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꽃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짧은이야기에요. 이 이야기를 쓴 주요섭(1901~1972)은 3.1운동 후에 지하신문을 발간하다가 10개월간 옥살이로 고생을 치르기도 했어요. 이러한 작가의 삶과 함께 이야기를 보니, 더 넓게 보이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눈 여겨 보여지는 것은 이야기가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바라보는 여섯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쓰여진다는 것이에요. 객관적인 사실이 나열되기 보다 아이가 바라보는 감정과 추측으로 쓰여지는 게 참 귀엽고 재밌어요.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어머니는 벌써 안다는 대수롭잖게 대답을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 와 있나?"
"오늘부텀"
"에구 좋아."
하고 내가 손뼉을 치니까 어머니는 내 손을 꼭 붙잡으면서,
"왜 이리 수선이야."
분명 어머니는 사랑손님을 향해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에요. 사랑손님이 머물고 있었던 어느날 옥희가 엄마를 골려주고 싶은 마음에 옥장에 숨어 잠드는 일이 생기지요. 그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는 옥희를 향한 마음을 정돈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셨을 것 같아요.
사랑손님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고 난 후에, 죽은 남편이 주고 간 풍금을 켜는 모습이나 남편의 옷을 꺼내어 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 긴긴밤 동안 어머니는 여러가지 마음을 정돈하셨겠지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머니를 바라보는 옥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눠보기도 했지요.
"엄마, 우리 기도하고 자?"
(...)
이렇게 어머니는 자꾸 되풀이하였습니다. 나도 지금은 막히지 않고 줄줄 외는 주기도문을 글쎄 어머니가 막히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습니다.
"시험에 들지 말게...... 시험에 들지 말게......"
하고 자꾸만 되풀이하는 것을 나는 참다 못해서,
"엄마, 내 마저 할게."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어머니가 또 울까 봐 겁이 나서,
"엄마, 이만큼, 이만큼."
하면서 두 팔을 짝짝 벌리었습니다.
어머니는 울지 않으셨습니다.
"응, 그래. 옥희 엄마는 옥희 하나문 그뿐이야. 세상 다른 건 다 소용없어, 우리 옥희 하나문 그만이야. 그렇지, 옥희야."
"응!"
어머니는 나를 당기어서 꼭 껴안고 내 가슴이 막혀 들어올 때까지 자꾸만 껴안아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혼란스러움과 옥희의 천연덕스러움이 대비되요. 이를 통해 가슴을 추스르며 현실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상과 일상이 보여지는 것 같아요. 또한, 어두운 시대 안에서도 맑게 피어나는 아이들과 같이 살면 좋겠다는 마음 또한 느껴져요. 어른의 눈에는 거대하게만 보이는 복잡한 현실도 아이들의 눈에는 단순하고 명확하게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말본
우리말 가꾸기 세번째 배움엔 우리의 얼과 넋이 담긴 말글을 쓰고 있나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마음과 머릿속에 가득한 것이 말글로 나오게 되는데, 우리는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헤아리며 지내고 있나요?
몇몇 사람만 손꼽히도록 잘하는 말이란 우리가 다 함께 쓸 만한 말이 못 됩니다. 모든 사람이 즐거이 나눌 수 있어야 비로소 말입니다. 누구라도 내 마음과 꿈과 생각을 알뜰살뜰 담을 때라야 바야흐로 말이에요. 글이란, 이러한 말을 담는 그릇입니다.
1. 넋말
마인드 → 마음, 마음을 품는 방향
오픈마인드 → 열린 마음, 열린 태도
스피릿 → 정신, 영혼, 마음
민족정신 → 겨레얼
평소 어리석다, 얼버무리다, 어리벙벙하다 등과 같은 표현을 많이 해요. 모두 '얼'이 담겨있지요. '얼'과 '넋'은 어떻게 다른지, '영', '혼', '기백'은 무얼 뜻하는 건지도 살펴봤어요.
2. 겨레말
겨레말은 '돕다'나 '거들다'입니다. 겨레말은 '두레'나 '울력'입니다. '서로 돕기'와 '어깨동무'가 겨레말입니다.
협동/협조/상부상조 → 돕다, 서로 돕다, 거들다 (두레, 울력)
언어 → 말글
사용하다/이용하다 → 쓰다
안녕 → 어서 와. 반가워. / 잘 지내. 잘가. (안녕 : 편안할 안, 편안할 녕)
창백하다 → 파리하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깝게 만나는 두레, 울력의 뜻에 대해서도 살펴봤어요. 두레와 울력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필요와 때에 맞게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요. 배움책 곳곳에서 보이는 낯선 단어를 돌아가며 읽고, 우리의 일상 예문으로도 지어봅니다.
재밌는 우리말 어원도 살펴봐요^^
- 조바심
‘조’는 곡식인 조를 뜻하고, ‘바심’은 ‘타작’이라는 순우리말이다. 조바심은 조를 타작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는 그 알을 털어내기가 무척 힘들다. 비비고 문지르며 갖은 애를 써야 겨우 떼어낼 수 있다. 이러니 조를 타작할 때는 마음이 급해지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를 타작할 때처럼 마음을 불안하게 졸인다 해서 ‘조바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감쪽같다
옛날에는 곶감이 귀해서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었다. 명절 같은 특별한 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곶감을 주면, 아이들은 누가 뺏어 먹을까 얼른 입 안에 쏙 넣었다. ‘감쪽같다’는 말은 ‘곶감 한 쪽을 먹는 것처럼 너무 빨라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뜻이 번져서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할 때 ‘감쪽같다’는 말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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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까지 배움터에서 지내며, 나의 말버릇 행동버릇 돌아보며 살피고 돌보면 좋을 것들 떠올려보고 적어오기로 했었어요. 내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지점도 있지만, 곁에 있는 동무가 나의 모습을 진솔하게 지켜봐주어 참 고맙습니다. 동무가 고백한 이야기 새겨 듣고 곁에서 함께 비춰주고 응원해주며 지내요^^!
환 : 내가 나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급하고 설렁설렁한 것 같다. 내 할 일은 그래도 하는데 귀찮거나 굳이 하기 싫은 것은 설렁설렁 하는 것 같다. 말버릇은... 내가 잘 모르겠다.
지현 : 일단 언니들에게 많이 붙어있는 것 같다. 이 점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러면 어색한 선배와는 이야기를 안하게 되기 때문이다. 말버릇은 너무 왜 저래와 음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말은 뭔가 어쩔 때는 재미있지만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잘 가려서 해야겠다.
재인 : 내 습관은 너무 계속 웃는다. 웃는 걸 멈추는 게 마음대로 되진 않지만 계속 웃는 것 같다. (웃기니까 웃지만...) 그래도 나만 웃지 말고 다같이 재밌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이준 : 운명. 맞는 말이지만 너무 많이 쓰는 거 같다. 줄이고 싶다.
상준 : 수업 중에 종이가 있으면 낙서를 한다. 이건 고칠 점이다. 그리고 계단 오를 때 기어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