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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만 되면 아버지와 함께 갔던 낚시터에서의 기억이 스물스물 물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요령없고, 기술 없던 어린 기자에게도 손쉬운 상대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붕어. 낚싯대만 던졌다 하면 어른 팔뚝 만한 것이 바깥세상이 궁금한 듯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고, 또 오르던 너. |
수면을 미끄러지는 은빛 햇살을 가득 호수에 옮겨 놓은 경기도 광주의 팔당호. 연인들의 영원한 드라이 브 코스이자, 한적한 전원의 풍취를 느낄 수 있기에 가족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인 알짜 여행지다. 거기에 팔당호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남종면 분원리는 예로부터 조선시대 왕실 도자기를 굽던 가마가 있어 ‘분원마을’로 불려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도자기가 아닌‘붕어찜마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흔하디흔한 물고기를 꼽으라면 단연 챔피언감인 붕어를 이용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신분을 업그레이드 시켜놓은‘붕어찜 마을’은 그야말로‘복 받은 마을’. |
어항 속에서나 보았던 붕어가 허약체질을 위한 보양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터.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붕어를 두고 몸에 기력이 떨어져 피곤하고 힘이 없고 나른할 때 몸을 보하는 차원에서 널 리 애용됐다. 특히나 동의보감에서는 붕어를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고 위기를 고르게 하고 오장을 보호한다고 하였고, 기를 내리면 이질을 낫게 한다고 보았을 정도다. 이처럼 신통방통한 붕어를 그리 쓸모없는 물고기인 듯 취급했으니 그 녀석 얼마나 억울했을까. 주위에서 흔히 구하기도 쉽고, 또한 영양학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붕어를 가지고 하는 요리들 중, 여러가지 야채를 가하여 연하면서도 재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는 붕어찜 요리는 입맛이 없고 피곤하고 힘들 때 입맛을 돋우고 기운을 보충하는 요 리로 아주 좋다. 특히나 요즘처럼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먹는 음식으로는 단연 최고. |
팔당호에서 잡아올린 참붕어만을 사용하는 붕어찜 |
처음‘강촌 매운탕’의 이영숙 사장은 분원으로 낚시하러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구멍가게를 열었는데, 그때 라면과 함께 반찬으로 내놓 은 붕어조림의 맛이 기가 막혀 낚시꾼들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였고, 한 번 맛을 보고 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 맛이 세상에 알려지 게 된 것. |
부드러운 붕어의 하얀 살과 양념이 잘밴 시래기가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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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찜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최소 1시간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
조선 백자의 혼이 숨쉬는 분원 백자관 |
한 폭의 그림 같은 서정적 풍경의 팔당호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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