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서생→제 8 장 공포(恐怖)의 침입자(侵入者)
제 8 장 공포(恐怖)의 침입자(侵入者)들 -혈뢰독공(血雷毒功)! 둑문(毒門)에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는 삼대독공(三大毒功) 중에서 두 번째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 공포의 독공이다. 미리 설명하자면, 삼대독공의 첫 번째는 천독환희공(天毒歡喜功)이며, 세 번째는 구유마라독강(九幽魔羅毒 )이었다. -천독환희공(天毒歡喜功)! 까마득한 과거에 실전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 독공에 격중된 사람은 아무런 고통도 없이 죽고만다. 공력의 높고 낮음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저 죽을 뿐이다. -혈뢰독공(血雷毒功)! 역사 이래 외가기공(外家奇功)의 최고봉이라는 금종조(金鐘 )나 철갑신공(鐵甲神功)조차 오성(五成)의 혈뢰독공에 의해 얼음처럼 녹아버린다.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흔적없이 녹여버리는 것이다. 설사 금강불괴라 할지라도 그 저주를 피할 수 없다. -구유마라독강(九幽魔羅毒 )! 이 독공의 특징이자 장점은, 독공이 무서운 강력( 力)을 일으켜 회전하면서 쏘아지기 때문에 공력이 약한 자는 스치기만 해도 걸레처럼 찢겨져 형체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 점이었다. 설사 지고무상한 경지에 이른 최절정의 고수라 할지라도 구유마라독강에 격중되면 전신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채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다가 서서히 죽어가게 된다. "흐흐흐……" 당사적은 음산한 괴소와 함께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조리…… 오늘밤 이곳에 온 놈들은 한 놈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죽여버릴 것이다!" 저벅, 저벅! 그의 걸음이 향하는 곳은 흑포괴인들이 있는 곳이었다. "마전의 마졸들! 네놈들이…… 우리 사천당문을 건드린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나를 뼈에 사무치게 만들어 주겠다! 흐흐흐…… 놈들……!" 진정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말을 끝맺는 순간, 천지간이 온통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이며, 피비린내가 자욱히 몰려드는 듯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의 죽음의 선언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악-!" "크아악-!" "컥!" "우욱!" 당사적이 스치듯 지나간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흑포괴인들의 시신이 나뒹굴고 있었다. 한데, "주인나리!" 갑자기 한 사람이 불쑥 나타나더니 당사적의 앞을 막아섰다. 친근감이 느껴지는 좋은 인상의 소유자, 궁유였다. 이 순간 그는 핏물로 목욕을 한 것처럼 전신에 핏물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 당사적은 검미를 짙게 찌푸렸다. 평소에는 능구렁이처럼 침착하기만 하던 궁유가 호들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유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노…… 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밀전으로 쳐들어와…… 둘째 마님을 납치하고 형제들을 도륙(屠戮)……" "뭣이!" 당사적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궁유! 대체 네놈은 뭘하고 있었기에 놈들을 막지 못하고?" 궁유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급히 대답 했다. "주인 마님, 소인 혼자 당해내기엔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화는 나중에 내셔도 되니 먼저 그곳으로 가보셔야……" "으……" 당사적은 두 눈을 부릅뜨며 궁유를 노려봤다. "병신같은 놈!" 그는 재빨리 품 안의 당웅표를 궁유에게 넘기며 소리 쳤다. "궁유, 넌 지금 즉시 문우를 찾아 보호하도록 해라. 놈들이 우리를 노린 이상, 문우 또한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휘이익-!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의 신형은 이미 후원 쪽으로 까마득히 날아가고 있었다. "으음……" 궁유는 침음을 흘리며 당사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제발…… 이 난국이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할텐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으나, 사실 궁유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오늘밤에 이곳을 침입한 자들은 당문에 대해 오래 전부터 철저하고 완벽하게 사전조사를 했었을 것이며, 십할의 승산이 있었기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결국, 사천당문은 오늘 밤 무참히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사적 혼자의 힘으로 그것을 돌이키키엔 상대가 너무도 강했다. -악마(惡魔)! 궁유가 본 흑포괴인들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무예는 이미 한결같이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악마의 그것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 궁유는 보았다. 