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서해 섬나라
장병학
가보고 싶은 섬나라, 서해안의 호도 섬과 외연도 탐방을 "동진강예술회" 다섯 명은 수 년간 여행을 계획했지만 심한 풍랑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이번에는 미리 날씨 예견을 철저히 조사하여 6월 초순으로 잡아 손꼽아 기다리던 운 좋은 날이 안전에 돌아왔다.
호도섬과 외연도를 여행하는 찬연한 아침 햇살이 밝았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청주를 떠나 구름 한 점 없는 온 산하에 초록빛의 싱그러운 물결을 헤치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곳의 섬에서 10여 년 동안 민중의 지팡이로 근무했던 친구와 함께 감에 우리는 마음이 편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경찰관 정년 후, 현재도 고향 호도에서 어촌계장을 맡고 있다. 지금도 두 사람 사이는 호형호제로 지내는 절친 사이었다. 어촌계장이란 자리는 어민들이 살아가는 섬이라 준 경찰관의 공권력이 있는 자리라고 한다. 호도 섬에서 어민들이 해산물을 잡아 대천항에 출하하는 어선 일까지 감독하고 있다.
우리가 여행가는 날도 어촌계장이 호도 섬에서 여객선으로 바다의 인삼인 해삼을 대천항으로 가득 싣고 왔다. 우리 일행은 여객선을 타지 않고 어촌계장이 이끄는 해삼잡이 어선을 타고 대천항에 도착, 잡은 해삼을 출하한 후, 호도 섬으로 회귀하는 어선에 탑승했다.
육지 사람으로 난생처음, 망망 하늘 바다, 바다 하늘, 바닷바람, 해님을 벗 삼으며, 선상에서 금방 잡아 잘게 썬 자연산 해삼에 초고추장을 여기저기 얼굴에 묻혀가며 소주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시식했다. 금방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해삼은 연한데 음식점에서 먹는 해삼은 딱딱했다. 이유는 음식점 해삼은 여러 날 묵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딱딱하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생물들도 스트레스가 심한 점도 인지하게 되었다. 어촌계장과 총재님이 해삼을 통째로 먹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마구 흔들리는 선상에서 도란도란 호도에 도달할 때까지 망망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멀리 수평선과 푸르름이 녹아내린 바닷물을 바라볼 때마다 낭만의 전율이 온몸에 안기었다.
대천항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나 고대했던 호도 섬이 시야에 잡혔다. 섬 전체 모습이 마치 여우를 닮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예부터 사람들은 호도 섬이라고 부른다. 이 섬에서 봉사하는 어촌계장은 우리와 동행하면서 호도에 대한 곳곳의 풍광과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익살스러운 유모로 안내해줌에 웃음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호도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호도는 작은 섬으로 60여 명이 살고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호도리라고도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호도 면이라고 불렀으며,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에 주소를 두고 있다. 마을은 섬의 북동쪽 해안에 자리하며, 회갈색의 절묘한 형상의 바위가 부두 주위에 둘러싸여 있는 자태가 현란했고 신비스러웠다.
마을을 지나 평탄한 구릉을 넘어서면 활처럼 길게 휘어진 은백색의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는 호도 해수욕장을 찾았다. 약 1.5km의 크지 않은 백사장으로 폭은 100m에 이른다. 멀리 해상 위로는 삽시도 섬이 기다랗게 보이고 볼모도, 추도가 시야에 잡힌다. 볼모도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섬으로서 만조 시에 해수면 위로 드러나며 무인도라고 한다. 이 섬은 인문, 사회환경, 자연환경, 생태계 등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섬으로 가보고 싶은 충동감이 서린다. 호도 해수욕장의 곱고 고운 하얀 모래는 모래집이 부드러우면서 경사도 완만한 편이다.
이곳은 백사장을 뒤덮고 있는 고운 모래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규사로서 햇살을 받으면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리는 장관을 연출해 낸다. 해수욕장이 바다와 밋밋하게 맞서지 않아 부드러운 곡선으로 포근한 느낌까지 품는다. 수선스럽지 않은 분위기, 알맞은 수온, 깨끗한 수질, 완만한 경사 등 가족 단위의 조용한 피서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뒤쪽으로 방파제를 세워 파도가 심할 때 시구 현상으로 동글동글한 몽돌 형제들이 마구 쌓여 간다. 고운 규사 백 모래 해수욕장이 검으스레한 몽돌로 뒤덮여 고운 모래 해수욕장을 파괴함에 안스러운 생각이 앞선다.
우리는 초록빛 물결로 담뿍 뒤덮어진 호도 섬의 둘레길을 답사하며 가벼운 힐링을 했다. 천혜의 작은 섬은 거의 마을 사람들이 어업에 종사하며, 분점 같은 작은 우체국이 있으며, 집집마다 민박을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눈에 잡힌다. 아직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음에 섬 주민들의 인심도 넉넉하며, 이웃사촌으로 살아간다.
저녁 식사 후, 썰물 시 마을 주민들과 간편 복장으로 장화를 신고 손전등을 지참하고 자전거를 타고 바닷조개와 해산물을 채취하러 떠났다. 자정이 가까이 옴에 온 세상은 먹빛 세상이라 손전등은 필수품이며, 긴 장화를 신고 깊숙이 빠지는 갯벌 속을 꿰뚫어 가면서 일행들과 해산물을 채취했다. 긴 장화가 갯벌 속으로 빠지면서 다음 행로가 쉽지 않았다.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힘은 들고 어려웠지만,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들의 응원과 간간이 불어다 주는 바닷바람에 상큼했다.
