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서리가 참 많이도 내렸더군요. 늘상처럼 6시 자명종소리에 잠이 깹니다. 더 자고 싶은 옆지기를 억지로 깨워 아직도 깜깜한 새벽산책을 합니다. 동지가 지나면 밤이 길어지는 시절이 끝나는 거라며 차츰 밝음이 가까워질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어두운 새벽길을 떠납니다. 출근도 해야겠기에 7시도 못되어 돌아오지만 아직도 해는 게으름을 부리고 있네요.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오늘 아침에 여러 페이지의 글을 읽는데 거의 한시간이나 걸렸네요. 느낀 것도 많고 자신의 부족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한해를 정리하고 싶네요.
첫째. 꼭 참석하겠다고 벼르던 정모에 가지 못한 것 반성합니다.
그 전날까지는 당연히 가기로 되어있었지요. 정모 전날 저녁 잘 먹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자려고 누워서 옆지기와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화재가 시작되었고 화가 난 나는 소주를 꺼내 혼자 자작을 시작했답니다. 한참 취기가 올랐을 때 이슬꽃 동참, 결국 만취 상태, 하나는 울고 하나는 소리지르고...(중략) 다음 날 현복님 전화, 급한 일 있어 참석 못하겠다고 변명... 이 내용을 쓸까 말까 망설였지만 이슬꽃의 허락받아 글 올립니다. 대사를 앞두고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버린 나이먹은 이의 연약한 감정 반성합니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약한 군주와 같은 모습을 내 가족에게 보인 점 반성합니다. 내년엔 나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한 현실만족 인간형에서 탈피할 것을 약속합니다.
둘째,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살지못한 한해 반성합니다.
내 나이 양띠, 우리나이로 53 금방 54, 나이보다 젊어보이고 성격도 좋아 후배들에게 인기 있는 편이지만 그 점이 나의 약점임을 반성합니다. 나의 취미 및 특기 : 테니스, 베드민턴, 탁구, 스케이트(스키는 못 해보았음) 등 모든 구기 종목, 웬만한 악기 다 다룸, 낚시, 바둑(5급), 꽃기르기, 짐승키우기(닭, 오리, 기러기, 거위, 금계, 황금계, 연산오골계, 실크오골계, 공작, 백한 등 마리), 등산, 소주, 2차 노래방, 목공예에도 관심이 있어 여기저기 기웃 기웃. 언뜻 보면 어디에나 다 낄 수 있는 취미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음을 난 잘 압니다. 여러가지 일로 바쁘게 산다는 건 결국 하나에도 심취하지 못 한 증거라는 걸 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해서 내년에는 한가지 일에만 매달리고 싶습니다. 깊이있게 살고 싶고 갯마을의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싶습니다. 변두리에서 맴도는 인간이 아닌 주관적인 인간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세째, 배려하는 마음 부족했던 세월 반성합니다.
정모 때 참석하지 못해 미안했지만 정모 사진도 잘 보았고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찬조 물품을 보았습니다. 여러 분들의 찬조물품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 난 회비만 딸랑내고 가려했던 짧은 생각 반성합니다. 보고 싶은 지인들을 만나고픈 마음은 다들 마찬가질진데 왜 난 무언가를 나눔할 생각을 못했을까? 찾아온 이들에게 음식도 대접하고 잠자리도 제공해서 고마운 소리는 많이 듣지만 그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아님 놀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나의 자족이 아니었을까, 난 후자를 선택한 겁니다. 진실로 외로운 이들을 도와준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진심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한 나의 후사는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인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나의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버렸고 말썽많은 아이들을 탓하기는 많이 했지만 그들을 위해 얼마나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었는가 반성합니다.내년에는 나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네째,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하지 못했던 한해 반성합니다.
언뜻보면 우리가정은 참 평화롭습니다. 공인회계사 2차 공부하는 28살 듬직한 아들도 있고 9살, 5살짜리 늦둥이 딸들의 재롱이 있고 노인들에게 친절하고 음식솜씨 좋고 신랑에게 너무 잘해주는 옆지기 이슬꽃이 있어 난 행복하지만 그런 이유로 바깥 생활에 너무 비중을 둔 나의 한해 반성합니다. 사회성이 너무 좋아 늘 찾는 이들이 많아 똑같은 조건이라면 외부인과의 자리를 우선으로 여기고 가족의 사랑은 당연하기에 양보만을 요구했던 한 해 반성합니다. 상대의 양보는 요구하면서도 난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했던 이기적인 마음 반성합니다. 이기적인 마음은 결국 타인도 날 찾지않게 되는 요인임을 깨달아봅니다. 내년에는 가족에게 더 충실한 해로 살아갈 것을 우리 사랑하는 회원님들 앞에서 약속합니다.
