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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손희하*
국문요약
이 글은 현행 도로 명 주소 체계의 제 문제점과 대안을 고찰한 것이다. 이는 주소 명 정책 수립과 시행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한 글이다.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문화 역사 면에서 전래 고유문화 파괴 및 망실, 문화 공동체 파괴 우려가 있고, 우리와 외국 문화 차이를 간과하였다. 정보나 기억의 인지ㆍ저장 면에서는 도로 명 주소가 동명에 비해 구성 요소가 많아지고, 위치 인식이 더 어려워 졌으며, 음절수 또한 과다한 것이 많아짐에 따라 인지 면에서 더 어려워지고, 기억해야할 정보 양이 더 많아졌다. 기억하기 어렵게도 길고 복잡한 숫자 나열식 도로 명 주소로 되어 주소 체계 면에서 더 복잡하다. 자연 지형을 따라 골목이 형성된 우리 현실 여건에도 알맞지 않다.
앞으로 수조 원이 넘게 계속 들 홍보비나 국민 기억ㆍ심적 고통 비용, 문화 향유나 행복 추구에 반하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냉정하게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위치
* 이 글은 2014년 제1차 통합과 소통의 국어정책 개발을 위한 포럼 국어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적 검토: 지명에 드러난 지역어와 지역 문화 발표논문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2014년 6월 13일 금요일 전남대 중앙도서관 5층 시청각실)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대담한 신문이나 방송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대담 출처를 일일이 밝히지 않았음을 알려 둔다.
** 전남대학교
162 地名學 20 (2014. 6)찾기 선진화 사업에 따른 것인데, 적어도 길 찾기 위한 도로 명과 지명을 분리해야 한다. 자연 환경을 반영하고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와 사상과 정서와 생활을 반영하기도 하며, 해당 지역의 생활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조상 대대로 물려온 소중한 문화유산이요, 우리네 삶의 궤적을 담고 있어 역사 자료를 보충해 주는 중요한 생활 정보 자원인 지명이 단순한 길 찾기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선진국 등 다른 나라나 유엔 등의 기구에서는 지명을 문화유산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임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전승 동명 지명은 그대로 두고, 일제강점기에 없어진 지명을 되살려야 한다. 사라지는 지명,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 아울러 재개발ㆍ택지 개발ㆍ공단 입주 지역, 저수지 등 지형 변개 지역 지명 조사정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 정책은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 문화 향유를 돕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국민 복지와 국민 권익을 화두에 올리는 현 시점에서는 주소가 바뀌어 자기 주소조차 외우지 못하는 노인 등 기억 장애인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중대한 정책 수립과 시행에 앞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핵심어:주소, 도로 명 주소, 동명, 문화유산, 주소 명 정책
1. 머리말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땅과 바다에도 이름이 있다. 이 이름은 사물을 구별하여 부르기 위해서 짓는 것이다. 인간은 땅과 바다에서 터를 일구어 살아오면서, 이 생활 터전에 있는 갖가지 지형지물을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63구분하여 일컬을 필요가 생길 때에 자연스레 이름(지명)을 붙이며 살아왔다.1) 이름을 붙일 때에는 지물의 모양과 모습, 재질, 성질, 방향, 크기, 빛깔, 구실, 온도, 소리 등 지물의 제반 속성 중에서 해당지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의사소통 당사자들이
서로 쉽게 부르고, 알아차리고, 기억할 수 있게 가장 알맞은 음절수로 된 단어로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붙일 때에는 지형의 속성뿐만 아니라 생활 속 관련 제도, 역사, 문화, 설화, 풍수, 사상 등을 담아 이름을 짓기도 한다. 이처럼 지명이란 지어 붙일 때에 생활 공동체가 함께 공감할 만한 이름을 붙여 사용하기에 한번 지은 이름은 해당물에 붙박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는 거주 민족이 바뀌고 해당 지역의 언어가 바뀌어도 터전과 함께 그대로 남는다.2) 그래서 지명은 자연 환경을 반영하고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와 사상과 정서와 생활을 반영하기도 하며, 해당 지역의 생활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조상 대대로 물려온 소중한 문화유산이요, 우리네 삶의 궤적을 담고 있는 역사 자료를 보충해 주는 중요한 생활 정보 자원이다(손희하, 2010: 54 참조 바람). 그래서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을 알기 위해서는 지명을 살펴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1) 지명 명명의 필요성은 지면과 해면 위에서 이제 해저에 이르렀다. 인간의 생활은 지하철 공간을 비롯하여 땅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앞으로 지하 지명의 명명이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까지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2) 미국의 지명을 보기로 들 수 있다. 이를 테면 옛 멕시코 땅이었던 도시명들은 스페인어가 많이 남아 있고(San Fransico, Los Angeles, Las Vegas,Sacramento, Santa Fe, El paso, Colorado, Gila), 프랑스 옛 영토였던 곳에는 프랑스어가 많이 남아 있으며(Louisiana, Baton Rouge, New Orleans),옛 인디언 지역에는 인디언어(Mississippi, Arizona, Chicago, Niagara)가 많이 남아 있다.164 地名學 20 (2014. 6)다(손희하ㆍ김경, 2009).
