 그 사람들이 모두 궁중의 시위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즉시 몸을 움츠려서는 화원 곁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손바닥의 아픔이 점점 갈수록 심해졌다. 이때 흐릿하나마 칠 팔 곳에서 사람들이 무더기가 되어 서로 싸우며 무 기와 무기가 끊임없이 부딪치는 광경을 살펴볼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궁중에 정말 자객이 들어왔구나. 해로공의 친구일까? 아니면 오 배의 잔당일까?" 이때 멀리서 명령을 내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여왔다. 그리고 어둠 속 에서 횃불고 등불 빛이 사면 팔방에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태후는 더 지체했다가는 좀처럼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몸을 웅크린 채 화원 뒷쪽에서 달려나와 자녕궁 쪽으로 달려갔다. 겨우 수장을 달려가게 되었을때 맞은 편에서 한 사람이 ㄷ라려들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한 쌍의 강추로 태후의 안면을 질풍같이 찔러오 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대담한 역적 같으니, 감히 궁 안에 들어와 소란을 피워?" 태후는 약간 몸을 기울이며 오른손을 들어막는 척하면서 왼손으로 그의 어깨를 내려쳤다. 그 사람은 어깨를 내려뜨리며 피했다. 그리고 왼손의 강추를 찔러왔다. 태후는 왼쪽으로 피하며 오른손을 획 뿌리쳤다. 삽시 간에 두 사람은 이미 수초를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람은 호통 소 리를 내질렀다. "이런 역적 봤나. 알고 보니 계집애였군." 태후는 이 시위의 무공이 얕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녀 자신은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으나 처치하려면 다시 십여 초를 싸워야 했다. 그렇게 된다면 나머지 시위들이 달려올 우려가 없잖아 있었다. 다급한 김에 그녀는 부르짖었다. "나는 태후이다." 그 시위는 깜짝 놀라 손을 멈추고 물었다. "뭐라구?" 태후는 말했다. "대담한 녀석 같으니 감히 태후를 공격해!" 그 사람은 잠시 주저했다. 별안간 태후는 두 손을 일제히 뻗쳐냈다. 그 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가슴팍을 내질렀다. 그 시위는 즉시 목 숨을 잃고 말았다. 태후는 진기를 돋우고는 몸을 날려 화원속으로 모습 을 감추고 말았다. 한편 위소보는 이불 속으로 숨어드어 갔으나 태후의 일장에 허리를 얻 어 맞게 되었다. 대뜸 숨이 콱 막혀왔다. 다급한 김이라 그는 신발목에 감추었던 비수를 세우고 이불을 살짝 쳐들었다. 태후의 제 이장은 곧장 불쑥 솟아오른 곳을 내려치게 되었다. 그 비수는 예리하기 이를 데 없 었고 태후의 일장이 또한 엄청난 힘을 실었기 때문에 비수의 끝은 즉시 이불을 뚫고 손바닥을 찌르게 되었고 손 위로 빠져 나오게 된 것이다. 태후가 창문으로 다려나가게 되자 위소보는 이부 자락을 들치고 주위를 살폈다. 그런데 방 밖에서 시끄러운 사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 가! 그는 제일 먼 저 떠오른 생각이 바로 태후가 사람을 보내 자기를 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침대 위에서 땅바 닥에 내려섰으며 이부자락을 들고는 말했다. "우리 빨리 도망칩시다." 소군주는 울부짖었다. "아파, 아파 죽겠어요." 원래 태후의 처음 일장의 장력은 위소보의 뒷쪽 허리를 후려치게 되었 을 뿐만아니라 소군주의 왼쪽 다리까지 후려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 고 소군주의 다리에 받은 장력이 훨씬 더 많은 편이어서 왼쪽 다리가 그만 골절상을 입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위소보는 물었다. "왜 그러시오?" 그리고 대뜸 그녀의 가슴팍 옷자락을 잡고서는 말했다. "빨리 도망칩시다. 도망쳐." 그리고 그녀를 침대 위에서 끌어내렸다. 소군주는 오른 발로 땅바닥에 내렸다. 그런데 왼쪽 다리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와 그만 쓰러지게 되었고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울부짖었다. "나의... 나의 다리가 분질렀졌어요." 위소보는 다급한 김에 욕을 했다. "이 계집애, 하필이면 이럴 때 부러질 게 뭐람." 그리고 그는 자기의 목숨을 건지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 군주의 다리가 부러진 것은 고사하고 네 다리 아니라 여덟개의 다리 아 니 열 일곱 여덟 토막이 난다 하더라도 마음데 둘 처지가 못 된다고 생 각했다. 그리고 몸을 도려서는 바깥을 살폈다. 바깥에 사람이 없으면 그대로 달려나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태후가 두 손을 뒤로 휘둘렀으며 곧이어 두 사람이 붕하니 허공에 떠올랐다가 땅바닥에 심하게 처박히는 광경을 볼 수 있 었다. 