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수평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그것을
표면적으로 느낄 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의 수직적 모습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수평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많은 부분들 중 우리 미래와 직결된 세 분야를 선택해 미래 의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경제·교육·세대다.
제1장 ‘경제’에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수직 명령체계로 인한 성장동력의 상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놓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회의 수직적 위계에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부의 쏠림현상이 낳은 사회적 문제들을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짚어봄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대해 재인식하게 해준다. 특히 IMF 이후 거의 모든 조직이 따르는 ‘팀제’에 대한 인식이 놀랍게도 결여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팀제의 핵심은 바로 수평성에 있으며, 따라서 수평사회를 이루지 못한 팀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2장 ‘교육’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는 소수를 위한 교육현실과 그것이 낳을 미래의 또 다른 불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수를
위한 특혜가 돼버린 수시입학에서부터 ‘교육이 진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사학법 파동이 남긴 기득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가장
수평사회여야 할 교육계의 민낯을 드러냄으로써 수평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25년간 교육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교육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한층 더 신랄하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
![57786052.jpg 57786052.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sangsang.kr%2Fxe%2Ffiles%2Fattach%2Fimages%2F12410%2F046%2F190%2F57786052.jpg)
마지막 제3장 ‘세대’에서는 수평사회를 온전히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초의 수평사회의 기초적 교육을 받고 실제로 그런 사회를
위해 싸웠던 새로운 실버 ‘세시봉’ 세대의 역할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굳은 사고가 아닌 유연한 미래지향적 사고를 지님으로써, 젊은 세대를 위해
미래에 대한 진지하고 진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어려운 용어나 이론 대신,
삶의 모습을 생생히 품고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는 사회과학서
고정화되고 모순된 틀을 깨고자 하는 저자 김경집의
짜릿한 글과 강연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대중에 맞춰져 있다. 사회라는 거대한 틀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현실적 삶’과 괴리되지 않는다.
어려운 용어나 이론, 남의 일같이 들리는 외국 사례로 무장한 글 대신,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문제의 껍데기를
벗기고 본질을 파악하는 일에 천착을 거듭한다. 불특정 다수라는 대중을 움직이기 위해 그의 시선은 언제나 청소년·엄마·노년층·지역사회와 같은
‘작은 대중’을 향해 있으며, 책이라는 깊이가 있는 소품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이번 책에서도 그의 이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먹방(먹는 방송)으로 가득찬 TV프로그램에서 3포세대의 절망을 만나는가 하면, 세시봉 세대를 겨냥한 추석명절 TV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실버의 탄생을 발견한다. 100세 시대의 인생을 10대 때 결정짓게 하는 무모한 현실에서 ‘교육은 미래를 읽는 진보’여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경비원 임금인상 사례를 통해 노동개혁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게 한다.
출 처 : 승례문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