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몰랐다. 이 향기의 출처가 어디인지. 꽃에서 풍기는 향기라고 하기엔 무언가 미심쩍은 데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름다운 꽃에서 풍겨져 나와 우리의 코끝을 자극하는 꽃향기라고 하기엔 감미로움이 덜하고, 그렇다고 숲의 퇴적물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발생되거나 봄의 기지개 펴는 단계에서 생성된 냄새라 하기엔 독특함이 과하다. 출처가 궁금했다.
태종대 둘래길을 걷다 보면 가로수로 심어진 목련의 봉우리가 부풀대로 부풀어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 한번에도 하얀 알몸을 드러낼 것 같은 요즘. 딱 이즈음에 그 오묘하고 독특한 냄새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실이지 처음 접한 이 냄새는 향기라 할 수 없었다. 향기란 좋은 우리의 후각 신경을 자극해서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냄새를 말하는 것인데 그다지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어떤 꽃이나 음식에서도 맡아볼 수 없었고 비슷한 향수도 접해보지 못한 냄새였다. 어느 하루는 냄새의 진원지를 밝히고저 찾아나섰다. 발정난 암컷이 흩뿌리고 간 애액 냄새를 쫓아가는 수컷이 코를 디밀고 암컷을 추적하는 것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더욱 진하게 풍기는 쪽으로 다가갔고, 결국 근원지를 알아냈다. 사철나무 비슷한 잎이 반질거리는 나무였고 그 나무의 이름도 알아냈다.
'사스레피 나무' 관엽식물(?)에 속한 이 나무의 꽃은 이른 봄에 피고 꽃은 잎 아래에 피어 그냥 보면 푸른 잎만 보일뿐 개화 시기라도 꽃은 확인할 수 없다. 가지를 들어 아래를 보면 잎줄기 겨드랑이에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육각형의 벌집을 매달아 놓은 것 같고, 환공포증을 느낄만큼 많은 꽃이 밀집되어 핀다. 꽃 모양은 고염나무 꽃을 닮았고 감꽃을 축소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꽃들은 자신을 활짝 드러낸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피는게 일반적인 반면 사스레피는 어째서 잎 줄기 겨드랑이 아래 숨어서 피어나는 것일까? 사람에게도 활발하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사람이 있고, 소극적이고 무심하며 다소곳한 부류가 있듯이 꽃들도 자기들만의 그러한 특징이나 성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우리가 토템신앙이나 애니미즘을 미신이라 하여 멀리하게 된 이유가 발달한 과학 때문인데, 그런 과학적 증명속에 사는 우리가 그 과학을 이제는 미신처럼 떠받들고 숭상하며 살고 있다. 과학도 한계는 있기 마련인데 과학이 밝히지 못하면 미신이라 치부하는 그 과학. 과학을 앞세운 연구 결과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봄이 오면 갖가지 색으로 피어나는 꽃과 본능적으로 종족을 번식하려는 일련의 행위들이 과학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품종의 생태를 연구하고 더 나은 품종으로 개량할 수는 있겠지만 자연의 이치나 우주의 조화는 과학의 일보다 더 신이함을 가진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스피레 꽃이 하는 말을 들은 사람은 없고 동물이 하는 생각을 알아 맞힌 과학은 없다. 유추니 가정이란 단서를 다는 졸렬함은 있었지만...
그래서 나의 생각은 이러한다 사스피레 꽃은 천성적으로 다소곳하고 요조한 성격인지 모른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슴이 푹 파진 난잡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이기 보다, 단정하고 바른 말끔한 스타일의 여성처럼 내재된 아름다움이 충만한 것 같은. 그러한 자질을 품은 낭자에게 다가가 난데없이 치마를 까뒤집듯이 가지를 들추었으니 꽃의 입장에선 어찌 황망하지 않았으랴. 비록 요조한 성품이기는 하나 혼기가 다가오면 봉(蜂)도령들의 눈길도 마다 않을 것이고, 추근거림도 성기신 일이 아니라 호감의 하나로 느껴지겠지. 그러다 어느날 마음에 쏙 드는 봉도령 하나가 아랫도리에는 크다란 침을 단 채 노크를 할 것이고 화낭자는 그동안 닫아두었던 자신의 열어 도령과 함께 산책을 하겠지. 봉도령은 꽃의 은밀한 암수술을 건디리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꿀을 빨아 먹을 것이고, 화낭자는 자신의 몸속에 들어차 있던 다소곳함을 잠시 잊은 채 꽃잎을 열어 젖히겠지. 그 절정의 결과로 열매가 맻힐 것이고.
냄새의 진원지가 꽃이었다는 걸 인식한 순간 그 독특한 냄새는 은은한 향기로 바뀌었다. 사람의 의식이나 관념이란 게 참으로 웃긴다. 똑같은 냄새여도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가에 달리느껴지니 말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온화하고 자애로운 이의 말은 따뜻하고 믿음이 가지만, 냉혹하고 비열한 인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뭔가 모르게 의심이가고 가식처럼 여겨진다. 청국장도 입에 넣는 음식이니 구수한 것이지 풀섶에서 만나는 그게 똥냄새지 달리 뭐랴. 홍어도 그렇다. 홍어를 좋아하는 남자가 홍어를 못먹는 여자에게 눈을 감으라고 하고 입에 홍어를 넣어 주면 그게 뺨 맞고 헤어질 일이지 챙겨주는 고마움이 될까?
