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자치단체의 행정업무는 늘 민원에 시달리기 일쑤다. 중앙정부와 달리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히 관련된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는 경우라면 더욱 행정 처리가 어렵다. 자칫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의 소지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은 경우에 따라 최선의 처리가 어려우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차선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이고 납득 할 수 있는 선에서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
울주군 온산읍 삼평리 일반폐기물 매립장 조성 문제가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수년째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울산지역 국가산단 기업들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찾지 못해 전국을 누비는 등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처리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당시 울산에 가동 중인 산업폐기물 매립장 3년 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 우려가 나오면서다.
당시 울산에서 가동 중인 산업폐기물매립시설은 울주군 온산읍 이에스티, 남구 용잠동 유니큰과 코엔텍 등 3곳이다. 이에스티는 가능 매립용량이 1만4천660㎥가량으로 약 6개월 가량이 남은 상태였고, 유니큰은 6만8천430㎥로 1년 반 정도였으며, 그나마 코엔텍이 39만602㎥가량 추가 매립용량이 남아 3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울산지역에 신규로 매립장이 개설된 곳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폐기물 대란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에스티와 코엔텍에 추가 부지가 있어 매립장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신규매립장이 확보되지 않는 한 울산지역 산업체들의 폐기물매립 대란 사태는 늘 잠복해 있다. 그동안 울산시와 민간업체 몇 곳에서 온산지역 인근에 매립시설 조성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와 환경문제로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폐기물매립시설 신규 확보 가능성이 빠른 곳은 이제 삼평 매립장 조성사업뿐이다. 처음에는 온산지역 주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매립장 지역 내 입주를 철저히 반대했다. 하지만 오염차단에 완벽을 기하고 지역경제활성화를 돕겠다는 사업주의 끈질긴 설득으로 적잖은 주민들이 찬성 쪽으로 입장 전환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복병을 만났다. 사업 예정지를 기점으로 회야강 건너편인 온양읍 일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찬성 쪽에 있는 온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얄미울(?) 뿐이다. 피해를 입어도 온산 쪽 주민들이 가장 피해가 큰데, 거리도 먼 이웃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허가권을 쥔 울주군 입장에서는 온양지역 주민들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옛말처럼 울주군의 선택지는 막다른 골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公)과 사(私)의 이해관계가 뒤엉켜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을 선택해야 하고 만약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불편부당하지 않는 가장 합리적이고 합당한 결정이어야 한다. 이제 공은 울주군으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