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_갯벌
온 나라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로 떠들썩하다.
조직위는 행사 직전 예기치 못한 폭우 등 일기 상황 때문이라고 면피하고 나섰지만, 부실한 운영과 안이한 대처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됐다. 나까지 나서서 안주거리 삼고 싶지는 않다.
정작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새만금의 지는 노을, 도요새의 군무, 부리를 흔드는 저어새, 껑충 뛰어오르는 고라니, 쇠제비갈매기가 새끼를 돌보는 광경, 한 번쯤 아름다운 생명을 만끽한 이는 누구라도 ′잼버리′를 용납하지 못할 거다.
나는 한 번쯤 ‘아름다운 광경을 본 죄’로 매립된 갯벌에서 바닷물을 기다리다 죽어간 조개들의 타들어 가는 갈증과 온몸이 굳어버린 작은 새가 한 뼘만큼 남은 마지막 온기를 다 바쳐 몸부림치는 고통스러운 몸짓을 상상하며 괴로워한다.
스러져 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응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선한 목격자가 되어 끝내 꺼지지 않는 눈빛을 밝혀줄 수 있으리라 믿는 수밖에... ㅜ
간척사업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갯벌’에 국토부는 이를 매립하고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참으로 어리석다. 이 땅을 찾아온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아직 새만금 ′수라 갯벌′엔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제라도 그곳의 생명들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게 우리가 눈길 한번 흘깃 주는 방관자가 아닌, 우직한 ‘지켜봄’이 되어주면 어떨까?
논란으로 얼룩진 ′새만금 잼버리 대회′,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씻고자 한다면, 폐막 전야제 때 4만 3천여 청소년들과 영화 “수라”를 함께 보며 자연과 갯벌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았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