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쿠시마 유스호스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전날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숙소 주인에게 작별을 고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날 루트는 도쿠시마에서 배를 타고 다시 칸사이 지방, 와카야마로 들어가서 하루를 보내고 신오사카의 숙소로 가서 마무리 하는 것.
JR도쿠시마 역전의 우체통. 이 도시는 우체통마저 춤을 춘다.
도쿠시마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수행자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도쿠시마가 바로 시코쿠 사찰 성지 순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져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길이라 불리우는 시코쿠의 사찰 성지 순례는 도보로 시코쿠의 사찰 88개곳을 모두 순례하는 것인데 그 시작점이 되는 료젠지(霊山寺)가 바로 도쿠시마 시내 북쪽에 있다. 도보로 약 30~60일이 걸리는 대장정으로 요즘에는 불교신자 뿐만이 아니라 부부동반 은퇴여행이나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지하철과 노면전차가 없는 도쿠시마에서는 단연 버스가 주된 대중교통 수단이다. 그래서인지 이 조용한 도시에서도 JR도쿠시마 역전의 버스터미널은 항상 수많은 버스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상당히 붐빈다. 버스안내소의 직원들이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고 출발할 때마다 'OO행 O번 버스가 도착하였습니다'식으로 방송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와카야마로 가는 배를 타려면 여기 6번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항구로 나가야한다.
도쿠시마 항 페리터미널에 도착... 이제까지 일본 낙도들 돌아다니면서 페리터미널은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어떻게 도시들끼리 연결하는 페리터미널이 훨씬 더 썰렁하냐?
도쿠시마-와카야마를 잇는 페리는 칸사이 지방에서 사철노선을 운영하는 난카이 전철이 운항하는데 그 덕분인지 페리터미널에서 페리운임이 포함된 오사카와 와카야마 현 각 지역을 가는 철도편 티켓도 끊을 수 있게 되어있다.
와카야마 행 난카이 페리 2등칸의 모습. 와카야마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짧은 항해시간 탓인지 배 안에는 그렇게 돌아다닐만한 시설도 없고 또 덥기 때문에 그냥 2등칸에서 벌러덩 누워 시간을 보냈다.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와카야마 항의 모습...
와카야마 시내로 향하는 전철이 역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와카야마 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페리 시각에 맞춰 출발하는 전철 뿐이다. 버스노선은 폐지되었다.
이 열차도 역시 난카이 전철 소속. 몇 안되는 페리 이용객 말고는 이용할 사람이 그다지 없어서인지 와카야마항 역은 상당히 쇠락한 모습이었다. 전철도 페리시간에만 맞춰져 있고 다른 시간대에는 다니지 않는다. 이 역과 와카야마시 역 사이에 있던 3곳의 역도 승객 감소로 없어져버렸다.
와카야마시 역에서 내렸다. 인구 약 39만명으로 칸사이에서 인구밀도가 세번째로 높다는데... 너무 조용한 것 같다. ^^;
와카야마시 역사는 난카이전철의 본사가 있으며 타카시마야 백화점과 붙어있다. 이 역의 타카시마야 백화점은 고작 3층까지가 전부인데 여기만큼 작고 한산한 타카시마야 백화점은 처음 봤다...;;
버스비 아끼자고 역에서 와카야마 성까지 그냥 걸어서 갔는데 제길... 걸어가기에는 꽤나 멀더라...