손(手)! 어둠 속에서 전율스런 광채를 뿌리는 새하연 손 하나가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고 있는 광경을…… 그 손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궁유는 그 손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손이야말로 이 세상 그 무엇이든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악마의 손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궁유는 피식 웃었다. 웃으면서 그는 한 손을 번쩍 쳐들었다. "당문이 네놈들을 모르고 있었기에 이렇듯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네놈들 또한 나 궁유란 존재를 너무 모르고 있어." 번-쩍! 허공으로 떠올랐던 그의 손에서 검은 광채가 폭사되었다. "흥! 오늘은 이대로 떠난다만…… 언제고 네놈들에게 나 궁유의 진정한 무서움을 뼈저리게 가르쳐 줄 날이 올 것이다." 궁유의 손에서 쏘아진 묵광(墨光)은 그대로 소수와 격돌을 일으켰다. 파팍! 순간이었다. "와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흑포괴인 하나가 허공을 날았다. 한데, 참으로 엄청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쿵! 허공을 날았다가 바닥에 떨어진 흑포괴인의 육신이 그 즉시 한 줌의 흑수(黑水)로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 궁유는 한 줌의 물로 변해버린 흑포괴인을 바라보며 음산한 괴소를 흘렸다. "이것이 바로 오성(五成)의 구유마라독강이다. 머지않아 네놈들에게 십성의 구유마라독강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다음 순간, 궁유는 지면을 박차며 신형을 띄웠다. 스스스…… 삽시간에 그의 신형은 어둠 속에 묻히며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그가 사라진 사천당문의 곳곳에서는 그야말로 지옥도(地獄圖)가 펼쳐지고 있었다. "크아악-!" "으아악-!" 저주(咀呪)! 그것은 악마의 저주였다. 성부(城府)의 후원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 별채(別寨)의 창문을 통해 불빛이 흐릿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어둠 속의 적요(寂寥)를 깨뜨리면서 한 청년이 흐릿한 불빛을 흘려내고 있는 별채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당문우였다. 뚜벅…… 뚜벅…… 별채가 가까워질수록 당문우는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과연 이런 비열한 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십 년 전의 앙심(怏心)을 풀어야 하는가?' 조금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당문우는 걸음을 멈춰세웠다. '이것이 과연 사내대장부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당문우는 오랫동안 석상처럼 우뚝 선 채 갈등에 잠겼다. 그러다가 그는 빙글 몸을 돌렸다. '그래…… 이것은 사내 대장부로서 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의 내 행동은 한 여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것이 아닌가?' 한데, 그가 막 몸을 돌려 되돌아갈 때였다. "아아…… 으으……" 별채 안에서 야릇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 당문우는 흠칫하며 걸음을 세웠다. "아아…… 으으……" 별채 안에서 흘러나오는 이 신음소리는 왠지 심상치가 않았다. 다음 순간, 당문우는 재빨리 별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별채 안으로 들어서던 당문우는 흠칫 몸을 굳혔다. 붉은 빛을 뿌리는 유등 아래, 비단 이불이 깔린 침상 위에서 투명한 망사의를 걸친 소녀(少女) 하나가 끊임없이 야릇한 신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전신을 비비꼬고 있었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경지를 이루고 있는 당문우였다. 그는 여인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이런! 누군가가 저 소녀에게 음약(淫藥)을 먹였다!' 그의 뇌리에 일순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동궁팔의 표정이 떠올랐다. '틀림없이 하마, 그 놈 짓이다!' 바로 그때였다. "아아……!" 부욱! 찌이익! 소녀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자신의 망사의를 사정없이 찢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소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어둠을 몰아내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아! 흐릿한 붉은 유등빛 아래 드러나는 여인의 몸은 유난히 희고 윤기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안개의 덩어리 같기도 했고, 눈(雪)으로 뭉쳐진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정신이 아찔하도록 신비했다. 신이 손길이 닿은 완벽한 조각품을 보는 듯한 정교한 아름다움이었다. 희디흰 목덜미의 선을 타고 내려간 어깨는 다소곳한 선으로 이어졌고, 그 아래에는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버릴 것만 같은 풍만한 젖가슴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고무풍선처럼 부푼 젖가슴의 정상에서는 아직 남자의 숨결을 모르는 연두색의 과실(果實)이 수줍은 빛깔로 가늘게 떨고 있었다. 