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루터에 서면,
강줄기 따라 흐르는 가야금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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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 둘러싸인 충주는 중원 문화의 향기를 물씬 맡을 수 있는 내륙의 중심지다. 중원(中原)은 충주의 옛 이름이다. 국토의 한 복판이라는 의미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가운데에 있다 보니 삼국 시대부터 뺏고 뺏기는 전략상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처음에는 백제가 지배했다. 이후 고구려 장수왕이 남하정책을 펴면서 백제를 옹진지역으로 밀어내고 중원 지역을 차지했다. 이에 질세라 신라는 6세기경 고구려로부터 한강 하류 지역을 빼앗은 뒤 ‘중원소경’을 세우고 대가야 사람들을 이주시켰다. 충주는 이렇게 탄생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시내권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들
충주는 문화재의 보고라 할 만큼 유적들이 널려 있다. 이들 유적들은 시내에서 가까워 찾아가기 쉽다. 먼저 신라 진흥왕 때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하나인 우륵(于勒)이 가야금을 연주했던 탄금대(사진▲)로 간다.
우륵은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이곳 바위에 앉아 가야금을 타니 그 미묘한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탄금대는 또한 조선시대의 명장 신립 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격전을 치른 전적지이기도 하다. 탄금대 북쪽 남한강 언덕에는 ‘열두대’라고 하는 절벽이 있는데 신립 장군은 이 절벽을 12번이나 오르내리며 병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탄금대 주변은 울창한 송림 사이로 산책로(사진▶)가 꾸며져 있고 남한강의 수려한 경치를 바라볼 수 있어 충주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중앙탑(사진◀, 일명 탑평리칠층석탑)은 통일신라 원성왕 때 국토의 중앙에 세웠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신라의 석탑 중 길이(7층, 14.5미터)가 가장 길다. 전설에 의하면 원성왕은 같은 보폭을 가진 두 사람을 남과 북에서 동시에 출발시켜 두 사람이 만난 이곳에 탑을 세워 신라의 중심임을 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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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탑이 있는 공원은 드넓은 잔디밭이다. 각종 조각품이 전시돼 있고 옆으로는 조정 대회가 열리는 탄금호가 펼쳐져 있다. 탄금호 옆에 들어선 술박물관 ‘리쿼리움(사진▶, 관장 김종애)’도 눈길을 끈다.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술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와인관, 맥주관, 동양주관, 오크통관, 증류주관, 음주체험관 등으로 이뤄진 전시실은 술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다. 시음을 하면서 술자리 예절을 익힐 수 있는 음주문화관도 마련돼 있다.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전통주(가양주) 빚기, 무공해 과실주 빚기, 유기농 맥주 만들기, 칵테일 만들기, 와인양초 만들기, 내 상표 와인 만들기 같은 체험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입장료: 어른 4천원, 청소년 3천원, 관람시간: 10~18시, 매주 목요일 휴관, 홈페이지(www.liquorium.com, 043-855-7333) 참조.
한편, 술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충주박물관(043-850-3921)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중원문화권에 흩어진 유적 유물과 민속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중앙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는 우리나라 유일의 고구려비로, 5세기 무렵 장수왕이 남한강 유역을 개척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사각기둥 형태인 비는 네 면 중 세 면에서 글씨를 발견할 수 있는데 심하게 마모돼 판독할 수 있는 글자는 200여 자에 불과하다. 발견 전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판으로 오래 썼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건립 연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비문에 보이는 ‘십이월삼일갑인(十二月三日甲寅)’이란 간지와 날짜를 고려해 449년(장수왕 37년)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중원고구려비는 보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옆에 새로 들어서는 전시관 안에 옮겨 놓았다. 마무리 공사가 끝나는 내년 2월쯤 볼 수 있다. 중원고구려비 전시관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1km 정도 오르면 고구려, 백제, 신라 군사들의 격전지였던 장미산성이 나온다. 인근에 있는 고구려 천문과학센터와 함께 연계해 둘러보길 권한다.
