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아내,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느~을, 행복~]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병원 가는 길..

목련은 새벽을 머금고 터질 듯한
봉우리에 白雪을 실었구나.

강가 동산 진달래는 연분홍 치마에
물안개 흩뿌려 보색을 하였구나.

철 따른 개나리는 황금빛 꽃 섶에
초록을 두르고 저마다 행복을 나누는데...
나는 오늘도 소망의 꽃을 그리며
병원 길을 나서는구나...


아내, 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아내와 한방을 쓴지가 조금 있으면
25년이 됩니다.
동생이 먼저 장가를 가고 총각 시숙이 걸려서 집에를 자주
못 오는 제수 생각에 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장가 가라며
성화를 대셨습니다.

선을 하도 많이 봐서 선이라면 진저리가 났습니다.
하루에 세 번까지 보러 다닌 적도 있었으니까요
당시에도 아가씨들은 제사18위에 어머니 모셔야 하고 동생들
시집 장가보내야 한다면 다들 마다했습니다.
장가가기가 싫은 저에게는 아주 대단한 무기였습니다.

그날도 작업하던 모습 그대로 약속시간도 10분 늦게 나갔습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아가씨의 모습은 선보러 나오는
다른 아가씨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의례적인 수인사가 끝나고 아가씨와 저 둘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보무도 당당히 저는요! 제사가
18위구요 어머니 모셔야 하구요 두 동생 시집 장가보내야 하는데요...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아가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사가 많다는 것은 알았고요 어머니 모신다는 말씀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한분만 결혼 시키면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저는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것은
사실인데 전달이 잘못된 것 같고 남동생은 결혼을 했으니
여동생 하나만 남았는데 장가가 가기 싫어서 그냥 꾸민 말이었습니다.

저를 더 당혹케 하는 말은 다음이었습니다.
제사는 알고 왔으니 됐구요..
어머니 모시는 것은 바라던 생각입니다. 그런데 동생들은
정말 두 분이 결혼을 하지 않으셨는지요? 저는 더 이상 거짓을 고하지
못하고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우리는 차도 식기 전에 해어졌습니다.

선본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는데
나를 자빠지게 하는 황당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일 전 선을 본 그 아가씨가 저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쾌재의 시선을 절대로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고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조그만 제과점에서 우유 잔을 앞에 두고 예물비용을 전달하는
약10분의 시간이 전부였습니다.

선보고 예물비용 전달하고 다음에 만난 곳은 예식장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내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좋아 하는지
생각은 어떻게 하고 사는지 정말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람 많은 시장에 석어 놓고 아내를 찾으라면 얼굴을 몰라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내의 고생은 신혼의 시작부터 찾아왔습니다.
퇴근한 저는 둘만이 있는 방으로 가기가 어색해서 어머니 방에서
놀다가 잠이 들기 예사였고 어머니의 불호령에 비몽사몽
기어서 신혼 방을 찾은 저는 그만 잠이 들곤 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아내의 속상함은 참 많았을 거라 생각되고
지금은 후회가 많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제사가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한달에 세 번이 든 적도 있었으니
기제사에 시누이에 시어머니까지 아무리 잘 해준다 해도
고생이 말이 아니었을 것인데 철없는 남편은 다정 다감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내의 신혼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고생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보증서기 좋아한 저는 그놈의 병 때문에 집도 내주고 사업도 내주고
세간도 내주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아내의 고생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업의 유랑, 거기에 천원 있으면 만원짜리 사업을 벌이는
일본 놈 장통인 서방을 둔 아내의 고생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고 민망합니다.

신혼의 고생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고
하던 사업도 여러 유랑과 격랑 속에서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갔지만
아내는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자 저는 저에게는 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남자의 본성인 방랑의 괴성이 나타나기 시작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송구한 일들입니다.
많은 사연과 힘든 여정인지라 세월 두고두고 삶이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가 주어지면 진솔한 그리고 진지한 마음으로
고해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다음으로 넘어 가고자 합니다.

언젠가 잠을 자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떴더니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받은 어머니가 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그 시선을 볼 수가 없어서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밤을 꼬박 새운 저는 다음날 아무 말 없이 그리고 계산할
생각도 없이 아내가 있는 집을 향해서 10년의 유랑을 접고
귀향의 길에 올랐습니다.