그런데 그 주으이 한 사람은 바로 그의 창 아래 쪽에 떨어졌다. 몽롱한 어둠속에서도 그 사람이 입고 있는 것이 시위의 옷차림인 것을 알고는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다. (태후는 어째서 궁중의 시위를 때리는 것일까?) 그때 태후가 몸을 날려 꽃더미 뒷쪽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보았고 또 수장 밖에서는 예닐곱 사람이 짝을 지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각기 손에 무기를 들고 있어으며 무척 격렬한 싸움 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또 멀리서 그 누가 부르짖었다. "자객을 잡아라. 자객을 잡아라."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이 엉키게 되었다. "원래 정말 자객이 나타났었군. 나를 잡으러 오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는 시력을 가다듬고 바라 보았다. 태후는 다시 한 명의 시위와 싸우 고 있었다. 그 시위는 한 쌍의 강추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창문이 있는 쪽과는 상당히 먼 거리었으나 여전히 강추에서 번쩍이는 싸늘한 광채를 볼 수가 있었다. 잠시 싸우더니 태후는 그 시위를 때려 죽이고 는 몸을 날려서는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고개를 돌려 소군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땅바닥에 앉아서는 나직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위소보는 자기 자신에게 위험이 없다 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즉시 너그러워지게 되었고 그녀에게 다가 가서는 나직이 물었다. "매우 아프시오? 밖에서 그대를 잡으러 온 사람이 있으니 소리내지 마 시오." 소군주는 깜짝 놀라 아무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때 별안간 창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검은 발의 개 이빨이 무섭다. 점창산으로 오르자." 소군주는 어! 하더니 말했다. "우리편 사람이예요" 위소보는 의아했다. "그대의 친구이오? 그대가 어떻게 알고 있오?" 소군주는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목왕부의 암호예요. 빨리... 빨리... 저를 부축해서 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들이 황궁으로 쳐들어와 그대를 구하겠다는 것이오?" 소군주는 말했다. "저는 모르겠어요. 이곳이 황궁인가요?" 위소보는 대답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만약 이 계집애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달려와 사 람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두 주먹으로 네 주먹을 당할 수 없게 될 것이 아닌가!) 그리하려 그는 손을 뻗쳐 그녀의 입을 꼭 틀어 막으며 나직이 위협했 다. "결코 소리내어서는 안 돼오. 남에게 발각된다면 그대의 다른 한 쪽 다 리마저도 분질러 지게 될 것인데 나는 차마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소이다." 이때 밖에서 그 누가 아! 하고 크게 부르짖었으며 또 다른 사람이 있어 환호성을 내질렀다. "두명의 자객을 죽였다." 그리고 곧이어 누군가가 부르짖었다. "자객이 동쪽으로 도망쳤다. 모두들 뒤쫓아라!" 사람들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위소보는 손을 떼고 말했다. "그대들의 친구들이 도망쳤소." 소군주는 말했다. "도망친 것이 아니예요. 그들이 점창산으로 오르자고 하는 것은 잠시 물러가자는 뜻이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검은 발의 개는 무슨 물건이오?" 소군주는 말했다. "검은 발의 개는 바로 오랑캐 무사들을 가리키는 거예요." 멀리서 사람들의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고 명령을 내리는 소리가 끊임없 이 들려왔다. 궁중에서는 바로 자객들을 에워싸고 잡으려는 것이 틀림 없었다. 갑자기 창문 아래 쪽에서 두어 번 침을 내뱉는 기척이 드렸는데 바로 여자의 음성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한 자객이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군. 내가 가서 한 두번 찔러 주어야 겠소." 궁중의 시위는 모두 남자였다. 그러니 그 신음을 내고 있는 사람은 말 할 것도 없이 자객이라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소군주는 말했다. "죽... 죽이지 마세요. 어쩌면 우리 집안 사람일거예요." 그녀는 위소보의 어깨죽지를 잡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른 발로 서서 껑충껑충 뛰어서는 창문 쪽으로 다가서서 내다보았다.