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설 - 다섯 형제의 이주와 정착,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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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12. 22:11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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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전설
다섯 형제의 이주와 정착, 강화도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올 적의 이야기다. 만리 밖 서북쪽 대륙으로부터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는 이주대열의 선두에는 맏형인 마리를 필두로 하여 혈구, 고려, 진강, 능주의 다섯 형제가 있었다.
이들은 육로가 아닌 해로를 이용하여 남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반도 중간쯤에 이르러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삼형제 곧 삼각산(三角山)이 있음을 알고 어쩔 수 없이 서해바다 위에 앉기로 했다. 선두에 오던 마리가 한반도에서 한가운데가 됨직한 지점에 자리를 잡자 그 뒤를 이어 혈구와 고려가 서열순으로 앉기 시작한다. 그런데 세 번째까지는 좋았다. 넷째인 진강이 앉으려다 보니 자신이 앉으면 막내인 능주의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뒤돌아서려고 한다. 이때 자리가 충분함을 안 맏형이 진강의 뒷덜미를 잡아당겨 강제로 앉히고 만다. 강화도의 다섯 형제봉 중 진강산(鎭江山)만이 돌아앉아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다섯 형제봉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남으로 내려올 때 다섯 형제가 한반도 한가운데쯤에 자리를 잡았다. 맏형 마리의 뒤를 이어 혈구와 고려가 서열순으로 앉았다. 그런데 넷째 진강이 앉으려다 보니 막내 능주의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뒤돌아서려 했다. 그때 마리가 진강의 뒷덜미를 잡아당겨 강제로 앉히고 만다. 그래서 강화의 다섯 형제봉 중 진강산만 돌아앉아 있다고 한다. |
강화 해안에서 본 마리산
까마득한 옛날 하늘이 처음 열릴 때 이 땅을 찾아왔던 ‘마리’의 다섯 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다. 강화도의 개도신화이면서도 우리나라 개국신화의 하나이다.
이 땅에서 다섯번째로 큰 섬 강화(江華)의 생성에 얽힌 전설이다. 이육사의 〈광야〉의 서두처럼 그야말로 하늘이 처음 열리던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의 신화가 살아 숨쉬는 강화도를 얘기할 때 마리산을 빼놓을 수 없다. 마리산의 ‘마리’는‘머리〔首·頂〕’와 같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한때 범어 ‘마니(mani)’를 한역한 마니(摩尼)로 인해 마니산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맨 처음, 맨 위에 위치한 머리산으로 새겨야 한다.
마리산은 그다지 크고 높은 산이 못 된다. 높이가 고작 467미터에 불과한 아주 작은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높이나 크기로 따질 일이 아니다. 정상에 있는 참성단은 단군할아버지께 제사 드리는 성지로서 우리가 이 산을 종산(宗山)이니 두악(頭嶽)이니 칭하는 것도 그런 데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지도를 펴 놓고 보아도 강화도의 마리산은 꼭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다. 중앙이라 한 것은 북쪽 백두산에서 남쪽 한라산까지 일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그 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강화를 옛날 고구려 때는 ‘가비고지〔甲比古次〕’라 했다. 가비고지는 “가운데 있는 곶〔岬〕”이란 뜻으로 본뜻대로 한역했다면 중갑(中岬)이 될 것이다. ‘가비(岬)’에서 말모음이 줄면 ‘갑’이 되고 여기에 장소를 뜻하는 접미어가 붙으면 ‘갑은데’ 곧 ‘가운데’가 된다. 가운데곶이란 말은 본래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예성강의 세 강 어구에 삐죽 나온 곳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현지에서 ‘가꾸지’라 불리는, 강화읍의 갑곶리(甲串里)가 본이름의 계승이다. 그러나 한 차원 높게 본다면 세 강의 가운데가 아니라 앞서 말한 대로 한반도의 가운데로 해석함이 더 좋으리라 생각된다.
강화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마니산 사고(摩尼山史庫)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없어지고 대신 섬 전체가 그대로 역사와 전설의 보고(寶庫)로 되어 있다. 강화군에 속한 11개의 유인도와 17개의 무인도에는 저마다 의미 있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아차도(阿此島)에 가서 아침 먹고, 주문도에 가서 점심 먹고, 보름도〔甫乙音島〕에 가서 보름 먹고, 끝점섬〔末叱島〕에 가서 볼일을 끝낸다는 얘기는 전혀 터무니없는 지명 유래담만은 아니다. 모로도(毛老島)에 대한 전설도 이와 유사하다. 이 섬에 한번 귀양을 오면 머리털이 희도록 빠져나가지 못한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하나 그보다 “난 모르오”라는 유래담이 더 재미있다. 옛날 오직 한 가정만이 이 섬에 입주하여 살 때의 이야기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다 돌아가시자 오누이만 남게 되었다. 이 외로운 섬에 남매는 단둘이, 이들이 성장하여 오라비가 누이에게 몸을 요구했을 때 그 누이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 난 모르우······” 했다던가.