잘룩한 허리의 선과 음푹한 배꼽에선 사향과도 같은 신비 야릇한 향기가 풍기는 것 같았다. 뿐인가? 몸을 비틀 때마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둔부의 선은 영롱한 구슬처럼 확산되었고, 금방이라도 물을 차고 오르는 은어처럼 매끈한 허벅지의 선은 단숨에 예쁘고 앙증맞은 작은 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농밀한 어둠 속에 자리잡고 있는 삼각 밀림의 춘궁(春宮)이여! 그 무성한 방초의 숲속에 숨어있는 그 방(房)은 뜨거운 욕망을 분출하고 있었다. '아…… 름…… 답…… 다……' 당문우는 내심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뇌까리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눈 앞에서 기경을 펼치고 있는 소녀는 황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미녀 중의 하나인 맹려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맹려빈의 아름다운 육체에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노라니 단전 부근에서부터 야릇한 열기가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 그 괴이한 열기는 연유를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걷잡을 수 없이 전신 혈맥을 타고 무섭게 퍼져나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당문우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갑자기 왜……?' 그러나, 그가 어찌 짐작이나 했으랴. 자신이 기분 좋게 마신 후아주 속에 쾌활산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일다경(一茶頃:차 한 잔 마시는 시간)도 안되어 당문우는 쾌활산의 약효에 이성을 잃어버렸다. "으으……" 마침내 당문우는 맹려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아……" 맹려빈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당문우를 끌어안았다. 이미 오래 전에 이성을 잃어버린 그녀는 상대가 사내라면 그가 누구든 상관이 없었다. "아아……" 그녀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당연했다. 본능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당문우의 손놀림이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거칠다가도 부드럽고, 부드럽다가도 거칠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애무는 마치 절묘한 탄주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맹려빈의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까지도 불덩어리처럼 뜨겁게 달궈놓았다. '아아……' 맹려빈은 신음했다. 그녀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이미 오래 전에 마비되버린 이지(理智)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몸이 불덩이 속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온몸이 타고 또 타서 재가 되버리는 것만 같았다. 아니, 온몸이 조각조각 분해되고 가루가 되는 것만 같았다. '나…… 죽는가 봐…… 아니…… 죽어가고 있어……' 그러다가 그녀는 당문우의 머리를 힘껏 움켜잡고는 사정없이 자신의 몸으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두 발을 뱀처럼 꼬며 당문우의 허리를 휘감고는 자신의 하체를 향해 힘껏 눌렀다. 순간, 당문우는 거칠고 억압적인 힘으로 그녀의 몸 속으로 진입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헉!" 맹려빈의 눈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평생 처음 느껴보는 희열로 뒤바뀌고 있었다. "아아아……!" * * * 찰싹! "다…… 당신……" 얼굴에 화끈한 통증을 느끼며 당문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난생 처음 대하는 소녀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탐스럽게 자란 머리카락들은 귀신처럼 산발(散髮)하고, 새하얀 비단 이불로 몸을 휘감고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당문우의 뇌리에 어떤 불길한 예감이 전해졌다. '설마…… 이 여인이었단 말인가?' 그때였다. 맹려빈이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짐승같은 자……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흐흑!" "……." 당문우는 그저 멍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격한 오열을 터뜨리고 있는 맹려빈을 바라보다가 언뜻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하마와 해골, 이놈들이……!' 하나, 분노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은 이미 엎질러진 것이다. '허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그때였다. 맹려빈이 울음을 뚝 그치며 당문우를 직시했다. 충격과 분노와 슬픔 등이 가득 찬 서러운 시선이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멍청한 표정으로 침상 위에 앉아 있는 당문우를 잠시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 이름은?" "당…… 문우…… 당문우라 하오." "……." 맹려빈의 눈빛이 가늘게 부서졌다.