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신경계에서 오래 일을 하면서 경근학회에 나오게 되었고, 근골격계 치료에 관심이 생겨 도수치료로 옮기게 된...
어찌 보면 늦깎이 도수치료 입문자인데요.. ㅎ
제가 이직을 하고 여기 병원에서 처음 보게 된 그러나 아껴두고 말하고 싶은 환자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난 절대 만만하지 않지~!
60대 초반의 남자환자분이셨는데요. 환자분 첫인상이 굉장히 음.. 당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실것 같은 분이셨어요.
이 환자분은 무릎 밑부터 발가락부분까지 다리에 "냉을 맞고" 나서 하퇴 시림과 함께 감각 상실을 호소하셨고요.
당신 말론 이 냉 맞은 뒤부터 허리도 더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냉????
냉??
허리에 MRI 검사도 실시했고, 병원을 3군데는 가봤지만 허리에 이상이 있을거란 소견은 들으면서도 검사엔 이상이 없고, 물리치료는 매번 허리에 이것저것 해주긴하는데,,,, 도대체가 자기가 다리에 냉 맞았다 하는 말은 믿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하셨습니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엑스레이? 깨끗합니다. 저 역시 하퇴 감각 문제는 허리 디스크로 먼저 접근을 했겠죠~?
그런데 환자분 이야기 듣다보니,, 환자분 굉장히 완고하십니다. 여기서도 또 허리 치료를 들어갔다간 도수치료 입문하자마자 무너질것 같아요...
설상가상 환자분은 실비 보험이 없으시답니다.
(최근 실비보험 도수치료 적용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지고 있죠. 저는 어찌보면 도수치료의 황혼기에 일했던것 같아요.)
비용부담의 문제를 제치고라도 당신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오신거죠.
고민을 해봅니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럴땐!
자.. ..배운걸 다 총동원하는 겁니다.
가설 1: 일단 다리 시림(환자의 주 호소 증상).. 그런데 허리 문제는 없다..
그럼 1차원적으로 그냥 그 자리에 문제가 있나 보자....
하퇴 근육들
하퇴 근육들 중 앞쪽(anterior part)으로 근육들이 보이시죠? 저희 환자는 전경골근 부터 장지 신전근 비골근이 지나가는 하퇴 바깥쪽으로 냉감이 느껴진다고 했어요. 그럼 이 근육들은 제일 먼저 봐줘야겠죠?
제가 그땐 나름 신입이라 환자분 사진 찍을 엄두가 정말~~ 안나서 못찍었는데요. 전경골근이 엄청나게 긴장되어 있고 발이 족저굴곡 된 상태로 근육이 어마어마 하셨어요.
테니스를 꽤 오래 하셨다는데 느낌이 꼭..
테니스 선수의 다리
이 사진같았는데요. 위의 사진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라 앞 뒤 근육이 골고루 발달해있다면 이 아버님은 종아리가 터질듯 했습니다. 특히 안쪽 종아리 근육 엄청 짧았고요.
그렇다면 전경골근 등 앞쪽 근육은 이완성 구축이란 추측이 나오네요~
하퇴에서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 어떤게 있고 어디로 지나갈까요?
하퇴의 신경
저기 보이시는 총 비골신경은 좌골신경이 분지된 것인데 우리 환자분 하퇴 외측으로 지나가는 신경은 천비골신경(superficial peroneal nerve) 같은데 보세요? 총 비골 신경이 천비골 신경과 심비골 신경으로 나눠지는 자리가 어딘지 보이세요?
바로 바로..
족양명 위경-족삼리 찾아보세요~~
족삼리 혈자리 입니다.
족삼리(足三里)는 우리 몸을 다스리는 12경맥중 족양명위경에 위치한 혈자린데요. 무릎 전반의 통증을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혈자리입니다. 전경골근과 함께 비골근 지신근의 힘줄을 보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위에서 말한 총 비골신경이 분지를 내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무릎 아픈 환자분들 특히! 걷다가 통증으로 무릎이 주저앉을것 같은 통증에도 족삼리를 얼른 몇 번 문질러만 줘도 무릎에 힘이 실리는 걸 볼 수 있어요.
(제 경험이에요 ㅎㅎ)
혈자리도 찾았겠다.. 저는 환자분의 족삼리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자극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족삼리 밑으로 있는 혈자리들도 차례로 굳은 곳을 만져보고 TP마사지를 했습니다.
경근학회에서 배운 하퇴 경근 수기기법(하퇴신경자극 등)도 적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손으로 도저히 안풀립니다.
그럴땐 적절한 도구와 기계를 활용해야죠~
슬래킹 건으로 근육을 이완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분은 오실때 마다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내고 있습니다.
부담이 됩니다...
치료 기계 중 가장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그러나 더~~럽게 아프다는 체외충격파를 시도합니다..
체외충격파 얼마나 아픈지 아시죠?
비용 또한 어마무시하죠.. 샷 당으로 금액이 달라지죠. 그나마 제 전직장에선 도수치료에 체외충격파를 포함해서 치료상의 역량껏 샷을 정하는게 됐었죠.
(지금은 모릅니다. 저는 좀 혜택을 본 편이에요^^)
치료가 5회 정도 진행 되었을때입니다.
아버님께서 허리의 뻐근했던 것이 살짝 편해지셨다곤 하셨는데요. 여전히 냉감과 통증은 80%이상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이때까지 허리는 건들지도 못했습니다. 전 하퇴에 승부를 걸었죠.)
그럼 제가 치료를 잘 하고 있는걸까.. 방향성은 맞는 것 같은데.. 아.. 길항근!!