그리고 보니 창문쪽 아래 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물었다. "천남지북(天南地北)의... !" 위소보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 손을 뻗쳐서는 그녀의 입을 틀 어 막았다. 그러자 창 아래의 한 여인이 말했다. "공작명왕(孔雀明王) 좌하(座下)예요. 그대는 ... 그대는 소군주?" 위소보는 그 여자가 이미 소군주의 종적을 발견하게 되었다면 큰일이라 싶었다. 그리하여 비수를 들고는 아래로 내던지려고 하자 별안간 오른 손목이 바짝 조여졌다. 어느 덧 소군주에게 붙잡힌 것이다. 곧이어 옆 구리 아래 쪽이 아팠다. 이렇게 되자 소군주의 입술을 틀어막았던 손은 절로 풀어지게 되었다. 소군주는 물었다. "사저예요?" 창 아래의 그 여인이 말했다. "나야, 그대... 그대는 이곳에서 무얼하는 거지?"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제기랄! 그대는 이곳에서 뭐 하는 거지?" 소군주는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그녀를 욕하지 말아요. 그녀는 저의 사저예요. 사 저, 상처를 입었나요? 그대... 그대는 빨리 방법을 강구해서 저의 사저 을 구해 주셔요. 사저는 저에게 제일 잘 대해 주었어요." 그녀의 이 몇 마디 말은 두 사람에게 나누어서 한 말이었다. 창 아래의 그 여인은 신음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나는 그 녀석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싫어. 아무래도 그에게는 나를 구할 수 있는 재간이 없는 것 같아." 위소보는 힘주어 오른손을 떨쳤다. 그러자 소군주는 손을 놔주었다. 위 소보는 욕을 해주었다. "못난 계집애, 당신은 내가 당신을 구할 재간이 없다고 했나? 당신과 같은 제구류의 무공을 사용하는 계집애 쯤은 흥! 내가 손가락 하나만 뻗쳐도 단 번에 이삼 십 명, 아니 칠팔 십 명이라도 구할 수 있소." 이때 멀리서 다시 자객을 잡으라는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소군주는 크 게 다급해져서 재빨리 말했다. "빨리 사저를 구해줘요. 내가... 내가 그대를 세 번 멋진... 멋진 ... 오라버니라고 부를께요. 멋진 오라버니, 멋진 오라버니, 멋진 오라버 니...!" 이 세 마디의 호칭은 그녀가 어떻게 하더라도 부르지 않으려고 했던 것 이었다. 그런데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잇따라 세 번을 부르는 것이 아 닌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아이구, 착한 누이야. 그대는 이 오라버니에게 무엇을 해 달라는 것이 지?" 소군주는 그만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나직이 말했다. "저의 사저를 구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창 아래 여자의 어조는 매우 고집스러웠다. "그에게 부탁할 것 없어. 그 녀석은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해 그 자신 마저도 구할 수 없게 될 걸!" 위소보는 말했다. "흥! 우리 착한 누이의 체면을 봐서 그대를 꼭 구해 주어야 하겠는걸. 착한 누이, 우리가 한 말을 저벼러서는 안돼! 그대는 나에게 그대의 사 저를 구해 달라고 했으니 이후는 호칭을 바꾸지 말고 영원히 나를 오라 버니라고 불러 줘야 해요." 소군주는 말했다. "그대를 어떻게 불러 줘요? 훌륭한 아저씨? 훌륭한 백부님? 훌륭한 공 공님?"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그저 멋진 오라버니가 되고자 할 뿐이야. 나를 공공이라고 부르 는 사람은 적지 않소." 소군주는 말했다. "그래요. 나는 영원히... 영원히 그대를 ... 멋진...." 위소보는 말했다. "멋진 뭐요?" 소군주는 말했다. "멋진... 멋진 오라버니예요" 그리고 그녀는 그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위소보는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몸에 흑의를 걸치고 있는 여자가 몸 을 웅크린 채 비스듬히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위소보는 그녀에게 말했 다. "궁의 시위가 곧 달려와 그대를 잡아가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대의 살 을 떠서는 고기 만두를 해 먹을걸!" 그 여자는 말했다. "그게 뭐가 대수로운가! 나의 원한을 갚아 줄 사람이 있으니 걱정 말라 구!" 위소보는 말했다. "이 계집애의 주둥이가 꽤 야멸차군. 시위들이 먼저 그대를 죽이지 않 고 그대의 옷을 발가벗겨서는 모두들... 모두들 그대를 마누라로 삼게 될걸!" 그 여자는 노해 부르짖었다. "당신은 빨리 한칼로 이 소저를 죽여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어째서 그대를 죽인단 말이오? 나 역시 그대의 옷을 벗기고 그대 를 마누라로 삼아야겠소." 그리고 몸을 굽히고는 안으려고 했다. 