암튼, 꽃 향기는 발정난 암컷이 풍기는 암내와 비슷한 성질의 향기인지 모른다. 혼기가 찼음을 알리는 신호이거나 나를 바라봐 달라는 애원 같은 것. 그런 응흉한 생각을 갖고 생각하니 그 향기는 나에게 페로몬 향수로 다다올것만 같다. 오늘 저녁 나는 그 길을 산책 할 것이다. 그 향기에 너무 취한 나머지 본능의 발산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나도 모르겟다.
주의) 오늘 19시경 태종대 둘래길을 걷는 여성은 뽕 맞은 듯 티미한 눈으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활개치는 남성 주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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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년 전 적은 글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군.
그 무렵 일도 떠오르고~~^^
글이 너무 길어요.....ㅎㅎ
핵심을 요약해 주는 서비스도 함께~~ㅋㅋ
@법천 긴 것을 읽고 요약해서 상상해 보시라구!!
2년 전 글 다시 보니 참 좋네요.
벌써 그 꽃이 폈나보네 ㅎ
요즘 골프 비거리가 부쩍 늘음 ㅋㅋㅋ
뿌려치는걸 이제 알았어요.
사실 밑에 글은 안 읽었지? ㅎㅎ
비거리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있는 사람들의 놀이 문화가 참 부러워!!
@더하기 빼기 밑에 글이 좋다구요 ㅎ
@보리보리쌀 ㅋㅋㅋ 거짓말로 고소 할 테니, 너는 무고죄로 고소해라.
@더하기 빼기 고소미? ㅋㅋㅋ
비거리가 어마 무시 하겠네....
채(헤드)를 던져라 하는 것을 체득한 것이
골프 배우고 5년 후 알았다....ㅎㅎ
사스피레는 남쪽만 피는건가봐요
살다보면 향기 맡을 기회가 생기겠죠!!
오늘은 비 와서 운동 패쓰!!
맞죠? ㅋㅋ
오리 오리오리오리 !!!
거의 남쪽에 자생하는가 보더라구.
향기가 독특해!!
@더하기 빼기 향기 한봉다리 부쳐봐요
@보리보리쌀 조만간 가서 진한 걸로 한 봉다리 담아보께.ㅋㅋ
비 오는 날에 호수 위에서 요염한 자태로 수영하는
오리 모습도 아름다울 것이다....ㅋㅋㅋ
@보리보리쌀 언니랑 잘 어울리는 이모티콘이예요~
@더하기 빼기 맛있는 향이예요? ㅎㅎ
@법천 네? 이 추위에요?
법천님 먼저 하시면 생각해 볼께요 ㅋㅋ
여행다니고 즐기려고 열씸히 던 벌고 있쥬.
많이 벌어서 좋겠다.
우리는 벌이가 적어서 쓰기에도 감질나.ㅜㅜ
@더하기 빼기 뭔 말을 못하겠어 ㅜ
@보리보리쌀 빛도 재산이다 말에 힘을 얻고 버틴다.
보리야~
나 삼천만 좀 돌리도. 죽기 전에 갚을께.ㅎ
@더하기 빼기 나... 3년전에 홍콩 ELS 넣음.
말 시키지마요 ㅜ
@보리보리쌀 여윳돈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지^^
@더하기 빼기 풉 ㅋㅋㅋㅋㅋ
웃프다
@보리보리쌀 얼매나 손핸디??
@더하기 빼기 티비에 맨날 나오자너요 .
돈 많이 벌면 우리 까페에도 기부하는 정신을 키워봐라...
번개팅 자금으로 쓰게~~~ㅋㅋㅋㅋ
@법천 어르신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듯.
몰라서 못하는 것 같음.ㅋㅋ
2년전 글읽을때도 그랬고 오늘도 역시나 그 향기가 궁금하네요
아...장보러 가야하는디
향기 맡으로 한번 와라.
지금은 장 보러 나섰지?
@더하기 빼기
아직 미적거리고 있어요
얼른 토요일까지 지나야 한숨 돌리는데 이놈의 무기력증 ㅎㅎ
다녀올께욧
맛점하세요
날 풀리면 소집해서 갈께요
@벨라 소집이라 다행...징집이면 클남.ㅋㅋ
아직도 바닷가서 출발 못하고
뭉개는중~
런치머꼬 커퓌마시고 떠나볼작쩡~
또 어디로 가시나?
부럽^^
@더하기 빼기 강릉서 2박 3일중
지금 스크린대기중.
끝나고 런치 후 유명커퓌 툇마루~마시고 귀가예정. 운전귀찬.
낼은 출근 해야져 ㅋ
쎄오가 맨날 먹고 놀고 마음이 엉뚱한 곳에 있으면
소는 누구가 키우노?????ㅋㅋㅋㅋㅋ
@법천 맘은 항상 집에 두고 댕김요~ ㅋ
@야라 한량의 삶이 그러한 듯~~!!
모름모름~^^;
버스 기사들 음주 운전한다는 어제 뉴스 보면서 뽀돌이 떠오름.ㅎㅎ
@더하기 빼기 미틴늠들이 가끔 있오,--
@뽀돌 색출해서 태장을 놓아야 함.
@더하기 빼기 잉--
장봐서 대충 정리하고 정신 안나서 커피 한잔 마시는 중
얼른 토요일까지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
연이은 행사가 토욜이면 얼추 끝나나 봐? ㅜㅜ
@더하기 빼기 토요일 지나가면 추석까지 큰행사는 없어요 ㅎㅎ
이긍~토닥토닥^^;
@뽀돌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