2014년에 들어 정부에서는 주소 체계를 동명에서 도로 명으로 바꾸었다. 주소 체계가 바뀜으로써 고유 지명 망실을 우려하며 헌법소원을 내는가 하면, 정부의 편리하다는 주장과는 달리 주소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매우 불편해 하고 있고,3) 시행 후에도 노년층 대부분를 비롯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자기 주소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이 글은 도로 명 주소 체계의 제 문제를 하나하나 살펴봄으로써 과연 도로 명 주소의 무엇이 문제이며, 대안은 무엇인가를 고찰함으로써 주소명 정책 수립과 시행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현행 도로 명 주소의 구조와 체계
도로 명 주소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6. 7. 5. 청와대 국가경쟁력 강화기획단에 의하여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생활주소라는 이름으로 추진하였다. 2006. 10. 4.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하고, 2007. 4. 5. 동 법률 및 시행령을 시행하고, 2008. 4. 14. 동법률 및 시행령을 개정하고, 2009. 4. 1. 도로명주소법을 개정(제명변경 등)하고, 2011. 7. 29. 도로명주소를 고시하고, 2011. 8. 4. 도로명주소법 및 시행령을 개정하고, 2014. 1. 1. 도로 명 주소를 전면 시행한 것이다.(‘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안전행정부 홈페이지, http://www.juso.go.kr/street/StreetAbout2.htm)4)
3) 주소를 주로 다루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송경주(2013)에서 밝힌 바처럼 우편·택배·공인중개사를 비롯하여 상점이나 음식업계 배달원 등을 들 수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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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로 명 주소의 구성 및 표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광주광역시,1996. 7. 5. 도로명주소 제도 도입결정(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1996. 11. 2. 내무부에 실무기획단 구성 (국무총리훈령)
1997. 1. 1.시범사업추진(강남구, 안양시, 안산, 청주, 공주, 경주시)
2001. 1. 26.지적법에 도로명 및 건물번호부여 관리에 관한 근거 마련(제16조)
2002. 9. 24. 50대 활용방안마련
2004. 3. 2.국가물류비절감대책 국무회의보고(재정경제부)-도로명사업을 동북아물류중심국가건설 로드맵 대상으로 선정
2004. 5.17. 도로명사업의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
2005. 1.~4. 도로명사업 정책품질분석(국무조정실)
2005. 9. 14. 도로명사업 혁신전략 수립
2005. 10. 28.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안국회발의
2005. 12. 29.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 계획 수립
2006. 3.~12.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1단계 사업)
2006. 10. 4.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제정공포
2007. 4. 5.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 시행
2007. 4.~11.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2단계 사업)
2008. 4.14.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 개정
2008. 6.~12.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3단계 사업)
2009. 3.~11.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4단계 사업)
2009. 4. 1. 도로명주소법 개정 (제명 변경 등)
1997.~2010. 10. 도로명주소 시설물 전국 설치 완료
2010. 10. 27.~ 11.30.도로명주소 예비안내
2011. 3. 26.~6. 30. 도로명주소 전국 일괄 고지
2011. 4.~12. 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국가주소정보시스템 구축)
4) 홈페이지에 나온 일정별 추진 내용을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도로 명
주소 안내 시스템, http://www.juso.go.kr/street/StreetAbout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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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안전행정부 홈페이지).
행정 구역+도로명+건물 번호+, +상세 주소(동/층/호)+(참고 항목)5)
이 도로 명 주소의 구성 및 표기 방법은 행정구역 명을 광역시도명 시/군/구명 읍/면명까지만 인정하고 동/이명은 인정하지
않는다.6) 구성이 간결해 보이나 실제 표기를 보면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시/군/구 ○○읍/면
○○대로/로/길××번길 ×× - ××, ×× - ×× - ×× (○○××동, ○○아파트)’ 등으로 기존 지번 주소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7)
2011. 7. 29. 도로명주소 고시
2011. 8. 4. 도로명주소법 및 시행령 개정
참고로 2014년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정부의 동명 통폐합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5) 참고 항목에는 법정동 명과 공동주택 명칭을 쓴다. 동명이 사라졌기 때문에 주소 인식이 상당히 어렵다고 하는 문제 제기가 많아 필요할 경우에는 맨 끝에 괄호를 달아서 동명을 쓸 수 있다고 하고 있다.
6) 지방자치법이나 행정안전부나 안전행정부 자료에 보면 ‘리’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다.
이14 (里) [이] 「명사」 지방 행정의 말단 구역. 몇 개의 촌락이 모여 이루어지며, 읍과 면(面)의 아래에 둔다. 어말에 붙어 특정 동리의 이름을 나타낼 때에는 ‘리’로 바뀐다. 「참고 어휘」동12(洞).리03(里) 「명사」 「1」→ 이14. 「2」북한어 북한 행정 구역에서 군아래 단위의 하나. 「3」북한어예전에, 군 아래에 있던 지방 행정 구역의 하나.
