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을 때가 된것 같다. 새 해가 다가오는 시점이기도 하다. 반도 이발관이라고, 단골로 가는 이발관이다. 이발관 가기 전에는 식당이 있는데 후배가 운영을 한다. 2층에 있기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이난 상태다. 계단을 오르듯이 에스컬레이터를 하나씩 밟고 올라간다. 후배가 하는 식당을 살펴 보니 손님은 하나도 없고 구석진 자리에서 후배는 혼자 앉은채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브레이크 타임인 모양이다. 슬며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다. 후배와 내가 서로 시선이 마주친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죠?"
"뭐 그럭 저럭. 요즘 식당 경기는 좀 어때?"
"그저 그래요."
"이발좀 하려고. 머리 깎을때 되었지?"
"깎을때 되었네요."
다른 때 같았으면 커피도 대접을 해주고 주방에 있는 안 사람을 불러내 인사도 시키고 했었는데 이상하게 후배의 태도가 전 같지가 않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혹시 무슨 일이 새겨서 그런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바로 옆에 있는 반도 이발관을 들어간다. 손님은 하나도 없다. 바로 이발에 들어간다. 윗 옷을 벗고 런닝만 남겨 놓은채 이발할 준비를 한다. 곧 이발에 들어간다. 앞에는 대형 유리가 있어 이발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 옆 작은 탁자 위에는 평면 TV가 놓여 있고 TV가 켜져 있다. 곁눈질로 TV를 응시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슬쩍 내가 말 문을 열어 본다.
"사장님, 어느덧 한 해도 다 가고 있네요. 올 해로 이 분야에 종사하신 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이 해가 지나면 61년째 돼 가요."
"아, 그러면 이 분야에 종사하신 지도 회갑을 맡게 되는 거네요. 대단 하시네요. 사장 님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이시네요. 명장이시고요."
"명장? 있기는 한데 그런 거 관심도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그런데 관심이 있을뿐, 그렇다고 하여 그 사람들이 이발을 잘 해서 그런 것도 아니지요. 명장입네 하고 간판만 달아 걸고 막상, 그런데 가서 이발을 해 보면 별 것도 아니거든요. 제 나이가 팔십이 멀지 않았는데 그런것 따서 뭐 하려고요. 시험도 보고 심사도 하는데요. 이 나이에 맞지도 않지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할 수 있는게 이 일이지요."
"사장님 친구 분들은 대부분 할 일이 없이 지내지요?"
"예. 대부분 그래요. 그래서 나를 부러워 하기도 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은 괜찮으시지요?"
"예. 괜찮았는데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요. 전립선 암이 있었거든요. 다행히 초기에 발견을 해서 시술로 했지요. 대전 둔산에 있는 비뇨기과에 다니다가 거기서 전립선 암 검사를 했다가 충북대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았는데요. 수술 날짜까지 받아 놓은 상태에서 그 무렵, 카페를 알게 되어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수술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서울에 있는 분당 차 병원, 신촌 세브란스가 시술을 할 수 있는 데라는걸 알게 되었고 충북대 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받아 놓은 상태에서 검사 서류를 가지고 차 병원으로 갔지요. 거기서 수술 대신 시술을 받았네요."
그 때 마침, 손님 두 분이 들어 온다. 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나는 이발이 끝났고 머리를 감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이발비를 계산하고 인사하고 나온다. 새 해가 되면 이발업에 들어선지 61년째가 된 다고 하는 반도 이발관 사장 님이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팔십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61년째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팔십을 넘겨도 그는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게될 분 같다.
2023년이 불과 하루를 남겨 놓은 시점에 와 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 간 다는게 그 만큼 더 늙어 간다는 걸 느낀다. 조용히 지나온 한 해를 되 돌아 본다. 우여 곡절이 많은 한 해 였지만 그럭 저럭 한 해를 넘길수 있게 되고, 다시 새 해를 맞을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야할 일인 줄로 안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히 여기자. 그런 마음으로 살도록 하자.
첫댓글 아멘~♡
만수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행하시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