그 길은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었고 누구도 말리지 않았으며
초인종 한번에 문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전혀 이상스럽지 않는
자연스러운 귀향이었습니다.

이 부실한 가장은 귀향의 일성으로 아이들은? 밥 먹자…
그리고 TV에 눈을 고정하고 아무 말 없이 그렇게 가장의
귀가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아내의 행복해 하는 환한 얼굴을 봤습니다.
아내는 잠깐 슈퍼에 다녀오겠다면서
귀가한 가장의 권위를 인정하고 동의를 구했습니다.
뭐 하러 가는데? 필요한 것 좀 사려구요…
아내의 얼굴도 바로 보지 않고 다녀오라고 하자
아내는 예! 하면서 집을 나섭니다.

저는 그런 아내가 미웠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숨겼습니다.(저의 마음을)

조금 지나자 아이들이 돌아왔고 저를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아침에 출근을 했다 저녁에 귀가한 아버지를 맞이하는
더도 덜도 아닌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부자가 반갑게 가슴을 맞대고 기쁨의 인사를 나누는데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손에는 찬거리와 간식거리를 봉지봉지 겹쳐 들고 환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부르면서 봉지를 건네주고 조기 탕을 조금 맵게 할까요?
하면서 저에게 물어 옵니다. 그 그래…

그렇게 귀향의 밤은 시작이 되었고
그 어색함은 신혼 처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어렵게 물어 옵니다.
저…!왜? 당신 옷가지를 어머님 집에서 제가 가져올까요?
아니야 어머님도 봬야 하고 내가 다녀오지 뭐…

이렇게 시작된 제 이의 신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면서
흔히 중년의 부부가 겪는다는 부부간의 무관심을
전혀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십년의 빈 자리는 너무도 크고 황양 했습니다.
가장의 빈 자리에는 당치도 않은 것들이 들어 앉아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고 그 결과로 아내는 늘
무시의 대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통분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다 저의 잘못으로 인함인 것을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아내는 저의 그늘만 보고도 힘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평소 소심하던 사람이 매사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히 자기의 주장을 하는,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가 없을 때 얼마나 많은 눈물과 한숨을 가슴에 담고 살았을까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내는 어머님의 일생을 두고 늘 가슴 아파 했습니다.
그런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아내는 저에게 어머님이 언제나
당부하신 말씀 그대로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살 것을 자주 주문했습니다.
그런 아내가 하루는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보!
당신 나 없어도 잘 살수 있어요?
느닷없기는…
그런데 말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어디아파? 나 당신 없이는 세탁기도 돌릴 줄 모르고
밥통에 센서도 맞출 줄 모르고 알다시피 주방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당신 없이 나 혼자 살수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저번에 병원에 갔던 결과는 나왔어?
아내는 다음주에 나와요…그냥 해본 소리니까 신경 쓰지 말라면서
말 꼬리를 흐립니다.
저는 그날 잔뜩 긴장을 했습니다.
저번에 조직 검사한 내용에 이상이 없다고 분명히 했는데…

그렇게 긴장 속에 한주를 보내고 지난주에 찍었던 PET결과를 보기위해서
담당 주치의를 찾았습니다.
긴장 속에 의사선생님의 표정을 주시 하는데 의사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더욱 긴장을 하면서 뭐가 이상한가요?
하고 물었더니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10년 전에 갑상선암을 수술하고 지금까지 관리를 해왔는데
그 암이 다시 살아나서 인파선과 기관지 폐와 췌장 그리고
위에 전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하늘이 노랗고 머릿속은 진공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묻고 다시 물어도 똑같은 답이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붙들고 어떻게 무순 말을 해야 할지를…

저는 그날 밤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하자 절대로 살리자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무순 수를 써서라도…
그러나 돌아온 것은 망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다음날 저는 나이 쉰이 넘어서 시작한 한스런 공부를 접기로 하고
휴학을 청했습니다.
사업도 접기로 하고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골프, 음주, 가무, 등도 절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 병원의 진단에만 의존하지 말고 똑같은 내용으로 똑같이 시작해서
일관되게 진행한 후 결과를 두고 선택을 할 때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은 번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전대병원,삼성의료원,건양대병원,단국대병원,그리고
개인 병원 등을 번갈아 가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시작된 병원 길은 지방과 서울을 오가면서 전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나들이 였지만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여행도 못했는데 여행 한다는 기분으로 조금은 힘이 들어도
참고 좋은 결과를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니자?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당신이 너무 힘든 것 같아서 저는 걱정 말고
당신 건강 살피면서 서둘지 말고 여유 있게 다니시게요…합니다.

