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정의평화위원장 선출 예상하지 못해,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여"
"올해 정평위 활동, 약자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 주었다"
"정평위 활동이 정치적? 우리는 <정당> 편이 아니라 <인간> 편"
"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발전에 공 세워"
"정평위와 정구사, 상호보완하면서 활동하면 좋지 않을까"
"소통 안하는 주교, 독선적인 사제.. 평소 생각과 다르지 않아"
"설문조사 결과를 은총의 기회, 회심의 기회로 받아들이기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교황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예수님과의 친교가 없는 활동은 교회가 아니라 NGO 불과해"
[발언전문]
“교회는 가난해져야 하고 또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늘 강조하시고 당부하시는 가르침인데요.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최일선에서 실천하는 교회내 공식 기구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인데요.
지난 가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새 정평위원장에 선출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오늘 PBC 초대석에서 만나보겠습니다.
- 유 주교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성탄 축하드립니다.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에 선출되신지 약 두 달 정도가 지났는데, 조금 늦었지만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전혀 에상하지 않았던 직무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새로운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직무를 주시면 그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은총도 주신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직무를 수행하면서 늘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면서 복음적인 방법으로 지혜롭게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으로 특별 기도를 바치면서 살고있습니다. 특별히 주교님들과의 대화, 사제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과의 대화하면서 수행한다면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희망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 올 한해를 돌아보면 정의평화위원회가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활동에서부터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미사 등 사회 약자 편에서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고 함께 고통을 나눴는데요. 주교님께서는 올 한 해 정평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평위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었음을 높이 평가합니다. 죄송하지만 정평위 활동의 모든 분야와 그동안의 활동 내용과 방법 등을 아직까지 제가 모든 것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도 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늘 제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마찬가지로 정의평화위원회도 자신의 활동을 늘 점검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의평화위원회도 지금까지의 활동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야할 활동들에 대하여 서로 소통하고 대화한다면 성령께서 함께 하시면서 이끌어주시기를 바라고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일각에서는 이런 정평위 활동이 지나치게 정치적인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저도 정평위 위원장을 맡은 후에 그런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 정평위 활동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같은 말을 듣고 있습니다. 특별히 민주주의가 좀 뒤떨어진 나라나 소득 격차가 크고 법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이 많은 나라일수록 그런 말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제가 압니다. `교회는 인간이 나아가야할 길이다` 라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교회는 생명에 봉사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고 생명이 경시당하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활동하는 것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며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런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특히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따져서 교회가 너무 정치에 관여한다는 말들을 하기도 하죠. 우리는 정당의 그 어느 편이 아니라 사람편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인간편에 서는 것이 어떤 정당이나 사회 집단의 이해 타산과 맞물리면 정치에 개입한다고들 표현을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 개입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서 인간편에 서는 것이 바로 교회 활동이기 때문에 이 면에서는 명확하게 우리는 누가 뭐라고 판단해도 복음적인 방법으로 그렇게 나아가야 된다고 봅니다.
- 그런 면에서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입장이나 가르침도 유 주교님 말씀처럼 분명한 거죠?
▶물론입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그리고 제가 지난 11월에 로마에 갔었습니다. 갔다가 교황님을 다시 알현하고 감사드리는 그런 시간을 가진 뒤에 교황청 국무원장 추기경님이신 파롤린 추기경님을 뵙고 추기경님과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추기경님 뵈러 제가 갔더니 파롤린 추기경께서 저에게 `아이고 주교님께서 가장 어려운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셨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하고 저한테 말씀을 하셔서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의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담소를 나누고 정평위 활동 등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정평위 위원장이기때문에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신 턱슨 추기경님과 우리나라를 방문하셨던 마리오 토소 주교님을 예방해서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정평위 활동의 많은 것들을 새롭게 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고 교회는 정치 개입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봉사하기 위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개입해서 해야된다 하는 것은 교회의 사회 교리고 명확한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 교회의 공식 기구는 아니지만 정평위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단체가 있지 않습니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인데요.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한가지 제가 말씀드리지만 정의평화위원회는 교황청에도 있고 각 교구 본당에도 있는 교회의 공식적인 기구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정의평화위원회는 신앙심이 깊고 사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모여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사회적 분위기, 사회를 만들까를 하죠. 여기에 비해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시대의 지학순 주교님께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학생들과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부당성을 알리시다가 감옥에 갇히셨었잖아요? 