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사카에서 쾌속열차를 타고 30분 정도만 가면 바로 교토다. 교토는 일본 제1의 관광도시이며 천년고도로 나도 제일 좋아하고 즐겨찾는 일본도시 중 하나다. 이번이 4번째 방문이었다.
교토를 여행할 때면 항상 아침은 교토역 구내에 있는 식당(사진 왼쪽)에서 먹곤 했다. 출근시간대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간편하게 서서먹는 우동집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지 그새 한국어메뉴가 생겼다.
1년만에 다시 찾는 교토. 오랜만에 들러 아침에만 파는 소바 정식을 시켰다. 싸기 때문에 매일 들러서 끼니를 때웠었는데... 이거 320엔이었나? ㅋㅋ 소바 한그릇과 날달걀 그리고 우메보시 하나를 얹은 밥 한그릇을 주는데 나는 날달걀을 밥 위에 부어먹어 본 것도 여기가 처음이었다. 처음 보신 분은 '우웩 저걸 어떻게 먹어' 하실 것 같은데... 의외로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_^
신칸센이 서고 칸사이 지방의 중심이 되는 역이기에 교토역은 관광객 말고도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교토역 또한 전통의 도시라는 이미지와는 맞지않게 초현대적이며 굉장히 거대한데 이 역 하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볼거리가 될 정도다. 1997년 신축한 건물로 좌측은 특급호텔 그랑비아와 우측은 이세탄 백화점이 자리잡고 있다. 아직 나는 일본에서 교토역만큼 크고 멋진 역사는 본 적이 없다.
늘상 그랬듯이 500엔짜리 1일 버스승차권을 끊었다. 산쥬산겐도와 히가시야마 쪽으로 향하는 100번 라쿠버스를 타고 첫번째 목적지인 키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교토 시내의 교통수단은 단연 버스로 갈아타는데 익숙해지다보면 시버스 노선도 한 장만으로 시내 이곳저곳을 능숙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고죠자까(五条坂)에서 내려 언덕을 함참 올라간다. 어차피 많은 관광객들이 같이 내리므로 초행길이라 길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들 따라가면 된다. 아침 시간에 동쪽을 향해 오르다보니 멋지게 역광이 되어버린다.
도중에 들른 키요미즈 유스호스텔. 키요미즈데라로 올라가는 길(차왕자까, 茶わん坂)에 자리잡고 있는 숙소로 올해 4월에 새로 오픈한 곳이다. 오늘은 여기에서... 일단 체크인 시간이 아니었기에 짐만 맡기고 바로 나왔다. 겉으로만 보면 보통의 가정집 같은 민박형 유스호스텔이다.
드디어 키요미즈데라에 도착. 도착하면 멋진 인왕문과 뒤에 있는 삼층탑이 반겨준다. 교토 동부의 히가시야마 지역은 교토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이 몰려있고 번화한 지역으로 그중 가장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관광지가 바로 이 키요미즈데라다. 히가시야마 36봉우리 중 하나인 오토와산에 세워진 이 절은 778년에 창건해서 역사가 1,200년이 넘는다.
서문(西門)과 삼층탑. 이 두 건물은 일본에서는 드물게 단청이 입혀져 있다.
그 뒤로는 본당 입구가 나타난다. 입장료는 300엔. 아마 이 본당은 대부분의 관광객들 사이에서 교토의 고대건축물 중 금각사 이상으로 가장 뇌리에 깊게 남는 인상적인 건물일 것이다.
본당 앞의 넓은 마루마당. 산 위에 세워진 탓에 여기에서는 교토 시내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며 특히 이 절이 교토에서 가장 인기있는 절이 된 이유는 바로 '무대조'라고 불리우는 득특한 건축양식때문이다.
난간 아래로는 오토와노타키(音羽の滝)에서 물을 받아바시려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와 있었다. 세 줄기의 물줄기가 위에서 흘러내려오는데 받아마시면 장수, 결혼, 학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건너편으로는 오쿠노인(奥ノ院)이 보인다. 저 건물도 무대조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저곳이 키요미즈데라의 가장 하이라이트다.