와카야마 성 경내에는 모미지다니떼이엔이라는 정원이 있는데 이쪽은 나름 볼만하다. 저 다리는 오하시로카라고 하는데 영주와 시중만이 드나들 수 있도록 벽과 지붕을 만들어 놨다고. 어쩐지 좀 새것같다 싶었는데 복원된지 2년 남짓밖에 안됐다고 한다. ^^;
혼마루와 천수각. 의외로 넓으므로 경내에 입장하고 나서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꽤나 걸린다. 이 성은 1585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동생 히데나가에게 명령해서 짓게 한 성인데 1945년 2차대전 폭격으로 홀라당 타버리고 지금의 것은 콘크리트로 재건한 것이다. 론리플래닛의 표현 그대로, 멀리서 볼 때는 그럴듯 했는데 가까이와서 직접 보니... 그저 그렇네... -_-;;
천수각 내부는 여느 다른 일본 성들처럼 자료관으로 만들어 놨는데 신식 성답지 않게(?) 에어컨이 안나온다... T_T 이렇게 전후 콘크리트로 복원된 성들은 역사적 가치가 없다며 조금 천대하는 시선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나는 뭐... 이렇게 복원해놓고 그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거 아닌가 생각을 한다. 짜증나는 무더위에 헉헉... 저기 들어가면 에어컨 바람 좀 쐴 수 있겠지 기대를 했는데 안나오다니... 신식 성이면 신식 성답게 좀 하란 말이지... =_=;
쥬고쿠 지방 오카야마에 있는 오카야마 성의 경우는 에어컨 바람 빵빵하게 나온다. 거기다 엘리베이터에 기념품점까지 있어 전혀 사적다운 느낌을 받을 수 없었지만 그 성과 관련된 역사드라마 상영에 전통복장 무료로 입어볼 수 있는 코너 등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나름 충실하게 마련해 놓고 있어서 나름 괜찮더라...
전망은 상당히 좋다. 여기도 눈에 띄는 랜드마크 없어보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도쿠시마의 무미건조한 풍경보다는 훨씬 낫다는 느낌이었다.
와카야마 성 관람을 마치고 다시 와카야마시 역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마리나시티로 가야하는데 이런 젠장, 거기로 가는 버스가 내가 도착하기 겨우 5분전에 이미 출발해버리고 말았다. 다음버스는 50분 후에야... - -;; 마리나시티는 해안에 유럽 지중해를 모델로 조성된 테마 리조트단지인데 의외로 와카야마시에서 멀고 버스편도 평일에는 한시간에 한대 꼴밖에 없었다. 뭐 어쩌겠나.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그나마 다행으로 버스대합실은 냉방이 되고 있었다(이게 중요... -_-;;)
버스 기다리는데 50분, 버스타고 도착하기까지 30분... 거의 한시간 반이라는 고래심줄 같은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도착한 마리나시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세유럽 지중해 항구도시의 풍경을 본 떠 만든 테마파크 포르토 유로파(Porto Europa)다. 나가사키의 하우스템보스와 견주자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작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는 나는 편이다. 건물들도 예쁘고...
거의 끝물이라 입장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보였고 기본입장료가 1,400엔이나 되서 애초부터 들어갈 생각도 안했다. 그냥 겉으로만... ^^;;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겉으로만 봐도 충분할 듯 싶었다. 흥미가 따라준다면 들어가 보는게 훨씬 낫겠지만.
여기가 진정으로 하이라이트라 생각되는 장소. 쿠로시오 시장.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재현하려는 노력이 역력한 수산물 시장이다. 이곳도 테마파크의 일부로 조성된 건 맞지만 진짜 시장의 기능도 하고 있다. 신선한 생선과 어패류들을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마구로(참치) 해체쇼도 벌어지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시간이 늦어져버려 보지 못했다. 마구로 해체쇼는 11시, 12시30분, 그리고 오후 3시에 행해진다.
대신에 참치회접시라도 사먹을까 생각했지만... 가격이 환상이었다. ^^;;
고래고기 파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래고기 맛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고기보다는 맛없을 것이다. ㅋㅋ 나는 하코다테에서 고래고기 버거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호기심에 먹어보고 바로 후회했으니까.