그 여자는 크게 다급한 나머지 손을 들어서는 위소보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나 그녀는 중상을 입은터 라 손에 힘이 실려 있지 않아 따귀를 때린다는 것이 그저 슬쩍 스치는 정도였다.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는 내 마누라가 되기도 전에 먼저 지아비의 근지러운 곳을 긁어 주는 것이군." 그리고 그녀를 안아서는 창문으로 디밀었다. 소군주는 크게 기뻐서는 앞으로 나아가 그 여자를 받았다. 그리고는 천 천히 침대 위로 옮겨가 눕혔다. 위소보가 따라서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그런데 발밑에서 그 누가 나직이 말했다. "계... 계공공, 그 여자... 그 여자는 역적... 자객이외다. 그녀를... 구하면 안 되오" 위소보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대... 그대는 누구시오?" 그 사람은 말했다. "나는... 나는 궁중 시... 시위...!" 위소보는 대뜸 알아차렸다. 그 시위는 바로 조금 전 태후의 일장에 가 슴을 격타당한 시위였는데 아직도 죽지 않고서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꼼짝할 수 없고 또 말하는 소리마저 띄엄띄엄 하는 것으로 보아 깊은 내상을 입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만약에 저 흑의 여자를 시위에게 바친다면 그야말로 공로를 세우 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군주는 또 어떻게 되겠는가! 이 일이 탄로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는 비수를 들고는 푹 하니 그의 가슴팍에다 꽂았다. 그러자 그 시위 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즉시 숨을 거두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되었소. 만약 그대가 조금전 입을 열지 않았다면 목숨은 잃지 않았을 것이오. 다만 이 공공의 머리만은 잘리고 싶지 않 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오."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주변에 또 다른 상처입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모조 리 죽여 입을 봉해야겠군.) 그는 주위의 화원과 가산을 샅샅히 뒤졌다. 땅바닥에 모두 다섯 구의 시체가 있었다. 세 명은 궁중의 시위였고 두 명은 외부에서 온 자객이 었으나 모두 숨이 끊어진 이후였다. 위소보는 한 구의 자객의 시체를 안아서는 창문 앞에 놓았다. 머리는 안쪽으로 하고 발은 바깥쪽으로 해 서는 창틀에 걸쳐 놓았다. 그리고 그 시체의 등 뒤를 비수로 몇 번 찔 렀다. 소군주는 놀라 말했다. "그는... 그는 우리 왕부의 사람이예요.벌써 죽었는데 왜 그대는 또 그 를 다시 죽이죠?" 위소보는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이미 죽은 사람을 내가 어찌 다시 죽일 수 있단 말이오? 그대는 죽은 사람을 나에게 죽여 보이시오. 그대의 구린내 나는 사저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소." 그 흑의 여자는 침대 위에 누워 있다가 말했다. "그대야말로 구린내를 풍기는 사람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맡아 보지도 않고 내가 어떻게 구리다는 것을 안단 말이오?" 그 여자는 말했다. "이 집안에 한 가닥 구린내가 들끓고 있는걸!" 위소보는 말했다. "본래 매우 향기로웠는데 그대가 들어온 후부터 구린내가 나는 거요." 소군주는 말했다. "그대 두 사람은 서로 모두 모르는 사이인데 어째서 대면을 하자마자 입씨름부터 벌이는 거예요. 그만 해둬요. 사저 그대는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었으요? 저를... 저를 구하러 온 것이예요....?" 그 여자는 말했다. "우리는 그대가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어. 모두들 그대가 보이지 않자 곳곳으로 찾았지만 찾지 못했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이미 숨이 찬듯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말할기운이 없으면 말을 적게 하도록 하시오." 그 여자는 말했다. "나는 해야겠어요. 당신이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에게 말할 재간이 있다면 말씀을 하시지. 소군주는 얼마나 부드럽 고 얌전하오. 그대와 같이 바락바락 악을 쓰는 사람하고는 전혀 틀려." 소군주는 재빨리 말했다. "아니, 아니예요. 그대는 몰라오. 저희 사저는 가장 좋은 사람이예요. 그대는 그녀를 욕하지 말아요. 그러면 그녀는 그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거예요. 사저, 그대는 어디를 다쳤어요? 상처가 심하지 않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의 무공이 형편없는데도 분수를 모르고 궁안으로 뛰어들어 못난 꼴을 보이려고 하니까 자연 심한 중상을 입게 되었지. 