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금 황제의 이복 동생인 혜원공주의 소생이며, 여인들을 다루고 농락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다는 탕아(蕩兒) 중의 탕아라는 소문과 함께. 물론 그것은 이곳에 와서 들은 것이었고, 사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황제에게서 당문우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당문우…… 그 아이는 장차 어느 분야에 있든 그 방면에서 누구도 견줄 수 없는 거목(巨木)이 될 것이다. 려빈, 언제고 사천지방을 방문하게 될 일이 있으면 그 아이를 한 번 만나봐라. 너와는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이다. 허허…… 짐은 얼마 전에 그 아이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천하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풍류공자가 되었다더구나…… 하나, 짐이 본 그 아이는 결코 풍류공자로 평생을 보낼 아이가 아니었다. 그 아이를 본 지도 어언 십 년이 넘었지만, 짐이 짐작컨데 그 아이가 풍류공자처럼 생활하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려빈, 짐은 네가 문우, 그 아이의 배필이 되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맹려빈은 나직한 탄식을 터뜨렸다. "당 공자…… 당신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 "소녀는 당신이 오늘 저지른 이 일이 결코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 해요. 그래요. 지금까지 소녀가 들었던 당신에 대한 소문들…… 그 소문들에 의하면…… 당신은 결코 이런 파렴치한 인간은 아니었어요……" "……." 당문우는 그녀에게 무엇인가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슬픔에 가득 찬 눈망울을 대하는 순간 그는 아무 말도,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맹려빈의 시선이 당문우에게서 벗어나 어둠에 잠긴 창 밖으로 향했다. "당신 생각은 어떤지 모르지만…… 여인에게 있어서 순결이란 생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어둠에 휩싸인 창밖을 바라보며 흘려내고 있는 맹려빈의 음성은 우울했으며 슬픔이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당공자, 당신은 한 여인의 순결을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빼앗아 버렸어요. 당신은 평생 동안 이 일을 후회하고 고통스러워 해야 할 거예요." "나, 낭자……." "됐어요. 당신의 변명을 듣고싶어 한 말이 아니니 당신은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 당문우는 입술을 몇 번 달싹거렸다.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옷을 입어야만 했다. 이윽고, 옷을 다 입고난 당문우는 맹려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겁고 음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난 낭자가 어떤 분인지도 아직 모르고 있소이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소." "……." "나 당문우는 결코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며…… 원한다면…… 낭자의 일생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오……" "……." "그리고…… 낭자에게 나 당문우가 첫 번째 사내였던 것처럼 나 당문우에게도 낭자가 난생 처음의 여인이라는 사실이오." "……." 맹려빈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가늘게 떨렸다. -당신은 나 당문우에게 최초의 여인이오! 참으로 묘했다. 맹려빈은 당문우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희열같은 감정을 느꼈다. 드르륵…… 그녀가 묘한 생각에 잠기고 있는 사이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당문우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알고 있소." "……." "난 당신이 어떤 여인인지 아직 모르오." "……." "오늘 밤…… 나 당문우가 비록 당신에게 영원히 씻어버릴 수 없는 엄청난 죄를 저질렀지만…… 그 책임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소." "……." "그러나…… 당신은 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고 착한 여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다시 말해, 나 당문우가 사랑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말이오." "……." "언제든지 나 당문우를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고 찾아와 주시오. 이 당문우는 당신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오." 드르륵…… 탁! 그 말을 끝으로 방문이 조용히 닫혔다. 순간, 맹려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일까? 갑자기 이 방안이 춥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춥다! 오한(惡寒)이 나도록 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린 사슴처럼 맑기만 하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흑……!" 