7) 여기에서 ‘○○’에는 글자가 ‘××’에는 숫자가 들어간다.
광주광역시(2011: 4)를 보면 주소의 요건으로 간결성을 두 번째로 들고 있는데, 실제 표기는 간결성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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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도로 위계
도로의 폭에 따라 위계를 삼분하여 다음과 같이 ‘대로, 노,8) 길’로 나누고 있다.
⁃ 대로: 왕복 8차로 이상이거나 40m 이상.
⁃ 노: 왕복 2차로~7차로이거나 왕복 12m 이상~40m 미만.
⁃ 길: 왕복 1차로.
2.2. 건물의 번호
건물 번호는 주 출입구에 접한 도로 구간의 기초 번호를 기준으로 부여하는데, 기점에서 북쪽과 동쪽을 향하여 좌측은 홀수, 우측은 짝수를 붙인다. 이때에 거리 개념을 도입하여 20m마다 번호가 2씩 증가한다.9)
3. 현행 도로 명 주소의 문제점
3.1. 문화 역사 면
3.1.1. 전래 고유 문화 파괴 및 망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우리 고유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지명을
8) 행정안전부나 안전행정부 자료에 보면 ‘로’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다.
9) 애초에는 건물마다 1씩 증가한 번호를 붙였으나, 후에 거리 개념을 도입하면서 20m마다 번호가 2씩 증가하고 20m내에서는 동일 번에 가지번호를 붙인다.(광주광역시, 20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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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일제 강점기에 통폐합하여 대대적으로 없앴는데,10) 그나마 남은 고장 이름이나 동 이름 등 우리 전래 고유문화를 이번 현행 도로 명 주소에서 대부분 없애버렸다는 점에서 문제이다.11)
도로 명 주소 사업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전승하는 동명을 없애고 국가의 주소 체계를 바꾸는 엄청난 사업인데도 안전행정부는 기반 조사와 시행 검토 과정에서 지명학, 지리학, 역사학, 문화학의 성과와 관계자들의 충언을 제대로 활용하거나 들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도로 명 주소 사업 시행에 따라 전래 지명이 점차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 동명 대신에 도로 명 주소를 쓰도록 하는데, 전통성과 역사성을 무시한 채 도로 명 주소를 유연성(有緣性) 없이 새롭게 마구 지었기 때문이다. 지명이 생활문화와 자연환경을 반영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그저 길 찾기나 주소 관리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송경주, 2013 참조 바람)
지명이 단순한 길 찾기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선진국 등 다른 나라나 유네스코 등에서는 지명을 문화유산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임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국토지리정보원,2013 참조 바람).
가변적이며 동네나 길과 인연(유연성)이 없는 도로 명을 새로 짓고 전래 지명을 폐지하는 건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없애는 것이다.(김형남, 2013)
10) 일제는 마을(이)이나 면 2~3을 합하여 한 이나 면으로 통폐합하여 행정구역상 이름을 없앴다.
11) 노은주(2014)에서는 “전체 도로명 16만여개의 약 20%인 3만여개에만 마을 이름과 원래 지명이 반영돼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참고로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에서 검색하면 8285건인 사직동이 사직로로는 1290건으로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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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문화 공동체 파괴
지명 변개로 인한 마을 공동체 파괴 우려, 마을 문화 변질 우려가 있다. 지명 변개로 인한 마을 공동체 파괴, 마을 문화 변질은 일제강점기에 이미 경험했기에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12)
3.1.3. 문화 차이 간과
3.1.3.1. 골목길 문화
서구는 일찍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죽 뻗은 직선형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바로 이 도로가에 주택이 자리 잡았다. 이에 견주어 우리나라는 근래에 대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이전에는 배산임수한 남향 터에 자연지형에 따라 주택이 옹기종기 들어서 마을을 이루고, 이 주택도 고샅길을 따라 마을 어귀에서 좀 들어온 아늑하고 안정한 곳에 자리 잡았다.13)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 동구에는 늘 마을 안이 바로 보이지 않게 뭔가로 가려 주었다. 입석이나 동구나무는 이러한 구실을 해주는 지물이다. 이러한 정주 환경은 서울도 마찬 가지이다.(조명래, 2014ㄱ 참조 바람) 도로 명 주소 체제는 서12) 김호(2014)에 따르면 도로명 주소(새주소)를 그동안 17년여간 기획을 하여 시행하게 되면서 마을과 동네(동,리)의 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한민족 고유의 동네문화와 고향에 대한 문화 향유권의 상실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의 우려가 있었다.