츠루가메쇼텐가이(鶴亀商店街). 이 가게에서는 먹고 싶은 해산물을 골라 바깥의 바베큐 코너에서 구워먹을 수가 있다. 내가 마리나시티에서 가장 기대하던 것. 크헤헤. 시장 입구에서는 전국 유일이라고 마구로 라멘(참치회 라면)을 선전하고 있었지만 난 바베큐를 선택했다. ^^;; 그 마구로 라멘도 아마 여기가 유일은 아닐 것 같은데...ㅎㅎ;; 어디서 본 기억이...
대부분 꼬치로 만들어 놓고 파는데 먹고 싶은 것을 골라 접시에 담으면 된다. 여기도 가격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 다행인 점은 생선 뿐만 아니라 고기나 소세지류들도 팔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접시를 카운터에 가져가면 가격을 정산해준다. 소금이나 간장 같은 소스도 마련해놓았다.
구입한 재료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면 이렇게 따로 바베큐 해서 먹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바다 바로 앞에서... 허허 이것 참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
내가 구입한 바베큐 재료들. 새우랑 고기랑 게 껍데기에 게살과 치즈를 올려놓은 것. 애개. 겨우 이것만 샀냐~? 하시는 분들 많을 듯 싶은데 이것만 해도 2천엔이 넘었다. T_T 마음같아서야 누가 고작 이 정도만 먹고 끝내고 싶겠냐만...
지글지글~
바베큐 코너로 들어가서 아무데나 자리를 잡으면 종업원이 알아서 와서 불을 피워준다. 그러면 이제 구우면 되는 것이다. 으하... 진짜 맛있다. T_T 더위에 땀에 쩔어다니다가 바닷바람 쐬면서 시원한 생맥주 들이키고 고기 구워먹으니 이건 천국이 따로 없다. T_T 생맥주도 한컵에 500엔이나 한다. 돈 엄청 깨졌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릇에 담아올때는 한끼도 안되겠군 생각했는데 막상 굽고보니 의외로 양이 많았다.
정말 좋았다. 나중에 기회만 되면 친구들하고 또 와보고 싶다.
쿠로시오 온천이라는 이름의 온천시설도 있다. 원래 여기서 온천욕 좀 하고 떠날 예정이었는데 입욕료가 의외로 비싸 온천은 결국 포기... -_-;; 입욕료는 800엔이다. 사실 바베큐 해먹는다고 2천엔 넘게 깨지지만 않았어도 온천은 하고 왔을...;
이 주변은 전부 고급 리조트 모드로 상당히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여기서 살려면 얼마나 필요하나? - -;
요트 구락부. 이쪽은 정말 어디 유럽 항구의 휴양도시 같은 모습이다.
그렇게 마리나시티를 뒤로 하고... 이제 숙소가 있는 신오사카로 가야한다. 와카야마시 역 플랫폼에 들어오고 있는 JR의 원맨카.
잠깐 들른 JR와카야마 역. 와카야마도 시골이구나 싶었는데 진짜 와카야마는 여기였나 보다...; 상당히 번화한 모습이었다.
오사카 역으로 향하는 쾌속 구간.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퇴근길 모습들...
드디어 오사카 역에 입성했다. 신오사카 역으로 갈아타는 플랫폼에서 인파가 정말 맙소사다. 비로소 진짜 대도시에 온 것을 실감한다.
오늘의 숙소 신오사카 유스호스텔에 도착.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곳으로 묵은 사람들마다 시설에 찬사를 아끼지 않던데 과연 그 말대로였다. 스탭아가씨들도 귀엽고 친절하고 분위기도 아늑했다. 다만 같은 방 도미토리에서 묵은 사람들 얼굴을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 요요기처럼 싱글룸도 구비해놓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계속- |
|
첫댓글 와카야마시만 가면 리조트까지 가까울줄 알았는데, 하루 일정잡는게 맞네요 . 사진과 정보 초초감사!!!
오래된 게시물에 댓글 달아봅니다... 도쿄 오사카쪽 여행 할 예정중에 와카야마도 포함시킬까 하는데 좋은 정보가 되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