슬픈 밤, 운명의 밤이었다. * * * "……?" 당문우는 흠칫 놀라며 걸음을 우뚝 세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당문우로서는 도저히 잊을 수 없는 흑포(黑袍)의 괴인 하나가 장승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의 그 자…… 소 노인을 죽였던 소수천마와 똑같다!' 동시에 그의 뇌리에 어젯밤의 그 몸서리쳐지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런데, 갑자기 당문우의 안색이 대변했다. 흑포괴인이 기척을 감지할 사이도 없이 어둠이 몰려오는 것처럼 무섭게 덮쳐왔기 때문이다. 사삭! 뭔가 가루로 변하는 음향이 들려왔다. 당문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땅바닥에 굴렸다. '헉!' 그의 눈에 경악과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남해에서 갖고온 집채만한 수석(壽石)이 소리도 없이 가루로 변하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으으……' 당문우는 몸을 떨었다. 자신의 동작이 조금만 늦었다면 산산조각난 것은 바위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으리라! 그때, 흑포의 괴영이 천천히 당문우를 돌아보았다. 그는 머리에도 먹물처럼 검은 두건(頭巾)을 쓰고 있어서 밖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두건 속에서 두 눈인 듯 싶은 푸르른 귀광만이 음산하게 빛날 뿐이었다. 그것은 참으로 공포스러운, 인간의 눈빛이 아니라 악마의 눈빛이었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저 놈을 당해낼 수 없다.' 당문우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은 수목이 울창한 후원이었다. 수목의 뒤편에는 까마득히 쌓아올린 성벽이 만리장성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빌어먹을!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개구멍이라도 하나 봐두었어야 하는건데……' 상황이 절박하다고 해서 멍청하게 죽음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문우는 즉시 혼신을 다해 수림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어깨만 가볍게 흔들거리는 것 같더니 어느 틈엔지 흑포괴인이 당문우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도무지 인간의 몸놀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경공술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휘이익! 괴인은 앞을 막아서기 무섭게 당문우의 정수리를 향해 공포스런 소수를 내리찍고 있었다. "아……!" 당문우는 절망의 신음을 흘렸다. 지금 이 순간처럼 자신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음을 후회한 적도 없으리라. 그런데, 괴인의 소수가 당문우의 정수리를 내리찍는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공자님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네놈은 뼈다귀 하나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리라!" 패애앵-! 푸른 광채 한 줄기가 복면괴인의 가슴팍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왔다. 퍽! 청광은 여지없이 복면괴인의 앞가슴에 격중되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푸른빛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헉!" 흑포괴인의 투명하고 차갑던 눈에서 놀랍게도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타, 탈백청마화(奪魄靑魔火)! 으아악-!" 그 즉시 처절한 비명을 토해내면서 흑포괴인이 땅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그의 가슴에서 일어난 불길은 아무리 땅바닥을 뒹굴어도 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극렬한 기세로 타오른다는 점이었다. 화르르륵…… 화락…… "크아악-!" 처절한 비명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그만큼 불길은 거세었고, 흑포괴인의 몸은 잠깐 사이에 한 줌의 재로 변하고 있었다. '으……' 당문우는 이마를 찌푸렸다. 살과 뼈가 타는 냄새가 너무나 지독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한 사람이 당문우의 앞에 바람처럼 내려섰다. 궁유였다. 당문우는 궁유를 바라보며 눈을 부라렸다. "궁유, 네가 지금 사용한 그 탈백분화통(奪魄噴火桶)은 정도무림은 물론이고 사파무림에서조차 사용을 금지시킨 저주의 마병기(魔兵器)다. 그런데……" 궁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당문의 형제들을 개나 돼지처럼 죽이고…… 둘째 가모님을 납치해간 이놈들에게 신사(紳士)처럼 대해 주라는 말씀이십니까?" "……." 당문우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는 세찬 떨림을 일으키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궁유는 탄식했다. "자세한 것은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악마 같은 놈들은 지금 공자님을 찾기 위해 이곳 금성 전역에 깔려있습니다." "……." "놈들은 아마 이번 기회에 당문을 뿌리째 없애버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 당문우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의 뇌리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어머님께서 남치되셨습니다! 