일찍이 일제가 마을(이)이나 면을 통폐합한 것은 실은 마을끼리 서로 적대시하고 경쟁하게 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3) 요즘이야 길갓집이 상가도 되기도 하고 시세도 높아졌지만, 과거에는 ‘길갓집 ○○하고는 혼인도 안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길갓집을 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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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직선형 도로에 알맞은 것으로 굽은 우리 골목길에는 알맞지 않은 것이다. 서구식 도로 명 주소 체제는 골목길 문화와 한길 문화의 차이를 간과한 처사로 보인다.14)
3.1.3.2. 향남 문화
현행 도로 명 주소 체제는 도로 기점 설정에서도 우리 전통 문화와 맞지 않는다. 도로 명 주소 체제가 북쪽을 향하여 좌우를 설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남쪽을 바라보는 문화이다. 곧 ‘우청룡좌백호(右靑龍左白虎)’가 아니라 ‘좌청룡우백호(左靑龍右白虎)’문화인 것이다.
3.2. 정보 기억 인지ㆍ저장 면
3.2.1.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면’ 중심의 동 주소에서 ‘선’ 중심의 도로 명 주소로 전환한 것이다. 구역을 나타내는 면 인식에서 도로를 나타내는 선 인식으로 감에 따라 인지 면에서 더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통일대로는 47.6킬로미터나 된다. 과연 일반 국민이 통일대로 주소를 보고 지리정보(공간) 개념이 설까 의문스럽다. 인식 인지가 곤란하여 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는 글자 적기에서 같은 음절을 나타내기 위해서 한글 같은 초중종 모아적기가 로마자의 선상형 풀어 적기보다 훨씬 인식이 쉽다는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15)
14) 골목 문화는 노래나 어린 시절 추억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주 올레길이라는 말도 골목 문화를 상징한다. 반면에 문화 서구는 길가에 바로 집이 자리 잡은 것이다.
15) 일찍이 1910년대부터 한글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한글 풀어쓰기를 하면, 모아쓴 글자에 비해 읽기와 쓰기가 쉽다고 강변하였다. 곧 당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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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면’ 중심의 동 주소(2차원)에서 저차원인 ‘선’ 중심의 도로 명 주소(1차원)로 전환함에 따라 구성 요소가 많아지고 기억해야 할 정보 양도 더 많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많이 기억해야 하는 부담과 이에 따른 고통과 바뀜에 따른 혼란스러움을 가져온다. 그것도 일시에 바뀜으로써 이러한 어려움은 더욱 가중한다. 기억력이 왕성한 젊은이는 어느 정도 이를 받아들인다고 치더라도 노인이나 기억 장애인은 심히 혼란스러워 하며 정체성의 혼란까지도 올 수 있다.
3.2.3.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음절수 과다한 것 많다. ‘자하문로28가길, 남대문시장2가길, 사직대로176번길, 상봉중앙로6나길’ 등에서 보듯이 부르기 좋고 외우기 좋은 음절수에서 멀어져 있다.
현행 도로 명 주소가 정보 기억 인지ㆍ저장 면에서 어렵고 부담을 준다는 것은 노인이나 기억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일부 무조건적 추종자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이 불편해 하고 힘들어 하면서 잘못됨을 지적하고 어려움을 호소할 때에, 이 목소리를 진 서양의 로마자 적기처럼 단어를 한 덩이로 읽어 가기 때문에 읽기는 그만큼 능률적으로 되며, 알파벳처럼 필기체를 만들어 쓸 수 있기 때문에 필기가 매우 빨라지고 기계화가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 한글 풀어쓰기가 한때는 공식적인 언어 정책의 일환으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특히, 1947년 한자 폐지와 풀어쓰기를 내용으로 한 최현배의 《글
자의 혁명》이 군정청 문교부의 '문교 연구 총서 첫째 책'으로 간행된 사실은 최현배가 추진한 풀어쓰기가 정책적으로도 반영될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고 있다. (박영준ㆍ시정곤ㆍ정주리ㆍ최경봉, 2002) 하지만 오늘날 재릿 다이아몬드(1994) 등 서양학자들은 한글이 모아쓰기를 하기때문에 로마자 적기보다도 가독성 등에서 더 우수하다고 말한다. 당시 현상만을 보고 기계화한 서양의 도구를 그대로 수입해 쓰려고만 하였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주장이 아닐 수 없
다. 이러한 풀어쓰기 주장은 또 풀어쓰기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쓰기법에도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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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투덜거리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홍보가 덜 되어서 그렇다거나 도로명 주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 단지 목청만 높여 언론에 홍보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16) 또 도로 명 주소를 쓰지 않으면 민원을 접수해 주지도 않는 등 법으로 강제 집행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고통이 따를 때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도 충분히 생각하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 자세요, 공직자의 자세 이전에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일 것이다. 참고로 1971년 영국에서 화폐단위 10진법 실시 후에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 하다가 자살자가 발생한 사례를 보면 제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하고 제도를 무조건 바꿀 때에 뒤따르는 고통과 심각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17)
정부는 위치 찾기 선진화를 내세우며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 도로 명 주소를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실은 길 찾기는 위성 항법장치(지피에스)가 발달한 요즘에는 개인도 스마트폰이나 네비게이션 등을 활용하면 별 문제가 없는 세상이다. 정부는 국민 마음을 편16)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 2014. 4. 10. (목)의 다음 대담은 도로명 주소 찬성론자의 이러한 인식과 태도를 잘 보여주는 보기로 보인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금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말은 단순히 낯설어서 라고 보시는 거예요?
