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행 중의 한 분이 대뜸 ‘삼색주’를 어떻게 만드는 줄 아느냐고 묻는 것이다. 모른다고 했더니, 술 회사에 다니면서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준다. 세 가지 색깔의 띠가 둘러져 있어 보기에도 좋고 도수도 그리 높지 않아 마시기도 편하니까 잘 활용해보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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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방법은 먼저 소주와 복분자주, 그리고 맥주를 준비한다. 맥주를 거품이 나도록 따른 다음, 소주와 복분자를 섞은 술을 천천히 따른다. 그러면 맥주 거품과 붉은 색의 복분자주, 연노랑의 맥주가 3색 띠를 이루며 삼색주가 완성된다. 마치 아침 해가 떠오는 것 같다고 해서 ‘빛고을 주’라고도 불린다. 술이 섞이지 않고 띠가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멋있게 보인다. 이후에 회식을 할 경우 이 삼색주를 만들어서 선을 보이면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 |
이젠 술자리에 끼려면 새로운 혼합주 제조법 하나쯤을 알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덧 음주법이 소주나 맥주를 그대로 즐기던 것에서 혼합하여 마시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이것은 술 맛도 술 맛이지만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니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들어진 채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소비하려는 욕구가 분명 있다.
근래 들어 폭탄주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어느 틈에 소통과 대화의 메신저 역할을 소주 대신에 폭탄주가 맡고 있는 느낌이다. 보도를 보더라도 “소주잔” 보다는 “폭탄주를 돌리면서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는 뉴스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퓨전과 하이브리드가 시대의 키워드라고 하더니 술에서도 여러 주종을 혼합하는 것이 대세인 느낌도 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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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소주 폭탄주가 나온 이후이다. 양주 폭탄주는 룸살롱 같은 은밀한 장소에서 마시기 때문에 국민의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로 인한 볼썽사나운 사건도 많아 한 때는 의원들 사이에 폭탄주 소탕 클럽(약칭 폭소클럽)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 대세에 밀려 조폭클럽(조용히 폭탄주를 마시는 클럽) 회원이 훨씬 많다고 한다.
폭탄주 예찬론자는 “별 무리 없이 여러 사람과 공평하게 술을 마시며 짧은 시간에 즐겁게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게 폭탄주”라고 말한다. 또 빠르고 쉽게 취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고 모두가 공평하게 마시기 때문에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폭탄주 제조 행위가 술자리에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와 역동성에 가장 잘 맞는 음주법이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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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을 보면 폭탄주는 “보통 맥주를 따른 컵에 양주를 담은 잔을 넣어 만든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위스키 대신 소주를 맥주에 섞어 만든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소위 “소폭”이다. 표현도 재미있다. 맥주에 “소주를 말아서 마신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로 소주나 맥주가 아닌 폭탄주가 차지할 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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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를 즐기는 사람 중에는 이런 술을 개발해서 상품화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회사에서 그런 시도를 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상품 자체를 소비하고 싶기도 하지만 과정을 즐기기 위한 경우도 많다. 폭탄주는 제조 과정을 즐기면서 마시는 술이다. 때문에 미리 만들어진 상품은 의미가 약할 수밖에 없다. 폭탄주 제조방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이것이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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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를 한국식 칵테일 문화로 이해되고 있지만 폭탄주와 칵테일은 섞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같지만 섞는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칵테일은 주로 토닉 워터와 같은 음료를 타서 마신다. 반면에 폭탄주는 주종이 다른 술을 혼합한다. 그리고 마시는 방법도 다르다. 칵테일은 빛깔과 향,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고 또 같은 잔을 여러 잔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폭탄주는 한 사람이 제조하여 여러 사람이 공평하게 몇 순배를 마신다. 폭탄주 제조 헌법 1조가 제조자가 먼저 마시고 옆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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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주종과 마시는 장소에 따라서 그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크다. 그것은 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술을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대표적인 문화상품이자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이며 관계형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측면은 서로 연관성이 깊다.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매체이고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관계형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잘만 이용하면 소통주이지만 잘못하면 추태주가 되는 것이 술이다. 삼색주를 마시면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음주 문화에 대해 생각해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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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삼성SDS 웹진 2009년 10월호 ( http://www.sds.samsung.co.kr/solution/webzine/2009_10/culture.htm)
삼성 SDS 사보에 기고한 글. 나름 실물 사진으로 멋지게 편집해줬다. 삼색주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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