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알이

[군단장]

순정 알이

경기 수원시 장안구 / 준이 엄마

‘이제 8:30분을 넘어서니, 어서 출근준비를 해야겠지.

아~! 뭐더라? 뻔하지. 아침은 간단히 점심도시락 싸며 지범대면 되고, 머리드라이 해야 하고, 화장실 일보고, 강아지 밥 주면 되는 거지?’

그 간단하고 매일 하는 것도 시간은 1시간을 소요한다. 근데, 왜 입안은 헐고 찜찜한 걸까? 그렇군! 그거다.

지난 19일, 울 아들 해병대 위로휴가로 4박5일의 짧은 휴가를 하고 들어갔다. 복무지가 섬이라 타군인보다 하루가 많다고 한다.

우리 아들 대학 3년 마치고 입대해서, 그곳에선 나이가 많다고 한다.(23살) 대학 3년간 캠퍼스커플로 그야말로 연애만 하고 있다가 입대를 한 녀석이다. 그래서 저와 많이도 싸우고 시끄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고로, 아들이 해병대를 자원해서 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입대 20일 앞두고 얘기해서 걱정이 앞섰는데, 포항에서의 수료식가서 보고 늠름함에 조금은 놀랬다.

해병 2사단 김포로 배치를 받아 처음엔 집과 멀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주문도’라는 섬이라는 것을 알고는 조금은 걱정스러웠으나, 잘 하고 있어서 안심하였다.

휴가 명받고 오는 날, 저녁을 밖에서 먹자고 퇴근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신호등 건너 저편에서도 내 아들은 제복 탓에 쉽게 보여 반가움에 손을 흔들고 조금은 뛰어서 갔다. 1미터 앞쯤에서 아들이 손짓으로 거기서 멈추라며, 소위 말하는 ‘신고’를 큰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게 하는 거다.

“저 일병 OOO는! 2013년 6월 19일 휴가 명받고~~!”

하더니 처음 듣는 ‘효’에 관한 해병대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는 겁니다.

아휴~ 노래는 길었습니다. 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만 하자” 했지만, 아들은 계속해서 씩씩하게, 그러면서도 간간이 목이 메는지 2초 정도는 멈췄다 끝까지 부르더군요. 저는 조금은 생각지 않았던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가사를 음미하며 들었습니다.

노래가 끝난 뒤 이제 가자고 한 발짝 떼었더니, 아직 더 남았더군요.

아들은 썼던 모자를 가지런히 땅에 내려놓고 길에서 큰 절을 하는 겁니다. 울컥함에 입을 막고 제 얼굴에 열이 오름을 느끼겠더군요. 아들의 그렇게 거창한 의식을 지켜보던 지나는 행인들,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대기 중 기다리던 택시기사님들 모두가 박수와 환호를 보내 주었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인사도 못함에 지금은 좀 후회가 됩니다. 그때 촌스러워 인사 못한 거 지금 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별안간 큰소리에 놀라셨을 텐데....)”

지켜보시던 택시기사님께서 “어이~ 해병! 필승!!” 아들도 “필승!” 하며 답하였고 제 옆을 지나던 60대 아주머니께선 “이봐 ~군인, 그 마음 변치마! 부모님께 효도해~!”

하시더군요. 아들 녀석 “예~!! 알겠습니다!” 하고 전 쑥쓰러웠습니다.

저를 그 장소에서 기다리는 중에 한 경찰관은 아들보고 “어이, 해병~”하고 손짓으로 부르더랍니다.

아들 - “예~!” 하고 앞에 가니

경찰 - “몇 기야?”

나 - “예,11**기 입니다!” 하고 답하니

경찰 - “난 해병 OO기인데, 내 아들도 해병대이다.

내 아들이 3기수 빠르네.”

하며 아들생각이 나서 준다며 만원을 주었다고 합니다.

휴가 온 날 이렇게 한층 업 된 우리 아들 보기 좋았었습니다.

그러나 2일째부터 웃지도 않고, 대답만 하고는 애써 태연한 척 하였습니다.

남자 중,고등학교만 다녔던 아들이었기에 여자친구는 대학에서 처음 이었고,그야말로 순정이었는데, 기대했던 첫 휴가를 여지없이 망가뜨리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던거죠.

휴가 끝나고 다시 입대하던 날까지, 좋아하던 고기, 햄, 치킨, 피자도 소화를 못 시키고는 차에 올랐습니다.

배웅하며 오는 길에 석연치 않음에 아들휴대폰을 열어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그날 <진짜 사나이>방송에 마침 그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다들 여친들이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며 탤런트 장혁 부인만은 맘이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는데, 전역하여 물어보니 (“...사람 어려울 때 버리는 것 아니라고...”)했다더군요.

전 욕심인지 모르지만, 조금 더 기다렸다가, 두 번째 휴가 왔을 때 이별을 통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싶더라구요. 물론 나름의 이유도 개인적으로 있었던 거 같은데, 휴대폰의 내용만으론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그 사실을 읽으면서 아들이 안쓰러움에 맘이 아팠습니다.

아들한테 이심전심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넌 해병이다! 해병의 정신으로 이겨내라!”

아름다운 사랑으로 헤어짐을 마무리하는 일도 군복무와 병행하는 울 아들~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