▶ 아주대 박헌주 겸임교수(중앙도로주소위원회 부위원장): 그런 것도 있고 또 한 가지 이 도로명 주소는요. 도로명 주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충분하게 학습이 되어야 하는데 조금 정부에서 홍보하는 게,그 부분이 그 동안 조금 약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17) 영국의 화폐 단위 제도 개정의 경우, 십진법 개정안을 1824년에 의회에 상정하여 처음 부결된 이후에 147년간 논의를 거쳐 1971년부터 시행하였다. 영국은 10진법 이전에는 12진법ㆍ20진법, 21진법ㆍ5진법ㆍ2진법을 혼용하였다.(1파운드=20실링, 1실링=12펜스, 1기니=21실링, 1크라운=5실링, 1플로린=2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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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게 하고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특히 소외되어 가며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필요한 노인이나 기억 장애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3.3. 국민 행복 추구 면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위 정보 기억 인지 면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기억해야 할 정보 양 더 많아지고, 그것도 일시에 사람들에게 기억 부담과 고통과 혼란스러움을 가져오게 되어 국민 행복 추구 면에서 동떨어져 있다.
3.4. 문화 향유 추구 면
지명을 바꾸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위헌소송에서 주장한 것처럼, 현행 도로 명 주소는 헌법상 대통령의 민족문화 창달 면에 어긋나고 국민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18) 곧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문화 향유 추구, 국민 행복 추구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3.5. 주소 체계 면
3.5.1. 현행 도로 명 주소는 기억하기 어렵게도 길고 복잡한 숫자18) ㈔ 대한불교청년회 회원과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지명연구가 박호석 씨 등 63명은 “도로명주소법은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도로명주소법은 헌법 제69조 대통령의 민족문화 창달 의무와 제9조 국가의 전통문화보존 의무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제10조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문화향유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새 도로명주소법 위헌" 헌법소원, 연
합뉴스 201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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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식 도로 명 주소로 되어 있어서 주소 체계 면에서 더 복잡해져 있다.
정부에서는 현행 도로 명 주소가 찾기 쉬운 숫자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가장 찾기 쉽고 세계적으로도 통용할 수 있는 체계는 경위도 좌표식 주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왜 일반에게 이 방식을 채택하여 쓰도록 하지 않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너무 위계적, 너무 작위적, 길의 구간이 너무 길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고 선진적이라고 주장하나 일반인은 과학적 체계적인 것보다는 복잡하지 않고 편리한 것을 원한다(조명래, 2014ㄱ 참조 바람). 설혹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고 선진적이라 할지라도 복잡하면 시행하기 전에 사용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주소를 처음 ‘○○대로/로/길 ××’ 이렇게 하려고 했다가 계속해서 문제점이 드러나자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시/군/구 ○○읍/면 ○○대로/로/길 ××번길 ×× - ××, ×× - ××
- ×× (○○××동, ○○아파트)’처럼 넣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동명까지 괄호 안에 넣는 등 더 이상 현행 동명 주소보다 더 간편해진 게 없다. 오히려 ‘천 몇 번의 몇’ 등 더 복잡해지고, 깁고 바꾸다 보니 누더기 꼴이 된 것이다. 이는 기획한 애초 구상에서 크게 어긋나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국 계획 도시 등 현상만을 모방하려다 그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일제 이후 조성한 길이나 마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연 지형대로 이루어진 길과 마을 모습이기에 근대에 이루어진 서구와는 다른 모습이다. 곧
3.1.3. 문화 차이 간과 면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도로를 인공적으로 계획하여 조성한 곳에 적용한 방식을 우리나라처럼 자연지형에 따(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75)라 골목길이 난 곳에 도로 명 주소를 적용하기는 힘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주소 체계 면에서도 서구 것보다 매우 복잡해졌다.
이러한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도로나 집의 형태가 바뀌면 주소를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가 기존 주소 체재처럼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3.5.2.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좌우를 홀짝으로 구별하는 등 얼른 보면 체계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골이나 서울 구도심을 가면 자연지형을 따라 골목이 형성된 곳이 많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길이 난 곳이 대부분이고, 이 길도 한 바퀴 돌다보면 좌우가 바뀌는 곳이 많다.19) 또 막다른 골목 좌도 우도 아닌 중앙에 있는 집도 있는데, 이 경우에 홀짝 부여 문제가 생긴다.20)
또 20미터 이상 떨어져서 집이 띄엄띄엄 있는 곳은 현재 번호가 일련번호가 아니어서 중간에 이가 빠진 듯하고, 앞으로 중간에 집이 생기면 거리를 다시 측정하여 주소를 기워야 할 판이다. 또 여러 집을 합쳐 20미터가 넘는 큰 건물이 들어서면 번호가 이 빠진 듯이 될 전망이다.