내가 보기에 세 시진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 그리고 날이 밝기전에 승천하게 될걸!" 소군주는 말했다. "그럴리 없어요. 멋진... 멋진 오라버니... 빨리 방법을 강구해서 저의 사저를 구해 주세요." 그 여자는 노해 말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그에게 구원을 받기 싫어. 소군주, 그 녀석은 경박한 녀석이야. 그대는 어째서 그를... 그렇게 부르지?" 위소보는 물었다. "나를 뭐라고 불렀단 말이오?" 그 여자는 그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말했다. "그대를 잔나비라 불러달라 이거지?"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수컷이라면 그대는 암컷이지." 그는 여인과 입씨름을 한 적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그는 여춘원에서 오랫동안 연습을 쌓았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언쟁을 겪어온 몸이라 남에게 결코 지지 않았다. 그 여자는 위소보가 거칠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함부로 하자 더 상대하지 않으려는 듯 바라보지도 않았으며 그저 숨만 가쁘게 몰아쉬었다. 위소보는 탁자에서 촛대에 불을 켜고는 말했다. "우리 먼저 그녀의 상처가 어디인지 살펴 봅시다." 그 여자는 부르짖었다. "나를 보지 말아요. 나를 보지 말아요." 위소보는 호통을 내질렀다. "큰 소리 치지마. 그대는 잡혀가서 남의 마누라가 되고 싶소?" 그리고 촛불을 가까이 가서 비춰 보았다. 그 여자의 반쪽 얼굴은 갸름 하니 무척 아름다운 용모였다. 위소보는 참 우습다는듯 칭찬의 말을 했 다. "원래 구린내 나는 계집이 미녀였구나." 소군주는 말했다. "그대는 나의 사저를 욕하지 말아요. 그녀... 그녀는 본래 미녀였어 요."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나는 더욱더 그녀를 내 마누라로 삼아야겠소." 그 여자는 깜짝 놀라서는 바둥거리며 일어나 위소보를 치려고 했다. 그 러나 몸을 살짝 쳐드는 순간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 위에 엎 어지듯 눕고 말았다. 위소보는 남녀의 일에 대해서는 기녀원에서 자연 많이 듣게 되었고 그 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여겼다. 물론 말은 그녀를 자기 마누라로 삼는다고 말했지만 나이가 어린 그는 아직 한 번도 여인에 대해 마음을 움직여 본 바가 없고 그와 같은 생각을 품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그 는 짖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것이 천성이라 그녀가 자기의 말을 듣고는 크게 다급해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성급히 서두를 것이 없소.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았는데 어찌 부부가 된단 말이오? 그대는 이곳이 뭐 여춘원인줄 아시오? 부부가 된 다고 말함으로써 정말 되는 줄 아시오? 아이구 그대 상처에서 피가 흐 르고 있군. 내 침대를 더럽히지 않도록 해야지." 그녀의 옷자락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가 실로 가볍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였다. 별안간 한 떼의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부 르짖었다. "계공공, 계공공, 아무 일 없으신가요?" 궁중의 시위들은 자객들을 격퇴한 것이다. 그리고 황상과 태후 및 지위 가 비교적 높은 비빈들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사람을 나누어서 직책이 있고 권력이 있는 태감들을 보호하고자 나선 것이다. 따라서 위소보는 황제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 십여 명이나 되는 시위들이 달려 와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 위소보는 나직이 소군주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부자락을 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덮어 주고 모기장을 내린 뒤 부르짖었다. "그대들은 빨리 오시오. 이곳에 자객이 있소." 그 여자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몸이라 몸을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군주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그대는 소리치지 말아요. 우리 사저를 잡아 가도록 하지 말란 말이예 요. "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가 나의 마누라가 되지 않겠다면 사양할 것 없지 않겠소." 이와 같이 말을 주고 받는 사이 십여 명의 시위들이 창문 앞으로 달려 왔다. "어이쿠! 