첫댓글 정말 좋은글 너무 잘읽었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구요. 저 또한 한해를 반성한다면 이 보다 더 많은 후회를 해야 할것같읍니다. 하지만 후회나 반성보다는 다음에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 굳게 다짐해보면서 내년말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합시다. 갯마을님 멋쟁이 아자아자 ......
그럽시다. 후회와 반성은 새로운 발전을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갯마을님의 글을 보면서 반성 많이 하고 갑니다......늦둥이 딸들이 있어서 집안이 늘 웃음꽃이 피겠네요 ㅎㅎ좋은글 고맙습니다
네. 행복합니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네요. 잘 해보겠다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요?
갯마을 선배님 오래만에 뵙습니다.예븐공주님들과 생활하시어 아무런 고민도 없이 낙원에서 생활하시는줄 알아는데 다툼하고도 생활하시네요.ㅎㅎㅎ 선배님 사람사는곳에 다툼이없고 잘못이 없으면 발전이 없어요.다툼속에 새로운 정 붙고 잘못하면서 반성하고 고치고 발전해가는게 안입니까? 선배님! 2007년은 귀농사모 카페을 통하여 선배님을 알게되어 저에게는 행운의 해였습니다.2007년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정모때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님이 길님이었습니다. 길님도 건강하시고 남들을 배려하는 예쁜마음으로 멋있는 새해 맞기를 기원합니다.
진솔한 얘그 잘 들었습니다. 이슬꽃님 눈에서 눈물 빼면 알???
눈물은 무슨? 내가 아파하는 거죠. 요즘 이슬꽃은 노인복지사 일한다고 괜히 바쁜척해요. 세하님 열심히 사시고 새해에도 우리 회원님들 잘 챙기시고 육각수님 사업도 번창하길 빌어봅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저역시 반성하기는 쉬워도 표현하기는 더 어렵고, 그걸 실천하기는 더 어려운 것이라고 보는데....갯마을님의 용기있고 아름다운 생각 잘 읽었습니다.
신중하게 사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대기만성입니다.
워낙 가슴속의 진실이라서, 자 힘내고 열심히 삽시다
아프신 곳은 다 나으셨지요? 언제 농장 구경 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진중한 반성을 하셨으니...반복되어 져 또 다시 반성하시는 모습은 뵙질 못할것 같습니다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삶의 길을 걷다보면 내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갈때...참 아프고 미안하고 ...또 후회하고 ...반성하고....또~또~~~~님처럼 떳떳한 반성을 할수 있음에 무쟈게 부럽습니다..........
반성이라는 글로 자신을 위장한 건 아닌가 또 반성합니다. 진실로 반성해야 될 것이 또 없을까?
날받아두면 사건사고가 많더군요. 반성하시는 님이 용감합니다. 다음 정모땐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은 술 먹고 깰 때마다 늘 반성하고 후회합니다.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차암나 형님두 형수님에게 잘 하세요 나중에 쫒겨난 수가 있습니다
형님도 절하세요, 맨날산에 다니지마사고요
일요일 쯤 만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시간 비워놓세요.
ㅎㅎㅎㅎ반성하는 글이라기 보담은 어찌~~~~~자식 자랑하는 글만 같으네요~~~~축하드립니다...특히 늦둥이 두 따님의 재롱~~~우와~~~부러워요~~~~ㅎㅎㅎ
제 특기랍니다. 부족한 점을 넋두리하면서도 은근히 내 자랑이 묻어있고 뭔가 자랑하고 싶을 때는 조금은 겸손해하는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답니다.
갯마을님 죄송하네여 자주전화하고 가고 싶은데요.. 아빠손님에 공주손님 집안어른들 손님이 꼬리를 물고 있어서 저는 천천히 아무도 없는날에 살짜기 들리겟습니다 싸우며 울고 웃고 사는게 우리네 일상이겟지요 건강하세요
월화수님 본지 오래네요. 전국이 무대라 늘 바쁘시죠? 방학 때 한양갈 일 있는데 연락한번 드리리다.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가는 생활속에 더 깊은 행복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