그때의 신부님들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해서 모였고 그 단체가 금년에 40주년을 맞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그동안 큰 공을 세웠음을 역사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에 들어와 서로 다른 많은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신부님들은 제가 알기로는 수십명으로 알고 있고 전국적인 숫자로는 소수죠. 나머지 신부님들은 그때그때의 사회적인 이슈, 주제에 따라서 참여하는 신부님 수가 많고 적고 달라지기도 합니다.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미묘한 말들이 많기 때문에 지난 번에 주교회의 의장이신 김희중 대주교님께서는 기자들의 똑같은 질문에 `광주에서 서울을 가는데 기차타고 갈 수 있고 자동차 타고 갈 수 있고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다`고 대답을 하신 것을 제가 글에서 읽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제들은 이 세상이 복음적인 삶을 통해서 모든 이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실행하는 분야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고 사람들과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 신부님들에 대해서는 각 교구장 주교님들께서 자신의 교구 사제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맡은 일에서 정말 신부님들과 서로 분야가 다르기때문에 상호 보완하는 면에서 이렇게 활동을 하면 좋지 않을까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언제든지 우리가 많은 국민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표현해내는 말이나 행동에서 언제든지 좀더 숙고하고 복음적인 표현이 될 적에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지난 가을 주교회의 정기총회 때 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 구성원별로 개선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었죠. `소통하지 않는 주교`, `독선적인 사제`, `기도하지 않는 수도자`, `분열하는 평신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데요. 이 결과를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저도 설문조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서 대답을 준 사람입니다. `소통하지 않는 주교`, `독선적인 사제`, `기도하지 않는 수도자`, `분열하는 평신도` 참 죄송한 말씀이지만 실은 제가 평소에 가졌던 생각과 거의 다르지 않은, 일치했다고 봐도 됩니다. 교황님의 역사적인 방한 후에 이루어진 일이기에 제 자신은 이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며 그 은총의 기회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이 깊이 반성하면서 새롭게 살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저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 성탄절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청의 추기경님들, 주교님들, 사제들과 큰 책임을 지고 있는 평신도들에게 15개의 교황청 병에 대해서 말씀을 하셔서.. 하여튼 그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교회 내에도, 교회 밖에서도 굉장히 큰 충격이라고 할까.. 하여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봤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되잖아요. 분명한 건 우리 각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야되기 때문에 저도 제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새로움이 오기를 바라고 이런 일들 우리가 깨달았으니까 좀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처지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워질 수 있는지 회심의 기회로 만들었으면 하는 그런 말씀을 제가 드리겠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신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이후 한국교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주교님께서도 몸으로 느끼십니까?
▶예. 저는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제 자신이 교황님 방한 전과 후과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교황님을 닮으려고 노력하고 힘쓰고 있고 특별히 살아계신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면서 만나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교황님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나`를 생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렵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그런 표현이었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깊은 친교와 복음을 생활화한 기쁨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가지만 제가 말씀드린다면 제가 지난 번 교황님 오셨을 적에 옆에서 교황님을 모시는 그런 영광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님들과의 만남 후에 점심 식사때 제가 교황님 오른쪽에 앉아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교황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에서 밖으로 나가라, 변방으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근데 교황님은 그냥 나가라는 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친교와 복음을 산 기쁨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거거든요. 그런데 예수님과의 친교 없이 복음을 산 기쁨 없이 밖으로 나가서 활동에 빠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분열을 가져오고 어려움을 가져오거든요. 교황님께서는 예수님 없는 활동은 NGO단체는 되지만 교회는 아니라고 하잖아요. 제가 그래서 교황님께 `교황님, 그래서 제가 주교로서, 목자로서 정말 신자들과 함께 예수님과의 깊은 친교를 갖도록 노력하고 복음을 구체적인 생활로 옮기는 삶을 통한 기쁨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맞습니까?` 라고 말씀드리니까 교황님께서 저를 똑바로 계속.. 기쁜 얼굴과 미소와 함께 들으시더니 `주교님, 바로 그겁니다!` 하고 말씀을 들었거든요. 때로는 제가 봐도 이 복음의 기쁨이 아전인수겪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언제든지 나갈 적에는 예수님과의 깊은 친교, 복음을 산 기쁨을 가지고 나갈 적에는 우리가 어려운 사람을 찾아주고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거기에는 거기에 맞는 언어가 나올 것이고 거기에 맞는 행동이 나올 적에 비로소 교회를 건설하고 우리 사회를 좀더 나은 사회로 만들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평화방송을 애청하고 있는 청취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인은 예수님을 죽음과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삶의 맨 윗자리에 모시고 살려고 노력하면서 특별히 복음 말씀을 구체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라는 복음 말씀이 있죠. 그렇다면 줌으로써 더 행복한 그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께서 한국을 떠나시기 전에 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하시면서 `내가 여러분들에게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말씀하시기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하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힘을 가장 잘 믿은 분들이 우리의 장한 선조들이죠. 순교자들이시거든요. 그 분들의 믿음과 삶을 본받은 그런.. 줌으로써도 행복한 신앙인이 돼서 우리도 행복하고 이웃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신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