3.6. 도로의 가변성 면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도로의 가변성을 간과한 것이다. 도로는 가변적이어서 앞으로 도로나 집의 형태가 바뀌면 주소를 다시 바꾸어야 한다.
19)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생태를 파괴하고 생태에 반하여 자연을 관리하려고만 드는 인간에서 벗어나 곡형 자연은 곡형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자연이라는 무한 다각을 유한 다각화하려 하지 말 것이다).
또 저차원에 머무르는 이가 자신의 한계 때문에 있는 자연을 단순하게 줄이는 억지를 모든 인간이나 자연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 실은 ‘.5’로 표기해야 바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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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도로가 없는 곳은 번지를 붙일 수 없어 번지가 다 사라지고 사용자는 혼란에 빠지거나 매우 불편해 할 것이다. 논이나 밭, 임야 등 일반 도로가 없는 곳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전국토의 65%가 산지이며, 용도별로 볼 때에도 임야․농지 등 용지 비중이 1억 3,425만㎡(59.0%)인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21)
3.7. 길 찾기 면
정부는 도로명 주소가 바둑판식, 모눈종이식이라 좌표처럼 찾기 쉽다고 말하지만, 실상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계획도시가 아니고, 집을 지을 때에도 경지정리 식으로 터를 닦고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형을 이용해 생겨난 마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골목도 많으며, 특히 골목의 경우에는 빙 도는 골목의 경우도 있어서 한 바퀴 돌다보면 좌우가 달라져 실제 집을 찾는 경우에 헛갈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판판하게 밀어버린 신도시 주택 단지에서는 찾기나 인지가 쉬울지 몰라도 지역이나 도시 달동네, 이런 데는 힘들 것이다.
21) 일반 도로가 없는 곳에는 ‘국가지점번호’라 해서 전국을 10m씩 바둑판처럼 격자로 나누어 일정하게 구획한 지점마다 부여한 번호로 100km 단위로 나누어 문자를 사용하고, 한 격자 내에서 가로와 세로를 각각 10,000으로 나눈 정수를 연결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단일 평면 직각 좌표계의 원점(UTM-K)으로부터 서쪽으로 300km, 남쪽으로 700km 지점을 기준점으로 하여 동쪽과 북쪽으로 가나다순으로 부여(예:마0005(가로), 사0008(세로) → 마바00050008)한다고 한다.(송경주, 2013: 70) 이는 도로
명 주소 이상으로 일반인은 기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임야․농지 등 용지 비중은 국토교통부 공식 블로그 ‘토동이네’(http://korealand.tistory.com/3356)에 따른 것이다.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77
현행 도로 명 주소가 내세우는 최대 장점인 길 찾기 면은 단적으로 말하면 요즘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고 다들 이야기한다. 곧 도로 명 정책은 10여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책과 밀어붙이기식 시행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오히려 길찾기 면에서 혼란스럽고 어려운 점은 기왕의 길찾기 도구에서는 찾고자하는 ‘지명’을 잘못 치면 없다고 나왔으나, 현행 길찾기 도구에서는 숫자로 되어 있어 실수로 번호를 잘못 치면 엉뚱한 곳에 데려다 주어 혼란과 시간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22)
3.8. 선진국형 제도 면
안전행정부에서는 도로 명 주소를 오이시디 국가를 비롯한 이웃선진국이 다 쓰는 선진국형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행 도로명 주소를 밀어붙이고 있다(광주광역시, 2011: 4 참조 바람).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웃 중국만 보아도 일부 도시는 도로 명식 주소를 적용하나 안 쓰는 곳이 매우 많다. 중국에서는 우리 동과 이에 해당하는 지역 형편에 따라 ‘村, 里, 鄰’ 등을 쓰고 있다.23) 또 미국, 서구 등 외국 주소는 현행 도로 명 주소에 비해 간단하고 찾기쉽다는 일반적인 평이다. 효율이나 경제라면 앞 다투어 시행하는 일본이 왜 시행을 안 하는지, 왜 안 바꾸는지도 눈 여겨 보고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24) 정부는 현행 도로 명 주소를 서구 선진국식이라
22) 만약 50킬로미터가 다 되는 통일대로나 길의 숫자 입력을 잘못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23) 보기를 몇 들면 다음과 같다.