본당 뒤로는 지슈신사(地主神社)라는 이름의 신사가 있다. 불교의 절과 신토의 신사가 같은 장소에 있다. 결혼식은 신사에서 하고 장례식은 절에서 한다는 일본인들의 종교관념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하다.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이 신사 안에 있는 돌덩어리 두개 사이에서 눈을 감고 똑바로 걸어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신사에는 코이우라나이노이시(연애운세의 돌, 恋占いの石)라는 돌이 두개 있는데 한쪽 돌을 먼저 찍고 눈을 감은채 똑바로 가서 반대쪽의 돌을 찍는데 성공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이루어진다는 소리가 있다. 연애운에 관련된 신사답게 파는 부적들도 다른 데서는 그다지 없는 연애운이 좋아진다거나 인연이 생긴다는 부적들이 많았다. -,.-; 그나저나 쟤네들 참 재미있게 놀더구만...; 외로웠다. T_T
오쿠노인에서 서서 바라본 키요미즈데라 본당의 모습. 드디어 여기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키요미즈데라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절을 세우고 그 건물과 마루를 밑에서 나무축대를 쌓아올려 수백개의 기둥이 그를 받치고 있는 특이한 건축구조를 하고 있다. 이런 건축양식을 '무대조'라고 하는데 독특한 모습의 거대한 본당건물과 그 배경으로 보이는 교토 시내의 전경은 그 모습이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벌써 4번째로 이 절을 찾았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을 정도로 멋있고 감탄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하절기에는 야간 개방을 하는데 야경이 얼마나 멋있을지는 실제로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본당의 무대 높이는 약 15m다. 옛날에는 저 무대에서 뛰어내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때문에 실제로 목숨을 걸고 뛰어내린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람만도 234명으로 그중 35명은 뛰어내린 후 영원히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메이지 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뛰어내리는 행위가 금지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가끔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미타당에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일본인들의 신앙을 엿볼 수 있다.
삼층탑과 함께 내려다보이는 교토 시내. 가끔 '진짜 일본은 교토에 있다'라는 말을 듣는데 전통과 현대가 완벽하게 조화된 일본의 혼이 자리잡고 있는 듯한 이 천년고도의 모습을 보면 왜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정면에서 바라본 키요미즈데라의 본당.
본당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을 밑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여기를 뛰어내린다고? - -;;
오토와노타키로 내려와 나도 물을 직접 마셔보았다. 뭐, 물맛이 좋기는 좋네...ㅋㅋ ^.^; 원래 저 세 물줄기는 佛(부처)·法(진리)·僧(승려)로의 귀의를 뜻했는데 요즘에 와서는 건강·학업·연애를 기원하는 뜻으로 바뀌었다.
이제 키요미즈데라를 나와 내려가는 골목길을 걷는다. 키요미즈데라로 향하는 길 곳곳에는 양쪽에 무수한 기념품점과 찻집들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산네이자카(産寧坂)로 내려오다가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그래도 어차피 길을 다 통하게 되어있으니... 관광객들 많은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한적하고 소박한 모습이 나타난다. 아직까지도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목조건축물들이 늘어선 풍경은 교토만의 매력이다. 늘 설레임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활기찬 관광지만의 분위기에 전통이 잘 스며들어있는 교토는 그래서 일본을 찾는 서양인 관광객들에게는 단연 최고 인기의 관광도시이며 아예 여기에서 장기체류를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다.
네네노미치. 반듯하게 잘 포장된 이 길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부인인 네네(ねね)가 자주 걸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인력거꾼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이런 더운 여름에도 손님을 태우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네네노미치는 고다이지(高台寺)로 이어지는데 이 절은 네네가 남편인 토요토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다. 도쿠가와가 토요토미 가문을 멸문시키고 난 후 토요토미가 세운 절은 모두 철저하게 파괴되었지만 네네는 도쿠가와 편을 들었기 때문에 그 보답으로 이 절을 받았다. 남편 집안을 멸문시키는데 앞장 서 놓고 남편 명복 비는 절을 선물로 받았다니 조금 어이가 없긴 하지만...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일한 친자식이었던 히데요리를 낳은 요도기미는 후처였다. 볼만하다고는 하던데 그냥 안들어갔다. 쩝...-_-;;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야사카 신사에 이르렀다.
내부 전각. 신사의 볼거리는 그저 그렇지만 이곳은 일본 3대 마쯔리인 기온 마쯔리가 시작되는 곳으로 유명하며 전국에 있는 기온 신사의 총본산이다.
남문으로 나오면 교토 동부의 메인 스트리트인 기온 거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리츠메이칸 대학으로 향한다.
-계속- |
첫댓글 늘 하는 말이지만 같은데 다녀오셨는데도 저랑 사진이 ㅎㄷㄷ;; 너무 다르다는..ㅎㅎ 여름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너무 좋습니다! 저도 지슈 신사에서 돌 사이 왔다갔다하는 거 하고 싶었는데 여학생들 사이의 선풍적인 인기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ㅎㅎ
저거 지슈신사 사진 앞에서 정면으로 여고생들 표정까지 담고 싶었는데 차마 못하겠더라구요 ㅎㅎ;; 참 재밌게 놀더군요
저희집 근처네요ㅎㅎ
부럽습니다 저에게 방 한칸만... ㅎㅎ
진짜 제가 찍은 사진이랑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ㅎㅎ 그저께 다녀왔건만 ㅋㅋ 비교되서 못올리겠네요~
사진이 정말 이쁘네요 교토만 4번째라니 .. 부럽네요^^;
아~ 이곳이 생각이 나네요! 지금도 아름다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