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아래 땀을 훔치면서 전국 41개 의과대학 2만 의학도는 학장님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참의료가 실현 될 때까지, 대한민국에 올바른 의료환경이 조성되는 그 날까지 의대생이지 않겠습니다.' 강의실에 들어갈 수 없는, 들어가지 않는 저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장님들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지 저희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벌써 2달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실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여름의 열기처럼 뜨거웠던 저희의 의지에도 '교과서적 진료환경 보장'을 주장해온 저희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2만 명의 의대생은 10월 4일 일괄적으로 자퇴서를 제출하고 이에 더하여 전국 36개 의과대학 3081명의 본과 4학년이 올바른 의료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제 65회 의사국가고시를 거부하겠다고 결의하고 원서접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학장님! 학생의 본분을 지키지 못할 수밖에 없는 저희 2만 의학도의 모습을 보면서, 의사가 되지 않겠다는 저희의 목소리를 들으시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습니까? 그러나 저희는 압니다. 그 누구보다 저희를 아껴주시는 학장님들의 모습과 진정으로 올바른 제도 하에 참된 의사가 되기를 바라시는 학장님들의 뜻은 2만 의학도 모두가 가슴속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이제는 수업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씀하실 수밖에 없는 학장님들께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저희 2만 의학도는 지금은 절대로 수업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의료제도의 개혁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국고지원 50% 약속'을 받아내기 이전에는,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가 조성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진료환경을 위해 올바른 약사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저희는 수업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2만 의대생은 하나입니다. 단 한명의 학우라도 피해를 받는다면 전국 41개 의과대학 2만 의대생도 기꺼이 함께 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의 모습이 부족하고 학장님들의 뜻에 어긋난다 하여도 저희는 계속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믿습니다. 방법이 아닌, 참의료 실현을 위한 의지는 학장님들의 뜻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임을. 그 누구보다 저희를 아껴주시는 학장님들의 뜻을 따르지 못하는 전국 41개 의과대학 2만 의학도를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누구보다 순수한 2만 의대생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는 그 날, 의업이라는 고귀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진정한 의사가 될 것을 다짐하며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환경이 조성되고, 그러한 의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시기가 저희의 조그마한 희생으로 앞당겨질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