浙江省 嘉興平湖市 新蒼鎭 雙紅村 ××組 ××號
山東省 煙臺巿 招遠縣 玲瓏鎮 張格莊邨 ××號
河南省 商丘市 柘城县 起台鎮 (高廟大隊) 餘王莊東組 ××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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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는데, 현행 주소는 서구와는 달리 기억하기 어려운 길고 복잡한 숫자 나열식 도로 명 주소이다. 서구는 짧은 거리 길 이름인데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서구식보다 공간 개념이 잘 안 서고 인지하기 어렵고 못하고, 개선한다는 것이 오히려 복잡해져버린 꼴인 주소 정책이다.25)
3.9. 정책 면
안전행정부 주소정책과장은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위치 찾기 선진화 사업 정책임과 주된 사용자가 우편·택배·공인중개사 등임을 밝힌바가 있다(송경주, 2013: 70). 도로 명 주소는 이미 20년 전부터(1995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했고, 2014년 전면 시행하였으며, 날마다 언론에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기 주소도 모르고 있는 국민이 많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에서는 민원 처리 등에서 강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도 사용이 저조하다. 도로명 주소에 반발하며 아예 옛 주소를 고집하는 사람도 많다.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왕권 강화를 위해 한화 정책(漢化政策)을 근간으로
24) 일본의 주소 체계는 기본적으로 ‘都道府県名→市町村名→町名→番地’ 순으로 되어 있다(石山一義, 2009: 210).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京都大學人文科学研究所附属漢字情報研究センタ: 京都市左京区北白川東
小倉町47
原子炉実験所 external熊取: 大阪府泉南郡熊取町朝代西二丁目1010
法隆寺: 奈良県 生駒郡 斑鳩町 法隆寺山内1丁目 1番
25) 한편 현행 도로 명 주소에서는 전승 동명과 이명을 제외해 버렸는데, 지금 선진국 등 다른 나라나 유엔 등의 기구에서는 오히려 지명을 문화유산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2013: 30)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79
하는 제도 개혁을 단행한 신라 ‘경덕왕’의 중국식 지명 변개에 필적할 만한 중대한 사업이면서도 정책 수립과 시행 초 20년 동안 국민의 관심조차 모으지 못한 정책이다. 곧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실패했다는 말이 돈 2013년 이전에도 비판을 많이 받은 바 있는 정책이다. 전문가는 현행 도로 명 주소가 정착하는 데에 짧게 10년, 30년~90년으로 보고 있다.(조명래, 2014ㄱ 참조 바람)
지금 엄청난 홍보비 들여 홍보하고 강제로 무조건 쓰라고 억지쓴다고 될 일이 아닐 것이다. 원점에서 검토할 것은 검토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할 것이다.
3.10. 주민 행정 관리 면
현행 도로 명 주소를 쓰더라도 결국 주민 행정 관리 면에서는 여전히 예전 동 단위 개념은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현재와 달리 동 주민 센터 같은 경은 동 단위 행정 제도를 버린다면, 곧 앞으로는 ‘노’나 ‘길’ 단위로 주소를 운영해야 한다면 과연 주민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의문스럽다. 여전히 예전 동 개념을 버릴 수 없다면, 결국 행정과 인력과 비용을 이중으로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3.11. 일제 잔재 청산 면
박헌주(2013)를 비롯한 도로 명 주소 찬성론자 또는 옹호론자는 “지번은 일제가 1910년에 식민 통치와 조세 징수 등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토지조사를 거쳐 작성했다.” 그래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제가 처음 도입180 地名學 20 (2014. 6)한 취지만을 따져 기존 제도를 버릴 것이냐,26) 아니면 다른 수용할점이 있느냐, 또 일제의 지번제는 일제가 우리 처지를 무시하고 순전히 새로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27) 그리고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실은 지번제가 우리 제도가 되어 큰 불편 없이 100여 년을 사용해 왔다면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다시
따져 봐야 할 것이다.28)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일제 잔재 청산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일제 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에 살아남은 법정지명을 없앨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사라진 지명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한편 예산 면에서 이미 4000억 원 이상이라는 굉장히 많은 예산이 들어가 버렸는데, 현행 도로 명 주소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하지 않느냐? 그만 두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냐는 지적이 있다. 비유컨대 이는 대전에서 서울로 가는데, 실수로 가는 길을 잘못 들어 경부선26) 어차피 국가가 조세징수를 해야 한다면 조세 징수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식민 통치를 위해 잘못 들어간 요소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거나 바꾸어야 할 것이다.
27) 실은 2013년까지 써온 지번제는 일제강점기에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일제 지번제라는 것도 가거 자호 지번제를 계승한 것이다. 곧 일제강점기 이전 조선시대 당시에도 천자호(天字號), 지자호(地字號), 현자호(玄字號), 황자호(黃字號) 등 자호로 지번을 매겨 주소를 부여했는데, 자호의 전통은 실은 고려 공양왕 때인 1391년으로 올라간다.(광주광역시, 2011:6)
28) 우리 사회에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할 때에 잘 써먹는 무서운 말 두 가지가 있다. 걸핏하면 빨갱이요, 일제 청산이라는 말이다. 무조건적 여론몰이로 아예 말을 못하게 하고 매장시키는 것이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지명에서 일제 청산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 참고삼아 말하면 일제청산 하려면, 우리 법 문장부터 바꾸어야 한다. 일제의 법을 거의 그대로 번역한 것이 우리 법이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81을 타고 부산 쪽으로 한참 와서 알아차렸다면 그냥 부산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방향 틀어 서울로 가야 할까 하는 질문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들 돈은 국민 기억, 심적 고통 비용, 문화 향유, 행복 추구 등등 수조 원이 넘을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냉정하게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4. 맺음말
이 글은 현행 도로 명 주소 체계의 제 문제를 살펴보고, 또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가를 고찰하였다. 이는 주소명 정책 수립과 시행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글이다.