여기도 자객이 있었군."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나의 방안으로 기어 들어오려고 하기에 칼을 몇 번 찔러 요 리를 했지." 뭇 시위들은 왯불을 쳐들고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의 등에는 몇 곳의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옷 자락과 창틀위 및 빵바닥에는 핏자 국이 있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계공공께서 놀라셨겠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계공공이 왜 놀라셔. 계공공께선 무공이 뛰어나 단숨에 자객을 죽여 버렸지 않소. 몇 사람이 더 왔다 하더라도 똑같이 죽음을 당하게 되었 을거요." 그러자 다른 시위들도 덩달아 비위를 맞추려고 위소보가 무공이 뛰어나 다는 칭찬의 말을 했다. 그리고 오늘 밤 다시 큰 공을 세웠다고 마구 추켜 올렸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뭐 공로라고 할 것이야 없지마는 한 두명의 자객쯤 요리하는 것은 힘 든 알도 아니지. 그야말로 만주제일용사 오배를 잡은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었지만." 뭇시위들은 더욱더 아첨의 말을 던졌다.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시(施) 여섯째와 능(能)둘째는 순직했습니다. 그 한 떼의 자객은 정말 흉악하기 그지 없었읍니다. 만약 계공공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처리할 수 있었겠읍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그 모두들 역시 달려가 황상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오. 이곳에는 아 무 일 없을 것이오." 한 사람이 말했다. "다총관께서 이백여 명이나 되는 형제들을 이끌고 친히 왕상의 침궁 앞 을 지키고 있었읍니다. 자객들은 도망친 사람들은 도망치고 죽일 사람 들은 이미 죽여서 궁안은 이미 조용해졌읍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순직한 시위들에 한해서 나는 내일 황상에게 청을 드려 많은 보상금을 내리도록 하겠소. 그리고 모두들 고생했으니 황상께서도 반드시 큰 상 을 내릴 것이오." 뭇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일제히 인사말을 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 각했다. (내 은자를 사용해서 보상금으로 내리는 것도 아니니 이런 때 좋은 사 람 노릇을 하지 언제 하겠소." 그리고 그는 말했다. "여러분들의 성명을 내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여러분들 스스로 복창하시오. 그래야 황상께서 만약 오늘 밤 누가 용감하게 나서서 큰 공을 세웠냐고 묻는다면 이 형제가 잘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겠소." 뭇시위들은 더욱더 기뻐했다. 그리고 재빨리 자기의 성명을 알렸다. 위 소보의 기억력은 무척 좋은 편이었다. 십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성명 을 기억하고는 한 번 외우는데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위소보는 그들에게 당부했다. "모두들 다시 각 처로 가서 돌아보도록 하시오. 어쩌면 어둠속이나 으 슥한 곳에 자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오. 만약 있다면 사로잡고 남자라 면 무겁게 형벌을 가하되 여자라면 발가벗겨 마누라로 삼도록 하시오." 뭇시위들은 킥킥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그러죠." 위소보는 말했다. "이 시체는 떼메어 가는 것이 좋지 않겠소?" 뭇시위들은 순순히 응낙하고 나섰으며 서둘러서는 시체를 옮겨갔다. 그 리고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위소보는 창문을 닫고 몸을 돌려서는 이부 자락을 들쳤다. 소군주는 웃 으며 말했다. "그대라는 사람은 정말 나쁘군요. 우리를 깜작 놀라게 했잖아요... 아 이구...!" 그리고 보니 아불과 요 위에 모두 피뿐이었고 흑의 여자는 안색이 창백 했으며 목소리마저 미약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는 어디에 상처를 입었소? 빨리 피를 멈추도록 하시오." 그 여자는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저리 비켜요. 소군주... 나는 가슴에 상처를 입었 어." 위소보는 그녀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을 보고 상처가 심해 죽게 될가봐 더 농담의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상처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 뭐가 보기 좋단 말이오. 그대가 뭐 재미나 는 구경거리라도 된다는 말이오? 