모로도 옛날에 이 섬에는 오직 한 집만이 살았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자 오누이만 남게 되었는데, 이들 남매가 성장하여 오라비가 누이에게 몸을 요구했을 때 누이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난 모르우······”했다는 데서 모로도(毛老島)라고 지었다는 유래담과 함께 이 섬에 귀양을 오면 머리털이 희도록 빠져 나가지 못한다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
강화섬에 전승되는 이야기 중에 벌대총이란 명마 이야기와 염하 가운데 가장 물살이 센 손돌목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속담에 “양천 원님 죽은 말 지키듯 한다”는 말이 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는 뜻이다. 강화의 진강산 밑에 진강목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 유명한 벌대총(伐大驄)이란 말을 키우고 있었다. 조선시대 효종은 특히 이 말을 좋아하여 그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엄명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 벌대총이 한양에 갔다가 강화로 오는 도중 양천 땅에서 그만 죽고 말았다. 난감해진 것은 양천 원님, 이 사실을 임금께 알리지도 못한 채 며칠 동안 죽은 말만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지나가던 노인이 딱한 사정을 보고 묘안을 제시해 준다. 죽기를 각오하고 대궐로 들어간 양천 원님은 노인이 가르쳐 준 대로 이렇게 아뢴다.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벌대총은 누운 지 사흘이요 눈을 감은 지 사흘이며 먹지 않은 지가 사흘입니다”라고. 그런데 이런 보고를 받은 왕은 한참 생각하다가 이렇게 되묻는다.
“그렇다면 벌대총이 죽었다는 말이 아니냐?”
그래서 양천 원님은 큰 벌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강화섬 손돌목
뱃사공 손돌이 일부러 왕을 위험한 곳으로 끌고 왔다는 오해를 받아 죽음을 당하게 된다. ‘손돌’이란 좁은 해협이란 뜻으로 이곳은 물살이 급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음력 시월 스무날께 부는 큰 바람을 ‘손돌이바람’이라 하고, 그때의 추위를 ‘손돌이추위’라고 한다. 손돌(孫乭)은 강화섬의 뱃사공으로 그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다 하여 이런 전설이 생겼다. 몽골군에 쫓기던 고려 공민왕의 이야기라고 하고, 또 병자호란을 당한 조선시대 인조왕의 이야기라고도 한다. 어떻든 손돌은 그의 배로 왕을 모시게 되었는데 배가 갑곶나루에서 광성(廣城)에 이르자 갑자기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이에 왕은 손돌이 일부러 위험한 곳으로 끌어들인 것이라 오해하여 그의 목을 베게 했다. 훗날 오해가 풀리자 뱃사람들은 손돌의 시신을 강변에 묻어 주고 그 일대를 손돌목이라 불러 주었다. 뿐만 아니라 매년 그맘때가 되면 추위와 함께 찬바람이 휘몰아치는데, 이는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원한 탓이라 하여 지금도 제사를 지내 주고 있다고 한다.
손돌목 손돌은 강화섬의 뱃사공으로 적의 침입으로 피난을 온 왕을 모시게 되었는데, 갑곶나루에서 광성에 이르자 갑자기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였다. 왕은 손돌이 자신을 위험한 곳으로 끌어들였다 생각하여 손돌의 목을 쳤다. 훗날 오해가 풀려 사람들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손돌을 묻어 주고 그 일대를 손돌목이라 불러 주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음력 시월 스무날께 부는 바람을 ‘손돌이바람’이라 한다. |
흔히 강화(江華)의 지명에 대한 이런 해석을 듣곤 한다. 첫 음절 ‘강(江)’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세 강 어구에 위치하기 때문이며, 두번째 음절 ‘화(華)’는 마리산 참성단에서 겨레의 영화를 빌며 성화의 불꽃을 밝혔기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강화가 비록 작은 섬이요 마리산이 작은 산일지라도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강화의 위치가 반도의 한가운데이며 마리산은 어느 산맥과도 연결되지 않은 독자적인 산이다. 뿐만 아니라 마리산 형제의 이동과 정착은 바로 우리 민족의 남행이주(南行移住)를 나타낸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네이버 지식백과] 다섯 형제의 이주와 정착, 강화도 (물의 전설, 2000. 10. 30., 천소영,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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