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8.7 자정! 영국 해군의 화염선 8척이 에스파냐 무적함대에 충돌하자 마자 대포가 내뿜는 화염은 천지를 진동시키며 ‘칼레’ 근해의 밤하늘을 밝혔다. 16C 최초의 어뢰인 화염선(불이 도화선에 닿자마자 발포토록 조작)이 천하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어뢰공격에 피침된 “네바다”호의 병사였던 ‘댄 웬트색’은 “마치 무엇이 물속에서 배를 꺼내 흔드는 것처럼 대 요동과 금속파열의 충격을 느꼈다고”고 증언했다. 바다의 잔혹사인 海戰史는 함정파괴에 대한 어뢰의 위력을 이렇게 전해주고 있다.
지난 4월29일은 우리 바다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천안함 용사 46명의 영결식이 엄수되었다. 이날은 순국용사들의 가족과 국민들은 물론, 검푸른 바다와 신록의 산하도 울어버려, 천지가 비통의 눈물로 흥건했다. 천안함의 침몰은 어뢰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곧 가해자가 밝혀질 전망이다.
지금 우리는 천안함에 대한 공격주체와 더불어, 평소 적에 대한 대비는 충분했는지, 군의 사기와 기강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점검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와 서해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해군력을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군사력 면에서 양적인 확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를 겨냥한 질적 변화도 추구하고 있다. 이미 중국 국방백서(2008년판)는 국가안보의 여건에 전략적 지역과 자원 외에 전략적 지배권(strategic dominance)까지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군의 역할영역을 가일층 확충하고 있음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2006년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 공산당 해군위원회’ 총회에서 중국을 대양파워(sea power)로 전제하고, “중국은 해상에서의 권익을 보전하기 위해 강력한 인민해군이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2009년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연례보고서인 “중국의 군사력”에 의하면, 중국의 해군력에는 주력 전투함 74척, 공격형 잠수함 57척, 중,대형의 수륙양용 함 55척 및 연안 미사일 초계정 49척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중국 해군은 2006년-2008년간 7척의 국산 전투함정을 건조,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ASCM)을 장착한 052C형, 러시아제 SA-N-20장거리 SAM이 장착된 051C형, 수직발사 형 해상SAM을 장착한 054A형 등 가공할 최신예 해군 무기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對艦 순항미사일(ASCM)이 장착될 새로운 미사일 경비정(022형)도 건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 지도층들이 중국 해군의 선진적 對空戰 능력을 얼마나 열망하고 있는지 잘 시사해주고 있다.
또 중국 해군은 2척의 새로운 商급 공격형 원자력잠수함(093형)과 1척의 晉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094형)도 곧 취역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공간파(sky wave)와 표면파(surface wave)의 초 수평선 레이다를 사용해 사정거리와 정확도가 개선된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 연구소(IISS) 등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2015년에는 1척의 항모를 실전 배치하고, 2020년 까지는 복수의 항모를 건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쯤 되면 중국도 가히 대양해군의 파워로서 5대양을 향해 포효하기에 충분한 저력을 갖추었다고 할 만 하다.
북한은 오늘도 자폐와 기아의 상태에서 남의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은 아랑곳 없이 오로지 자신의 생존본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위험한 WMD(대량 살생무기)게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해군력은 현재 6만의 해군과 420여 척의 전투함, 70여 척의 잠수정, 40여 척의 유도탄정, 30여 척의 어뢰정, 260여 척의 고속상륙정 등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53-56형 21인치 어뢰와 고성능 기뢰도 상당수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한국형 구축함 KDX-II 등 다소 현대화된 무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그 숫자가 적다. 대북 전력에 필수적인 1,200톤 급 초계함과 호위함 등은 노후 되어 기능이 반감된 상태이고, 고속정중 절반은 내구연한이 넘은 것이다. 우리 해군은 북한보다 첨단화 되었다고는 하나, 그간 중, 일 등 주변강국에 대비키 위해 대양해군을 지향하다가, 대북 해상전력 강화는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대북 해군력 증강은 물론, 한반도 안정의 보다 근원적 이슈가 되는 북한의 비대칭분야 무기(WMD 등)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값싼 이념이나 정쟁으로 국방을 게을리 한다면 이는 저 천안함 용사들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이다.
세계대전의 위대한 승리자 처칠은 “내가 이겨서 얻고자 한 최후의 보상은 평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고귀한 평화와 영해수호를 위해 순국한 우리 천안함 용사들의 명복을 다시금 빌면서, “용사에게는 죽음이 있을 뿐 항복은 없다”고 절규한 프랑스 캉브론 장군의 군인정신을 되새겨 본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