이튿날 아침, 밤늦게 잡은 조개류를 끓여 해장술과 함께 호도에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마치었다. 갖고 온 물건들을 챙겨 10시에 외연도로 가는 여객선에 탑승하려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한 시간 동안 우리를 태운 여객선은 잔잔한 망망대해를 헤치며 뱃고동 소리를 울리면서 달려갔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나가도 외연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갑자기 망망 바다 한 가운데서 불쑥 솟아오른 외연도 섬! “야, 외연도!”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보령시에 속한 70여 개의 섬 중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으며, 주위에 자그마한 섬들을 호위하듯 함에 외연열도라고도 부른다.
20만 평의 크지 않은 섬에서 2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호도보다 큰 섬이다.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세 개의 상록수림 산이 멋스럽게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에 탄성을 자아냈다. 여장을 풀고 바로 외연도 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상록수림으로 발길을 옮겼다. 등반 첫길에 외연도초등학교가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 잡고 있다. 교문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지난해까지는 초등학교였으나 학생이 모두 3명이라 금 년부터 분교로 격하되었다는 말씀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언짢았다. 그러나 교문의 학교 명패는 외연도초등학교로 되어 있지만 바로 폐교된다니 마음이 씁쓸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우리나라 남서부 도서의 식물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는 귀중한 자원이다. 나무마다 살피면서 수십 개의 나무 계단으로 한 계단씩 조심조심 등반하였다. 면적은 3ha 정도지만 후박나무, 동백나무, 식나무, 붉가시나무 등의 상록수림과 상록활엽수, 팽나무, 상수리나무, 고로쇠나무, 찰피나무의 낙엽활엽수 등 다양한 식물군을 이루고 있다. 높이 20m, 줄기 직경 1m 이상의 아름드리 팽나무가 눈 안에 들어옴에 신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직경 25cm의 보리밥 나무, 높이 18m 직경 60cm에 이루는 동백나무 숲도 우람하고 이채로웠다.
상록수림 안에는 두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다. 각기 다른 뿌리에서 출발하여 가지가 이어져 있는 신기한 모습의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살펴도 나무와 나무가 이어진 틈새를 찾을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를 사랑 나무라고 이름하여 두 남녀가 나무 사이를 통과하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며 젊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고 전하고 있다.
KBS‘1박 2일’프로가 이곳을 답사 촬영하여 전국 방영으로 유명했지만, 태풍으로 가지가 동강 나면서 나무 전체가 고사함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속리산의 정이품송도 심한 바람에 옆 가지가 부러짐에 균형을 잃어버려 정이품송 후계목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사랑 나무도 후계목의 필요성이 생각났다. 계단을 오르면서‘외연도 상록수림 식생 정비 및 후계목 조성사업’프랭카드를 게시함에 박수를 보냈다. 하루빨리 사랑 나무 후계목과 상록수림이 태풍 전처럼 영원히 보존되기를 기원했다.
BC 202년 중국 제나라 전횡 장군이 제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그를 따르는 부하와 함께 외연도에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섬사람들은 전횡 장군을 추모하는 제사를 매년 지내고 있다. 풍어를 기원하며, 출산할 때도 전횡 장군의 도움을 받아야 탈이 없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그의 사당이 있고 커다란 두 개의 가마솥이 걸린 부뚜막 아궁이도 신비하지 않을 수 없다.
외연도 상록수림이 잘 보존된 이유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으며, 숲에서 1년에 한 차례씩‘당산제’를 지냈으며, 평상시는 신령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외연도 포구 뒤편으로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독수리 바위, 병풍바위 에 눈길을 떼지 못했으며, 자연의 오묘함에 박수 보냈다. 이곳이 갯바위 낚시의 훌륭한 포인트가 되는 까닭에 사시사철 낚시꾼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외연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낙조이다. 기암괴석 너머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저녁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부두에서 바라보는 외연도의 밤바다의 정취는 그윽하기 짝이 없다.
한 젊은이가 어머니를 모시고 조상 땅을 찾아 개발하여‘외연도 노을 펜션’을 만든 곳에서 초청하여 찾았다. 이곳에 우리 일행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삶의 미래상을 반추하는 순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외연도의 저녁노을과 밤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고깃배의 불빛들이 색다른 감흥과 청년의 밝고 희망찬 미래 설계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푸르름을 안고 광활한 바다를 낀 낙조의 빛을 발산함에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 가보고 싶은 외연도와 호도에서 육지보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빛, 철석철석 바닷물 소리와 바닷가 바람이 삼화음의 정경이 “동진강 예술회” 5인방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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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의식’ 수필(1986), ‘한국아동문학연구’ 동시(2002) 등단
* 국제PEN충북위원장, 충북수필문학회장, 청주문인협회장,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 역임
* 충북문학상, 충북아동문학상, 충북수필문학상, 운초문화상(문학), 한국아동문학창작상, 박화목아동문학상,
문예한국작가상 수상
* 별님도 덩실덩실(동시집), 늘 처음처럼(수필집)외 다수 펴냄
현)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협 전통문학연구위원, 대한민국 직지문화연합회장,
고문(충북펜문학, 충북아동문학, 충북글짓기지도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