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에는 노인정, 부녀회, 각종 동호회 등 여러 자생단체가 존재할 수 있는데, 간혹 이런 자생단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관리와 관련한 다툼이 발생해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번에 살펴볼 사안은 입대의에서 결정한 부녀회 해산 결의가 효력이 있는지 문제가 돼 사실관계를 설명하겠습니다.
1)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동대표 14명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고,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부녀회에서 회장직을 맡아오다 현재는 감사직을 맡고 있는 이 사건 부녀회의 회원입니다.
2) 이 사건 부녀회는 입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목적으로 최초 참여한 16명이 자율적으로 결성한 단체였는데, 이 때 피고 입대의는 부녀회 결성에 관한 공고를 내는 등의 방법으로 부녀회 구성을 지원했습니다.
3) 피고는 입대의 정기회의를 통해 재활용품 판매수익금을 부녀회에 맡겨 그 봉사활동의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되 부녀회로 하여금 그 결산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4) 부녀회는 그 결산 내역을 보고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이에 응하지 않았는데, 피고 입대의는 이를 사유로 임시회의를 개최해 부녀회의 해산을 결의했습니다.
5) 이에 원고는 부녀회는 피고와는 성격과 업무를 달리하는 독립적인 자생단체로서 관련 법규나 아파트 관리규약 어디에도 피고가 부녀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으므로 위 해산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를 구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입대의의 지원을 받아 자율적으로 결성된 아파트 부녀회의 법적성질에 관해 “이 사건 부녀회는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를 회원으로 구성해 회칙과 임원을 두고 아파트 내에서 입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해 왔으므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체를 갖는다. 피고가 관련 법규나 관리규약에 근거해 그 하부조직 내지 부속조직으로 설립한 것이 아니라 주부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성된 이상 피고로부터 독립한 법적 지위를 갖는 자생자치단체라고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그 자율적 결성을 지원했다는 것만으로 이를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에게 이 사건 부녀회를 해산할 권한을 갖는지 여부에 관해 “이 사건 부녀회에 이 사건 입대의는 입주민의 공동재산인 재활용품 판매수익금을 부녀회에 맡겨 위와 같은 활동의 재원으로 사용하게 하고 그 결산 내역을 보고하도록 해오는 등 위임과 유사한 법률관계가 성립됐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아파트 관리규약에 이를 규율하는 별도 규정이나 피고와 부녀회 사이에 그에 관한 특약이 없는 한 위 법률관계에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할 것이다(부녀회는 피고와 독립한 자생단체긴 하나 관리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이상 그 범위 내에서는 아파트 관리규약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또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중략) 그러나 관련 법규나 피고의 관리규약에 부녀회 해산에 관한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독립적 자생단체인 이 사건 부녀회를 해산할 권한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부산지법 2008. 12. 12. 선고 2008가합13756 판결 참조)
즉 대상판결의 경우 부녀회를 해산하는 피고의 결의는 아무런 권한 없이 이뤄진 것이어서 무효고, 위 해임 결의에 의해 부녀회 회원 및 그 감사로서의 법률상 지위에 불안·위험이 초래되거나 초래될 염려가 있는 원고로서는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했던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법원에서는 입대의 의결이 관련 법령 및 관리규약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경우 입대의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해당 결의를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대상판결과 같이 입대의의 의결이 “입주민이나 자생단체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해당 결의 자체를 무효로 보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자생단체를 해산하거나 그 외 입주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열람·등사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는 의결은 아무리 적법한 절차에 의한 의결을 거쳤더라도 효력이 없게 된다고 할 것입니다.
권형필 변호사 kslee@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