소군주는 그녀에게 상처에 바르는 약 이 없소?" 소군주는 말했다. "저는 업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구린내 나는 아가씨는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없을까?" 그 여자는 말했다. "없어요. 그대... 그대야말로 구린내 나는 계집애지." 이때 옷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그녀는 놀라 부르 짖었다. "어머나. 어... 어떻게 하지?" 위소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니 그 여자의 오른쪽 젖꼭지 아래에 두치 길이의 상처가 있었는데 선혈이 아직도 흘러 내리고 있었다. 소군 주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울었다. "그대는... 그대는 빨리 우리 사저를 구해줘요..." 그 여자는 놀람과 부끄러움에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에게... 그에게... 보지 못하도록 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쳇! 누가 뭐 대단해서 보나." 그런데 그녀가 멈추지 않고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역시 놀람과 당황함 을 금할 수 없었다. 방안의 사방을 살피며 솜이라도 한조각 찾아서는 그녀의 상처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훑어 보니 약발에는 아직도 그 자신이 만든 영단묘약이 남아있지 않은가! 그는 크게 기뻐서 말하였다. "나의 이 영단묘약은 피를 멈추게 하는 데는 그만이오." 그리고 그는 한 움큼 집어서는 그녀의 상처 위에다가 발라 주었다. 이 영단묘약은 사실대로 말한다면 바로 위소보가 쑤어 놓은 풀죽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찰졌다. 따라서 상처에 바르게 되자 대뜸 피가 흘러 나오는 것이 멎게 되었다. 위소보는 약발의 풀죽을 그녀의 상처에 바르느라고 자기의 손가락에도 풀죽이 붇게 되었는데 그녀의 젖꼭지가 흔들거리는 거리는 것을 보고 짖궂은 장난기가 ㄸ다시 고개를 쳐들어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바람으로 손에 묻은 풀죽을 그녀의 유방 위에다가 발랐다. 이렇게 되자 그 여자는 수치와 분노가 엉켜서 소리를 질렀다. "소... 소군주 빨리... 빨리 나를 대신해서 이 자를 죽여... 죽여... 죽여버려." 소군주는 설명을 했다. "사저, 그는 그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는거예요." 그 여자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꼼작 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빨리 그녀의 혈도를 막고 그녀가 함부로 말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피가 멎지 않게 되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른 다오." 소군주는 대답했다. "예." 그리고 그 여자의 아랫배와 옆구리 그리고 허벅지에 있는 몇곳의 혈도 를 짚고는 말했다. "사저,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요." 이때 그녀 자신의 다리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 따라서 자기 도 모르게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 역시 누워서 움직이지 말아요." 그는 어릴 적 양주에서 나이 어린 왈패와 싸움을 할 때가 많았다. 그리 고 그 누가 팔이 부러지게 되면 의원이 부러진 팔에 판자대기를 갖다대 고 풀을 으깨어 만든 약을 발라주던 사실을 기억했다. 그리하여 그는 비수를 뽑아 들고 두 걸상 다리를 잘라서는 그녀의 부러진 다리 옆에 갖다대고 끈으로 동여매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상처에 바르는 약을 어디 가서 구하지?) 그리고 그는 궁리를 해봤는데 갑자기 떠오른 좋은 생각이 있어 소군주 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침대에 누워 있으시오.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되오." 그리고 모기장을 내려 주고는 촛불을 끄고 문을 나섰다. 소군주는 놀라 서 물었다. "그대는... 그대는 어디로 가죠?" 위소보는 말했다. "가서 그대의 다리에 바를 약을 가져 오겠소." 소군주는 말했다. "빨리 오세요." 소군주의 말하는 투로 미루어 자기 자신을 크게 의지하는 사람으로 여 기는 것 같아 그는 크게 흐뭇해졌다. 그는 밖으로 나가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역시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 어갔다. 그리고 빗장을 걸고는 창문으로 나가 창문을 닫았다. 이렇게 되면 궁에서 태후와 황상 이외에는 그 누구도 감히 그의 방으로 들어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