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선자(아이리스)
5월은 사람의 마음을 분주하게 만드는 달이다. 그리고 집집이 행사가 많은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위시하여 어버이날, 스승의날,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까지 들어 있다.
거기에 우리 내외에게는 뜻깊은 53주년 결혼기념일이 들어 있고 애들 아빠의 생일과 큰아들의 생일까지
들어있어서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큰아들이 5월엔 두 번씩이나 무주에 내려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한참 고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니 학교 수업과 과외 시간을 제하면 정말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중에 귀한 시간을 내어 무주까지 내려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뭐니뭐니해도 부모의 자식 사랑은 정말 애절하고 깊은 것 아니던가? 아마 어버이날로 인한 가족의 상봉이
이 5월엔 어느 가정이나 많았음을 모두 인정할 것이다.
또 자연은 어떤가. 연두연두 소리치며 나오든 새싹들이 벌써 싱그런 초목이 되어 눈의 피로까지
풀어주더니 이제 녹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에게 안정과 위안을 주지 않든가.
그동안 3월 초부터 예쁘고 앙증스럽고 사랑스럽게 피든 꽃, 산수유, 매화, 벚꽃, 진달래, 개나리,
봄까치꽃, 현호색, 등등 목련까지 줄을 이어 피워대드니 또 산당화, 영산홍, 철쭉, 금낭화, 수선화, 튤립,
보라 수국까지 화려하고 어여쁜 꽃들이 떼지어 피고지더니 이제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의 계절이 오고야
만 것이다. 넝쿨장미가 이 5월의 따가운 햇살을 받고 화려하게 피어나고 분홍, 노랑, 주황, 하양, 빨강색
장미가 유독 찬란하고 짙은 향을 내품으며 피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 꽃뿐이던가?
오색 꽃물결이 바람 불 때마다 출렁거려 가슴을 울렁이게도 하였다.
5월은 사람을 밖으로 밖으로 불러내는 마력을 가진 달이다.
벌써 대 여섯 차례 크고 작은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전북여류문학회에서는 모처럼 문학기행을 보성 ‘태백산맥
문학관’과 ‘순천 정원박람회장’으로 다녀왔고, 중학교 동창회를 임실군 옥정호의 출렁다리를 거쳐
붕어섬으로 다녀왔다. 붕어섬에는 풍설로 떠도는 얘기가 40억을 투자해 관광객을 유도하기 위해 화단을
조성했다고. 사실 이름 모를 서양 꽃도 무척 많이 식재되어 있었다. 아름답기는 했으나 꼭 그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또 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에서는 이번에 남도 순회를 목적으로 1박 2일 문학기행을 잡아 화순의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를 첫 목표지로하여 둘러보았고 역시 문학회이기 때문에 조정래 선생이 쓴
태백산맥 문학관을 다시 둘러보았다. <소설을 위한 준비와 집필><소설 태백산맥의 탈고><소설
태백산맥 출간 이후><작가의 삶과 문학 소설 태백산맥>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육필원고를 비롯한
증여 원고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바로 옆에는 소화의 집과 현부잣집을 재현해 놓은 집이 있어서
그곳까지를 잘 둘러보았다.
서둘러 진도로 행했다. 진도 다리를 거쳐 씻김굿으로 유명한 진도로 입도, 솔비치 리조트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그 유명한 일몰의 아름다움도 보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는...... 그랬다.
다음 날 소치 허련 화가가 낙항하여 살았던 운림산방의 이모저모를 찾아 생가며, 전시실이며, 역사관까지
경내를 샅샅이 관람했다. 화가 3대가 조선 후기 때부터 현대까지 미술의 대가를 이룬 가정사도 꼼꼼히
살피며 대단한 가족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진도 타워 전망대로 빠르게
이동했다. 한산대첩에서 쾌거를 이룬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는 곳, 전망대 아래 멋진 찻집에서
불타오르는 가슴을 녹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시켜놓고 진도의 풍경을 시야가 트인 대로
바라보았다.
서둘러 목포로 향했다. 남농 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 갔으나 오후 2시 이후에야 관람할 수 있다 하여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운림산방의 3대 주인이었던 남농 허건 선생의 호를 따서
기념관을 설립했는데 허건 선생이 아끼던 작품 300여 점의 서화와 도자기류가 전시되어 있는 바
시간이 여의치 않아 볼 수가 없음이 퍽 유감이었다.
목포 갓바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갓바위는 서해와 영산강이 만나는 강의 하구에 위치해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을 받아 만들어진 풍화혈(타포니)이라 했다. 한 쌍으로
이루어진 갓바위에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병든 아버지를 봉양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가 실수로 관을 바다 속에 빠뜨리고 만 아들이 불효를 저질러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죽고 말았다. 두 개의 바위가 솟구쳐 올랐는데 아버지 바위와 아들
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어버이날이 들어있는 이달에 효를 행한 아들이 있는 이곳은 특히 가볼 만한
곳이었다. 문학기행을 무사히 마치고 무주를 향했다.
서로 화합하며 지낸 날들이 훗날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5월은 이처럼 밖에서 나를 부른다. 이 밖에도 두어 건 원거리 외출을 하고 왔다.
할 이야기는 많고도 많다. 세상은 이래서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이 좀 어수선합니다.
욕심을 부린 탓이겠지요? 급하게 써서 올렸습니다.
깊이있게 감동의 글, 쓰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첫댓글 계절의 여욍이라는 오월은 가정의 달 답게
즐겁고 어수선하고 행복해야 하는 달처럼
분주했지요
전 선생님 남도 문학기행 자상하고 섬세한 설명으로 뒤 따라 다녀온기분으로 읽었습니다
대단한 애너지를 발휘 하십니다 오월의 남은 열흘 동안에도 즐거운 일 이어가세요 화이팅 입니다💙
여러 군데 다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임도 많으시고 그에 따른 활약을 하시느라 분주하셨을 듯 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저도 글을 따라 문학 여행을 다녀온 듯 합니다.
직접 다녀 오신 생생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리스님의 쓰신 기행문을 읽으면서 함께 여행한 듯 합니다. 그렇게 많은 곳을 다닐 수 있는 건강함도 부럽고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도 부럽습니다. 함께한 여행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어줍잖은 글에 답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의 평안과 건강과 행복을 빌며 가정의 달 5월, 남은 시간도 멋지게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