저 요즘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비감스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죽고 싶을 만큼 자학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 병원을 오가면서 예전에 하지 않았던 다정히
손잡는 버릇도 생겼구요 가끔은 어께에 손을 두르고 토닥여주는
우리로 보자면 찐한 사랑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병원 가는 준비는 늘 제가 합니다.
전에 골프장 가는 날이면 아내는 내가 잠에서 깰까봐
뒷꿈치 들고 걸어 다니며 준비를 해 줬는데 이제는 제가
뒷꿈치 들고 아내가 깰까봐 조심조심 다니며 준비를 합니다.

삼성의료원을 다녀 오는 길에 이내에게 물었습니?
당신 다시 태어나면 누구와 결혼할건데? 아내는 주저 없이
저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이에요 하면서 저를 올려다봅니다.
저 그날 많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속을 썩였는데 그 마음에 무엇을 깔았기에
지금도 나라고 말할 수 있는지…

어제는 그동안 다녀온 병원들에서 나름의 결과들을 취합했습니다.
결론은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하기에는 아내의 몸이 너무도 약했습니다.
항암 치료도 문제가 있었고 동의원소역시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론은 그래도 수술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밤 입원에 필요한 준비를 서둘러 끝내고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당신 마음 단단히 먹고 굳은 의지로
이번 게임을 이겨야 하니까 알지?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이일을 어떻게 한다…

새벽두시 나는 먼저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내를 토닥여 깨웠습니다.
짐을 싣고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울로 향했습니다.

[jinas1024]

한 권의 책을 읽은 듯 합니다..제 마음이 왜이리 아릴까요.. 남편에 대해 제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보려합니다. 아내분의 쾌유를 빕니다.. 기도하렵니다....

[●인송]

젊은 시절에 아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후회와 미안함이 찐하게 묻어나있군요. 이제 돌아온 "탕자"의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군요. 이렇게 깊숙한 내면의 세계를 공개적인 장소에 터어놓기가 어려운데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부디 부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부인이 꼭 쾌유하여, 행복하고 여유로운 인생만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힘내세요. 부인은 너무도 착하여 꼭 회복될 것입니다.

[야다]

이글을 읽는동안 음악과 글에취해 눈물이 저절로 납니다....남편의 그늘만 봐도 아내는 환해집니다 부부는 서로 감싸주고 위로할때 슬픔은 반이되고 기쁨은 배가 되는듯 합니다.... 잘 이겨내시고 쾌유하기를 너무너무 간절하게 바랍니다......

[삼승]

정말 가슴이 저려옵니다.맞아요 어쩌니 저쩌니 해도 같이 사는 부부가 제일 이드라구요 자식 아무리 잘 해도 남편만 못해요.저도 이번에 갑상선 암으로 두번째 수술에 더 많이 느끼고 있는데 이글을 읽으니 너무 마음에 와닿는것이 많아 눈물이 납니다 수술 잘 받으시고 오래도록 건강 하시고 행복 하게 웃음 가득한날 되세요

[열방]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redpoint]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임하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입니다. 힘내세요.....

[미소천사]

좀 전에 허브라는 영화보고 많이 울고 왔는데 또 눈물이 글썽그립니다. 좋은 결과 있을거에요.

[좋은]

마음을 다해 기도드립니다..좋은결과있으시기를..남편분도 건강 잘 챙기시길..

[내게도봄이]

가입한지 얼마 안되어 이제야 코끝 아픔안고 글을 읽었습니다.한편의 드라마를 요약해 놓은듯한 ... 늘 사람은 후회와 아쉬움속에서 사는것 같습니다.이제라도 못다한 사랑부어주시니 부인께서 좋은결과 있으실걸 믿습니다.여자는 사랑속에 있을때 행복하니까요. 엔돌핀이 펑~펑~!

[거베라]

아내에 대한 사랑이 한줄한줄에 묻어나네요.... 제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