그 말 만이 그의 머리를 온통 뒤흔들고 있었다. * * * 사천(四川) 당문(唐門)! 천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구파일방(九派一 )을 제치고 태산북두로 군림해 오던 그 무림명가(武林名家)에 오늘 밤 저주(咀呪)의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를 말살시키려는 악마(惡魔)의 회오리가! * * * '으으……' 당문우의 두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져 있었다. 그는 본 것이다. 검은 회오리들이 일으키고 있는 그 가공할 위세에 그의 형제와 친족(親族)들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광경을…… 분노(忿怒)!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분노의 격류가 그의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꿰뚫었다. '절대…… 용서…… 못한다!' 부들부들…… 형언할 수 없는 분노의 힘이 전신에서 터져나오며 부릅뜬 눈꼬리가 찢어져 피가 터졌다. '모조리…… 모조리…… 죽이리라!' 살기로 충만해진 그는 지금까지 은신(隱身)하고 있던 나뭇가지 속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개죽음을 당할 생각이십니까?" 궁유의 다급한 전음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와 함께 강력한 무형의 힘이 그를 끌어당겼다. 당문우는 한 순간에 궁유의 품에 안겨졌다. "너……!" 궁유를 향해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당문우가 돌연 눈을 크게 부릅떴다. 콰아아아……! 악마의 숨결과도 같은 검은 회오리가 두 사람이 숨어있는 곳으로 무섭게 덮쳐들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허억!' 당문우가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긴장감에 휩싸이는 순간, 휘이잉!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듯 검은 회오리는 그들이 숨어 있는 나무 위를 빛살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그 가공할 속도를 어찌 필설로 형용할 수 있으랴! 그런데, 당문우는 자신을 안고 있는 궁유의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감지했다. '궁유가 이토록 긴장할 때도 있었던가?' 당문우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부친인 당사적으로부터 궁유에 대해서 들었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당사적이 평생 동안 성공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궁유를 키운 일일 것이다. 세상은 모른다. 궁유, 그 아이의 자질과 그 아이가 지니고 있는 무공의 깊이를…… 아니, 이제는 이 아비조차 그 아이가 얼마만큼의 무예를 지니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나, 한 가지 장담할 수 잇는 것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궁유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설령 이 아비가 그 아이와 겨룬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궁유가 저 흑의괴인들을 두려워 하다니……' 이때, 그의 귓전에 다시 궁유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장원 전역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아버님과 둘째 공자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 어딘가에 피신해 계신 것 같습니다." "피신?" 당문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이 어떤 분이라고 가족형제들의 생명을 내팽개치고 혼자 살길을 찾는단 말이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만 분명 가주님은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밀실은?" "그곳에도 안계셨습니다." "그럼……?" 당문우의 눈에 불안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궁유가 재빨리 말했다. "누가 뭐래도 가주님은 명실상부한 천하제일입니다. 놈들이 비록 악마 같은 놈들이라 하지만…… 가주님만큼은 절대 어찌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린 이곳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 "놈들의 능력은 거의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인지라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는 결국 발각되고 말것입니다." "……." 당문우의 검미가 날카롭게 휘어졌다. "어머님의 생사도 모른 채…… 가문의 형제들이 죽어있는 저 모습을 그대로 놔두고 나만 살기 위해 도망치잔 말이냐?" "그럼 공자님께서는 개죽음을 당하고 싶단 말입니까?" "……." "공자님이 허무하게 죽어버리면…… 오늘 이유도 없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 당가 사람들의 복수는 누가 해준단 말입니까? 누가요?" "으음……" 당문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그는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허공으로 떠오르는 순간에 그의 몸은 이미 새처럼 허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스스슥-! 