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고 명문 클럽인 FC바르셀로나가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33·포항 스틸러스) 영입에 발벗고 나선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대표팀의 오전훈련을 취재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한 스페인 기자는 대표팀의 허진 미디어담당관에게 "4∼5년 전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반할 감독이 홍명보를 영입하기 위해 나섰었는데 이를 알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고, 허담당관은 "그게 정말이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1899년에 창단된 전통의 명문으로 리그 우승만 16차례나 기록한 강팀이다. 호나우두(26·인터밀란)나 피구(30·레알 마드리드) 같은 대스타들이 활약했던 바르셀로나는 지금도 히바우두(30)와 클뤼베르트(26) 등 최고의 선수들만 보유하고 있는'명문 클럽'이다.
스페인 클럽들의 홍명보 영입 시도는 94년 미국월드컵부터 시작됐다. 94년 미국월드컵을 마친 뒤 스페인의 몇몇팀에서 영입 제의가 왔지만, 당시 소속팀이던 포항이 이적료를 너무 높게 제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어 세계 올스타팀 일원으로 97년 말 프랑스 마르세유를 방문했을 당시 바르셀로나로부터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 소속팀이던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츠카와의 견해차로 흐지부지됐다.
홍명보는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끈질긴 인연이 있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당시 스페인 최고 스트라이커 미첼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해트트릭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지만,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다시 스페인을 만나 1골1도움을 기록하며 4년 전의 아픔을 통쾌히 설욕했다.
홍명보는 당시 스페인전을 떠올릴 때마다 "경험만 좀더 있었어도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다시 만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누차 밝혀왔다. 지난 3월 9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 부활의 날개를 편 곳도 바로 스페인이다.
홍명보는 20일 훈련에서 94년 당시 대표로 뛰던 스페인의 중앙수비수 나달과 이에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안정환과 설기현에게 알려주는 등 2차례 A매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