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생선을 드세요
웃기는 이야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말하지만, 막상 앞의 숫자가 바뀌고 보니 확연히 그 느낌이 다르다.
삼(蔘)의 종류는 다양해서, 인삼(人蔘) 사삼(沙蔘) 현삼(玄蔘) 단삼(丹蔘) 고삼(苦蔘)등 많은 종류가 있는데, 사람의 형상과 가장 유사한 것이 人蔘이다. 이 인삼을 분석해보면 사포닌의 함량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때가 4년 또는 5년이 되었을 때고 6년이 되면 목질화(木質化)가 많이 진행되어서 사포닌의 함량이 줄어들고, 7년이 되면 대부분 죽어버린다. 그래서 인삼을 7년은 기르지 않는다. 물론 실험적으로 옮겨 심어서 그 보다 오래 기를 수는 있어도 보편적인 방법은 아니다. 인삼의 나이에 열배를 곱하면 사람의 나이가 되니, 40~50이 피크인 것이고, 한껏해야 60이면 족한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인생 칠십 고래희(古來稀)라 했으니, 이를 줄여서 70을 고희(古稀)라 한다.
그러나 예(古)로부터 희소(稀少)한 나이라던 이 고희도 의약의 발달로 ‘같잖은’ 이야기가 된 세상이니, 세상일이 참 무상(無常) 무심(無心)하다.
그래도 이제는 7년근 인삼처럼 사포닌이 다 빠지고 목질화(나무처럼 딱딱해지는)가 진행되는 것은 속일 수가 없으니,
추운 것 보다는 따뜻한 것이 좋고, 높은 산을 오르기 보다는 멀리서 쳐다보길 좋아하고, 힘들여 사람을 사귀기 보다는 그냥 헤픈 웃음을 파는 쉬운 여자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감회를 갖고 새해 첫 선물로는 맛있는 바다 생선을 선물한다.
우리나라 꽁치나 청어 고등어와 노르웨이산 꽁치 청어 고등어중 어느 것이 더 맛이 있을까?
역시 국산이다 2. 그게 그거다 3. 노르웨이산인가?
정답은 3번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쪽 바닷물이 우리 근해의 바닷물보다 차기 때문에 물고기들도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서 몸에 지방을 더 많이 충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실망스런 얘기는, 겨울철에 인기를 끌고 있는 꽁치 과매기나 청어 과매기는 모두 수입산을 쓰고 있다.
우리 연안의 꽁치는 봄에 잡히는데, 기름기가 적어서 과매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냉동 수입 꽁치를 쓰고 있고, 냉수 어종인 청어(靑魚)도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북해의 그것은 따라갈 수가 없다.
청어의 다양한 요리는 일본이 으뜸이요, 북서 유럽에서는 염장(鹽藏) 청어가 유명하다.
네델란드의 염장 청어가 유명한데, 한 손에는 빵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청어꽁지를 잡고 잘도 먹어대는 아가씨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아무튼 생선은 겨울 것이 더 맛이 있고 찬 바다의 것이 더 맛있다는 상식만 알고 다음 이야기로 가보자.
겨울에 나는 생선으로는 삼치, 참치, 농어, 아귀, 복어, 방어, 도미 등을 들 수 가 있는데, 이들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고 낚시 고기를 중심으로 해서 몇 가지만 소개하려한다.
참고로 난 어부다.ㅋ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늦가을이면 삼치가 잡힌다.
삼치는 크고, 빠르고, 힘이 좋고 맛이 있어서 가을철 대표적인 고기다. 남해안 섬사람들은 최고의 생선으로 친다. 회는 탄력이 있고, 반건조 상태로 보관하였다가 반찬으로, 제사상에, 술안주로, 찌거나 구워서 먹는다. 섬지방 마다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해있다. 빠르고 작은 배를 타고 루어로 해서 잡으니 자칫해서 그 힘에 끌려서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난 한번은 한산도 부근 용초도에서 하루에 열일곱 마리를 잡았는데, 큰 것은 1미터 가까이 되었다.
다음 날은 팔을 쓰기가 어려웠다.
일본에 가면 도미요리와 함께 삼치구이를 최고로 친다.
삼치 덮밥도 진미다. 정말 고소하고 살살 녹는 맛에 욕이 절로 나온다.
‘씨발, 뭐 이런 맛이 있어?!!’하고.
다음으로는 농어인데, 백파 홍성유씨는 생선중에서 최고라 극찬했다. 역시 큰 생선으로, 바다 낚시로는 손맛에 손색이 없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주로 회와 탕으로 이용된다.
파도가 조금 있는 날 거품이 이는 곳에서 비교적 얕은 곳에서도 잘 낚인다. 참으로 잘 생기고 멋있는 고기다.