당사적의 말대로 궁유는 실로 대단했다.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궁유는 당문의 까마득히 치솟아 있는 담장을 뛰어넘어 수백 장 밖을 쏘아가고 있었다. 당문우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도 이토록 빠르니, 혼자였을 때는 얼마나 빠를 것인가? 그런데,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직후였다. 스스슷! 두 사람이 몸을 감추고 있었던 나무 아래 한 사람이 나타났다. 유난히 건장해 보이는 체구에 두건 속의 두 눈에서 섬뜩한 혈망을 쏟아내는 괴인이었다. 파다닥! 밤바람이 그의 검은 흑포 자락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그때였다. 스스…… 스스슷…… 그의 앞에 흑포의 괴영들이 유령처럼 소리없이 나타나더니 무릎을 꿇었다. 무(無)! 놀랍게도 그들에게서는 아무런 기운도 풍겨지지 않고 있었다. 굳이 있다면, 소름 끼치도록 강렬한 죽음의 기운! 그 공포스러운 죽음의 기운만이 어둠처럼 무겁게 깔려있을 뿐이었다. "……." "……." "……."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몰살(沒殺)! 사천당문 내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던 흑포괴인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롭게 번뜩였다. 느낀 것이다. 자신의 머리 위에 남아있는 살아 숨쉬는 인간의 따스한 체취를!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서있는 자세 그대로 나무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가 딛고 서 있는 나뭇가지는 방금 전까지 당문우와 궁유가 앉아 있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 흑포괴인은 마치 사냥개처럼 나뭇가지에 코를 대고는 냉새를 맡기 시작헀다. 흑포괴인! 세상은 전혀 모르고 있으나, 그는 마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최고의 기재였다. 마전에서 태어났으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의 본성을 말살당한 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버리는 훈련을 받았던 사람이 바로 이 흑포괴인이었다. 그에게는 일반의 범부들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몇 가지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었다. 맹수를 능가하는 몸의 민첩성과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견디어낼 수 있는 적응력! 십 리 밖의 사물도 꿰뚫어 볼 수 있는 시각(視覺)과 백 리 밖에서 움직이는 개미소리도 들을 수 있는 청각(聽覺)! 어떠한 맛이든 식별할 수 있는 미각(味覺)과 한 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잊지 않는 후각(嗅覺)…… 그렇다. 운명이 소수천마(素手天魔)라는 이름을 안겨준 이 흑포괴인의 능력은 무한대의 그것이었고, 인간의 잠재된 초능력을 극대화 시켜놓은 살인병기(殺人兵器)였다. 또한, 그는 손을 비롯하여, 발과 무릎, 팔꿈치와 손가락, 발톱 등, 인간의 육체 모든 부분을 불가사의할 정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펼쳐내는 살인수법들은 한결같이 소름끼치도록 치밀하고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거기에다 그는, 하찮은 돌멩이나 나뭇가지, 녹슨 쇳조각이나 풀잎, 심지어는 인간의 머리카락까지도 살상(殺傷)의 도구(賭具)로 사용하는 특수한 살인기예(殺人技藝)의 달인이 바로 이 소수천마였다. "……." 무엇을 찾아낸 것일까? 소수천마의 눈에서 돌연 무서운 혈광(血光)이 일어났다. 그는 재빨리 사방을 쓸어보며 나직하게 소리쳤다. "찾아라!" 음산한 여운의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스스스…… 흑의괴영들의 신형은 이미 귀영(鬼影)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스…… 스스……! 사방으로 흩어졌던 흑포의 괴영들이 다시 소리없이 나타나터디 소수천마 앞에 오체복지 했다. "……." "……." 고개를 숙이는 그들에게서는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없단 말이냐?" 소수천마의 음성이 불신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맡은 사람의 체취는 분명 두 사람의 것이었고, 체온의 흔적으로 보아 그들이 떠난 것은 채 반 각도 안된 짧은 시간이었다. '귀신이 아닌 이상……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눈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백 리 사방을 봉쇄하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놈들을 죽여야 한다!" 눈빛이 강렬해지면 강렬해질수록 그의 눈빛 또한 더욱 잔혹하게 변하고 있었다. " 당문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곳은 하나도 남기지 말고 멸(滅)해라! 한 가지라도 단서를 남겨서는 아니된다!" 슈우우웃! 그의 신형이 말꼬리를 끌면서 소리도 없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뒤따라 흑의괴영들이 날아올랐다. 잠깐 사이에 그들의 모습은 어둠 속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제서야 죽음이 휩쓸고간 당문을 화마(火魔)가 무섭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화라락! 탁탁! 탁! 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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