아버님의 근육이 어마어마하게 굳어있었고 시간은 40분 밖에 안되니,,
마음이 급하고 다 볼 시간이 없어 살짝 미뤄뒀던 곳을 이제 시작해야 할땝니다.
발이 족저굴곡, 내반 되어계셨다고 했는데 다시한번 사진이 없어 너무 안타깝네요..
엎드려서 종아리 근육을 보았습니다.
우리 종아리 근육은 두가지 비복근(천층) 가자미근(심층) 가 있죠..
종아리 근육 비복근과 가자미근
이 두 근육은 단축시 발을 바닥쪽으로 끌어당깁니다.
언제 발달할까요?
이 아버님의 경우는 테니스를 취미로 십여년간 하시면서, 점프와 착지, 갑작스런 하지의 방향 전환등의 동작을 많이 하셨습니다.
위의 동영상은 우리가 제자리 뛰기를 할때의 발과 발목 모양을 보여줍니다.
발 끝으로 도움닫기를 해서 착지시에도 충격 흡수를 위해 발끝이 먼저 닿습니다.
즉, 우리 하퇴(특히 종아리)는 폭발적인 힘으로 구심성 수축을 하고, 착지 시 체중 부하로 인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원심성 수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물론, 이때 발의 구조적 안정성은 기본입니다.
제자리 뛰기도 이러할진데...
미친듯이 뛰어되는 테.니.스
테니스라는 스포츠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운동 중 하나죠.
그래서 테니스 중독은 못끊는다고 하죠.. 골프도요..(오죽하면 병 이름까지 생길까요ㅠ)
사진처럼 테니스 서브나 스매싱시 동작은 하체의 힘을 기반으로 몸통을 꺾고 팔도 늘리고.... 네 해보시면 아시죠.. 네... 할말않할.....
점프시 체중이 실린 상태로의 착지는 평상시보다 3배 가까이 종아리 근육에 부하를 주고요, 이로 인해 아킬레스건염이나 비복근 파열 등 테니스 레그라는 질환도 유발합니다.
얼마나 많으면,,, 병 이름이 이 모냥?
다행히 우리 아버님은 근파열까진 없으셨지만 근육 자체가 결절(근섬유 뭉침으로 생기는 단단한 덩어리들)이 생길정도로 단단하게 뭉쳐 있었습니다.
또 가자미근은 좌골신경에서 분지되어 내려오는 경골신경을 폐색할 수 있습니다.
경골신경과 가자미근
경골신경은 후경골근, 장무지굴곡근 및 경골의 표면을 따라 발목으로 가게 됩니다.
또 경골신경의 가지와 총비골신경의 가지가 비복신경을 만듭니다. 이 비복신경은 종아리 외측 1/3 지점부터 발뒤꿈치, 발 외측 부위를 지배합니다.
오오오 뭔가 느낌이 오고 있어요!!
또 봅시다. 생각 안났죠? 자세하게 두번 봅시다. ㅎ
가자미근의 발통점을 찾아봐야죠?
그런데 이 가자미근은 비복근 안에 들어가 있죠?
우리(제 환자분 경우)는 천층(비복근)부터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비복근의 발통점과 방사통
아주~ 딱딱해요..ㅠ
비복근의 발통점과 방사통
가자미근의 TP는 모두 아시죠?
비복근의 2번 TP를 뼈가 닿도록 깊이 촉지해야 만져진답니다.
역시 아버님 많이 아파하셨어요 ㅠㅠ 제 마음도 타들어갑니다. 흑
경근수기기법 중 하퇴를 이완시켜주는 방법으로 늘 마지막은 부드럽~~게 마무리!!
이렇게 앞쪽 뒤쪽 신경 문제를 일으키는 근육을 치료했습니다.
비복근과 가자미근
아킬레스건의 모든 것(클릭클릭)1. 발목 ROM검사시(족배굴 검사)비복근검사와 가자미근 검사는 구분해서 해야2. 아킬레스 건파열은 종골 2-6cm위3.가자미근 TrP3는 동측의 SI joint, 심지어 동측 턱관절부위로 연관통- 가자미근은 서있을때 항상 긴장하는 근육으로 Trp가 너무도 흔하게 있기 때문에 꼭 외워두자.4. 비복근은 내측두
m.cafe.daum.net
이 링크는 종아리 근육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운동법이 첨부되어 있으니 한번 참고하세요~
일주일에 2번씩 10회 치료를 받으셨던 제 첫 환자분..
실비없이 자기부담금으로 10회에 간간이 체외충격파 비용 추가, 입사 후 첫 환자라는 부담감, 또 무시무시하게 까칠하신 성격...
정말 회차가 진행될수록 바짝 바짝 말라갔어요..
그런데 거짓말같이 8회차까지 별 호전이 없으시던 분이 9회차에 90%이상 감각이 살아났다고 하십니다!!!!
후.련.하.다..
10회차때 집에서 하실 수 있는 운동을 알려드리고 치료 종료를 하였답니다..
여러분! 치료 하기 어려운 환자분이 나아서 가실때의 기쁨을 아시나요? 저는 이 아버님 덕분에 도수치료 개미지옥을 맛봤어요..(그리고 안면경련도 왔지요)
또 경근수기기법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엄청나게 얻었답니다.
공부하세요.. 두번 하세요.. 경근학회 짱입니다요..!!
이상 믿고 보는 치료사 믿고 가는 치료사가 되고픈 박피티였습니다.
이 글은 경근학회에서 배운 경근학과 경근수기기법을 적용한 도수치료를 임상에 적용했을때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 임상경험으로 쓰여진 글이고 동의와 출처 없는 무단복제는 저작권 문제로 신고처리합니다.
경근수기기법과 경근학회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문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