민초들의 애환이 서린 목계나루터
중원고구려비를 보고 목계교(원주 방향)를 건넌다. 다리 밑으로는 남한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목계교 앞은 먼 옛날 목계나루터(사진▶)가 있던 곳이다. 목계에서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에 이르는 강을 따라 수많은 뗏목과 물산이 오갔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충주 출신 신경림 시인은 목계나루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읊었다.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목계에는 동·서해의 어물과 산간지방의 산물이 집산되며, 주민들은 모두 장사를 하여 부자가 된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목계나루 주변은 옛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따금 보이는 목계반점, 목계수퍼 같은 이름이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해줄 뿐.
목계 마을 위쪽 엄정면 괴동리에는 경종 대왕 태실비와 태실지가 있다. 숙종 15년(1689년) 경종 대왕이 탄생한 이듬해에 그 동안 보관해 두었던 탯줄을 도자기에 담아 이곳에 안치했다. 예로부터 왕자가 태어나면 경치가 빼어난 장소에 태실지(태실터)를 마련해 탯줄을 항아리에 담아서 보관했다.
상상과 체험의 색다른 공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살미면 향산리 깊은 골에는 상상의 재미와 체험의 즐거움을 누려볼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이 있다. 폐교된 분교를 개조해 만든 미술문화체험학교 ‘향산리 미술촌’(사진◀)이다. 이곳은 환경조각가이자 서양화가인 홍영주 원장이 바쁜 일상에 묻혀 감성이 메말라가는 도시민들을 위해 만든 살아 있는 체험장이다. 연중 공예 체험, 염색체험, 나무곤충 만들기, 한지 조명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흙 놀이체험, 떡메치기 같은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겨울에는 논바닥에서 썰매타기, 장작패기,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먹기 같은 체험이 기다린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이런 살아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상상에 날개를 달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게 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또는 직장 동료끼리 손으로 하는 체험(만들기)을 해봄으로써 성취감과 함께 끈끈한 정을 쌓을 수 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든 작품은 집으로 가져가거나 이곳에 전시해 방문객들의 눈요깃거리가 된다. 올 겨울, 체험이 있는 열린 공간에서 나만의 멋스런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썰매타기 연날리기 같은 겨울놀이도 즐길 수 있으니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주저하지 말고 가볼 일이다. 체험 문의: 향산리 미술문화체험학교 043)855-1555
충주호 유람선 여행
충주호는 충주 여행의 핵심이다. 충주가 내륙 관광지로 각광받는 건 무엇보다 호수 여행을 할 수 있어서이다. 충주호 곳곳(충주나루, 월악나루, 청풍나루, 장회나루)
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면 되는데(사진◀) 350톤의 대형유람선이 38km의 긴 물길을 미끄러지듯 달려간다(사진▶)뱃길에서 만나는 옥순봉, 구담봉, 만학천봉, 초가바위, 고래바위, 현학봉, 오노동, 신선봉, 강선대, 버들봉, 오성암, 설마봉, 제비봉, 두무산 등은 눈을 떼기 싫을 정도로 장관이다. 특히 호수를 거슬러 제천땅에 들어서면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될 운명에 처했던 청풍면 일대의 문화재와 오래된 민가들을 한데 모아 놓은 청풍문화재단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푸른 호수와 주변 풍광은 막힌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겨울철에는 유람선이 안 뜨는 날이 잦아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 충주호 관광선 예약전화: 043-851-6481-2, 홈페이지(www.chungjuho.com)참조.
