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9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대차가 지난 2022년 2조원 대의 전기차 공장신설을 결정한 데 이어 현대차 그룹 쪽에선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대모비스가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전기차 공장이 기존 울산공장 내 건설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서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면 그만큼 시간도 절약되고 물류비용도 절감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 중 으뜸 계열사가 그런 긍정적 요인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기업들이 특정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꺼린다면 대개 인허가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가 울산에 전기차 공장신설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저런 적법 절차를 거치면 인ㆍ허가에서 착공까지 3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국제 전기차 시장은 한두 달을 사이에 두고 격돌한다. 전기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이는 역으로 테슬라를 추적하던 경쟁사들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량 생산을 통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생산공장 하나 만드는데 3~4년씩 걸린다면 어느 기업이 선뜻 나서겠는가.
현대차 전기차 울산공장 건설이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 전기차에 들어갈 각종 부품 조달이 시급해질 게 틀림없다. 현대모비스는 대규모 계열사이기 때문에 울산시로부터 여러 가지 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일 체결된 투자 양해각서를 통해 양측이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부품공장 건설 현장에 공무원을 파견해 현장에서 제반 행정업무를 해결하는 대신 모비스는 울산 사람을 우선 채용하고 건설과정에 필요한 물품이나 자재들을 울산업체들로부터 구입한다는 내용이다. 그에서 비롯된 긍정적 요소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새로 지을 현대차 전기차 공장과 가까운 거리에 동구 남목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여러모로 봐 이곳은 전기차 부품 중소기업이 들어설 공산이 크다. 이곳에 건설될 중견ㆍ중소 부품 기업들이 공장 하나 짓는데 3년 이상 걸리면 울산 전기차 공장신설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전기차 생산에서 울산시가 얻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 자동차 수출에서 나오는 세액은 모두 나라로 들어간다. 오히려 근로자 임금에서 비롯되는 소비, 지출이 큰 몫을 차지한다. 때문에 전기차로 인한 실질적 효과는 이들 중견ㆍ중소기업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현대차, 현대 모비스와 같은 대기업에 제공되는 행정지원이 이들에게도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