이제 앞에서 논의한 결과를 정리하여 맺음말로 삼고자 한다. 현행 도로 명 주소는 문화 역사 면에서 전래 고유문화 파괴 및 망실, 문화 공동체 파괴 우려, 우리와 외국 문화 차이를 간과하였다. 정보나 기억의 인지ㆍ저장 면에서는 도로 명 주소가 동명에 비해 구성 요소가 많아지고, 위치 인식이 더 어려워 졌으며, 또 음절수 또한 과다한 것이 많아짐에 따라 인지 면에서 더 어려워지고, 기억해야 할 정보 양이 더 많아졌다. 기억하기 어렵게도 길고 복잡한 숫자 나열식 도로 명 주소로 되어 주소 체계 면에서 더 복잡하다. 자연 지형을 따라 골목이 형성된 우리 현실 여건에도 알맞지 않다. 정부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체계라고 주장하나 일반인은 과학적 체계적인 것보다 복잡하지 않고 편리한 것 원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수조 원이 넘게 계속 들 홍보비나 국민 기억ㆍ심적 고통비용, 문화 향유나 행복 추구에 반하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냉정하182 地名學 20 (2014. 6)게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현행 도로 명 주소는 위치 찾기 선진화 사업에 따른 것인데, 적어도 길 찾기 위한 도로명과 지명을 분리해야 한다. 자연 환경을 반영하고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와 사상과 정서와 생활을 반영하기도 하며, 해당 지역의 생활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조상 대대로 물려온 소중한 문화유산이요, 우리네 삶의 궤적을 담고 있어 역사 자료를 보충해 주는 중요한 생활정보 자원인지명이 단순한 길 찾기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선진국 등 다른 나라나 유엔 등의 기구에서는 지명을 문화유산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임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전승 동명 지명은 그대로 두고, 일제강점기에 없어진 지명을 되살려야 한다. 사라지는 지명,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 아울러 재개발ㆍ택지 개발ㆍ공단 입주 지역, 저수지 등 지형 변개 지역 지명 조사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로 국가 정책은 경제라는 압박에서 좀 벗어나 국민의 행복 추구, 문화 향유 등을 돕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특히 노령 인구가 많아지고, 국민 복지와 국민 권익을 화두에 올리는 현 시점에서는 주소가 바뀌어 자기 주소조차 외우지 못하는 노인 등 기억 장애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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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85
【Abstract】
Problems of the Current ‘Road Name-based-address
System’ and Problem Resolution Alternative
Son, Heui-ha
The goal of this study is to search the problems of the present
‘road name-based-address system’ and consider the problem
resolution alternative. I will suggest a desirable direction of policy
making and enforcement on address system.
The present ‘road name-based-address’ has possibility to destroy
native culture and cultural community in terms of culture and
history ignoring cultural difference between our culture and foreign
one.
Compared to the Dong(洞)-name-address, ‘road name-basedaddress’
has more components in terms of information memory
perception and storage. it became more difficult on location
awareness, and it has become burdensome as an aspect of
recognition according as excessive syllable numbers has increased.
We thus have to memorize more data. It is more complicated
address system because it is following the ‘road name-basedaddress’
of the perplexing number arrangement way.
It is not appropriate to our situation in that the street and alley
has formed fitted to geographical features. The present ‘road
name-based-address’ is for keeping up positioning development
policy but it is at least necessary to separate road name from place
186 地名學 20 (2014. 6)
name.
Place name is the mirror of natural environment, history,
culture, spirit, emotion and life of our community. It is also
priceless cultural legacy coming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and
containing the trace of our lives complementing historical data. It
hence should not be degraded only as a tool for positioning.
We have to take it into deep consideration that nowadays UN or
other development countries see place name very important
cultural heritage.
We have to conserve place names based on Dong-names and
restore place names which were annihilated during Japanese
colonial era. We have to preserve place names and cultural legacy
which are disappearing.
In addition, it is indispensable to research and rearrange on the
place names of geographical change such as reservoir and areas in
a redevelopment housing site or industrial complex.
National policy should aim at public happiness and enjoyment of
culture. At this point in time public welfare and right of people
become the conversation topic. We thus have to consider such
memory- impaired people as the old who cannot memorize even
their own address due to policy change.
The government must do communicating administration listening
to the people before important policy decision and enforcement.
【Key words】: Address, Road Name-based-address System, Dong
(洞)-name-address, Cultural Heritage, Policy on Address System
현행 도로 명 주소의 제 문제점과 대안 187
□ 성명:손희하(孫熙河)
주소:(500-757)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300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전화:062)530-3135. 010-9616-9509 전자우편:shh@ jnu.ac.kr
□ 이 논문은 2014년 6월 7일 투고되어 2014년 6월 9일부터 6월 21일까지 심사하고 2014년 6월 24일 편집회의에서 게재 결정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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