월악산의 비경, 용하구곡과 송계계곡
충주호에서 수산면을 거쳐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 방향으로 쭉 가면 월악산국립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웅장한 월악산을 사이에 두고 가르마처럼 펼쳐진 두 계곡이 있으니 용하구곡과 송계계곡이다. 돌돌 흘러내리는 계곡 물은 참으로 맑아서 탁해진 심신에 한 줄기 청량제로 다가온다. 송계계곡 안에 있는 자연대, 월광폭포, 학소대, 망폭대, 수경대, 와룡대, 팔랑소 등은 설악산의 한 귀퉁이를 옮겨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시간이 있다면 계곡 옆 만수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길 건너편의 월악산 만수봉에 올라보자. 송계리에서 시작해 계곡갈림길-주능선 안내판-영봉(정상)-960봉-덕주사-덕주골로 내려오는 등산 코스는 자연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볼 수 있어 한번 시도해 봄직하다. 월악산은 산행뿐만 아니라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월악나루-월악교-송계계곡-미륵리사지 입구(하늘재)-사문리 매표소-수안보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마의태자가 세운 미륵사
월악교에서 송계로 빠지는 597번 지방도는 월악산국립공원(덕산매표소)을 지나 수안보온천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송계계곡 위쪽에는 신라의 왕자, 마의태자의 전설이 묻혀 있는 미륵사터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의 왕건에게 자리를 빼앗긴 뒤 금강산에 들어가 살았다는 마의태자는 경주를 떠나 금강산으로 가던 중 한동안 월악산에 머물면서 미륵사를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절의 모습은 간 곳 없고 5층 석탑(보물 제95호), 석불입상(보물 제96호)을 비롯해 석등(지방유형문화재 제19호), 3층석탑(지방문화재 제33호), 그리고 비석의 기단인 커다란 돌거북만이 남아 있다. 그 중 네 개의 커다란 화강석으로 이루어진 석불입상은 높이가 10.6m에 이르는데, 자비로운 미소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 하늘재
미륵사터는 동쪽으로는 월악산이, 서쪽으로는 조령산이 병풍을 두른 듯 이어져 있는 깊으나 험하지 않은 산중에 있다. 절터 뒤쪽으로는 경상도 문경 땅으로 이어지는 한울재(하늘재)란 높은 고개가 있다.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늘재(해발 525m)는 그다지 높지는 않다. 미륵리에서 30~40분(2㎞) 정도 걸어 오르면 곧바로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연결된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조붓한 길을 따라 오르노라면 힘겨운 세상살이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길 중간 중간에는 역사·자연 관찰로가 꾸며져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은 하늘재 고갯마루에 이르러 쭉 뻗은 아스팔트길로 변하는데, 서쪽으로 문경땅 대미산(해발 1,115m) 정상이 아스라하다.
신라 때는 계립령, 고려 때는 대원령, 조선시대에는 마골점·한티·천티 등으로 불리던 하늘재는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 신라 제8대 아달라(阿達羅)왕이 재위 3년(156년)에 북진을 위해 길을 열었다. 죽령보다 수년 먼저 개통된 하늘재는 남한강의 수운을 이용, 한강 하류까지 일사천리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신라는 일찍이 하늘재를 교두보로 한강으로 진출하였고,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했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거점이다 보니 하늘재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하늘재는 일반차량은 통행할 수 없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어른 걸음으로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문경 쪽으로 접근해 하늘재 정상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거꾸로 걸어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정/보 (지역번호 043)
가는길 울, 청주,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서 충주행 버스 이용. 탄금대, 중앙탑, 중원고구려비, 장미산성, 목계나루터 등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충주 나들목에서 10-15분 거리에 있다. 충주시내에서 버스 수시 운행.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나들목이나 중앙고속도로 남제천(단양)나들목으로 빠지면 충주호(충주호선착장, 월악나루, 청풍나루, 장회나루)와 쉽게 연결된다. 향산리미술학교는 충주시내에서 수안보 방면으로 가다보면 이정표가 붙어 있다. 월악나루가 있는 36번 국도에서 수안보온천 방면으로 가면 송계계곡, 미륵리사지(하늘재)를 지나게 된다.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충주-36번국도-덕산면-송계계곡-미륵사지.
잠자리 주 시내에 충주그랜드관광호텔(848-5554) 등이 있으며 수안보 온천 지구에 숙박시설이 많다. 수안보 온천랜드(855-8400), 대림호텔(846-3111), 동양온천호텔(846-1156) 등. 가금면 봉황리에는 산막을 갖춘 봉황자연휴양림(850-7315)이 있다. 북충주 나들목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젤코바힐(857-1889, www.zelkovahill.co.kr)은 펜션 뒤에 보련산이 있어 가벼운 등산을 겸할 수 있다.
맛 집 한강 옛 목계나루 부근에 있는 자연산가든(852-2048)은 주인이 20년 전부터 남한강에서 고기를 직접 잡아 민물매운탕을 끓여낸다. 이밖에 감나무집(수안보면 사문리, 꿩요리 846-0608), 중앙탑 오리집(가금면 탑평리, 오리불고기/백숙 857-5292), 천등산집두부(산척면 송강리, 두부전골/한정식 854-3278), 상록호텔(수안보면 온천리, 사과국수 845-3500), 충주사과순대(봉방동, 사과순대 851-7707) 등도 이름이 알려진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