일전에 용식이가 왔기에 그 처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두 넘이서 소주는 한량이 없고.
바다 수온의 상승으로 근래에 들어서 참치류도 잘 잡힌다.
그러나 나의 낚시 장비로는 큰 참치는 잡을 수 없다.
제주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늦 여름에 가다랭이류는 흔히 잡을 수 있다. 몸통은 큰 고등어의 세배가 넘고 길이는 곱절쯤 된다.
힘이 장사라서 몇 마리를 잡고 나면 지치고 만다.
이 가다랭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잡아서 뱃살만 조금 먹고 버리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가공하여 마치 나무 토막처럼 만들고 이를 대패로 밀어서 아주 얇게하여 국물을 우려내는데, 우동 국물이나 미소시로, 오뎅 국물에도 널리 쓰이는 가쓰오부시가 바로 가다랭이다. 가격은 품질의 상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참치는 영하 70도 까지 급냉을 해야하므로 우리나라 배에는 그런 시설이 없어서 헐값으로 전량 일본에 수출된다.
그 밖에도 우럭이나 도미등 생선은 많고 많으나, 이쯤해서 생선이야기는 하나만 더 소개하고 마치겠다.
드디어 방어 이야기다!
방어는 우선 그 종류부터 알아야한다.
방어, 잿방어, 부시리가 그것인데, 잿방어는 크기가 작고 맛이 없다. 부시리는 어마어마한 힘과 덩치를 자랑하는 방어의 사촌이지만 역시 맛은 없다. 아가미 턱선으로 이 둘을 구분하는데, 방어는 각이 지고 부시리의 턱선은 둥글다. 몸통 아랫부분의 색깔도 다르다.
제주도에서 선상 낚시를 하다가 곧잘 부시리를 낚는데, 1미터가 넘는 것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번 걸리면 버티는 힘이 장난이 아니고 배 밑으로도 들어가고 다른 낚싯대를 걸고 나대는 등 제압이 참 힘들다. 그래도 한판 싸움 끝에 한 마리 걸어 올리면 그 무게와 때깔에 한번은 반할 만 하다.
방어라는 것은 2천년도 더 전에 중국 시경(詩經)에도 등장하는 물고기로, 그 맛이 특별하다. 이 고기 역시 여름에는 먹지를 않으니, 울릉도 근해에서 자주 잡히나 蟲이 있고 살이 물러 먹지를 않으니 똥방어라 하여 버리고 만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동해 바다를
끼고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방어가 하강한다.
12월이 되면 고성 속초 앞바다 까지 이르는데 이때 정치망(定置網)으로 방어를 잡는다. 이즈음 속초 봉포 앞바다를 가면 많은 정치망을 볼 수가 있다. 방어의 이동경로를 찾아 정치망을 열흘이고 보름이고 두었다가 중기를 이용해서 이를 건지면 튼실한 방어와 함께 꽁치며 각종 잡어가 풍성하게 올라온다. 이때 잡히는 방어는 중방어 정도라서 크지가 않다. 이 방어를 가두리에 가두고 방어와 함께 올라온 잡어를 산채로 그 먹이로 준다. 이렇게 보름이나 한달쯤 기르면 드디어 대방어가 되니 한 마리당 가격이 20만원에서 삼십만원씩 나간다. 이 방어가 년말이나 연초가 되면 제주 서귀포 남단 모슬포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 때를 기하여 방어 축제가 열린다.
살아있는 자리(돔)나 전갱이를 끼워서 낚시를 한다. 이 때 대방어의 소매 가격은 30만원 정도 하고 특대방어는 40만원 정도를 한다. 물론 조황에 따라 가격은 유동적이다.
방어는 최소 60cm는 넘어야 방어로 쳐주고 클수록 맛이 더 있다. 방어는 기름기가 많기에 고소하고 탄력이 있다. 그리하여 그 이름도 기름을 뜻하는 방어(魴魚 또는 肪魚)라 한다.
소고기와 마찬가지로 눈살, 등살, 뱃살, 배꼽살 등 각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 큰 생선이므로 단체 회식으로나 다 소비가 가능하므로, 여름철의 민어처럼 각 부위별로 모아서 한 접시씩 나누어 팔기도 한다. 10~12만원 정도.
방어 대가리는 따로 칼로 갈라서 소금구이를 하는데, 고등어 대가리 보다 열 배는 기름지고 맛있다.
이 겨울 제법 쌀쌀한 새해 벽두다.
온천에라도 다녀오고 방어회라도 한 접시 먹으면서 넓고 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를 품에 안아 보시게.
2022 劈頭에
豊 江
첫댓글 다방면으로 박식하신 풍강님의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각별한 정성 고마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풍기가는 길에 한번 찾아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